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0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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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전
사돈...01
장상기는 장래 며느리 될 희연의 가족과 상견례를 하며 앞에 앉은 희연의 어머니 송주란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가까스로 누르며 웃는 낯으로 말하였다.
[ 요즘 애들답지 않게 얘가 서두네요. 이해해 주세요! ]
[ 저희 딸도 마찬가지에요. 뭐가 그리 급한지…. ]
그 말에 희연이 엄마에게 눈치를 주곤 시아버지 될 상기를 슬쩍 보다가 눈을 내리 깔았다.
[ 우리 석호가 지 에미 없어서 결혼식 준비에 좀 서툴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
[ 별 말씀을 다 하세요~! 그런 걱정일랑 마시고 저한테 맡겨 놓으세요. 그리고 장서방이 똑 부러지니
크게 염려 안 하셔도 될 거에요~! ]
[ 네에~~! 아무튼 잘 부탁 드립니다.]
[ 저야말로 부탁을 드려야죠. 앞으로 우리 희연이를 며느리로서 귀여워 해 주세요! ]
[ 이를 말인가요. 얼마나 저한테 잘 하는지… 제가 며느리 복이 있나 봐요~~! ]
[ 호호… 그렇게 봐 주시니 너무 고맙네요~~! ]
그녀가 웃으면서 생기는 보조개에 상기는 또 한 번 가슴이 울렁거리면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고운 그녀의 보조개를 다시 보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가 그럭저럭 잘 되었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상기는 아쉬움에 다시 그녀를 엿보며 발길을 돌렸다.
결혼식 준비가 되면서 상기는 다시 사부인 되는 주란을 만나니 2월 말 봄이 다가 오는 듯
화사한 차림으로 그를 맞았다.
[ 잘 계셨어요? ]
[ 네! 사부인은? ]
[ 저야 뭐 늘 그렇죠. 애 아버지가 병원에 있으니 병치레 한다고 바쁘죠… ]
[ 네에~! 빨리 쾌차 하셔야 할텐데…. ]
[ 그러게 말이에요~! 사돈께서는 안주인이 없으시니 참 힘드시겠어요? ]
[ 어쩌겠어요… 사고만 아니었더라면 며느리 본다고 좋아할 사람이었는데…. ]
상기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버린 아내를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잠시 뒤…
[ 근데… 조경을 하신다고 하던데….? ]
[ 네.. IMF 때 회사 망하고 나니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그래서 좀 남은 재산으로 근교에 땅을 매입하여
조경을 시작했죠. 그리고 나서 다시 사업을 하다 조금 돈을 벌었는데…. 나무하고 살다 보니 그게
별 재미를 못 느끼겠더군요. 그래서 다시 조경을 하는 거죠…. ]
[ 네에~~! 사부인이 안 계시니 더욱…. 그나저나 우리 애가 사돈을 모시면 좋은데 그게… ]
[ 그런 말씀 마세요. 젊은 사람들끼리 재미나게 살도록 해 줘야죠. 그리고 저도 아직 쉰 중반도 안 되었는데
아들, 며느리 신세 질 생각 없어요~! ]
[ 아무튼 죄송스럽게 생각되요… ]
[ 별 말씀을… 그런 생각일랑 아예 마세요! ]
[ 호호…고맙습니다. ]
그녀가 웃자 상기는 다시 앞이 환해져 오는 것 같았다.
석호는 취직하자 마자 희연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고 희연은 이제 대학을 졸업했으니
장녀인 그녀를 딸로 둔 사부인은 많아 봐야 마흔 후반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희연의 밑에 아들은 유학을 보냈다고 하니 혼자서 적적할 것이다.
앞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어림짐작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 그런데 무슨 살림살이를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둘이 살 건데 조금만 하시지…. ]
[ 아유~! 별 거 없어요. 그래도 있어야 할 건 있어야 하니 조금 된 거죠.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
좀 있는 집이라 하더니 돈 쓰는 것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집안 같았다.
[ 저도 마당에 나무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데… 나무 종류도 많으시겠어요? ]
[ 네. 없는 거 빼고는 다 있죠! ]
[ 네? 호호… 사돈도~! ]
[ 하하… 맞잖아요~! 다음에 한 번 놀러 오세요~! 농장 구경 시켜 드리죠! ]
덩치가 있는 상기의 웃음에 그녀가 곱게 쳐다 보다가 응답을 한다.
[ 네에~! 정말 한 번 가 봐야 하겠네요~! 단지 사돈간이라고 너무 어렵게만 대해 주지 않으시면
다음에 친구들이란 한 번 놀러 가도록 할게요~! ]
[ 하하…사부인도! 요즘이 뭐 옛날처럼 그런가요? 요즘은 뭐 사돈끼리도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더군요...세월이 많이 달라졌죠… ]
[ 호호….그러게요~~! 제가 참 좋은 사돈 분을 만난 것 같아요~! ]
[ 저도 마찬가지죠! ]
이야기를 하는 도중 석호와 희연이 오자 이야기를 멈추고 그들을 맞았다.
결혼식을 치르고 석호와 희연이 신혼생활을 시작하자 주란은 몇 번이고 가선 반찬이며 살림살이를
챙겨 주는데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희연이라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 엄마. 어디 가? ]
[ 응? 응… 병원에 갔다가 좀 어디 가 볼 곳이 있어서… ]
[ 어디? ]
희연이 의문을 가진 듯 묻자 주란이 괜히 낯이 불거진다.
[ 엄마가 친구들하고 다니는 게 어디 한 두 번이니? 새삼 물어 보긴… ]
[ 하긴… 아빠가 저렇게 있는데 친구들까지 없으시면 엄마 정말 심심하겠다!! 근데 오늘은 우리 엄마…
왜 이렇게 멋지게 하고 나왔어?]
[ 괜찮니? 봄이라 분위기 한 번 바꿔 보려고 입어 봤는데.. ]
자신의 차림을 아래 위로 보곤 희연의 동의를 구하자 희연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준다.
마흔 중반을 갓 넘긴 그녀는 남 보기에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았고 한창 중년의 나이답게
물이 오른 듯 그녀의 풍만하면서 윤기가 흐르는 듯한 몸매였다.
주란은 사돈 댁 농장에 가면서 이런 옷을 입고 가면 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대충 해서 가고 싶지는 않았다.
[ 아이구~!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서 오세요~~! ]
서울에서 약간만 빠져 나가 넓은 대로에서 2차선으로 빠져 이삼백 미터 정도에 있는 상기의 조경 농장이다.
나무를 돌보고 있던 상기는 차가 서자 손님이겠니 하다가 사부인과 여자 두 명이 더 내리자
얼른 뛰어가 그들을 마중한 것이다.
[ 안녕하세요? 결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
[ 결례라니 무슨 말씀을! ]
주란이 같이 간 친구들을 소개하자 상기는 인사를 했고 모두 보니 제법 먹고 살만한 사람들 같았다.
같이 일하는 김씨가 가까이 오자 하던 일을 맡겨 주고 그는 단층 짜리 주택에서 서둘러 커피를 준비하여
한 잔 씩 내주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 이거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차가 마땅찮아서…. ]
[ 호호… 사돈도 별 말씀을 하세요. 커피가 맛있네요! ]
제법 넓은 농장을 돌아 보며 각 종 나무들을 보는데 김여사가 한 마디 한다.
[ 여기 땅값 많이 올랐겠네요? ]
뜬금없는 말에 무슨 말인지 모르던 상기.. 어리둥절하여 쳐다 보자 주란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한다.
[ 호호… 또 시작이다. 사돈! 여기 김여사는 땅 보는 게 일이 되어 놔서 그래요 ]
[ 아…네~! ]
‘ 여편네가 돌아 다니면서 땅 투기나 하는 모양이구나! ‘
그녀들을 안내하면서 상기는 두루 살펴 보니 세 여자 중에 그래도 사부인이 가장 낫다 싶다.
얼굴에서 풍기는 품위며 몸매며…
그리고 웃으면서 생기는 보조개는 20대 처녀가 아닌 데도 잘 어울려 묘한 조화를 이룬다.
[ 사장님. 이거 향나무 얼마 정도 해요? ]
진여사가 향나무가 맘에 든 지 몇 번이고 쳐다 보다가 물었다.
[ 그거요? 보자…. 70만원 정도 하는 거네요… ]
[ 네~! 그럼 이거 제가 사도 되요? ]
[ 사시게요? 그럼 되죠. 여기 사부인 친구 되시니까 제가 50만원에 드리죠! ]
[ 호호…고마워요 ]
그러자 김여사라는 여자도 나무 한 그루를 샀고 주란도 한 그루 골랐다.
마루에 앉아 있으니 나무들이 이제 꽃을 피우고 새 싹을 틔워 따뜻한 봄 햇볕에 더 없이 좋아 보인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로에는 차들이 바쁘게 다니지만 여긴 바쁜 세상사가 한 순간 잊혀지는 공간이 되었다.
[ 사돈… 사회 생활 하시다가 이런 한적한 곳에 있으시면 적적하지 않으세요? ]
[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지나고 보니까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 생활이 좋기도 하고요! ]
[ 네에~~! ]
[ 사장님. 여기 송여사한테 이야기를 들으니 아직 젊으시다고 하던데 왜 재혼을 안 하세요? ]
[ 하하… 재혼요? 글쎄요…. 별 생각이 없네요 ]
[ 호호… 생각 생기시면 말씀하세요. 송여사가 사돈 되는 분이 아직 건강하시다고 하던데 직접 뵈니
체격도 좋으시고 정말 건강해 보이시는데 제가 다리를 놔 드릴게요! ]
[ 하하…고맙습니다 ]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간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어선 주란의 눈에 농장 저 쪽 한 귀퉁이가 나무도 없이
반듯하게 갈이가 되어 있는 것이 보여 물었다.
[ 저긴 뭐 하는 곳이에요? 나무가 없네요? ]
[ 저기요? 제 형님 아들인 조카가 있는데 주말 농장으로 이용하는 곳입니다 ]
[ 주말 농장요? 조카 분이 나이가 많아요? ]
[ 왠 걸요… 이제 서른 중반인 걸요. 저 번에 석호 결혼식 때도 왔었는데…
하여튼 걔가 저런 걸 좋아해서 아예 저 곳은 조카 텃밭으로 해 놨어요 ]
[ 그럼 장서방은? ]
[ 석호야 어디 주말 농장 같은 거 할 만한 나이도 안되고 또 별 재미도 못 느껴 하죠… ]
[ 같이 하면 좋으련만…. ]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진여사가 한 마디 거들었다.
[ 사장님. 여기 송여사도 마당에 채소를 키우고 해요…. 조카한테 텃밭을 내주는 옆에 송여사한테도
조금 내 주시면 되겠네요? 우리도 덕분에 채소 좀 얻어 먹고…! ]
[ 하하…사부인이 원하시면 언제든 내 드리죠 ]
그렇게 해서 주란은 사돈 농장의 한 귀퉁이에 텃밭을 얻게 되었고 석호와 희연에게도 이야기를 하여
같이 다니기로 했다.
[ 언니! 형부는 좀 차도가 없어요? ]
[ 늘 그렇지 뭐…요즘은 좀 더 안 좋아진 것 같기두 하고…. ]
주란은 집에 있다가 동생 미란이 와 식사를 하며 묻자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 큰 일이네!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셔야 할 텐데… ]
[ 그러게 말이다. 조서방은 여전히 바쁘고? ]
[ 응! 출장이다 뭐다 늘 바쁜 생활이지 뭐…. ]
[ 조서방이 워낙 성격이 꼼꼼해서 매사 확실히 한다고 보니 늘 바쁜 거지… ]
[ 그건 맞아. 그냥 대충 넘어 가도 될 것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으니… ]
[ 너도 좀 심심하겠네… ]
[ 뭐 어쩔 수 없지. 근데 언니.왜 마당에 텃밭을 안 만들어? 그 자리에 못 보던 소나무가 있던데? ]
[ 응. 사돈 농장에 텃밭이 생겨서 장서방하고 희연이하고 거기 텃밭에 채소 기르기로 했어… ]
[ 그으래~? 언니 사돈 댁에 그런 곳이 있어? ]
[ 사돈이 조경 농장을 하시잖아! ]
[ 참 그렇다고 했지….. 언니. 거기 멀어? ]
[ 아니. 우리 집에서 한 30분이면 가. ]
[ 30분이면 서울이네 뭐… 언니. 나도 거기 텃밭 하나 얻을 수 있을까? ]
[ 너도 하게? ]
[ 응… 원래 나 그런 거 좋아 하잖아! ]
[ 하긴…. 넌 어렸을 때부터 나보다 더 그런 거 좋아 했으니까… 한 번 말해 볼까? ]
[ 응~! 꼭 말해 줘. 언니하고 같이 다니면 되겠다. 그렇지 않아도 사는 재미가 없었는데…]
일요일에 석호와 희연이, 그리고 주란은 함께 농장으로 향했다.
[ 엄마. 일하러 가면서 옷을 왜 그렇게 입고 와? ]
[ 응? 좀 문제니? ]
[ 그럼 문제지…. 일하러 가는 사람이 구두가 다 뭐야! ]
듣고 보니 그렇다.
[ 어서 오세요. 어서들 오거라! ]
상기는 그들을 반갑게 맞았고 희연은 깍듯하게 시아버지에게 인사를 한다.
막상 텃밭을 보니 어떻게 일해야 할 지 막막한데 상기가 하나 하나 가르쳐 주자 곧잘 따라 하는 세 사람…
그나마 나이가 좀 있는 주란은 앉아 끈질기게 씨앗을 뿌렸고 참을성 없는 석호와 희연은 금새
어디 사라졌는지 없다.
[ 죄송해요…. 애가 좀 철 없어서… ]
[ 별 말씀을 하세요.. 집안 청소한다고 가던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
상기는 쪼그려 씨앗을 이랑에 심고 있는 사부인을 보며 손을 내 저었다.
풍만한 둔부를 내밀고 손에 흙 한 번 만져 보지 않았을 것 같은 고운 얼굴의 그녀가 흙을 손에 묻히며
일을 하는 것을 보곤 또 저 번 같이 괜시리 가슴이 뛴다.
[ 조카 분은 벌써 파종을 했나 봐요? ]
[ 네… 어제 쉬는 날이라고 왔다 갔죠. 사부인. 근데 동생분은? ]
[ 가끔 올 거에요. 걔는 토요일이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
[ 네에~~! ]
일단 힘든 파종은 했으니 보름 정도 지나면 싹이 올라 올 것이다.
‘ 내일 정말 안 갈 거야? ‘
‘ 아이~! 엄만! 내일 석호씨하고 가 볼 곳이 있단 말야~! ‘
‘ 어딜? ‘
‘ 그런 게 있어. 그러니까… 호호…미안하지만 엄마 혼자 다녀 오면 안돼? ‘
한 번 가 보고 나서 힘이 든 희연이 꾀를 내는 모습이 훤하다.
‘ 젊은 애들이야 그런 거 좋아 하나. 도심에도 놀 거리가 많은데…. ‘
알았다며 전화를 끊고 주란은 내일 농장에 갈 생각에 뭘 입을까 하다가 찻잔을 들고 앉았다.
희연이는 시집 보냈으니 됐고… 밑에 아들 희준이야 대학교 다니고 있으니 고3 때처럼
뒷바라지 한다며 바쁠 필요도 없고…딱히 할 일은 없다. 그리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요즘 같아서는 텃밭을 가꾸는 것에서 뭔가 살아 가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남편이야 마흔 중반을 넘어 찾아 온 병으로 저렇게 병상에 누워 있다… 다행이 요즈음은 차도가 보여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또 집안의 재산은 넉넉한 편이니 큰 걱정은 없지만….
갑자기 사돈의 모습이 떠 올랐다.
건장한 체격에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웃음을 웃는 그…
그의 도움을 받아 텃밭을 가꾸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워지는 요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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