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사모님과 4
법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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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세 번 연딸을 하고 나자 허무감과 함께 현타가 왔다.
어쩐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샤워까지 하고 났더니 몸이 나른해 지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침대에 누워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를 고민했다.
역시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목사님 사모와의 짜릿한 일탈은 너무나 자극적이었지만,
여긴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고향 동네였고, 난 그 동네에서 떡방앗간을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모든 것이 끝장난다.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아니다.
카톡과 통화를 하기는 했지만, 그 대화 어디에서도 불륜의 냄새가 드러나진 않았다.
사택에서의 일이나 지하주차장에서의 일은 본 사람이 없다.
이쯤인가.
아쉽긴 했지만, 오히려 포기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했다.
그래 차라리 잘됐다.
연애든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결별을 이야기할 것도 없다.
교회를 그만나가면 그만이다.
성공적으로 뚫은 좋은 영업처를 잃는 것은 아까웠지만,
내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껏 확보한 손님들 전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긴 할 것이다.
핑계가 필요했다.
처음엔 단순하게 암자 핑계를 댈까 하다가 순전한 내 일로 암자 스님들에게 더러운 뒷말을 듣게 하는 게 미안해졌다.
정면돌파를 하기로 했다.
다음 날 난 목사님을 찾아뵙고 교회를 그만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아니. 형제님. 갑자기 왜요?"
"기정 할머니 소개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좋은 점디 많았습니다. 성도 분들도 모두 친절하시고 떡집에 손님도 많이 늘어서요."
"그런데요?"
"목사님도 그렇고 모두 좋지만, 제가 종교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네?"
"전도사님이 하고 계신 성경 공부를 쭉 참여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성경도 열심히 읽었는데 전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믿어지지 않아서요.
제 자아가 너무 강하더라고요.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교회에 다녀보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형제님. 누구나 처음엔 그럴 수 있죠. 2천년 전 신의 아들이 죽어서 인류 모두가 구원받았다는 걸 쉽게 믿을 수 없는 게 당연해요. 저도 그랬습니다."
목소리가 성스러운 목사님은 교회를 그만두겠다는 내 말에 조금도 당황하거나 짜증스러워하지 않고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 나를 설득하려 했다.
"신을 믿을 수 없다면 사람을 보고 다니셔도 괜찮습니다."
"네?"
"단번에 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신앙은 강요하거나 가르쳐서 길러지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돕겠습니다."
내가 더 당황했다.
목사님은 누구와 만나든 마칠 때마다 하시던 기도 타임도 건너뛰셨다.
"인간에게 원죄가 있으니 교회를 다녀 구원받아야 한다거나 죽어서 천국에 가기 위해 교회에 다니라는 말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종교는 현생에 도움이 돼야 합니다. 그저 교회에 나와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사업도 잘되고 있다니 그걸로 좋지 않습니까?
제가 형제님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진심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처음부터 느낀 거지만, 영성이 넘치는 목사님의 목소리엔 신뢰감이 가득했다.
어제 부인의 팬티를 봤다는 죄책감도 들지 않을 만큼 설명할 수 없는 성스러움이 있었다.
의외로 죄책감 같은 게 들지 않았다.
다만 이 좋은 사람 앞에서 거짓말을 늘어놓기 싫다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을 뿐이다.
교회 중단 선언을 실패하고 집에 돌아왔다.
신기했다.
목사님과 만난 후 사모님에 대한 욕망이나 흥분 자체가 스르르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었지만, 어쩐지 해결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되자 해야할 일들이 보였다.
떡은 단시간에 할 수 없다.
전날 씻어서 불려 둔 쌀을 빻아 쌀가루를 만드는 것부터가 작업의 시작이다.
주문량이 늘어버려서 난 매일 하루 두 번씩 쌀을 씻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문이 없는 날도 쌀가루를 확보하는 일만은 멈추지 않는다.
한 말 반의 쌀을 씻고 났더니 진이 빠졌다.
씻은 쌀을 물에 담가 두고 방으로 올라가 두 시간 정도를 잤다.
깨고 났더니 배가 고팠다.
장사꾼에겐 밥 먹는 것도 영업의 일종이다.
난 절대로 배달 주문을 하지 않는다.
직접 식당을 찾아가 식당 주인과 얼굴을 맞대고 친절하게 웃으며 혹시 떡이 필요할 땐 우리 방앗간을 찾아달라는 말을 해둔다.
뭘 먹지?
작은 동네였지만, 동네엔 몇 개나 되는 식당이 있다.
중국집이 2곳이나 있었고
흑돼지 집도 하나 있었고
삼거리 식당이라는 정육식당 겸 포차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자주 곳은 대룡 식당이라는 백반집이었다.
청국장이나 뚝배기 불고기 같은 것들이 메인 메뉴였는데, 유일하게 아침 식사가 되는 곳이었다.
청국장이나 먹을까 하고 대룡식당을 갔더니 점심 타임이었다.
아! 실수다.
농번기 대룡 식당은 논과 밭으로 배달 주문에 집중하기 위해 홀 점심 영업을 하지 않는다.
중국집을 갈까 하다가 갈비탕 생각이 났다.
차로 7분 정도 떨어진 옆옆 동네에 꽤 유명한 갈비탕 식당이 있다.
갈비탕이나 먹고 올까 싶어서 차를 몰고 평소라면 잘 가지 않는 갈비탕 집으로 갔다.
홀의 테이블 좌석에 앉아 갈비탕을 주문하고 핸드폰을 보면서 갈비탕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분리된 룸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손님들이 보였다.
이용남 장로님이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려고 일어서는데,
함께 나오는 사람도 눈에 익었다.
여신도 회장인 최정분 집사님이었다.
두 분이서 식사를 하러 오셨나 하고 무심히 생각했는데, 나를 발견한 두 사람이 무슨 큰죄라도
저지르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안절부절 못하는 거였다.
"밥 먹으러 왔나?"
"네. 일하다 때를 놓쳐서요. 청국장 먹으러 대룡식당에 갔었는데, 점심 영업을 안하더라고요."
"그래. 맛있게 먹고 와. 계산은 하지 말고. 내가 하고 갈 테니까. 아. 그리고 노파심에서 말하는 건데, 나랑 최 집사 봤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네."
불륜이다.
최 집사님은 얼굴이 더할 수 없을만큼 달아올라서 내 눈을 똑바로 보지도 못했다.
장로님은 뻔뻔한 얼굴로 내 밥값을 계산하고 나갔고 곧 주인이 갈비탕을 가져다 줬다.
"잘 먹겠습니다."
"혹시 아는 분들이세요?"
"아. 네."
"대체 뭘하시는 분들이에요?"
"네?"
"부부 사이 아니죠? 내 참 민망해서. 오는 손님을 오지 말라고 쫓아낼 수도 없고. 정말 죽겠다니까요."
주인은 갈비탕을 가져다 주다가 방안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현장을 두 번이나 목격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교회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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