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세모 31

면회실에서 기다리자 건너편 문이 열리더니 어머니가 손에 수갑을 찬채로 걸어오는게 보였다.
예전의 여러 남자를 유혹하던 요염미와 매혹적인 미모는 어디간데 없었고 푸른 수의를 입은채 초췌한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아,그 순간 나는 진실로 어머니의 어릴 때 보았던 따뜻함과 자애스러움이 풍겨져 나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 저것이 나의 어머니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거짓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피어내는 모성애가 가슴 가득히 다가왔다.
그 순간 내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무언가 치미는 듯한 그리움이 가득 밀려왔고 나도모르게 눈에서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동시에 입에서는 어머니를 외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어머니!”
어머니가 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시선을 돌리자 어머니도 슬픔이 복받치는 듯한 눈물을 정신없이 쏟아내었다.
“흑흑흑,엉엉엉..세모야..미안하다..이런 못난 어머니를…..흑흑흑,엉엉엉”
“어머니 울지마세요.제가 꼭 구해드릴께요.조금만 참으세요”
나는 창살사이로 손을 밀어넣어 수갑찬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는 굳게 말했다.
“흑흑흑..세모야..네가 무슨 수로 ..흑흑흑..날 그냥 이대로 나둬.
나는 너무나도 많은 죄를 지었어..이제 벌을 받을때가 온 모양이야”
“아니에요. 어머니. 몇일만 참으세요 제가 꼭 구해다 드릴께요”
이윽고 면회시간이 다되자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는 놔주지 않을 테세로 버티다가
결국 교도관의 인도로 다시금 구치소로 들어갔다.
어머니의 처량한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조금전에 결심했던 나의 의지를 반드시 실현시키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날 회사로 가자 전무가 일부러 찾아와서는 혹시 아픈데가 없냐고아부하는 투로 말을 건넸다.
“유실장님, 혹시 몸이 안좋으세요..너무 열심히 일하시는 것 아니에요. 쉬었다 하세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중국건을 오늘중으로 마무리 지을려고 하는데..도저히 안되겠어요?”
내가 수차례나 말꼬리를 빙빙 돌리면서 피해나가자 그 전무도 애가 탔는지 집요하게 나를 붙잡고 늘어졌다.
아마도 내가 거절하면 자신도 회사내 불이익이 생길수 있다는 두려움때문인지 점점 다급해져 갔다.
나는 전무의 말을 한참동안 곰곰히 생각하다가 문득 말을 꺼냈다.
“만약에 제가 간다면..보수나 기타 보상은 얼마를 생각하고 계세요?”
“으음..그래요..”
드디어 전무는 내가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본격적인 금전협상에 들어갔다.
“한 몇억 생각하고 있습니다만…실장님은?”
전무의 말을 듣고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20억 가능하신지요?.내일까지 당장요”
“에엣?..20억요?…그렇게나 많이..으음..그건 지사장과 의논을 해봐야겠는데요
..으음 ..아마도 가능할껍니다.지사장도 상한선을 그쯤에 두고 있는 듯한 눈치였으니까요”
전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음날 지사장을 통해 전무가 다시 찾아와서는 OK사인을 내놓았자 나는 한숨을 지으면서 마음을 놓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마치 종신근무자 같은 노예계약서에 사인을 해야되기 때문이다.
전무가 가져다준 서류에 나의 사인을 적는 순간 지금까지 꾸었던 모든 꿈이 산산조각나는 아픔으로 한동안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았다.
..아, 앞으로 좋던 싫던 이 회사가 망할때까지 다녀야 하는구나…
허나 지금도 어머니의 화사한 웃음으로 넘치는 집안과 나의 아들이 점점 커가는 것을 보면 사인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잠시후 나는 전무사무실로 찾아가서 다른 부탁을 했다.
“전무님 부탁이 있는데요.”
“예. 뭐든지 말씀하세요.이제 실장님 말씀이면 뭐든지 다 들어드릴테니.하하하”
항상 찌뿌듯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배회하던 그가 오랜만에 웃음을 터트리며 밝은 표정을 짓자
그 동안 이 사람이 내문제로 얼마나 속을 앓고 있었는지 알만했다.
나도 모르게 속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저기 우리회사에 법률고문 변호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예. 있습니다.”
“그러면 내일쯤 그분을 저에게 소개를 시켜줬으면 하는데요.”
”물론입니다..아마 그 돈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지요”
”그건 아실 필요가 없고요.그냥 소개만 시켜주세요. 그리고 내일 수표로 준비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드려야죠..”
다음날 나는 호텔커피숍에서 회사변호사를 만나서 이런저런 자문을 구했다. 그러자 그 변호사는 기꺼히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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