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1
쑤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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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실제로 경험한 일이고 아무런 각색도 하지 않아서
어쩌면 좀 지루할 수도 있는 점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1화
처음 취직한 회사가 망해가면서 월급을 반년이나 못 받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만 뒀어요.
핸드폰 요금, 카드 비용, 월세까지 싹 다 밀려 있었죠.
밥도 하루 한 끼 먹으면서 진짜 거지처럼 살다가 결국 자취 생활도 접었어요.
두 달 동안 면접을 미친 듯 봤고, 운 좋게 강남에 있는 회사에 합격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다시 나가서 살고 싶어졌어요.
본가도 서울이라 전철 한 번만 갈아타면 되는 거라서 출퇴근이 막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자취 생활에서 누렸던 자유가 그리웠거든요.
그런데 역시 문제는 돈
피터팬을 아무리 뒤져봐도 몇 달 모은 푼돈으로는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에 누군가 룸메를 구하는 글을 봤어요.
서울인데 보증금 없고 월세도 반값 수준!
요즘이야 쉐어하우스가 흔하다지만 그 당시에는 안 그랬거든요.
오호 이게 뭘까, 좀 더 찾아봤죠.
대부분은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로 동성 메이트를 구하는데
간혹 성별 상관없이 룸메 구하는 여자들도 있더라구요.
낯선 남자랑 같이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오픈마인드라는 걸까? 정말 신기했어요.
그러다 지금 다니는 회사 근처에서 룸메를 구하는 여자의 글을 발견했어요.
설마 싶어 호기심으로 카페 쪽지를 보내 봤는데, 다음날 쪽지함에 뭐가 와있더라고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달라고 했고, 답장을 주니까 나쁘지 않았는지 여자는 집을 보러 오라고 했어요.
퇴근하고 쪽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갔어요.
일원동에 있는 2층 건물이었는데 1층은 사무실로 쓰고 2층이 여자가 사는 집 같았어요.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니까 사무실에서 어떤 여자가 쪼르르 달려 나왔는데
내 또래 같았고 얼굴이랑 키랑 몸매 모두 평범한 직장인 느낌이었어요.
그 여자는 의류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하더라구요.
어린 나이에 창업해서 직원도 몇 명 두고 제법 잘 나가는 것 같았어요.
1층 사무실에서 촬영이나 배송 처리 같은 걸 하고, 창고도 따로 있다고 했어요.
방금까지도 일하다가 왔다고 했어요.
그때 든 생각이, 아.. 이 여자는 돈 때문에 룸메 구하는 게 아니겠구나.
그럼… 뭐지? 왜 룸메를 구하는 걸까?
방에 들어가 보니까 대충 느낌이 왔어요.
2층 첫 번째 집이었는데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엄청 큰 침대였어요.
분리형 원룸 집에는 좀 안 어울리는 큰 침대
젊은 워커홀릭 사장에게는 침대가 유일한 휴식처이자 놀이터였던 거죠.
저 침대에서 이 여자랑 뒹구는 상상을 하니까 흥분해서 커지고 말았어요.
지금은 마치 고객 대하듯이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인데
저 침대 위에서도 이런 모습일까요?
아마도 일 하다가 잠깐 화장실 간다고 들어와서 팬티만 젖힌 채 시원하게 박힌 다음에
바로 아무렇지 않게 사무실로 쪼르르 내려가서 직원들에게 업무지시 하고…
안에 싸면 일 할 때 흘러 내릴테니 밖에 싸야겠지? 뭐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헛된 망상 때문에 바지가 불룩해진 걸 눈치챌까봐 조마조마했어요. (그게 큰 건 아니지만 정장 바지라서...)
방을 다 둘러보고 ‘잘 봤어요, 깔끔하고 좋네요’ 라고 하니까
여자가 잠깐 얘기 좀 하자면서 주방으로 저를 데리고 갔어요.
냉장고에서 캔음료 하나 꺼내 주면서 식탁에 앉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형광등을 끄고 전구색 간접 조명만 하나 켜 놓고 테이블 옆에 서 있었어요.
어두운 곳에서 얼굴을 좀 자세히 보고 싶다는 이유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좀 이상한 부분… (그런 쪽에 뭔가 취향 같은 게 있는 분인가...)
여자는 혹시 명함이랑 민증을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신원이 분명한 사람인지 확인해보려는 것 같아서 바로 보여줬죠.
명함을 보면서 이 회사에서는 무슨 일 하냐, 집은 어디냐, 왜 룸메를 구하려고 하냐 등등 물어보길래
솔직히 다 이야기했죠.
여자는 제가 일단 마음에 들었는지
만약 들어온다면 언제 입주 가능한지, 짐은 많은지 그런 걸 물었고
잠버릇이 있는지, 잠귀가 밝은지, 밤에 자주 깨는지 그런 걸 자세히 물어봤어요.
쇼핑몰 하다 보면 새벽에 집에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참, 여자친구 있는지도 물어봤네요. 뭐.. 당연히 없었죠.
약간 면접 보는 기분이긴 했는데
재취업 준비 하면서 두 달 동안 면접만 열 군데 넘게 보니까 내공이 쌓였나봐요.
면접은 무난히 통과!
여자는 룸메다보니 계약서 같은 건 안 쓰겠지만
혹시 마음 변할지도 모르니까 첫 달 월세를 미리 선불로 줄 수 있냐고 했어요.
저는 뱅킹으로 그 자리에서 보내줬어요.
여자는 입금 내역 확인하면서 주말에는 보통 뭐하냐고 물었는데
정해 놓고 하는 건 따로 없지만, 주말엔 부모님 집에서 하루 자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말한 이유는, 제가 효자거나 본가가 좋아서가 아니라
여자가 주말에 개인 시간을 갖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배려를 한답시고 즉흥적으로 대답한 건데, 아뿔싸,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걸 느꼈어요.
네,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그 집을 나와서 3호선 전철역 가는 길에 여자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방금 전에 자기 친구가 전화를 했는데, 집에 이사오기로 했다고…
미안한데 돈을 돌려줄 테니까 계좌를 알려 달라고 하더라구요.
뭐, 실수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죠.
아까 침대를 보고 놀라서 상상했던 것이, 망상이 아니라 진짜였던 거였어요.
여자는 워커홀릭이라 딱히 연애할 시간도 없고 귀찮은데 성적 욕구는 넘쳐 나니까
아무 때나 언제든지 땡길 때 바로 해결해줄 남자가 필요했던 것 같았어요.
그럼 성노예 같은 건가?
어쩌면 다행일지도...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 피터팬을 뒤져봤어요.
또 몇 개의 글을 찾아냈고, 쪽지를 보냈죠.
그 중 신길동에 사는 여자랑 을지로에 사는 여자에게서 답장이 왔어요.
먼저 가본 곳은 신길동이었어요.
주말 오후에 신길동에 가서 오래된 빨간 벽돌 빌라를 찾아 계단을 올라갔어요.
군데 군데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철문을 노크하니까 키 작고 통통한 여자가 나왔어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화장기 없고(눈썹이 없었어요) 주근깨 가득하고 눈이 작은 여자였어요.
다른 건 그렇다 쳐도, 표정이, 긴장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완전 무표정이었어요.
일단 방부터 봤어요.
고양이를 키우는지 캔넬이랑 스크레쳐가 있었고 (고양이는 안보였음)
역시나 오래된 빌라 특유의 빛 바랜 꽃무늬 벽지와 노란 비닐 장판의 향연!
그리고 방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 큰 침대가 그 집에도 있었죠.
남자 룸메 구하는 여자는 큰 침대가 필수인 걸까요?
대화를 해보니, 여자는 얼마 전까지 일을 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고 했고
실업 급여가 끝나가서 월세 부담 때문에 룸메를 구하고 있다고 했어요.
전반적인 느낌이, 사회성이나 붙임성은 딱히 없어 보였고
정말 월세랑 넘치는 성욕 때문에 남자 룸메를 구하는 느낌이었어요.
나중에 연락 드리겠다고 하고 나왔어요.
이 집은 며칠 전에 봤던 일원동 집이랑 월세는 비슷한데 환경 차이가 너무 컸고
회사에서도 멀었지만 무엇보다 여자가 좀… 제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일단 을지로 집도 월요일 퇴근하고 보기로 했기 때문에
급하지 않게 찾아볼 생각이었어요.
다음 편에 계속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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