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세모 1

여느 하루가 시작되는 이 시각.
나는 창가로 스며드는 따갑게 내리쬐는 아침 햇살에 부시시 눈을
떴다. 그러나 나는 또다시 긴한숨을 내쉬고는 이불속으로 머리를
파묻었다. 그것은 집안식구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외치는 소리가
내신경을 거슬리게 했기 때문이었다.
“여보, 내 검은 넥타이 어디있어?”
“저기 두번째 장롱에 봐요. 그리고 여보 내 검은 나시 브라우스
못봤어요?”
“으응, 잘 몰라. 아마 벽장에 걸려 있는 것 같은데.”
“엄마, 내 청바지는?”
“몰-라! 내가 찾아봐. 나도 빨리 나가야되. 오늘은 중요한 손님과
약속이 있다말이야”
“......”
형의 물음에 어머니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하자 어느때처럼
형은 찍소리도 못했다.
“엄마, 내 양말은 어디있어?”
“몰—라!, 이 계집애야. 네가 찾아봐. 지금 나도 바빠죽겠는데
누굴 부려먹어?”
“아-잉,엄마. 나 오늘 이 양말신고 데이트 가야하는데..”
누나의 앙칼진 목소리에 어머니는 마치 그릇깨진 목소리로 더욱
화를 버럭 내버리자 누나의 우는 듯한 하소연이 귓가에 들려왔다.
문득 그때 내 방문이 열리자 이불을 젖히면서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가 머리만 쑥내밀고는 언짢은 눈빛으로 나를 한번 보더니
중얼대는 소리가 가슴에 못이 박히는 것처럼 아프게 들려왔다.
“저것도 자식이라고..”
그때 어머니가 아버지를 달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그러지 말아요. 세모도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저놈 때문에 내 회사가 망할뻔 했는데.아이고!,복장터져.
한번만 더해봐라.내가 가만두나”
“여보, 이젠 그만해요. 세모도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어요”
“모든게 당신때문이야. 의상실 운영한다고 저놈을 내버려두니까.
저꼴이 됐쟎아.”
“어이쿠!, 이젠 내까지 걸고 넘어지네. 그래 당신은 뭐 잘한게
있어?..그 년하고..”
“됐어. 그만해. 나-간다.“
거실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두고 또 한바탕의 입씨름을
하자 나는 마음이 상해서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잠시후 누군가 살며시 이불을 젖히자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가
시야에 들어왔다.
“세모야,너무 속상해하지마. 아버지가 그냥 해본 소리야.
“…….”
“엄마 갔다올께. 여기에 돈 놔둔다. 심심하면 뭐좀 사먹고 있어 ”
어머니의 정이 듬뿍 담긴 사랑스러운 위로가 조금은 내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예. 알겠어요, 어머니. 잘다녀오세요”
“그래 다녀올게. 심심하면 의상실에 놀러와.”
“아니에요. 그냥 집에 있을께요”
잠시후 모두 출근하자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서
거실로 나갔다. 이침출근 하느라 한바탕 소란이 일었는지
옷가지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냉장고에서 물한컵을 마시고는 식탁에 앉자 어머니가 차려놓은 빵과
우유가 있었고 문득 식탁위에 쪽지가 보이자 그걸 펼쳤다.
<세모야, 속상해하지마. 엄마가 항상 너 옆에 있어줄께. 엄마는
항상 너를 사랑한단다>
글을 읽은 순간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자상스러운 어머니의 정이 듬뿍 담긴 글이었다.
문득 2년전에 저질렀던 사건이 생각났다.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중견기업을 경영하시는 아버지와 강남에서 매우 큰 의상실을
운영하시는 어머니는 각자의 사업체를 꾸리시느라 거의 매일같이
밤늦게 돌아왔다.
그래서 어렸을때부터 매일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노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었고 이미 고교 1년때쯤에 내 컴퓨터 실력은
거의 웬만한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가 되었는데..
일은 그때 발생하고 말았다.
우연히 알게된 인터넷사이트가 나의 호기심을 무척이나 끌었다.
그러나,그것은 철저하게 2-3중의 방화벽으로 막혀있었고 그때만해도
그 사이트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몰랐다. 왜냐하면 그 사이트는
겉으로 국내인터넷 데이터를 관리하는 국립전산소(가칭?)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국가중요 문서뿐만 아니라 국내외 전송데이타를
관리하는 안보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설이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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