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05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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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005
-사망진단서 상의 사인은 추락으로 인한 뇌간 마비.-
-김은정의 요청에 의해 평소 잠겨있는 13층 옥상 열쇠를 관리사무소에서 동 김은정이 직접 수령한 점,
엘리베이터 CCTV 및 13층 복도 CCTV 화면을 재생한 결과 김은정 단독으로 옥상으로 오른 것이 확실한 점 등,
자살을 의도한 추락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
-남편 정지석 및 김은정의 회사 동료인 주 영희, 강철기 등의 진술로 미루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는
알 수 없으나, 추락 당일 이전 일주일 간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우 상심한 모습을 자주 보여왔던 점으로 보아,
자살의 원인은 사망자 김은정만이 아는 개인적인 사유에 의한 것으로 추정함. -
경찰 조사를 마친 후 몇몇 서류에 사인을 한 후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끝내 우리 부부 사이에 있었던
지난 일주일 동안의 일을 진술하지 못했다. 그저 모르겠다. 아는 바 없다고 대답했고, 마침내 자살로 추정되는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으며, 자살로 추정하는 것에 이의 없다고 동의해 주었다.
처제와 장모 그리고 내 어머니의 울음 소리가 영안실 안을 온통 적시고 있는 가운데, 아내의 회사 동료들과 대학 동창들 그리고 교회 사람들이 흐느껴 울었다. 뒤늦게 상조 휴가를 나온 막내 처남은 아내의 영정 앞에서 쓰러진 채
오열을 토해냈고, 급기야 장모는 3일장을 다 치루지도 못하고 응급실로 실려가기까지 했다.
나는 기가 막힌 현실 앞에 눈물 한 방울 떨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숨 쉴만한 공간조차 내주지
않은 채, 아내를 안방이라는 어둡고 칙칙한 침묵의 공간으로 가둬버린 내 자신의 비겁함과 이기심에 치를 떨었다.
눈물을 흘릴 자격도, 진심으로 애도할 만한 양심도 내겐 있을 수 없었다.
아내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단 한 순간도 이해해보려 하지 않았던 내 이기심에 분노했고,
아내의 귀가 시간을 감시하면서도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비워 온 내 입과 위장을 경멸했으며,
아내의 고백을 미처 기다리지 못한 채 카드명세서에 흥분하여 아내를 유린했던 내 좆과 손가락을 저주했다.
“얘야! 이거라도 좀 먹어라. 응? 이러다 너두 쓰러질라!”
어머니가 미음을 떠와 억지로 내 입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한 수저의 미음조차 목구멍 넘어로 삼키지 못한 채,
다시금 입 밖으로 흘리고 말았다. 어머니와 처제 그리고 누군가가 수시로 다가와 미음이든 따뜻한 국이든
아니면 물이든 조금이라도 먹여보려고 했었지만, 난 정말이지 아무것도 입에 담아둘 수 없었다.
그러한 내 행동은 의식 저편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언가가 생리 현상과 욕구를 모두 막아버린
무의식적인 저항이었다.
물론 잠깐이라도 눈을 붙인 적도 없었으며 아내의 영정 앞에서 일어서 본적도 없었다.
문상 온 상객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겨우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아침 일찍 화장터로 아내를 싣고 떠나던 장례 버스 안에서, 바로 전날 문상객이 한가했던 어느 시간에,
차마 아내의 영정 앞까지는 오지 못하고, 넋이 나간 채 서있던 세영이 떠올랐다.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녀의 시선과 어쩌다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매우 비통해하는 그녀의 얼굴이
왠지 나를 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나뿐 아니라 그녀 역시 그리고 그녀의 남편조차 아내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생을 살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아내의 죽음과 연관된 가해자로서 자책을 하며 지난 며칠 동안을 괴로워 했을 것이고,
세월이 흐른 뒤에도 문득 문득 지금의 순간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리라 생각했다.
유골함을 안치한 후, 아버지의 차를 타고 어머니와 함께 집 앞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한사코 집안에 들어가
나를 살펴줘야 한다고 했다.
“석이,,,, 3일동안 잠 한숨 못자고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했어요. 얘 얼굴 좀 봐봐요 이게 사람 얼굴이에요? ”
“여보, 우리가 이러면 지석이가 더 힘들어. 그리고 지석이 약한 아들 아니니까, 혼자 있게 내버려 둡시다.
그게 지석이 도와주는거요”
혼자 있고 싶다는 내 말 한마디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언쟁 아닌 언쟁이 차 안에서부터
집에 도착해 내리던 순간까지 한참 동안 계속됐다.
결국 아버지의 설득에 어머니가 한발 물러섰다. 어머니는 아파트 현관 계단을 오르던 순간에도 뭐 좀 먹고 아무
생각 말고 잠을 자야한다고 애타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이따금씩 무릎이 꺽여질 정도로 힘들게 현관에 도달했다. 노란 포스트잇 쪽지가 붙어있었다.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 글자들은 ‘소포’, ‘경비실’, ‘보관’ 등의 단어들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한겨울의 냉기 같은 것이 ‘훅’하고 내 몸을 덮쳤다. 한낮인데도 거실이 침침하게 느껴졌다.
불 꺼진 거실의 풍경이 낯설었다.
거실 쇼파에 손에 쥐고 있던 포스트잇 쪽지를 떨어뜨린 후, 상복 윗도리를 벗어 툭하고 던져 놓았다.
안방 문을 열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부부 테이블의 의자와 침대에는 썰렁한 기운만이 흐르고 있었다.
아내가 눕곤 했던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려 했는데, 어느새 내 몸은 스르륵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내가 보았던 아내의 마지막 모습처럼 아내가 베고 자던 베개를 가져와 얼굴을 파묻고는 엎드렸다.
아내의 체취가 그대로 전해졌다. 아내를 본 마지막 저녁, 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아주 낮은 소리로 흐느껴
울고 있었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3일 간,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떨구지 못했던 내 눈에서 주루룩 하고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 여보! 미안해! 미안해!....허엉~ 은정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어느새 콧물까지 흘러 눈물과 뒤범벅된 입으로 똑같은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온 몸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을 뒤척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온 몸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몸 속의 에너지가 거의 바닥에 이른 상태였는데, 열이 오르고 있었다.
신열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이었으리라!
그렇게 나는 의식을 잃어갔다.
작년 겨울, 지독한 감기 몸살을 앓은 적이 있었다.
열이 펄펄 끓어대고, 온 몸이 쑤셔대고, 오한에 몸뚱이를 부들부들 떨어댔을 정도로 심하게 앓았다.
아내는 수시로 차가운 물로 적신 수건을 이마 위에 올려 놓고는 했다. 그런데 이마 위에 놓여진 차가운 수건보다는 아내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만져주는 것이 더 시원했다.
그래서 아내는 잠시 잠깐 내 의식이 돌아올 때면 수건을 치우고, 아내의 손바닥마저 뜨겁게 달궈질 때까지
양손을 번갈아 올리며 간호를 해줬었다.
아팠지만 행복했다.
행복했지만 너무 고마워서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아내가 차가운 수건을 이마 위에 올려 놓았다.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또 다시 차가운 수건으로 바꿔 올려 놓았지만 내가 수건을 이마에서 치웠다. 그리고는 방금 내 이마에서 떨어져나간 아내의 손을 잡아 이마 위에 올려 놓았다.
역시 아내의 손바닥이 훨씬 좋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아내에게 괜찮아 곧 나을꺼야라고 말하듯 씨익하고 웃어주었다.
“고마워 은정아!”
아내는 대답이 없었지만 이마를 짚고 있는 아내의 손바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나는 금새 행복해지고 있었다.
아내가 몇 번 손을 바꿔가며 이마를 짚어주다가 슬며시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은정이가 좀 더 있어주면 좋겠는데.... ’
아내의 손목을 잡고 살며시 잡아당겼다. 좀 더 힘을 주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많은 힘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내는 마치 무중력 공간에 떠있는 어떤 물체처럼 내가 아주 약하게 끌어당겼음에도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누워왔다.
아내의 등 뒤에서 내 오른팔을 올려 아내의 가슴을 살며시 끌어 안았다.
“은정아! 이렇게 잠시만....잠시만 있자 응?”
아내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옹알거리듯 말했다.
“네!”
아내의 짧지만 부드럽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내의 셔츠 안쪽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아니 젖가슴을 만지려 했다.
단추가 꽉 채워진 아내의 셔츠를 뚫을 수가 없었다. 가슴 팎의 셔츠 단추 하나를 아주 느리게
그리고 아주 힘들여서 끌러냈다. 셔츠 속으로 손을 넣었다.
보드라운 브래지어의 촉감이 다른 때보다 좋게 느껴졌다. 브래지어 위로 아내의 가슴을 쓰다듬다가
아래 부분에 손을 집어넣고 브래지어를 위로 밀어올렸다.
아내의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젖가슴이 한 손에 쥐어졌다. 언제나처럼 따뜻한 느낌이 전해졌다. 엄지와 검지로
아내의 젖꼭지를 살짝 쥐었다.
‘하하!’
아내의 젖꼭지가 금방 딱딱해졌다. 입에 물고 오물거리며 빨아주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몸을 움직이기에는 내 몸의 상태가 무리였다.
손을 옮겨 셔츠 아래로 집어넣은 다음 아내의 배를 만져나갔다. 젖가슴 만큼이나 보드랍고 따뜻한
촉감이 전해졌다.
“어서 여기에 우리 애기를 가져야 하는데....”
아내가 말없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 있는 내 손 등위로 살포시 손을 얹어왔다. 괜한 얘기를 했다 싶었다.
어차피 올 연말까지는 아내의 두 동생에 대한 뒷바라지를 위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해놓고서,
아내를 미안하게 만들고 말았다.
“미안! 이런 얘기 하는게 아닌데....”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내의 아랫배와 하의 사이의 작은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보았지만, 그 틈이 좀체로
넓혀지지 않았다. 하의의 벨트라인이 타이트했다.
방금 퇴근해서 돌아와서는 옷도 못 갈아 입은 채, 나를 간호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거의 바지를 입지 않는 아내였기 때문에 당연히 스커트를 입고 있으리라!
스커트의 벨트 라인을 따라 손을 훑어 나가자 아내의 옆구리 쯤에서 지퍼와 함께 하나의 단추가 손에 잡혔다.
아내가 거들어주면 좋겠는데 셔츠의 단추를 끄르는 것보다 좀 더 힘들게 단추를 끄르고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는 손은 앞쪽으로 떨어뜨려 아내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 끝에 아내의 음모가 만져졌다. 아내의 음모는 실크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팔을 길게 뻗어도 더 이상 밑으로 손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내의 음모만 만지작거리는 게 너무 아쉬워졌다. 아내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내가 몸을 돌려 나를 안아왔다. 그녀의 가슴팎에 내 머리를 감싼 채, 두 손으로 내 목과 뒷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기 시작했다. 역시 아내는 내 맘을 잘 알아준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굳이 팔을 뻗을 필요도 없이
아내의 음모와 보지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아내의 팬티 아래쪽에서 손을 넣어 검지와 중지로 아내의 보지를 벌렸다.
축축해져 있는 아내의 보지에서 따뜻한 입김을 내뱉는 것 같은 후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아내의 보지를 아주 천천히 쓰다듬다가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구부려 그 속으로 밀어넣었다.
아내의 보지물이 손가락 전체를 적셔주었다.
여전히 나는 아팠지만, 아내의 보지 속에 밀어 넣은 손가락 하나를 정말이지 애정을 듬뿍 담아서 아주 느리게
빙글빙글 돌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내의 보지에서 손가락을 타고 따뜻한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은정아!.... 보지 속이 넘 따뜻해! 사랑해....”
아내는 자신의 젖가슴과 보지를 부드럽게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고, 나 역시 아내의 몸을 부드럽고 조용하게
애무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내의 보지를 이처럼 애무해보기는 오랜만이었다.
아내와의 섹스에 목이 말라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아내의 보지에 입을 맞춘 후 아내의 몸 속에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강해졌다. 하지만 자꾸자꾸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아내의 보지에서 흐르던 애액이 내 손 바닥 전체를
흠뻑 적시고 있음을 느끼면서 또 다시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눈을 떴다. 깜깜한 밤이었다. 엄청난 갈증이 몰려왔다. 입 속의 수분이 깡그리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
열은 좀처럼 내리지 않은 상태였지만, 겨우 몸을 일으켜 침대 밑으로 내려섰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쪽 팔로 벽면을 짚어가며 안방을 나섰다.
왼편의 거실을 지나 주방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거실 쇼파에 무언가 길게 늘어진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눈동자의 조리개를 조절해서 어둠 속의 물체를 바라보았다.
사람이었다. 희멀건 종아리가 드러낸 채 엎드려있는 그 사람은 분명 여인이었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집중하려 했지만, 머리 속의 어떤 뇌세포도 도무지 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분명 아내의 유골을 안치하고 집 안에 혼자 들어왔던 기억이 또렷했다. 벽을 더듬어 스위치 박스를 찾아
아무거나 눌러댔다. 거실 TV 테이블 위의 할로겐 램프가 켜졌다. 사물을 분간하기에는 충분한 조명이 들어왔다.
엎드려있던 여인이 꿈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동안 나도 그 여인을 향해 걸어갔다.
“형부~!.... 괜찮아요?”
은희 처제였다. 머리가 띵해진 상태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려 애썼지만 역시나 아무 소용없었다.
처제가 쇼파에 앉은 자세로 자리를 잡을 쯤, 나 역시 1미터 쯤 떨어진 처제를 45도 정도의 빗각으로 두고,
쇼파 테이블에 한쪽팔을 기대며 앉았다.
“어떻게 된 거....니?”
“엄마가.... 형부, 3일 내내 물도 못마셨다고.... 미음이라도 갖다 주라고 하셔서....가지고 왔는데....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안 나오셔서....너무 걱정되서 ....제가 문 열고 들어왔어요.”
“그래~ 그랬구나!”
“언니가 심부름 몇 번 시켰을 때 비밀번호 알려줬었거든요.”
현관 비밀 번호 쯤이야 별거 아닌데, 처제는 아무래도 그게 신경 쓰였었나보다.
“장모님은....어머니는 어떠셔?”
잠시 동안의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메말라있던 입 속의 말들이 심하게 갈라지며 나왔다.
“안 좋으시죠.... 근데 형부 목마르시죠? 입술이 까맣게 말랐어요. 물 갖다 드릴께요.”
자리에서 일어난 처제가 바로 눈앞을 지나 주방으로 갔다 그녀의 무릎까지 덮은 스커트가 살짝 바람을 일으키며
스쳐 지났다.
“여기요~형부 물 드세요.”
차가운 물이 타들어가던 목젖을 적시자 조금은 머리 속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물컵을 조용히 내려놓은 뒤,
갑자기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조용히 방금 물컵을 집었던 오른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살짝 물기가 배인 엄지와 중지, 검지 손가락을 연거푸 비벼대기 시작했다.
분명 맨살이 부벼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말라있던 정액 또는 애액이 용해되는 느낌! 그것이 분명했다.
머리털이 쭈빗 섰다. 처제를 보았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처제의 눈과 잠시 마주친 뒤, 그녀의 하얀색 블라우스
앞섶의 단추를 보았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려 그녀가 입고 있는
다크 쵸콜릿 빛깔의 스커트를 살폈다. 그녀의 오른쪽 허리 아래에 지퍼 라인과 그 위의 잠금단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비록 온 몸에서 열이 나고 있었는데 잠깐 동안 오한이 찾아들었다.
‘아니야~, 그럼 아니지!’
‘난 꿈 속에서 아내를 보았을 뿐이야!’
‘설마....’
‘아닐꺼야.... 절대! 아니야! 이건....’
‘아, 그런데 무슨 꿈이 그렇게 생생하지?’
다시 안방에 들어와 누웠다. 처제가 따라 들어와 이불을 덮어주고, 테이블 위에 물병과 물컵을 갖다 놓은 뒤
소리 없이 방문을 닫고 나갔다.
만약 무슨 일이 있었다면 저 어린 처제가 저렇듯 태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좀처럼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다시 눈을 떴다. 날이 밝아 있었다. 가슴에 주먹 만한 구멍 하나가 뚫려 있는 것처럼 허망해져 있었다.
폐를 통해 드나드는 숨들이 구멍 난 담배를 빨아댈 때처럼 맥없이 새나가고 있었다. 굳이 시간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며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문득 처제가 돌아갔는지 궁금해졌다. 지난 밤에 처제에게 실수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의지와는 완벽하게 어긋난 행동이었으므로 차라리 꿈 속에서 아내를 만졌던 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섰다. 주방 쪽에서 무슨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하지만 주방과 거실 어디에서도 처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때 거실 화장실 문이 열리며 처제가 걸어 나왔다.
“처제! 어제 쇼파에서 잤어?”
“네! 형부!....이제 좀 괜찮아요? 어젯밤엔 열이 너무 많아서 걱정했어요.”
쑥쓰러워졌다.
“으응! 열은 많이 내린거 같아.”
처제와 나는 거의 동시에 쇼파에 앉았다.
“처제 정말 미안해!”
처제가 약간 높아진 톤으로 되물었다?
“네? 뭐가요?”
“언니!.... 못난 내가.... 언니를 먼저 보내고 말았어!....미안해....정말!”
처제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한마디라도 더 하면 눈물이 터져 나올듯이 보였다.
“...............”
“...............”
“형부! 잠시만요.”
처제가 일어나 주방쪽으로 가더니 길고 가느다란 박스하나를 들고 왔다.
“이거요~.....”
어제 현관 문앞에 붙어 있던 노란색의 포스트잇 쪽지가 포장된 박스 겉면에 붙여진 채로 내게 내밀어졌다.
“이거요~저.... ....경비실에서.... 근데, 이거.... 언니가 형부한테 부친 소포에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직감이 아주 빠른 속도로 저 안에는 언젠가 아내가 말하기로 했었던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처제 역시 언니 죽음의 이유가 담겨있을 거라는 직감을 갖고 있는 듯, 내게 소포를 건네주고는 소포를 건넨
그 자세 그대로 서서 내가 소포를 풀어보길 기다리고 있었다.
처제에게 소포의 내용물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처제에게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는 표정과 말을 던진 후, 안방으로 들어갔다.
포장을 뜯었다. 작은 종이 박스 안에는 편지 봉투 하나와 까만색 케이스의 USB 하나, 그리고 향신료를
담아두는 데 쓰이는 주머니 하나가 들어 있었다. 먼저 주머니의 끈을 열고 손바닥에 털어내자 아내와
나의 결혼 반지가 떨어졌다. 다시 반지를 넣고 주머니의 끈을 잡아당긴 후 박스 안에 내려놓았다.
USB는 눈으로 한번 훑었다. 그리고 봉투 속의 편지지를 꺼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탕탕!”
“끄아아아~~~~~아악!!!!”
테이블을 방바닥에 집어 던지며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침대 위의 이불을 마구 잡아당겨 방구석으로 집어던졌고, 베개를 내쳐 던지고는, 메트리스 커버를 벗겨내 그마저 방구석으로 던져버렸다. 미친듯이 고함치고
방바닥을 내리쳤다.
“끄어억!~~~ 꺼억!~~~ 끄으억!~~~”
고함 소리도 아니고 울부짖는 소리도 아닌 가슴 한 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는 울화를 토해내며, 소리치고, 방바닥을 내리치고, 머리를 박아대는 동안 내 몸뚱이는 경련과 경직을 반복하고 있었다.
폭풍이 지난 뒤의 고요함이 그러했을까? 고요한 정막을 깨뜨리며 내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지며 일으켜졌다.
아마도 살기를 품고 있었을 내 눈 속으로, 테이블이 놓여있던 자리에 데상용 석고상처럼 서 있는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하얀색의 종이가 펼쳐진 채 쥐어져 있었다.
처제였다.
“처제!”
처제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몸을 조금 틀은 후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엎어졌다.
무릎을 꿇었던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았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그 자세에서 처제는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형부! 죄송해요!...흐으윽~~미안해요!.... 흐으응~~제가....제가.... 언니 대신 용서를 빌께요...형부~~~~”
처제의 서롭도록 애처로운 통곡이 방안을 메아리쳤지만 나는 그녀를 위로하거나 보듬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지랄같은 운명이 연속되고 있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7건) | ||
|---|---|---|
|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6.14 | 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07 (2) |
| 2 | 2026.06.14 | 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06 (1) |
| 3 | 2026.06.14 | 현재글 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05 (1) |
| 4 | 2026.06.14 | 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04 (1) |
| 5 | 2026.06.13 | 아내.. 그리고 나와 그들 03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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