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엄마4
학교에 가서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았다. 교수가 앞에서 뭐라고 떠들고는 있는데,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고 있자니, 머릿속에는 온통 집에서 본 엄마의 하얀 살결과 그 떨림만 떠올랐다.
수업하는 여자 교수의 몸이 슬쩍 눈에 들어온다. 쉰은 넘었을까, 화장을 두껍게 고쳐 발랐지만 가릴 수 없는 눈가의 주름이며, 푸석해 보이는 살집을 보니 역겨운 상상에 고개가 저어졌다. 솔직히 나는 나이 먹은 여자들은 성욕 같은 건 아예 없는 줄 알았다. 성이란 건 40대가 넘어가면 끝나는 것이고, 아줌마에게 성적인 단어는 그저 남부끄러운 얘기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내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숨을 헐떡이며 움찔거리던 엄마의 몸은 나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해 곪아 터진, 억눌려 있던 날것의 터질 것 같던 욕망이 그대로 전해져 왔었다. 그 고고한 엄마가 움찔거리며 신음하던 잔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아, 가랑이 사이가 바짝 서기 시작한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기분이 찝찝하다.
집에 도착하니, 불이 다 꺼져 있고 엄마는 없었다. 터덜터덜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켜고 멍하니 숏츠를 넘겨봤다.
얼마나 지났을까, 현관문 도어락 소리가 들리더니 엄마가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꽤 늦은 시간이었다. 방에서 나가며 슬쩍 물었다.
"늦었네?"
"어, 회식했지. 밥은 먹었어?..."
엄마는 말끝에 짧게 호흡을 섞으며 피곤한 듯 물었다.
"어, 대충 먹었어."
"여기 오는 길에 호떡 사 왔으니까 출출하면 먹어..."
엄마는 힐을 벗고 거실 탁자에 검은 비닐봉지를 내려놓더니 곧장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엄마가 지나간 자리에 알코올과 고기 냄새가 훅 끼쳤다. 뺨이 발그스레해져서 방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데, 순간 머릿속에 찌릿하게 필름이 감겼다.
'지금 씻으러 들어가면….'
엄마는 한 번 씻으러 들어가면 보통 20분에서 30분은 안 나오니 나한테는 완벽한 기회이자 충분한 시간이었다.
거실 쇼파에 앉아 숨을 죽였다. 휴대폰을 쥐고는 있었지만 온 신경은 엄마의 소리에 곤두서 있었다. 잠시 후, 엄마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물줄기가 쏴아아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벽을 타고 진동했다.
'지금이다.'
나는 후다닥 쇼파에서 일어나 발소리를 죽이고 엄마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방 안에는 엄마가 방금 벗어놓은 옷가지들이 침대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블라우스와 치마, 그리고 그 사이에 툭 떨어져 있는 살구색 팬티와 브래지어, 검은색 스타킹이 눈에 들어왔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 저걸로 자위하는 쾌감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엄마의 팬티를 집어 들었다. 코를 박고 숨을 깊게 들이쉬자, 평소보다 훨씬 진하고 시큼한 엄마의 살 냄새와 땀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체온이 배어있는 천 조각이 유독 축축하고 뜨겁게 느껴졌다.
참을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바지를 내렸다. 서서 한 손으로는 팬티를 코에 댄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얇고 부드러운 스타킹을 자지에 대고 거칠게 비비기 시작했다. 들킬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과 짜릿함이 뒤섞여 미칠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금방이라도 쌀 것처럼 아랫배가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지잉- 지잉-
절정에 오르기 직전, 침대 머리맡에 던져져 있던 엄마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무시하고 끝내려고 엉덩이에 힘을 주는데, 화면이 번쩍이며 꺼졌다가 다시 지잉- 하고 울려댔다. 자꾸만 흐름을 뚝뚝 끊어놓는 진동 소리에 순간 짜증이 확 치밀었다. 동시에 이 늦은 시간에 대체 누가 이렇게 급하게 연락을 해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지를 붙잡은 채 슬금슬금 폰 앞으로 다가갔다. 액정을 톡 건드리자 화면이 켜졌다. 다행히 잠금장치가 걸려 있지 않아 밀어서 잠금해제를 하니 메인 화면이 그대로 열렸다.
화면 맨 위쪽 상단 바에 낯선 어플 아이콘과 함께 알림 팝업창이 떠 있었다. 또다시 알림이 울리며 메시지 내용이 표시된다.
[자기 다음주 목요일 쉰다고 했지? 내가 말한 고기집. 거기 가보자]
순간 머리를 둔기로 세게 얻맞은 것처럼 눈앞이 번쩍했다. 손에 들고 있던 스타킹을 떨어뜨릴 뻔했다. 심장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내렸다.
나는 서둘러 손에 쥐고 있던 엄마의 팬티와 스타킹을 침대 위로 팽개쳤다. 흥분감 따위는 사라지고 차가운 소름만 돋았다. 대충 바지를 추슬러 올리고 지퍼를 채운 뒤, 떨리는 손으로 엄마의 폰을 움켜쥐었다.
상단 바의 알림을 누르자 바로 '앙톡' 대화창으로 연결됐다. 화면 가득 오늘 주고받은 듯한 대화 내역이 쫙 떴다. 둘이서 주고받은 대화에 기가 찼다. 스크롤을 올려 첫 대화 시작부터 천천히 훑어본다.
[남자: ㅎㅇ]
[엄마: 안녕하세요]
[남자: 몇살? 사는곳?]
[엄마: 41이요. oo동.]
무슨 조건만남이나 번개팅 하는 새끼들처럼 나이와 지역을 대충 던지더니, 곧바로 사진 교환이 이어져 있었다. 남자가 보낸 사진은 가관이었다. 웬 아저씨가 화장실 거울 앞에서 웃통을 까고 찍은 몸에 문신 가득한 셀카였다. 더럽고 역겨워서 눈이 찌푸려졌다.
그런데 그다음에 엄마가 보낸 사진을 보고 나는 숨을 멈췄다.
얼굴은 잘라버렸지만, 분명히 우리 집 안방 전신거울 앞이었다. 엄마는 얇은 가운을 입은 채로, 풍만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을 그 새끼한테 찍어 보낸 것이었다. 엄마가, 이름도 모르는 어플 속 새끼한테 자기 몸 사진을 물건 파는 것마냥 보냈다는 사실에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 둘의 사진 밑으로 두 사람의 소소한 대화가 이어졌다. 남자는 이런 짓이 아주 일상인 것처럼 익숙하고 능숙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남자: 몸매 장난 아니네요. 저는 혼자 산 지 좀 됬어요 혼자세요?]
[엄마: 남편이 중국으로 발령 나서 가 있어요. 바빠서 그런지 한국에는 잘 안 들어오네요...]
[남자: 아, 기러기시네요 외롭겠어요ㅜ. 원래 멀리 떨어져 있으면 눈에서 멀어지고 마음도 멀어지는 법인데.]
[엄마: 그냥 저냥 살아요. 요즘은 정말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네요..]
남자는 이혼하고 혼자 산다며 제 처지를 슬쩍 흘리면서 엄마의 외로운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엄마는 거기에 장단을 맞추며 남편이 집을 비워 쓸쓸하다는 넋두리까지 술술 털어놓고 있었다.
[남자: 원래 다 그렇게 살아요ㅎ 그래도 가끔은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엄마: 주말엔 가끔 교회 가는데 그것도 그냥 그래요. 매일 집, 마트만 반복하니까 지루하네요.]
[남자: 에이, 자기는 집안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비주얼인데ㅋ 앞으로 나랑 재밌게 지내면 되겠네.]
[엄마: 말이라도 고마워요 ㅎㅎ..]
남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엄마의 일상을 위로하는 척했고 엄마는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들고 있었다.
[남자: 혼자 사시는 거나 다름없네.. 애는 있어요?]
[엄마: 남편 애가 있어요. 남편이랑은 자식이 없어요.]
[남자: 아, 전처 자식 키우시는구나. 몇 살인데요?]
[엄마: 23살이요. 대학생이에요.]
[남자: 다 컸네ㅋ 안 불편해요? 새엄마 무시하고 그러진 않나.]
[엄마: 전혀요. 애는 착해요. 어릴 때부터 키워서 정은 많이 들었어요.]
나를 향해 보여주던 그 선하고 따뜻한 미소의 배후가 고작 이런 거였다니. 친자식이 아니라 선을 딱 그은 그 대화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따뜻한 미소 하나, 다정한 칭찬 한마디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했던 내 모든 시간들이 순식간에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나는 엄마를 진짜 엄마로 생각하며 내 모든 마음을 다 줬는데, 엄마에게 나는 고작 '남편이 데려온, 정은 좀 붙은 전처 자식'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다가왔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툭 떨어질 것만 같아 아랫입술을 씹었다
남자는 엄마의 자존감을 채워주며 교묘하게 대화를 이끌어갔다.
[남자: 어쩐지 아까 보낸 사진 보니까 몸매가 너무 고우시더라ㅎ 아가씨 인줄 알았어요. 실물이 더 예쁘단 얘기 자주 듣죠.]
[엄마: 부끄럽게 자꾸 몸매 얘기만 하세요... 변태 같아요.]
[남자: 변태라니요ㅋ 자기가 너무 매력적이라 솔직하게 말한 건데. 난 거짓말 못 해요. 직접 보면 알거에요 우리 친해지면 한잔해요.ㅎㅎ 외로운 사람끼리]
그 낯뜨거운 멘트를 끝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끊기지 않고 일주일 정도 더 이어져 있었다. 하루에 몇 번씩 안부를 묻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 대화에는 노골적인 기류가 흘렀다. 엄마의 몸매를 들먹이며 칭찬하는 남자와, 엄마는 그때마다 짐짓 빼는 척하면서도 남자의 요구에 자신의 사진을 보내곤 했다.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자 오늘 주고받은 대화가 나타났다. 대화창은 오늘 저녁 6시쯤, 남자가 보낸 메시지를 끝으로 잠잠해져 있었다.
[남자: 지금 여기 000에서 기다려.]
이 대화를 끝으로 4시간쯤 지난 뒤, 그러니까 내가 엄마 방에 몰래 들어와 있던 그 순간부터 새로운 메시지들이 실시간으로 도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남자: 잘 들어갔어?]
[남자: 아까 자기가 너무 좋아하니까 나도 힘 좀 썼네ㅋ 아직도 흥분이 안 가라앉는다.]
[남자: 목요일이 벌써 기다려진다ㅎ 집 도착하면 톡해.]
엄마가 이름도 모르는 어플 속 새끼를 만나 모텔 방 침대까지 기어 들어갔다는 사실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면서 현실감이 뚝 떨어졌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남편이 데려온 전처 자식인 나에게조차 고상하던 엄마가, 왜 저런 나이 든 아저씨랑 구질구질하게 엮인 걸까.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병신이라도 이 대화를 보면 두 사람이 모텔 방에서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움켜쥐고 주머니에서 내 폰을 꺼내 들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켜고, 엄마의 휴대폰 화면 위로 렌즈를 가져다 댔다. 대화창의 맨 위로 스크롤을 올려 남자가 보낸 저질스러운 사진부터 한 장 한 장 화면을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정적 속에 작은 셔터음이 울릴 때마다 아슬아슬한 소름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화면을 전부 찍은 뒤, 나는 엄마의 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침대 위에 팽개쳐두었던 스타킹과 속옷도 서둘러 처음 놓여 있던 모양대로 대충 매만져두었다. 바지매무새를 서둘러 추스른 뒤, 안방 문을 여기 위해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저 기분 좋은 자위를 하려고 옮겼던 발걸음은 최악이 되었다.
안방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그저 엄마의 냄새를 맡으며 은밀한 쾌락이나 채울 생각뿐이었다. 매일같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던 그 엄마의 채취를 밟으며, 혼자만의 욕망을 만족시키면 그만인 짓이었다. 하지만 내 손에 남은 건 겨우 몇 분 전까지 낯선 아저씨의 아래에서 헐떡였을 엄마의 체취뿐이었다.
가슴속이 온통 흙탕물로 뒤범벅된 것처럼 더럽고 메스꺼웠다. 기분 좋은 흥분감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머릿속은 배신감과 서글픔,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집착으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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