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해변에서 흑인한테 따먹힌 여친 (8편)

이 전화를 받아야 하나...
8번째 전화 역시 받지 않았더니 사서함으로 보내졌다.
10분쯤 지났나. 또 다시 울리는 전화.
9번째 전화다.
여기서 받지 않으면 계속 전화를 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오의 번호인지 모르는 척,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준입니다"
"준.. 나 미오야."
"..."
미오의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흔들렸다.
"준...?"
"..."
미오는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미오가 우는 소리를 듣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랑 얘기좀 하자..."
내가 한숨을 쉬며 차갑게 대답했다.
"아직 약속한 두 달 안 지났잖아."
미오는 내 대답에 놀랐는지 잠깐 아무 말 없이 훌쩍였다.
"제발 얼굴 한번만 보고 얘기하자. 어디서 지내고 있어?"
"아직 4주나 남았잖아. 나중에 얘기하자."
그렇게 말한 난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
내가 한번도 미오에게 보인 적 없는 냉철한 모습.
절벽 아래에서의 미오가 떠올랐다. 나와 민지를 보며 당황하던 흑인의 정액이 잔뜩 묻은 알몸의 미오도...
항상 내 옆에서 잠자던 미오의 알몸을 생각하자 아랫도리가 부풀어 오르는게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민지가 단골이었다는 바닷가 근처의 브런치 카페에 갔다.
민지는 딱 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늘은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탱크탑에 흰색 핫팬츠를 입고 꽤 큰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나왔다.
"...? 뭐야. 오늘 컨셉은 루피야?"
"... 루피 주먹으로 쳐맞을래?"
원피스 드립을 쳐도 알아듣다니.
생각해보니 한번도 한국인 여자와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없는 듯 했다.
미오는 몸 안에 흐르는 절반의 일본인 피가 증발한 듯이 원피스고 이누야샤고 하나도 몰랐다.
나도 애니메이션을 많이 알진 못했지만 미오는 정말 단 하나도 몰랐다.
미오 생각이 문득 떠올라 씁쓸해지려던 그 때 웨이터가 다가왔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민지가 즐겁게 주문을 시작했다.
"오빠는 맨날 아아지? 나도 아아시킬게"
"응"
"메뉴도 내가 알아서 한다"
"그래"
손 하나 까딱 안 했는데 민지가 다 알아서 한다. 이게 자율주행 그런건가.
주문을 마친 민지가 내 눈치를 살폈다.
"오빠, 오늘 기분 좀 안 좋아 보여. 어디 보자....분명 어제 나랑 헤어질때까지만 해도 기분 좋아 보였는데"
"좋은 와인 마셔서 기분 좋았었나보지"
"아냐아냐... 이거 보니까... 어제 미오 그 불여시가 오빠한테 전화걸었지?"
... 이래서 눈치 빠르고 머리 좋은 애들은 골치가 아프다.
민지는 내 눈치를 쓱 살피더니 바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맞네."
내가 한숨을 쉬자 민지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아니 이 화상아 그 전화를 받으면 어떡해..."
"뭐 화상? 이게 귀엽다고 봐주니까 하늘같은 선배를"
민지가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으이구. 이 호구. 내가 구해줘야하는데 왜 구미호한테 홀려서..."
답답하다는 듯 민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그 구미호가 뭐라고 해? 오빠한테 막 울면서 징징댔어?"
"..."
"맞네. 맞아. 그래서. 만나기로 한거야 설마? 오늘?"
민지는 마치 미오가 주변에 있기라도 한 마냥 두리번거렸다.
"미쳤어? 내가 그정도로 바보겠냐? 나 학과 수석했어"
"이 똥멍청이야. 공부만 잘하면 뭐하냐. 그 전화를 뭐하러 받아"
"이게 슬슬 말을 막 하네"
민지가 눈앞에 놓인 아아를 원샷 때리며 말했다.
"오빠, 앞으로 그 구미호한테 연락오면 나 바꿔줘"
"웃기는 소리하지마. 니가 뭐라고 할 줄 알고 그걸 너한테 주냐?"
"내가 다 해결할게. 나만 믿어. 오빠 해결사는 나야"
"... 해결사가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은데? 이건 conflict of interest야"
태연하게 아침을 먹었다. 나도 어제 뭐 바보처럼 굴진 않았으니..
민지는 내가 정말 답답했는지 가슴을 쾅쾅 쳐가며 아침을 대충 씹어넘겼다.
"그러다 체해. 탄산수 하나 시키자."
"자꾸 그렇게 잘해주면 진짜 내가 그 구미호 사냥한다?"
"말 좀 예쁘게 해라. 사냥이 뭐냐.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왜 자꾸 불여시 구미호 거려"
"와, 지금 편드는거야? 나 상처받았어."
민지는 먹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밥은 먹어 민지야. 어제 미오한테 전화온 거 맞아."
"거봐. 만나자고 하지?"
"응."
"그래서 오빠는 만나자고 했고."
"아니."
의외의 답이라는 듯 민지가 눈을 반짝였다.
"정말? 정말 안 만나준다고 했어?"
"응. 내가 호구야?"
"어. 오빠 호구야."
"..."
"...미안"
"아냐. 니 말이 맞아. 그래서 어제 전화 받고 쌀쌀맞게 대했어."
"오오오. 드디어 사이다 행동. 그랬더니?"
"계속 울더라.."
민지는 미오가 우는 것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려는 듯 내 눈치를 살폈다.
약삭빠른 민지의 행동이 대견하기도 했고 뭔가 두렵기도 했다.
내 기분을 나보다 더 빨리 파악하는 것 같기도 했고.
"음... 오빠는 근데 기분이 안 좋아보이네. 그 구미호를 울린 것 같아서?"
"아니... 응.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식사를 마치며 일어섰다.
"시간도 있는데 그냥 여기 바닷가나 잠깐 걸을까?"
민지가 제안했다.
바닷가를 걸으며 민지가 내게 물었다.
"오빠. 오빠는 왜 미오가 좋아?"
나도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다.
처음 들어본 질문은 아니었다.
"준, 넌 왜 나랑 만나?"
미오가 장난스럽게 물어볼 때면 나 역시도
"가슴이 커서"
"맨날 시험보면서 낮잠자는게 귀여워서"
"엉덩이가 말랑말랑해서"
등등 다양한 장난스러운 대답만 했었었다.
민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히 생각하는 날 기다려주었다.
"사람을 특정한 이유 때문에 좋아하는 걸까... 그냥 첫눈에 반해서 고백했고.. 받아줘서 사귀게 됐고. 힘든 기간동안 미오와 지내왔고.. 미오는 내 모든걸 다 이해해주고.. 나도 미오의 모든 걸 다 이해해주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리고..."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지 않은 답을 하려니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럼 아직도 미오가 젤 예쁜 여자 같아?"
"응. 어? 어... 아니"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대답. 이건 미오가 맨날 하는 질문이라 대답이 거의 반사적으로 나왔다.
"뭐야 그 반응은."
혀를 끌끌 차던 민지가 질문 폭탄을 계속해서 던졌다.
"그럼 또 질문 하나. 내가 오빠를 잘 이해 못 해주는 부분이 있을까? 오빠가 서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를 중요시 여기는 거라면 우리도 대화가 꽤 잘 통하는 것 같은데"
음... 그것도 매우 예리한 포인트였다.
답을 못 한 상태로 다시 주차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민지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오늘 오빠 시간 너무 뺏지 않을게. LA 도착해서 연락 줘. 운전 조심히 하고, 바빠도 꼭 끼니 챙기고."
"너도 같이 LA 가는 거 아니었어?"
"난 오늘 저녁에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모임이 있어서 내일 친구들이랑 같이 갈거야"
"아"
민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뭐야, 나랑 같이 가는걸로 기대하고 있었던거야?"
"까불지 마라. 간다"
민지와 헤어지고 LA로 차를 몰고 3시간 정도 달려 머무는 호텔에 도착했다. 역시나 주말 트래픽은 끔찍하다.
민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민지"
"오빠 잘 도착했지?"
주변이 시끌시끌한걸 보니 친구들과 이미 모여있는 듯 했다.
"응 잘 도착했어."
"내일 퇴근하면 연락줘. 나랑 영화, 아니 드라마 보면서 놀자. 딱 한편만."
"내 퇴근 시간이 언젠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해"
"에이, 그래도 한 시간 정도는 낼 수 있는 거 나도 알거든. 내일 전화 기다릴테니까 꼭 통화줘."
할말만 하고 끊는 민지.
다음날 퇴근시간. 나름 선방해서 오후 10시반에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오빠!"
전화 신호음이 한번도 울리기 전에 바로 전화를 받는 민지.
"나 지금 콘래드 호텔 바에 있어. 오빠 숙소 여기 맞지?"
기억력도 참 좋다.
호텔에 도착하자 로비 바에 민지가 보였다.
내가 로비에 들어서는걸 발견한 민지. 이미 술을 좀 마셨는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나를 보며 내게 손짓했다.
"오빠 여기!"
"뭐야, 혼자 마시고 있던거야?"
"히힛. 오늘 기분 좋은 일이 있었거든"
"무슨 기분 좋은 일?"
"헷. 비밀!"
"싱겁긴"
술을 한 두 잔 기울이며 같이 30분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우리. 갑자기 민지가 내 손을 잡고 내 품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오빠,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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