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스카우트 (6)

문이 열리고, 익숙한 아로마 향이 코끝을 스쳤다. 희미한 조명 아래, 여자가 돌아선 채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 검은색 실크 가운을 입은
그녀의 뒷모습은 어딘가 낯익었다. 민수는 그녀가 완전히 돌아설 때까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여자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민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충격. 눈앞에 서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그의 전 여자친구, 미연이었다. 미연 역시 민수를 보는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싹 가셨고, 동공은 공포와 경악으로 흔들렸다. 약 석 달 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졌던 미연.
그녀가 왜 이곳에, 이런 모습으로 서 있는 걸까? 민수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으로 뒤엉켰다. 혼란, 배신감, 그리고 알 수 없는 연민과 호기심이 뒤섞였다.
"미연아…?" 민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미연은 애써 표정을 감추려 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민수야… 어떻게… 네가 여기에…?"
민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여긴 왜 왔겠어… 너는 왜…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실망감과 동시에 그녀를 향한 걱정이 묻어났다. 지혜, 수진, 현아를 만나며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이 미연을 마주하는 순간 폭풍처럼 몰려왔다.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알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이들의 비극적인 사연들이, 이제는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까지 닿았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꼈다.
미연은 고개를 숙였다. 긴 침묵 끝에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 "아빠 사업이 갑자기 망했어… 정말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어. 빚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쌓였어.
" 그녀의 목소리는 억눌린 울음으로 갈라졌다. "엄마랑 아빠는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는데… 병까지 얻으셨어. 병원비가… 천문학적으로 깨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민수는 미연의 말에 숨을 들이켰다. 그의 눈앞에 비치는 미연은, 한때 빛나던 명랑한 여자친구가 아니었다. 깊은 그림자에 갇힌 듯, 초라하고 지쳐 보였다.
그녀의 말은 이전까지 민수가 만났던 여성들의 사연과 너무나 흡사했다.
가족의 빚, 병든 부모님.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했던 민수는, 이제 그 비극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의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한 거야?" 민수는 겨우 물었다.
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짧은 시간에 가장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어. 금방… 금방 털고 나올 생각이었어.
너한테 말하면 네가 걱정할까 봐… 그리고 네가 이 일을 하는 날 이해하지 못할까 봐… 그래서 아무 말 없이 헤어지자고 한 거야. 미안해, 민수야. 정말 미안해…"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는 듯했다. 민수는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사연은 너무나 그럴듯했다. 자신이 만났던 다른 여성들의 사연과 겹쳐지면서, 미연의 고통이 더욱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그녀를 이해해야 한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자신을 속이고 이런 곳에 있었다는 배신감이 충돌했다. 동시에 그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을 떠났던 미연이, 이런 비참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민수는 미연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예전처럼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는 충동과, 그녀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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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과의 충격적인 재회 이후, 민수의 머릿속은 온통 복잡했다.
배신감, 혼란, 그리고 그녀의 애처로움이 그를 잠식했다.
그날 밤, 그는 도저히 혼자 감당할 수 없어 가장 친한 친구 철수를 불러냈다.
술잔이 오가고, 민수는 미연과의 일을 차마 다 털어놓지 못했지만, 팍팍한 아르바이트와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야, 근데 요즘 진짜 재밌는 웹툰이 있더라?" 철수가 맥주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제목이 '훈남오빠의 비밀 아르바이트(에피스드1:은밀한 스카우트)'인가 뭔가인데, 완전 현실 고증이야. 막 에이스 언니들 스카우트하고 그러는데, 내용이 진짜 쫄깃해."
민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훈남의 비밀 아르바이트'? 그의 귀를 의심했다. 철수가 보여준 웹툰 섬네일에는 낯익은 그림체의 '훈남 오빠'가 그려져 있었다.
민수는 홀린 듯 철수의 스마트폰을 건네받았다. 첫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순간, 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지혜의 사연, 어머니의 병원비, 명문대 졸업반,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자신이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이 웹툰 속에서 그림과 대사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민수의 손이 떨렸다.
댓글창에는 '진짜 경험담인가 봐', '소름 돋는다', '너무 현실적이야'라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다음 에피소드, 수진과 현아의 이야기까지 숨죽이며 넘겼다.
모든 것이, 그가 '알바'라고 믿었던 그 일들이, 미연의 손에서 재창조된 웹툰 스토리였다는 사실이 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특히 그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에피소드 말미에 붙은 '작가 노트'였다. '훈남의 오빠의 비밀 아르바이트 작가 지아(=미연) 입니다.'
그리고 지혜와의 비공개 인터뷰 발췌. '오빠 물건 너무 좋아요…'라는 대사까지 생생하게 실려 있었다.
'지아'가 미연이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석 달 전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떠났던 미연,
그녀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 그리고 그녀가 털어놓았던 거짓말 같은 사연들까지…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그날 밤 민수는 잠들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미연은 자신을 철저히 속이고 이용했다. 그녀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에 분노와 배신감이 들끓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웹툰 속 주인공이 되었고, 그의 경험들이 수많은 독자들에게 '설렘'과 '공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 묘한 현실이 주는 비현실적인 감각에 휩싸였다.
이 사실을 미연에게 폭로할까? 당장 따져 물을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민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웹툰은 이미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이 이 사실을 폭로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터였다. 그리고 미연의 다음 계획이 무엇인지, 그녀의 웹툰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 모든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민수는 묘한 스릴을 느꼈다. 자신이 웹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은 세상에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는 미연의 의도대로, 그녀의 웹툰 스토리 마무리를 위해 당분간 '스카우트' 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단순한 '알바생'이 아니었다.
거대한 거짓 속에 뛰어든 채, 미연의 다음 수를 기다리는 위험한 주연이 된 것이었다.
그의 눈빛은 밤하늘처럼 깊고 차갑게 가라앉았다. 다음 '미션'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ㅡㅡ 계속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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