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애처가 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주식장 나락 가고, 레바논도 들썩들썩... 정신없던 하루 끝,
아까 싸지른 글삭하러 들어왔더니 더 쓰라 부추기는 극소수 썰게 님들 부추김에 한 번 더 갑니다. ㅎ
*
나는 유교걸임.
대래대래댓댓댓걸.
유유상종이라고 친구들도 고만고만.
세기말에 엄정화 언니가 엄청난 곡을 발표했었음.
친구 남친을 사랑하면서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하늘은 우릴 허락할거라는 말도 안 되는 가사였음.
초딩이 뭘 안다고.
고만고만한 유교단 친구들과 모여 앉아 가사를 낱낱이 분석하며 엄청 씹어댔던 기억이 선명함.
러닝 크루 친구들 모임에서 유부들과 친하게 지냈던 것도 본투비 유교 성향 때문이었음.
그들과 친하게 지내더라도 '유부=여사친' 급 스탠스가 너무 탄탄해서 그 외 가능성은 전혀 옵션에 없었음.
어설프게 가까이 지내다 자칫 가족으로 묶일 가능성이 있는 싱글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음.
함께 달린 지 두달 쯤.
와글대던 모임 분위기가 조금씩 변해감.
친한 사람들끼리 그루핑되어 비공식적 소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나는 언니나 여동생 쯤 취급했던 그 유부들과 자주 밥먹고, 술 마시고, 달리면서 여름을 보냄.
여름 끝무렵에는 애처가 친구와 장난에 경계가 무뎌진 느낌이었음.
가령 내 손목을 잡고 팔뚝이 굵어졌다며 놀리거나, 말꼬릴 잡으며 약을 올린다든가 하는...
섹슈얼 텐션보다는 정말 유치한 장난과 소소한 스킨십.
술집이든 노래방에서든 내 옆자리엔 항상 그가 앉는다는 걸 깨달은 것도 그 무렵임.
동시에 그 친구가 조금씩 꼴보기 싫어지기도 함.
대화의 6할에 와잎과 아이를 소환하는데, 매번 어찌나 극존칭을 붙이던지.
'와잎' 대신 '그분'이라는 대명사를 사용하는 걸 처음 들었을 땐 분명 무척 신선했음.
그런데 이 무렵엔 어디까지하나 보자 싶었고, 분탕질(;;)을 쳐놓고 싶은... 이상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 ㅎ
한번은 술자리에서 그 친구 와잎에게서 전화가 걸려옴.
그날도 둘이 나란히 앉은 상황.
액정에 와잎이 찍힌 걸 확인하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둘이 잠깐 눈빛 교환을 했는데...
아이폰을 들고 일어서는 걸 보고도 비켜주지 않았음.
눈을 쳐다보고 웃으면서 일부러 버틴다는 걸 분명하게 알려주고,
옆에 붙어 앉아서, 통화하는 그의 옆구리에 손을 얹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쓸며 간지럽혀봄.
나중에 수시로 몸을 포개며 뜨밤을 보내는 사이가 되고서야 알았지만 이 친구는 옆구리가 초민감한 성감대였음.
막 육지로 끌려올라온 활어가 펄떡대듯 앉은 채 몸을 틀며 통화하는 친구를 보고서
맞은 편에 앉은 녀석들은 둘이 또 저런다며 신경도 쓰지 않았고,
맞은편 친구들에게선 보이지 않도록 손만 살짝살짝 움직여 옆구리를, 등을, 허벅지를 손으로 쓸어줌.
이때만 해도 작심하고 꼬셔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유를 모르겠는 오기 50%, 장난 50% 정도였음.
이 친구에게선 모종의 심리적 마지노가 이때 무너졌나봄.
자정을 지나 택시를 부르려는데,
대리기사님 오시면 집에 가는 길에 내려주겠다길래 거절할 이유가 없음. 콜했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처음으로 분위기가 좀 묘함.
둘이 있으면 늘 말로 칼싸움 하듯 핑퐁 하듯 거센 입담을 주고받았는데, 이땐 어쩐 일로 나한테 GR하지 않는 거.
피곤하면 졸아도 된다며 어깨를 내주길래, 어색해서 이런저런 드립을 쳐봤지만 녀석은 참전하지 않았음.
집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했더니, 같이 내려선 대리기사님을 보냄.
응?
난 혼자 사는 여자임.
하지만 골품 유교걸(이었음. 당시에는)로서 괜한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음.
술 좀 깨고 가야겠다길래 그럼 잠시 걷자며 한강변으로 내려감.
장난 반, 괜히 어색한 무드 반으로 얘기하며 걷다가 벤치에 앉은 지 10초 되었나? 말았나?
순식간에 내 입술이 녀석의 입에 쏙 들어감.
본투비 유교걸 진짜 소스라치게 놀람.
유부남과의 썸은 전혀 상상한 적이 없었어서 더 당황.
반사적으로 그를 밀어내었지만 밀려날 리가.
이 친구는 이때 좀 증량된 상태여서 183/85kg 이던 무렵.
몸은 단단해서 손이 들어가지도 않고,
무슨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 친구의 품에 안겨서 입술과 입 전체를 통으로 빨림 ㅎ
남친 아닌 남사친이랑,
그것도 유부남이랑,
새벽의 한강에서 입속을 헤집히듯 그 친구의 혀에 분탕질 당하고 있는 자체로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벤치에 나란히 앉은 게 아니라
벤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본 채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품에 완전히 안겨서는
팔로 그의 목을 감고 무아지경 키스하고 있었음.
시간은 이미 1시간이 훌쩍 지난 상황 ㅎㄷㄷ
키스가 그렇게 감미롭고 정신을 잃게 만든다는 걸 이때 처음 깨달음 ㅎ
집에 가자며 일어서서는 한강공원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
최소 30번 정도는 멈춰서서 포옹하고, 키스하고, 걷다가 다시 포옹, 키스를 반복함.
걷는 중이니까 가벼운 키스? 아니고,
매번 입속을 구석구석 핥아대는 딥키스였음.
그 밤, 그 거리의 cctv를 지켜보는 누군가 있었다면 보다가 지루해서 고만 봤을 거라 장담함 ㅎ
여름이어서 해가 빨리 떠 그랬을 테지만 집 앞에 왔을 땐 거의 동트기 직전
단지 어느 가족이 바캉스를 떠나려는지 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 분주히 오가는 걸 보며 그 친구에게도 얼른 가라고 인사를 했는데,
미친 녀석이, 그 자리에서 또 안고 놔주질 않음.
2m 거리에 어른과 애가 왔다갔다하는 걸 보며 입술을 빨리려니 유교걸 완전 긴장.
근데 그것도 잠시.
정신 차리고 보니 또 한시간이 지났고, 이미 주위는 환했음 ㅎㅎ
가슴과 배와 치골을 밀착한 채로, 그 친구에게 매달려 키스하며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얇은 셔츠가 흠뻑 젖은 상태.
그렇게 미친 키스를 하면서도 집으로 데리고 갈 생각은 정말 1%도 하지 않았음.
진짜로.
유전자에 각인된 유교 마인드가 이렇게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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