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생 1
8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당시 취업준비 중이었던 나는 엄마와 함께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었고 그러던 와중 엄마가 하숙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숙생은 어찌보면 내 먼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동갑의 여자애였다.
사실 그 애는 친척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먼 사이었다. 이종사촌의 친척이었으니 그야말로 전혀 모르던 사이라고 하는 편이 옳았을 것이다. 몸이 허약했던 그 애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시골에 살았던 그 집 부모님께서 엄마에게 부탁하여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던 것이었다.
당시 여자친구가 없었던 나는 내심 여자애가 집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우리 집은 하숙을 한 일도 없었고 계획에도 없던 일이라 그날 부로 동생의 방은 하숙생의 것이 되었다. 다행히 동생은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안에 짐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집 정리를 마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여자애의 짐이 택배로 우리 집에 도착했다. 방안에 박스를 들여놓으면서 난 정말로 우리 집에 생전 처음보는 여자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며칠이 지난 후 여자애가 집에 도착했다. 나는 곧 여자애를 만난다는 생각에 꽤나 기대를 하면서도 긴장하면서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주차장에 도착한 차 문이 열리고 여자애가 천천히 차에서 내려왔다.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는 별다른 감흥 없이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혜미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릴게요.”
“…헛, 저는 김준현이라고 잘 부탁 드립니다.”
당돌한 그녀의 인사에 나는 일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나중에 혜미한테서 들은 얘기로 내 첫인상은 꽤나 찐따 같았다고 했다. 오해가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밝혀두지만 전혜미나 김준현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가명이다.
반대로 혜미의 첫 인상은… 뭐라고 할까 좀 허약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 떄문인지 꽤나 마른 몸에 늘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조금은 고전적인 미녀의 느낌을 줬던 그녀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상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혜미로부터 캐리어를 넘겨받고 집으로 안내했다.
“고마워요.”
그때서야 처음으로 혜미는 미소를 지었다. 치아교정기를 하고 있어서인지 조금은 깨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혜미의 부모님께서 차에서 나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고 짧은 인사 뒤에 엄마에게 혜미와 돈봉투를 맡기고 돌아가셨다.
혜미는 처음 보는 사람 집에 지내는 게 익숙한 듯 했다.
“샤워를 해도 좋을까요?”
혜미는 엄마에게 인사를 마친 후, 마치 우리 집에서 몇 달은 지냈던 사람인 것처럼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혜미가 저녁식사를 하고 첫날 밤을 지낼 때까지도 나는 그녀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붙임성이 좋아 보였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혜미는 꽤나 센티멘탈한 여자애였고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 후로 며칠 동안이나 혜미와 나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었다. 당시 내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정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지금처럼 여자에게 능청을 떠는 타입이 아니었던 것도 컸다. 사실은 그때 난 좀 찐따였다. 그런데다 아침에 눈뜨면 도서관에 가서 취업준비와 포트폴리오 정리를 하다 돌아오면 저녁시간 대라 혜미랑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며칠 지내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혜미는 병원 오가는걸 빼면 나머지는 명상이라던가 재활이라던가 하는 나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보름 즈음이 지나가던 시점에서 혜미가 고향 집에 다녀오는 일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꽤나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엄마는 차를 가지고 혜미를 마중 가 달라고 부탁했다. 터미널에서 집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기 떄문에 나는 미리 차를 몰고 가서 혜미에게 전화를 했다.
[출처] 하숙생 1 (야설 | 은꼴사 | 놀이터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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