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1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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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분전
아내가 건배를 해오는 저 잔이 우리 사이의 마지막일 것만 같았다.
이제는 체념이었다.
아내가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든, 나 같은 찌질한 놈은 그저 토를 달지 않고 받아들여야 했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아내 탓만은 결코 아니었다.
남편으로서 아내의 성욕을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 내 책임이 더 큰 것이니까.
아이들에게 몸을 내맡기면서까지 결핍을 채워야 했던 아내를 떠올리자 비참함과 동시에 묘한 부채감이 밀려왔다.
아내가 내미는 건배 잔에 마주 대려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제대로 높낮이조차 맞출 수가 없었다.
잔끼리 부딪치기도 전에 찰랑이는 술잔을 보며, 나는 얼른 다른 손을 가져다 잔을 든 손을 받쳤다.
볼품없는 내 모습이 아내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두려웠다.
"건배~"
아내의 목소리는 의외로 경쾌했다.
"건배..."
나도 힘없이 아내를 따라 대답했다.
차가운 술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지만, 속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술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곧 아내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기만을,
사형 선고를 기다리는 죄수처럼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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