삶의 전환점 _ 30

[ 25 + α ]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가지중에 단 하나라도 유죄가 되면 곧바로 그 죄에 해당하는 지옥에 떨어져
어마어마한 형벌로 다스려진다는 이야기.
꽤나 인기를 끌었던 어느 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던 일곱가지 지옥에
또 하나의 지옥을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가득 들어찬
하루가 저물어 가는 늦은 저녁의 시간이었어.
지옥의 불길에 딱 어울릴만한 시뻘건 불빛이 내 시야를 날카롭게 찌르며 넘실거리고 있는 이 곳.
앞선 차량들의 빨간 후미등 불빛이 저 먼 지평선 끝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교통지옥'의 한 가운데에서
안그래도 초조하고 복잡한 내 심경이 손끝으로 흘러들어가
'톡. 톡. 톡. 톡.'
딱딱한 플라스틱 구석에 부딪혀가며 메마른 소리만 잔뜩 울리고 있었지.
수많은 차량의 어마어마한 물결속에 파뭍혀 있으면서도,
바깥의 소란스러움과는 대비되는 조용한 적막만이 가득차있는 작은 공간.
아무런 특색도 없는 무취의 공간이었을 나의 작은 자동차안에는
하루종일 온갖 스트레스에 찌들어 얼굴이 번들번들 거리는 나와는 다르게
눈으로 보기만해도 촉촉함이 느껴지는듯한 하얗고 매끈한 피부와
달달한 향기가 살며시 흘러나오며 코끝을 간지럽히는
작은 소녀가 옆에 앉은채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
그녀를 만났던 장소.
그녀와 함께 머물렀던 그곳.
그리고 뽀얀 살결의 그녀를 가득 품었던 그 시간.
그날밤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빙빙돌며 안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었는데
유난히 보들보들 거리던 피부의 감촉.
찐득하게 조여오던 질퍽한 속살의 느낌이 또다시 생생하게 떠오르며
아랫도리에 조금씩 힘이들어가 바지를 팽팽하게 만들고 있었지.
금단의 열매와도 같은 10대의 그녀를 또다시 안고싶다는 '본능'과
사고쳤네… 어떻게하지...' 라며 걱정하는 '이성' 이 맞부딪히며
안그래도 뻣뻣하게 굳어가는 뒷목언저리를 더욱더 뻐근하게 죄여오고 있었어.
"후우…."
언제부터일까…
몇년전 나의 모든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던 두 자매와 헤어지게 된 그때부터였을까?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는 버릇이 생겨버린 나는
또다시 답답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뜨거운 숨을 뱉어내며
한쪽손으로 뻐근하게 죄여오는 뒷목 언저리를 주물렀던것 같아
'조물조물….'
'말캉~???'
힘주어 꾹꾹 눌러가던 내 손등위로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갑작스레 다가와 내 시선을 이끌었을때
깜짝놀라 바라본 내 목덜미 언저리에는
서툴지만 정성껏 토닥 거리고있는 얇고 길죽한 어여쁜 손가락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어
"많이 아파???"
조용한 차 안의 적막을 뒤흔들어 깨트려버리는 어여쁜 목소리와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듯한 두 눈동자가 걱정으로 가득차 살짝 찌뿌려지며 나에게 묻는 그녀.
마치 귀신에 홀리듯 방금전까지 걱정가득했던 복잡한 머릿속이 멍~ 해지며
작은 얼굴안에 눈.코.입이 오밀조밀 어여쁘게 자리잡은 귀여운듯 하면서도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수밖에 없었지
어두컴컴한 어둠아래에 짙은 화장으로 잔뜩 멋을내며 세련됨을 뿜어내던 매혹적인 밤의 모습과는 다르게
분홍빛 입술을 포인트로 살짝살짝 귀여움을 강조한 앳된 모습의 그녀.
뒤로 당겨 묶은 작은 머리묶음 아래에 여린 목덜미가 사르륵~ 흘러내리듯 내려오며
팽팽하게 당겨진 상의 아래에 봉긋하니 솟아오른 가슴의 윤곽이
어여쁜 얼굴과 어울려 그녀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었지
조수석에 걸터앉은채로 얇고 뽀얀 두 팔을 쭉 뻗어 내 목덜미를 열심히 주무르며 토닥이는 그녀.
힘겹게 뻗은 여린 팔 아래에 그녀의 상체를 누르고 있는 안전벨트 때문일까?
잔뜩 당겨지며 흐트러진 교복상의의 하얀 단추 사이.
조금씩 벌어진 작은 틈새 사이로 젖가슴의 모습이 수줍게 비쳐 보일때
아까부터 뻐근하게 당겨오던 내 목덜미 위로, 온갖 걱정에 지끈거리던 내 얼굴은
열감이 오르는듯 살짝 달아오르며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던거 같아
"응?? 많이 아픈가보네?? 많이 안좋아요?"
목덜미를 주물러주던 작은 손길에 열감이 느껴졌던걸까?
내 이마를 짚으려는듯 작은 몸을 내쪽으로 기대며 다가오는 그녀의 몸짓에
안그래도 당겨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던 짧은 교복 치마가
더욱더 끌려올라가며 뽀얀 허벅지와 동그스름한 엉덩이가 살짝 드러나 내 눈길을 어지럽히고 있었어.
철없던 20대 초반의 나였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는듯 콧방귀를 끼며, 어쩌면 오히려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 벌어져있는 10년이 넘어가는 세월의 차이가
지금의 나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었지
"… 지현아… 내가 몇살인거 같아?"
"응?? 음….. 25살??? ㅎㅎ 좀 많이 불렀나? 미안해요~ ㅎㅎ"
그녀를 품은 그날밤에도 그렇고, 그 이후 몇일동안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었는데
우습게도 그 많은 시간들속에 한번도 그녀가 미성년자일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고
설마~ 하며 방심했던 나와, 누군가의 나이를 가늠하기에는 미숙함을 보이는
아직 10대에 머물러있는 그녀가 함께 만들어낸 이 상황.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한가득 쌓이고만 있었지
[ 이성 / 감성 ]
- 빵빵!!! 부아아앙~
즐겨 사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어플의 무한반복 기능처럼.
일정 간격을 두고 잔뜩 신경질이난 경적소리와 함께 수많은 차량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어.
한대… 또 한대…
- 빠아아아앙~~~
또다른 누군가의 화풀이와 함께 짙은 색상의 차창 넘어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듯도 했지.
서울 외곽 어느 아파트단지 입구 옆 진입로.
힘든 하루를 끝내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흐름에
불쑥 끼어들어 작은 소란을 만들고 있는 나의 모습이 참 꼴불견이라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쉽사리 내 작은 차를 움직일수가 없었어.
"똑딱. 똑딱. 똑딱."
규칙적으로 울리는 비상등의 똑딱임이 유독 커다랗게 들릴정도로
숨막히는 적막함만이 가득 들어차 있는 작은 차 안에서
답답하고 씁쓸한 마음을 애써 눌러가며 멍~ 하니 앞만 보며 앉아있을뿐이었지.
불과 한시간 전까지 옆에서 즐겁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던 지현이에게
더 이상 오해를 끌고가봤자 좋을것이 없다는 생각에
잘못 생각하고 있는 나의 나이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3' 으로 시작하는 숫자의 무게감이 그녀의 머리속을 강하게 흔들어놓은듯 했어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정신없는 TV소리가 전원이 꺼져버리며 한순간에 정적이 찾아오듯
지현이는 정말 한순간에 빨간 입술을 꼭 다물고, 하얗고 여린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며 시선을 떨구고 있었지.
조용한 침묵과 함께, 방향을 잃은채로 몇분이나 달리고 있었을까
"...오빠…. 나 집에 갈래요…."
작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오빠 라는 호칭조차 머뭇거리는 그녀를 태우고
조심스레 알려준 장소까지 달려왔지만
멈춰선 차 안에서 그녀는 여전히 손가락 끝만 만지작 거리며 머뭇거리고 있을뿐
지척에 놓여있는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지못하고 있었어
덕분에 내 차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퇴근행렬에 자그마한 걸림돌이 되어있었고
빵빵 거리는 경적소리와 똑딱똑딱 거리는 비상등 소리가 함께 뒤범벅이 된채로
언제 끝날지모를 기다림만 더해가고 있었지.
"….오빠….."
정적을 깨트리며 울리는 나를 부르는 지현이의 목소리.
힘없이 작고 미세하게 떨리는 음색에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덤덤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게 되었어
여전히 동그랗고 예쁜 두눈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것처럼 촉촉히 차올라있었고
작고 도톰한 빨간 입술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듯 움찔움찔 거리고 있었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겠는지 그냥 그렇게 아무말도 없이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계속 되고 있었지.
막상 생각해보면 10초 내외의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때는 그 짧은 침묵조차 왜 그리도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어.
"…. 오빠…. 나 갈께요…"
잠시간의 침묵을 끝낸 지현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었고
구차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지금 건네는 이 인사를 마지막으로
서로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는것이 옳은일이라는것을 알기에
그저 조심히 들어가라는 인사를 건네줄 수 밖에 없었어.
결국 지현이는 몇번 머뭇거리는 손길로 조용히 차문을 열고 내려서
축 쳐진 어깨로 터벅터벅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뒷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지현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난 겨우 차를 되돌려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지.
"그래… 이게 맞는 일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번이고 혼자 되네이고는 했는데…
교복을 입은 지현이의 모습에
아직까지도 가슴 한켠을 찡하게 만드는 그 사람이 겹쳐보였던걸까?
함께하기에는 이제 늙어(?) 버린 내 모습에. 분명 머리로는 결론을 냈고,
"안녕" 이라는 인사까지 건네며 헤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켠이 쿡쿡 쑤시며 아려오게 되더라
[ 특이점 ]
매일매일 반복되는 별다를것 없는 하루. 또 하루.
눈을 뜨고 씻고나서 출근하고, 항상 만나던 사람들과 또다시 뒤엉키며
똑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똑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또다시 똑같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고는 했지
같은 일상이 반복되다보면 하루.하루를 특정할 이슈가 없기에
어제가 오늘같고, 그날이 몇일 전이더라?, 아리송할때가 많은것 같아.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것처럼 느끼는걸까?
의학적으로는 뇌세포가 점점 노화되어가며 연산능력이 떨어지고~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냥 별 특징없는 나날들을 기억할 필요가 없기에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
오래전에 즐겁게 만났던 사람들. 가슴 설레게 좋았던일. 마음 한켠이 찢어질듯 아파왔던 기억.
하나하나의 특이점만을 기억하다보니
몇일전. 몇달전. 몇년전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느껴져
시간의 흐름을 눈치채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어.
그날도.
평범하게 흘러가던 나날들중에
나에게 있어서 특이점으로 남을 하루였었지
주말을 앞두고 한주를 마무리 하기위해 잔뜩 쏟아져내려오는 업무 지시들.
수없이 깜빡이는 회사 메신져의 대화창.
정신없이 울어대는 회사 전화기.
여기저기에서 누군가를 찾아대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사들과
당황한채로 허겁지겁 뛰듯이 걸어다니는 후배들.
어느날과 별다를것없이 똑같이 업무를 마무리하며 고된하루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모니터 아래에 걸쳐 세워두었던 핸드폰에서 짧은 알림음이 울리며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려왔어
"띵~~!!"
"오빠 나 할 이야기가 있어요. 오늘 시간 되요?"
지현이를 집 앞에 내려주며 작별(?) 한지도 어느덧 몇주가 흘러갔고
그동안 별다른 연락이 없었기에, 자연스레 인연이 아니었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정말 뜬금없이 날아온 연락이 평온했던 하루의 끝을 특이점으로 물들이고 있었지
대체 무슨 일일까…
30대 회사원이 미성년자와 만났던 일이 잘못 흘러가
큰일이 벌어지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움 절반. 그리고 심란함 절반의 나도 알수없는 복잡한 마음으로
미묘하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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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삼아 거닐던 산책로 주변으로 조금씩 피어나던 봄꽃들의 모습과
하늘거리며 흩날리던 벚꽃의 풍경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게으름을 피우며 늦은 저녁시간까지 남아있는 초여름의 어느날
지현이와 만나기로 약속한 번화가는 주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곳이라
차량을 회사 인근 주차빌딩에 그대로 둔채로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로 찾아가게 되었어
번화가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수많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지하철 입구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다보니 어느덧 갑자기 쓸쓸한 생각이 들더라
서로가 떨어지지 않으려는듯 손을 꼭 맞잡고 걷는 연인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옹기종기 모여서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한무리의 친구들.
약속시간에 늦었는지 장소를 물으며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있는 나.
가만 생각해보니,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
나의 인간관계는 어느덧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매일매일 만나는 그 사람들 뿐이더라고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본지가 언제인지…
친구의 친구.
선/후배 및 누군가의 연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또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인연이 인연을 이어주던 그런 가슴 설레이는 만남의 고리가
어느덧 나도 모르는사이 '업무' 라는 목적을 가지고, 필요에 의한 논쟁을 주고받으며,
마음이 아닌, 얼굴로만 웃고있는 메마른 인간관계로 변질되어버렸지.
'나도 참… 이제 아저씨가 되가는건가? ㅎㅎ'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며 멍~ 하니 있었던것도 잠시.
수많은 인파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며
잡생각에 빠진 나를 한순간에 건져올리더라
거의 시스루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얇고 하늘거리는 하얀 블라우스 위로
연베이지의 블레이저를 걸치고 있었는데
성큼 다가온 더위 때문인지 살짝 걷어올린 옷소매 아래
여리여리한 예쁜 손목에 걸쳐있는 금빛의 얇은 팔찌가
멀리서도 반짝거리며 눈길을 끌고 있었고
몇주 사이 조금은 더 길어진듯한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한쪽귀 뒤로 넘겨 고정되어
작은 귓볼 아래 흔들리고 있는 화려한 귀걸이가
세련된 그녀의 이미지에 더해져 쉽게 다가서기 힘들정도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어.
하지만 그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던건
엉덩이를 간신히 가릴듯한 블레이저의 끝단과 맞닿을 정도로 짧았던 미니스커트의 모습이었고
엉덩이 밑 깊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난듯한 매끈한 다리의 윤곽과
단 하나의 군살도 허락하지 않는듯한 쭉 뻗은 종아리와 함께, 한뼘에 잡힐듯한 얇은 발목이
'또각. 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에 맞춰 조심스럽게 움직일때마다
그 순간 그곳에 있는 수많은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의 걸음을 쫓아 흘깃거리느라 정신이 없었지.
누가 보더라도 신경써 꾸민듯한 멋드러진 아름다움.
'전 남친의 결혼식을 찾아가는 여자의 모습이 저런걸까?' 잔뜩 결의가 느껴지는듯한 모습의 그녀가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 다가오더니 익숙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어왔어.
"오빠. 오랜만이에요?"
거의 내 얼굴에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내 눈을 또렷이 바라보며 건네는 그녀의 인사.
태어난지 스물해 조차 되지않아, 풋풋함이 묻어나오는 얼굴에 멋들어진 꾸밈이 더해져
세련됨과 귀여움. 무르익은 어여쁨을 동시에 내비치는 아찔한 모습에
'괜히 헤어짐을 건넨건 아닐까' 잠깐의 후회가 스쳐 지나가기까지 했어.
그래도 이미 그녀와 나의 간격은 생년의 띠를 한바퀴 돌고도 몇칸 더 세어야 할정도의 차이 였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키시며 그녀의 인사에 화답을 건네게 되었지
"응… 오랜만이네. 잘지냈어?" / "나야 뭐 맨날 똑같죠~ 학교 갔다가 친구들 만나기도 하고~"
짧게 짧게 오고가는 그렇고 그런 진부한 인사말들.
몇주동안이나 서로의 삶을 공유하지 않았기에, 딱히 공감할 화제가 없었고
그녀와 나의 나이차이, 그리고 이별을 논했던 기억 때문에
서로 애매한 거리감을 두고 이야기가 겉돌기 시작한지 얼마나 됬을까
"오빠. 저녁은 먹었어요? 아직이면 나랑 같이 가요"
어색하게 내 옷소매를 잡고 묻고있는 그녀의 요청에
짧게 카페에서 이야기만 나누다 집에 가려던 내 계획은 이미 한쪽 구석으로 치워 버리고
그녀의 손길에 이끌려 잠시 걸음을 옮긴 끝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골목길 안쪽.
이국적인 가게의 한 테이블에 마주보며 앉게 되었어
[ BOBIRED ]
알리오 올리오 / 봉골레 / 투움바 혹은 해물/베이컨등이 곁들여진
온갖 파스타 메뉴쯤이야 이런저런 사람들과 만나며 익숙해져있었고
안심/등심/립아이 등등~
갖가지 스테이크 역시 너도나도 즐겨찾는 메뉴라 별다를거 없었어
그런데…
대체 내 앞에 놓인 이것이 무엇인지…
왜 이런 이름으로 불리어야 하는지 알수 없는 온갖 메뉴들이
빨간색. 초록색. 화려한 색상들로 어우러져 멋드러짐을 뽐내고 있었고
식사의 편의보다는 화려한 플레이팅에 치중된 많은 접시들을 앞에두고
대체 어디를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할지 망설일수 밖에 없었지
혼란스러워 하는 나를 앞에두고 맞은편의 지현이는
이리저리 접시의 위치를 바꿔가며 열심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자연스레 흥얼거리는 허밍과
쉴세없이 울리고 있는 셔터음이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어우러져
문득. 지현이를 처음 만났던 그 클럽을 떠오르게 만들더라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어여쁘지만 위험한 저 아이.
작고 예쁜 얼굴 아래 매끈하게 떨어지는 하얀 목선을 따라 조금씩 흘러내린 내 시선은
살짝 들어간 매혹적인 쇄골의 윤곽과 도톰하게 솟아 올라와있는 가슴의 흔적을 쫓아가고 되었고
아주 얇은 블라우스 뒤에 감춰진 뽀얗게 탱글거리던 젖가슴이 떠오르자
내 바지춤은 또다시 팽팽하게 당겨져오기 시작했어
(촉각) 손 안 깊숙히 쥐었을때 작은 손 안을 가득 채워주던 끝없는 말캉거림.
(청각) 나의 손길이 닿았을때 빨간 입술사이로 나지막이 흘러나와 버렸던 소녀의 달뜬 숨소리.
(미각) 힘겹게 숨을 뱉어내던 빨간 입술 위로 내 입술을 포개었을때, 입안 가득 밀고들어오던 꿈틀거리는 그녀의 달콤한 맛과
(후각) 내 온몸으로 퍼져 흘러들어가 오로지 그녀에게만 집중하게 만들었던 풋풋했던 소녀의 살내음.
(시각)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살짝 떨어져 바라본 시선 끝에는
빨갛게 두 뺨을 물들인채로 눈웃음 지으며 나를 바라봐주는 그녀가 있었지
그날 나의 모든 '오감'을 가져가 버렸던 그녀가 다시한번 내 머릿속을 채워가고 있었을때
그녀의 가슴언저리를 바라보던 시선을 그대로 둔채로 나도 모르게 멍하니 있었던걸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육감'이 나를 흔들어깨워 겨우 정신을 다 잡았는데
화들짝 놀라듯 다시 고개를 든 내 앞에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고있는 그녀가 앉아있었지
' 하… 망할…. 저렇게 웃고있으니 이쁘기는 무지하게 이쁘네…. '
마음속으로 읖조리는 내 심정을 알기나 할까.
나는 멋쩍게 웃으며 상황을 피하듯, 포크를 들어 내 앞에 있는 접시의 무언가를 한웅큼 꽂아 입안으로 털어넣었는데
알록달록 색채롭던 정체불명의 그 음식은 비주얼 만큼이나 강렬한 자극을 내 입안에서 뽐내기 시작하더라
맵고, 짜고, 뜨겁게 !!!
"흡!! 큽…. 이게 뭐야 "
" ㅋㅋㅋ 누가 아저씨 아니랄까봐 촌스럽게 왜 그래요 ㅋㅋㅋ "
내 모습은 누가봐도 웃긴 모습이었을꺼야
한껏 멋부리며 어른인척 행세하던 지현이도,
낙엽만 굴러가도 자지러지는 그 나잇대 소녀처럼 한껏 웃음을 머금게 되었고
덕분에 어색하게 흘러가던 분위기를 쉽사리 풀어나가게 되었지
" 아 진짜~~ ㅋㅋ 근데 오빠. 어떻게 한번도 연락을 안해요? "
" 아니 그러고 헤어졌는데, 내가 어떻게 연락을 하냐? "
" 어! 그날도 그래!!! 내가 집 가면서 몇번을 뒤돌아봤는데!! "
" 아닌데?? 한번도 안보고 집으로 잘만 걸어가던데? "
이게 대체 헤어진(?) 두 사람의 대화가 맞는건지 아리송하기는 했지만
뭐 지금 즐거우면 됬지 뭐.
" 그런데. 할 이야기가 있다며. 뭐야?? "
" 음…. 밥 다먹고요~~ ㅎ "
결국 어떤 이야기를 아껴둔건지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시 웃으며 이야기할수 있음에 만족하며
나름 가벼워진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
여담으로, 들어갈때는 가게 상표명이 이해가 안갔었는데
하나둘. 메뉴가 나오다보니 바로 이 생각이 떠오르더라
" 하… 이거였네…."
BOBIRED ??? 가게 이름이 특이하네…
BOBIRED…. Bob I red…. 밥이 레드…
홍국쌀로 지은 빨간빛이 감도는 밥공기가 테이블에 놓일때 떠오른 가게이름.
이제 이런 말장난이 재밌어지는 난 아저씨가 맞는거 같아.
[ 미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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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썰의 시리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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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1.08.26 | 삶의 전환점 _ 31 (8) |
2 | 2021.08.12 | 현재글 삶의 전환점 _ 30 (25) |
3 | 2021.08.12 | 삶의 전환점 _ 29-1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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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소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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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5 Comments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재밌게 잘봤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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