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 넘치는 룸메이트와 살았던 썰 6
어디서반마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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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18:58
몇 달 후에 경희가 회사에서 잘렸어요.
회식 때 술집에서 동료랑 말다툼을 했는데, 동료가 술김에 탕을 엎어 버리고 난동을 부렸다고 했어요.
그런데 하필 그 동료가 임원들에게 이쁨을 받는 애라서 엉뚱하게 경희가 원인 제공자로 몰린 거죠.
권고 사직 처리가 되어서 실업급여는 받게 됐지만, 당장 삶이 쪼들리게 됐어요.
그런데 돈 문제보다도, 역시나 억울한 게 더 컸어요.
백수가 된 경희는 집에서 아무것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잤어요.
그런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퇴근 길에 야식 거리나 술을 매일같이 사다 주면서 위로해줬어요.
그냥 수다 떨고 웃겨주고 섹스 열심히 하면서 기분을 풀어주는 게 전부였지만
어설픈 위로 보다는 그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경희는 점점 기운을 차렸어요.
집에서 밥도 해 먹었고, 취업 지원 제도를 알아보다가 온라인 강좌도 듣기 시작했어요.
넌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니까, 뭘 해도 잘 될 거라고 매일 격려해줬어요.
그러던 어느 금요일 밤, 퇴근하고 오는 길인데 집 근처에서 누군가 잃어버린 아이폰을 주웠어요.
그걸로 뭐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바로 집 앞이라 그냥 들고 왔어요.
오빠 왔어? 라며 강아지 처럼 저를 맞이하는 경희에게, 선물이라고 줬어요.
아이폰 주인 찾아 주고 보상금이나 받으라고요.
사실 예상 보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실업급여도 끝나가고 돈이 별로 없었거든요.
제가 가끔씩 회사에서 가져온 일을 도와 달라는 명목으로 생활비를 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궁핍했어요.
그날 밤에는 전화가 안 왔고, 다음 날 오전에 전화가 왔어요.
전화 왔다며 흥분한 경희에게 얼른 받으라고 했죠.
아이폰 주인은 청량리에 사는 남자였어요. 어제 사가정에서 술 마시다가 잃어버렸다며…
멀지 않으니 금방 이쪽으로 오겠다고 했어요.
경희는 남자다!라면서 좋아했고, 저는 화장도 하고 예쁘게 입고 나가라고 했어요.
그렇게 경희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겨버렸어요. (이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경희는 재취업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아주 그냥 남친에게 푹 빠져서 살았어요.
아예 남자네 집에 가서 일주일씩 살다 왔어요.
남자는 가족이랑 같이 산다고 했는데, 그 가족들과 밥도 같이 먹고 지냈다고 했어요.
그게 되나 싶었지만, 가족 입장에서는 경희가 대환영이었나 봐요.
그도 그럴 것이, 남자는 전업 인디 뮤지션이라 집에서 골칫거리였나봐요.
나이는 중년에 접어들었는데 집에서 하루 종일 작곡하고 악기 연습하다가 학생들 레슨 좀 하고
밤만 되면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던 거죠.
경희는 남자를 따라 다니면서 음악하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밤새 술 마시고, 클럽 가고
하루 하루가 신났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술김에 남자의 친구랑 키스도 하고
남친이 술 마시고 뻗은 사이에 몰래 섹스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쉽게 상상이 안 가는 상황이긴 했지만, 왠지 경희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이 우울하다 보니, 남자들에게 사랑 받고 싶었겠죠.
경희가 그렇게 지내는 동안, 저는 혼자였어요.
퇴근하고 오면 어둡고 썰렁한 거실에서 혼자 저녁 해 먹고 집안 일을 했어요.
심심하면 TV 보라고 안방을 열어주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잠그고 다녔음)
안방에 가면 오히려 경희가 없다는 게 더 크게 느껴지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희가 주말에 옷이랑 필요한 것들 가지러 올 때 마다 그 남자도 같이 왔었어요.
온다는 연락 받으면 저는 신발이랑 빨래를 들고 작은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있었고
경희는 하메 언니가 주말마다 외출한다고 둘러댔어요.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좁은 방에서 그저 섹스가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죠.
남자네 집에는 가족들이 있으니까 섹스를 마음 놓고 잘 못한다고 했거든요.
그러니 이 집에서는 얼마나 격렬하게, 그리고 오래 하겠어요… 하아…
경희의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자위나 하는 수 밖에...
경희도 제가 작은 방에서 자기 신음소리를 딸감으로 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죠.
경희랑 남친은 섹스하고 피곤하면 종종 낮잠까지 잤어요.
그렇게 몇 시간 지나면 경희는 남자를 먼저 내보낸 후에 방문을 노크해서 알려줬어요.
그제서야 화장실에 가서 참았던 용변을 보고 밥을 먹었죠.
왠지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롭고 처절한 기분도 들었지만, 경희의 연애에 걸림돌이 된 느낌이었거든요.
경희도 남자네 집 보다는 이 집에서 사는 게 편할 건데
저 때문에 집 놔두고 나가서 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집 구해서 나가고 싶다고 경희에게 말했어요.
경희는 안 그래도 된다며 말렸지만
만약 남친이 나의 존재를 눈치 채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니까 아무 말 못하더라고요.
사실 들킬 뻔한 적도 몇 번 있어서...
이사 나가는 날, 경희가 제 옷을 붙들고 엉엉 울었는데, 마음이 짠했어요.
경희 입장에서는 자기 때문에 제가 나간다고 생각했겠죠.
그리고 가장 힘든 시절에 곁에서 응원하고 도와줬던 저에게 애틋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젠 남친이 너를 챙겨줄 거라고, 잘 되길 바란다고, 종종 연락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퇴거 준비를 하면서 다른 룸메를 찾았어요.
인천 구월동이었는데, 강남 출퇴근이 멀기는 했지만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고
신축 오피스텔이라 너무 좋은데 월세도 싸서...
살짝 고민이 좀 됐지만, 입주하기로 했어요.
룸메는 중국 유학생이었고 송도에 있는 대학교에서 어학당을 다닌다고 했어요.
한국말이 상당히 어눌했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되니까 상관 없었어요.
경희는 제가 이사 나가고 얼마 후에 언니 하메를 구했는데
역시나 갈등이 생겨서 두 달 만에 나갔다고 했어요. ㅎㅎㅎ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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