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애처가 3

머드팩 마를 동안 짧게 치고 가겠습니다. ㅎ
*
난 T임.
MBTI 유행은 커녕, 거의 투 세기 전...
대학 심리학 시간에 교수님이 직접 테스트 하셔서 풀이까지 해주셨으니 맞을 거임.
아마도 ENTJ .
T인 나는 모는 모고, 도는 도임.
융통성 없는 유교걸이 애처가와 밤새 키스를 하고는 정말 멘붕에 빠졌었음.
지금껏 고수했던 가치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대 사건이었어서 스스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음.
더 문제는 용납되지 않는 그가,
그리고 그와 한 키스가 너무 좋았음.
원래도 그리 성감이 높지 않은 편이었어서
엑스들과 스킨십하거나 아주 드물게 잠자리를 했을 때도
늘 이성이 꼿꼿하게 살아 있었음.
오르가즘을 느낀 적이 없단 얘기.
그런데 키스 한 번 하고 나면 한시간씩 훅훅 시간을 순삭당하는 경험이라니.
솔직히 그날.
더운데 밀착해 키스하느라 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팬티라이너도 흠씬 젖어 있었음.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던 거.
늘 무슨 한일 경기하듯 말꼬투리 잡아 놀리기 바쁘던 그가
그 밤 이후 마치 새로 태어난 양 달라진 것도 적응하기 어려웠음.
키스도 잘 했지만,
사람으로도 정말 잘- 하기 시작한 거.
oo야, 부르던 녀석이 oo씨로 호칭부터 바뀜.
한번은 친구들과 밥 먹던 자리에서 이 녀석이 무심코 oo 씨라 부름.
똑똑하고 눈치 빠른 친구 녀석들,
그때 아마 우리의 관계 변화를 확실히 캐치했던 것 같음.
직접적인 워딩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술자리나 밥자리에 기꺼이 모여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었고,
빠르게 1차한 뒤엔 누가 떠밀기라도 한 듯 둘이 냅다 사라지기 일쑤였음 ㅎㅎ
귀여운 녀석들.
노멀한 고깃집이, 가로수길 카페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그렇게 로맨틱한 공간일 수 있다는 걸,
애교, 유혹. 뭐 이런 것들이 내게도 있는 기능임을 알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임.
그러다 여느 때처럼 출장을 가게 됨.
2주간 지중해 인근 몇 개국을 방문해야 했는데, 여행이나 출장길에 절대 로밍을 하지 않음.
괜히 시차도 다른데 한국에서 오는 스팸이나 필요없는 전화를 받고 싶지 않거니와
궁극적으로는 회사 연락이 더 달갑지 않고... ㅎㅎ
밤에 호텔에 머물거나 가끔 와이파이 되는 곳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불통임.
워낙 그랬던 터라 부모님이나 친구들, 회사에선 내 패턴에 이미 익숙했음.
특히 지중해 마니아인 나는 신나서 떠났는데
그는 그때 너무 힘들었다고 ㅎ
입국날.
추레하게 입국장에 나갔다가 게이트에 서 있는 그를 발견함. 깜놀 ;
기대치도 않았던 만남에 너무 반가웠고, 순간 또 라이너가 왈칵 젖었는데...
걔도 뭔가 상황이 비슷했나봄.
평일 낮.
비교적 한산한 공항에서 우린 바로 집에 가지 않았음.
팩이... 건조되다 못해 갈라질 지경이예요.
굳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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