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생 2
“안녕하세요. 준현이에요.”
“네, 무슨 일이시죠?”
“실은 오늘 너무 시간이 늦어져서 모시러 왔어요.”
“앗. 버스 타고 가면
되는데”
“곧 도착하실 거 같은데, 저는
이미 주차장이에요.”
“음… 감사합니다. 혼자 갈 수 있는데”
“하하… 벌써 도착해버려서요. 곧 주차장에서 뵐게요”
“네… 감사해요”
병신 같은 대화처럼 보이겠지만 저게 혜미와 지냈던 보름간의 대화 중 가장 긴 것이었다. 10분 정도 지난 후 혜미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는 그녀를 발견하고
큰소리로 불렀다.
“혜미씨 여기”
내가 손을 흔들자 혜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차로 다가왔다. 하지만
차에 탄 혜미는 왠지 영 불편한 느낌이었다. 보통의 남자였다면 뭔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이
있었겠지만 계속 말했듯 당시 나는 개찐따였다.
“…”
“준현씨 고마워요.”
“아 넵… 감사합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왠지 막혀서인지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갑갑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혜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준현씨는…”
“…네”
“매일 어디가시는 거에요?”
“아… 넵 그… 도서관에…”
“책을 좋아하시나봐요.”
“아녜요. 그냥 취업준비
하는거에요.”
“아… 졸업하신거에요?”
“아뇨 아직 졸업대기 중이에요. 취업이
안되어서”
“그렇구나… 따로 준비하시는
게 있으신 거에요?”
“그다지… 그냥 전공 살려야죠.”
“무슨 전공이신데요.”
“경영학이긴 한데, 컴퓨터공학
부전공해서요. 아마 프로그래밍 쪽으로 하지 않을까 하네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요? 대단하시다!”
“하하… 글쎄요.”
“혜미씨는…”
“네?”
“어딘가 좀 아프신가봐요.”
“아… 저 루프스에요.”
“그게 뭐에요?”
“자가면역 질환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있었어요.”
“아… 그러시군요. 힘드셨겠어요.”
“뭐 평생 이렇게 살다보니 그러려니 해요. 그거 떄문에 대학도 못가고… 이렇게 사는거죠.”
“많이 힘드셨겠어요.”
“괜찮아요. 요샌 많이
나아진 편이에요.”
그때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혜미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게 있었다. 덕분에
먹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고 쉽게 피로해진다던가 불편한 게 많았다.
“준현씨 87년생이시죠?”
“네”
“저도 87인데…”
“엇… 훨씬 어린 걸로
봤는데.”
“준현씨도 참 ㅎㅎ 거짓말 못하는 타입이네요.”
“진짠데…”
“ㅎㅎ 고마워요.”
혜미는 나와 동갑이었다. 하지만 집에만 있어서였는지 피부가 희고 어려
보이는 게 있었다. 한동한 얘기를 이어가다 보니 집이었다.
“운전 잘하시네요. 준현씨.”
“감사합니다.”
“…”
“저 혹시 주말에…”
“네?”
“밖에 놀러라도 나가볼까요?”
“주말에요?”
“…네”
같이 살면서 주말에 밖에 놀러 가자는 말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지만 찐따였던 나에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한참을 긴장하고 있는데 그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안된다면 어쩌시려고요.”
“네? 음 역시 바쁘신걸까요…”
“아녜요 ㅎㅎ. 어디 가려고요?”
“음… 아직 생각을 안해봤는데.”
“아니, 그런것도 생각
안하고 말한 거에요?”
사실 난 안될거라 생각하고 말한거라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혜미는
갑갑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고 난 생각나는 대로
“대청호는 어때요? 봄이라
꽃도 많이 폈을 거 같은데.”
라고 둘러댔다. 다행히 혜미의 대답은 Ok였고 난 설레는 맘으로 밤을 보냈다.
[출처] 하숙생 2 (야설 | 은꼴사 | 놀이터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ssul19&wr_id=158477
[이벤트]이용후기 게시판 오픈! 1줄만 남겨도 1,000포인트 증정!!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07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