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지역 식당, 유부녀 사장4
4.
후임놈의 이야기를 듣고는 '시발 그럼 그 사장을 자빠트릴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식당에 다시 돌아갔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후임놈이 한 이야기가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렇기에 영화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그녀의 반응이 거북함에 가까웠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거절 당할 걸 알고 있었고. 그녀의 뒤편으로 보이는 것들을 생각하면 거절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주요?"
그녀가 되물어 왔다.
"이번 주는 좀 바쁜데."
시발 뭐지?
'미친새끼 아니야!'라는 욕지기가 터져 나와야 하는 상황이건만 그녀는 그저 곤란하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번 주말에 외박 나오는 거예요?"
"네."
거기서 병신같이 다음주도 됩니다. 같은 곁가지 말은 덧 붙이지 않았다.
아니 그냥 그 순간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거절 당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가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두려움을 꾸욱 눌렀다.
두려움을 참아내는 남자. 대한민국 육군 병장이니까.
"토요일은 안돼요."
여전히 나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기만 했다.
사장은 부담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일요일 오후에는 괜찮아요."
평온하던 심장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지만 억지로 억눌렀다.
"전화번호 좀 주실래요?"
나는 군인수첩과 볼펜을 내밀었다.
그 순간 사장은 긴장이 풀린 사람처럼 피식 웃더니 펜을 받았다.
수첩에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적던 사장은 뒤에 네 자리를 남겨두고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다 적어서 돌려줬다.
"그럼 일요일에 뵈요."
난 그말과 함께 최대한 천천히 걸었다. 자꾸만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 같아서.
정류장으로 돌아오자 막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말을 걸진 않았다.
부대가 있는 동네로 돌아가 얘들 간식과 담배를 사서 시간을 떼우다가 복귀했다.
복귀 신고를 하고 애들에게 간식과 담배를 나눠주고 점오 준비를 하고 그저 평범하게 시간을 보냈다.
다만 누구와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생각 할 것이 많았으니까.
'내가 본 것들은 뭐였을까?'
식당 한 켠에 위치한 장난감 유아용 책가방, 학용품.
묘하게 짠내가 나는 생활 도구들.
그 싸가지 없는 할매의 손녀라기엔 나이차가 말이 안되고.
딸이라기엔 전혀 닮은 구석이 없다.
그런 혼란한 정보들이 머리를 어지럽혀 깊게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취침시간이 다가올 때.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래, 전화 하자.'
근데 빌어먹게도 전화카드가 없었다.
병장이 된 뒤로 친구가 고프거나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전화카드를 산지가 너무 오래 됐다.
후임들을 족쳐 전화카드를 찾았지만 전화카드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즈음 수신자부담이란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던 시기였으니까.
'미치겠네.'
전화를 안하고 싶진 않았다. 헌데 수신자부담으론 쪽팔려 뒤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난 대한민국 육군 병장이고 수치심 같은 거 모르는 남자니까.
수첩을 보며 수신자부담으로 전화를 걸었다. 첫 3초에 내가 누구인지 확인을 해줘야 하는 상황.
여 사장이 전화를 받는 순간 말했다.
"나예요. 아까 번호 받아 갔던 ㅇ병장."
반대쪽에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윽고 안내 목소리가 전화가 연결 되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나는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선빵을 날렸다.
"아, 미안함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와서."
"키키, 누군가 했어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그리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음부턴 휴대폰으로 전화하던지 할게요."
"푸핫, 그 휴대폰 수신도 가능해요?"
"일과시간엔 전화를 못 받으니까. 내가 전화할게요."
"잘 들어갔어요?"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린다.
골동품에 가까운 공중전화기였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하게 들린다.
우린 약 5분가량 대화를 하다 내가 먼저 대화를 끊었다. 좀 있으면 취침시간이었으니까.
"내일 또 전화해도 돼요?"
사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
"군대에 있는 휴대폰으로 할거예요?"
"그럴게요."
"그냥 오늘처럼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해요."
"군인 휴대폰 무시해요?"
"아뇨........ 그냥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해요."
그렇게 묘한 말을 끝으로 첫 통화가 끝났다.
침낭에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심장이 뛰고 자꾸만 귓가의 여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다음날 급하게 외박 신청을 했다.
인사계가 인상을 찌푸리다가 'ㅇ병장님이니까 이번만 해드리는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처리해줬다.
다음날 곧장 전화를 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공중전화는 콜백이 되지 않기에 몇 분 뒤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전화를 받았지만 수신을 거부했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뭐지?'
분명 어제 분위기 좋았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된다고?
이대로 외박이 파토나면 난 나가서 뭘하나 짜증이 올라왔다.
다음날 일과내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멍청하게 하루를 마치고 점오 시간 직전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엔 받았다.
"아, 어젠 미안해요. 받을 상황이 아니어서."
그 맑은 목소리를 들은 순간 분노가 눈녹듯이 사라졌다.
"수신 거부하면 전화 못받는단 신호로 알면 되는 거죠?"
농담처럼 어제의 상황을 빗대어 말했다. 빵 터진 웃음이 돌아올 거라 생각햇지만 어쩐지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그렇게 해줘요."
멈칫 일,이초 사이로 대화가 단절된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렇게 주말이 될 때까지 몇번 통화가 오갔다.
그 다음날은 내가 통화를 할 수 없었고, 그 다다음날은 또 그녀가 수신을 거부했다.
금요일이 되어서야 겨우 다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진짜 통화하기 너무 힘드네요."
"그러게요. 군인이란게 확실히 체감이 되네요."
서로의 나이나 고향이나 그런 것들은 묻지 않았다.
그저 영화를 뭘 볼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그런 겉도는 대화만이 계속 오갔다. 그녀도 그걸 의도한지는 모르겠지만.
얼추 날짜를 정하고, 영화를 정하고, 시간을 정했다.
"토요일에 나오면 뭘 할꺼예요?"
"글쎄요. 일단 옷이나 살까 생각 중이에요."
"파핫!"
어쩐지 그녀가 빵터졌다.
"그거 알아요? 군인이 군복 입는 것보다 사제복 입을 때 군인 티가 더 나더라고요."
"근데 군복 입고 돌아다니면 사장님이 불편하지 않겠어요?"
"뭐, 군복무 하는 남친 만나러 온 여친처럼 보겠죠."
"에이."
"이거 왜이래요? 나 아직 밖에 나가면 아가씨라고 하는데."
정확히 저렇게 이야기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농담 사이사이, 웃음 사이사이에 아무리 말하지 않았음에도 서로의 정보가 간접적으로 비친다.
아마, 그녀도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에 그녀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나 일요일에 5시까지 밖에 못 있을 거 같아요...."
일정이 있어서 그 이후론 안된다고 하던가.
일요일 오후에 만나 5시... 빠듯하기 그지 없는 시간이었지만 크게 기대 같은 건 없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고 이야기 했다.
"네가 왠일이냐? 애인만나러 가냐?"
"이대로 외박 날아가는 거 너무 아까워서 말입니다."
a급 군복까지 입은 나를 보며 낯설어 하던 보급관은 자신도 가는 길이라며 동네까지 태워다 주었다.
약속은 일요일이었지만 약속 장소 일대를 둘러 보았다.
개미 좆만한 영화관, 동네 카페, 식당, 등등 한 바퀴를 둘러본 후 피시방에서 시간을 떼웠다.
그렇게나 좋아했던 게임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개미 좆만한 영화관이라도 토요일엔 조금 젊은 사람(그래봐야 학생들)이 좀 있었는데.
일요일은 도시의 평일과 같이 사람이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영화관 한 가운데.
역시나 낡아빠진 개미좆만한 영화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가 떡하니 서 있었다.
그 당시 유행했던 길쭉하게 빠진 스키니진과 타이트하게 붙는 티셔츠.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와 조금은 높은 듯 보이는 하이힐.
그녀의 말마따나 그녀를 보는 사람들은 나와 그녀의 나이차 같은 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고 풋풋해 보인다.
나는 그곳에서 또 한번 부조화를 느꼈다.
역시나 이 여자는 이곳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왔어요?"
나를 보는 그녀는 어쩐지 어색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나온 자신의 행동 자체를 후회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저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말이 나오려 할 때 영화표를 보여주었다.
"팝콘 먹어요?"
"....벌써 표 끊었어요?"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팝콘과 음료를 샀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당시 마블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막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그녀와 나는 로맨스 영화를 봤다.
내용은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대신 팝콘을 집다가 겹치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과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는 비누향만 선명했다.
특히 그녀와 팔뚝이 겹칠 때마다 느껴지는 그 특유의 부드러움이 허리춤부터 묘한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피부가 미묘하게 닿을 때마다 물건이 뻗뻗하게 굳어 풀려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와! 재밌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녀는 어쩐지 기분이 더 나아진 얼굴이었다.
우린 당연하게 밥을 먹고, 카페를 갔다.
중간에 거리를 좀 걸을까 싶었지만, 그녀가 거절했다. 걷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화는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역시나 서로의 정보에 대한 것들은 미묘하게 피해가는 대화.
서로 장난을 치고 툭툭 건드리기도 하며 마치 썸타는 연인들과 같이 놀았다.
그렇게 얼마나 정신 없이 놀았을 까. 문득 시계를 봤을 때 시간은 4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헤어질 시간이네요."
내가 먼저 말을 했음에도 그녀는 답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터미널 가는 길과 식당의 방향이 같았기에 천천히 그쪽으로 걸었다.
돌아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급속도로 말이 없었다.
그 분위기가 무엇인지 몰랐기에 나도 말 없이 그녀와 함께 걸었고.
그런데.
"혹시, 노래 잘해요?"
이건 또 뭘까?
#
갑작스런 그녀의 제안.
우린 대낮에 술 한병 마시지 않고 노래방에 들어섰다.
가게 오픈을 하던 멍청한 알바생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릴 방으로 안내했다.
"저기 방 쓰면 안되요?"
여사장은 우리가 들어가야 되는 방 말고 더 안쪽의 방을 가리켰고, 멍청한 알바생을 그러라며 세팅을 해줬다.
노래방에 들어왔음에도 그녀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그 당시 군대에서 즐길거리라곤 헬스와 노래방기기 밖에 없었던 나는 한창 꽂혀 있던 이적의 '다행이다'를 불렀다.
사실 '고해'를 부르고 싶었지만 그 시절에도 그 노래는 워낙 극혐인 곡이었기에 이적 노래를 불렀다.
여자는 노래를 다 듣곤 놀랐다는 듯 박수를 치고 또 해보라며 자신의 신청곡을 말했다.
'낫씽베러' '취중진담' 대충 이런 노래들.
세 곡을 연달아 부를 때쯤엔 어느새 그녀는 내 옆에 바짝 기대어 팔짱을 끼고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와 삼두에 느껴지는 몽긋하고 부드러운 살덩이
쫙 달라 붙은 스키니진 위에 어정쩡하게 올려져 있던 내 팔.
의도하진 않았지만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물건은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나 이제 목 아픈데. 한 곡 불러봐요."
"난 못 불러."
"파핫, 아니 그럼 왜 노래방에 오자고 한 건데?"
"난 듣는 걸 더 좋아하니까. 또 불러줘."
"진짜 목아파."
"거짓말 하지 말고."
노래를 하냐 마냐로 작게 실랑이를 했던 거 같다.
내가 튕길수록 그녀의 가슴이 자꾸 내 팔을 누르는게 느껴지는 게 좋아서.
그때 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그럼 뽀뽀 한번 해줘요."
솔직히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면 안되는 상대라 생각했고.
군대 오기 전까지 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마 그 당시 2년동안 제대로 욕구를 풀지 못한 물건이 말을 한 거 아닌가 생각했다.
"..........."
그녀의 눈길이 싸늘했다.
좆대꾸나 싶었다. 방금 전까지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녀는 한참이나 말을 하지 않고 싸늘하게 바라보다 여지껏 불렀던 노래들을 전부 다시 예약하기 시작했다.
반주가 시작하고 말 없이 마이크를 내미는 탓에 나는 얼떨결에 다시금 노래를 시작했는데.
그녀는 더 이상 내게 기대지도 않고 팔짱과 다리를 꼰 채 냉정하게 모니터를 바라봤다.
시간은 20분 정도 남았기에 빨리 이 노래만 끝나고 도망쳐야 겠다 생각하던 찰나.
"!"
그녀가 갑자기 내 위로 올라와 안겼다.
"계속 불러."
[출처] 위수지역 식당, 유부녀 사장4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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