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어머님 전상서 7

멀리 창밖으로 수화물을 실은 운반차량이 연실 들락거린다.
난 지친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올랐다.
지금이 오후3시 정각이니깐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아마 새벽일 것이다.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구 마지막으로 엄마를 범한 고등학교 2학년 그때로 돌아간다.
그날은 억수같은 빗줄기가 펏붓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병진아 어제 너희 엄마 봤다?"
터덜터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민수와 같이 길을 걷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민수가 엄마 얘길 꺼낸다.
"어디서?"
난 대소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노래방에서 어떤 아저씨들하고 같이 노래부르고 계시더라?"
"야 엄마가 왜 아저씨들하고 노래방에 있냐?"
난 민수가 잘못 본것이라 믿고 민수를 다그친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임마?"
"난 본데로 얘기한것 뿐이 없는데---"
"너 확실하게 봤어?"
"그럼 임마 몇번을 다시 봤는데 너희 엄마 확실해---"
"그러구 있잖아-----"
민수가 얘길 하다 말고는 뜸을 들이기 시작한다.
"왜 말을 하다가 벙어리가 되냐?"
"너 화내지 않겠다고 먼저 약속해라"
"뭘 봤길래 이렇게 뜸을 들이고 난리야"
"알았어 약속할께"
난 진진해진다.
"아저씨들이 너희 엄마 막 더듬고, 빨고, 엉덩이 속으로 손집어 넣고----"
"남자 세명이 너희 엄마를 돌아가면서 주무르고 그러더라"
민수의 그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얼굴이 달아 오름을 느낀다.
엄마가 설마 엄마가???
그렇지만 그보다도 나의 엄마에 대한 취부를 민수에게 들켰다는 것이 더욱 화나게 한다.
고등학교 2학년, 그당시 나에겐 그게 무엇보다 중요했었던거 같았다.
"너 바른대로 말해 어디까지 봤어?"
난 민수의 멱살을 움켜쥔다.
"너 그럴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말 안할려 했었는데…"
"너희 엄마 맨날 저녁에 나가서 새벽에 드러온신다며?"
"그정도면 알거 아니야----"
민수는 나의 멱살을 뿌리치며 갈길을 제촉한다.
나만 몰랐을까? 엄마에게 너무 무신경했던 내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엄마는 용서할 수가 없다.
난 앞질러 길을 가던 민수에게로 달려가
엄마를 봤다던 노래방 이름과 약도를 대충 듣고는
그곳으로 달음질친다.
후둑 후둑 후두두둑
맑았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것처럼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꿋꿋한 아스팔트 내음이 후각을 자극한다.
**노래방
교복은 이미 비에 젖여 있었다.
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노래방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가까이 가면 갈수록 들려오는 음악소리, 괴성소리, 웃음소리----
마치 날 비웃기라도 하듯 내 귓전을 자극한다.
조용히 노래방 문을 열고 드러서자
카운터에 앉은 아줌마가 나를 흘끗 쳐다본다.
"지금 시간에 학생이 오면 안돼는데----"
아줌마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나를 위아래로 흟어내린다.
난 아줌마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정신없이 노래방 룸으로 향한다.
"이봐 학생 학생----"
어두침침한 조명아래라 그런지 난 룸안을 볼 수가 없었다.
손바닥으로 원을 만들어 어렵게 룸안을 볼 수 밖에 없다.
"학생 얼른 나가"
아줌마는 나에게로 다가와 가방을 잡아 끈다
"엄마만 찾으면 나갈꺼에요"
"아니 엄마가 어딨다고 그래?"
나와 아줌마의 실랑이는 계속댔고,
"자꾸만 이러면 경찰에 신고할꺼야---"
난 그소리도 듣는둥 마는둥 하며 계속 룸안을 쳐다보려 안간힘을 쓴다.
그때 어딘선가 낯익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숙아줌마…
몇년전 우리와 함께 살았던 미숙아줌마
나의 첫여인이기도 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걸 따질 경황이 없었다.
"아줌마----"
"병진야 여기 웬일이야?"
미숙아줌마 또한 당황한 눈치다.
"엄마 어딨어요 엄마?"
"엄마가 여기 어딨어? 넌 이런데 오는게 아니야"
하지만 난 미숙아줌마가 나온 8번 룸으로 발을 옮겨 놓는다.
엄마"""
그 속에 엄마가 있었다.
민수가 말한 그대로였다.
첨음본 사내들의 손이 엄마의 가슴을 주무르는데도 엄만 환하게 웃고만 있었다.
속에서 뭔가 욱하고 치받쳐 오른다.
난 노래방 문을 왈깍 열어 젖힌다.
"엄마----------"
일순간 노래방안의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한다.
그리고 당황하던 엄마의 모습
"얌마 너 뭐야?"
사내들중 한명이 술에 취해서인지 나를 보며 손가락질 한다.
난 엄마를 한참 노려본 후 등을 돌려 나가 버린다.
"병진아 병진아"
뒤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병진아 아줌마랑 얘기좀 하자"
앞에서 나를 붙잡는 미숙아줌마…
난 두사람 모두를 뿌리치며 노래방을 나선다.
장때같은 빗줄기는 그칠줄을 모르고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난 그비를 맞으며 눈물인지 빗물인지 가름이 안되는
무언가를 연실 훔쳐내며 빗속을 달렸다.
빗줄기가 속옷까지 파고들며 6월의 한기를 느끼게 한다.
엄마가 엄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조국의 하늘위
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인천시가지의 불빛들…
인천은 조용히 새벽안개에 잠겨 있었다.
"병진아 여기야 여기"
고모가 마중나와 있었다.
"피곤하지?"
"엄마는?"
"가면서 얘기하자"
고모는 가방을 넘겨 받으며 앞장서 출입문을 빠저 나간다.
"엄마는 어때?"
고모의 승용차에 올라타기 무섭다 다시 다그친다.
"얘기들은 그대로지뭐"
고모는 공항주차장에 요금을 정산하면서 서서히 공항로로 차를 진입시켜 나간다.
새벽3시의 공항로는 한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자 이거 먹어, 시차적응 안돼서 피곤할텐데..."
고모의 손엔 피로해복제와 드링크가 들려져 있었다.
"병진아 일어나 이거라도 먹어"
엄마의 손에 감기약 두알이 놓여 있었고,
미숙아줌만 팔짱을 끼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실타니깐 왜 자꾸 귀찮게 굴어"
빗속을 달려온 탓인지 온몸이 덜덜 떨린다.
난 비에젖은 교복도 벗지 않은체 책상앞에 앉아 오늘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를 만지는 뭇남성들의 음흉한 미소…
그 손에 몸을 맡긴체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
"병진아 일어나 제발--- 병원에 안갈꺼면 옷이라도 벗자 응"
"제발좀 날 그냥 내버려둬"
난 벌떡 일어나며 반항어린 말투로 엄마를 쏘아붙인다.
"짝"
갑자기 날라든 미숙아줌마의 따귀
"철이 없어도 그렇지 ---아주 해도해도 너무한다. --- 너"
"저기 서있는 여자가 누구야 ---- 너의 엄마잖아"
"너하나 잘가르쳐보겠다구, 너하나만 바라보고 사시는 너의 엄마라고 이 못난 새끼야"
"미숙아 그만해"
엄만 한참 화가나 있는 미숙아줌마를 말리고 있다.
"나 --- 봐"
엄마가 잡은 손을 뿌리치며 미숙아줌마는 허리에 손을 언져 놓으며 씩씩댄다.
"왜 나한테 맞은게 억울해?"
"철딱서니 하고는---"
"이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의 엄마한테 손가락질 해도 넌 그러면 안돼"
"너의 엄마가 노래방엘 좋아서 다니는줄 알아?"
"그래 난 내가 좋아서 다닌다…"
"자식새끼들 버리고, 남편버려가며 내가 좋아서 다니는데…"
"너의 엄마 아니잖아 ----"
"왜 그걸 몰라?"
미숙아줌마의 눈이 벌걸게 충렬되어 있었다.
"제발좀 그만해"
엄만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엉엉 소리내어 울고 있다.
난 멀쭘히 서있어야만 했다.
속으론 옹졸했던 나를 질타하면서---
미숙아줌마는 그렇게 성을 내며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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