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3-9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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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09:25
第9章 사경(死境)의 기연
회룡강이 지하로 스며들며 생긴 지하수로.
콰아……!
어두운 동굴 속으로 세찬 격랑이 요란하게 굽이치며 휘돌고 있었다.
"흐윽!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상공!"
문득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처절한 여인의 울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콰르르르…
지친 격랑이 한 굽이 휘도는 곳에는 지하수로가 또 다른 동굴로 이어
지는 부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격랑이 굽이치는 물가에는 한 명의 여인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은
채 구슬프게 오열하고 있었다.
사내 복장을 한 건장한 체격의 남장여인.
군여옥!
바로 그녀가 아닌가?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녀는 이검한과 함께 회룡탄 아래의 까마득
한 단애로 추락하지 않았던가?
그녀의 무릎 위에는 이검한이 죽은 듯이 안겨 있었다.
지금 그는 다량의 출혈로 인해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으며 호흡
마저 지극히 미약했다.
그의 몸에 난 치명적인 상처는 군유강의 착혈강마편에 찔린 가슴 부
분이었다. 착혈강마편은 이검한의 심장 일부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가 여러 차례의 기연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얻지 않았다면 이미 죽
었을 것이다.
그가 전일 복용했던 대력철골단(大力鐵骨丹)의 호심지력(護心之力)이
그나마 이검한의 목숨을 간신히 유지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
군여옥은 이검한과 함께 회룡탄 아래로 추락한 후 오래지 않아 깨어
났다.
그녀의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다만 출혈이 심해 기절했던 것뿐이
었다.
한데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와 이검한은 지하수로의 격
류를 타고 무작정 흘러가고 있었다.
이검한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군여옥을 안은 팔의 힘을 풀지 않
고 있었다.
그 덕분에 두 남녀는 헤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신을 차린 군여옥은 필사적으로 격랑을 벗어나 이 동굴의 입구로
올라온 것이다.
"제발… 흐윽… 제발 눈을 떠요. 상공……!"
군여옥은 죽은 듯이 늘어져 있는 이검한의 창백한 뺨에 얼굴을 부비
며 오열했다.
이검한을 만난 지는 겨우 하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가슴 깊이 이검한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 사랑하는 정인이 지금 그녀의 품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군여옥은 죽어가는 이검한을 되살릴 능력이 없었다. 지니고 있는 영
약도 없었으며 그의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는 의술도 없었다.
어찌하랴? 그것은 너무나 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아… 신이시여! 소녀의 생명을 바쳐도 좋으니 이이를 구원해 주십
시오. 제발……!"
군여옥은 필사적으로 믿지도 않는 신(神)에게 애원했다. 한데 그녀의
간절한 애원이 통한 것일까?
찌링!
문득 이검한의 품에서 나직한 금속성이 일어났다.
툭!
그와 함께 무엇인가 붉고 푸른 섬광이 이검한의 품 속에서 떨어져 나
오는 것이 아닌가?
처연하게 오열하던 군여옥은 일순 흠칫했다.
'이게 뭐지?'
그녀는 아미를 모으며 바닥을 주시했다.
이검한의 품에서 떨어진 것은 직경 세 치 가량의 둥근 옥패(玉牌)였
다. 붉고 흰 타원형이 맞물려 태극(太極)의 형상을 한 옥패.
-태극패(太極牌)!
그렇다. 그것은 바로 태극패였다.
얼마 전 이검한은 불회마곡(不廻魔谷)에 침투했다가 무저연(無低淵)
가에서 복수구마(復讐九魔) 중 빙혈마(氷血魔)를 죽였다.
태극패는 바로 그 빙혈마가 지니고 있었던 것인데 이검한은 태극패가
범상한 물건이 아님을 느끼고 지니게 되었다.
찌리링…
헌데 지금 그 태극패가 은은한 서기를 흘리며 나직한 진동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살아있는 물건인 양 저절로 들썩들썩거리기까지
하면서.
실로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츠으… 츠으…
태극패 위에서 번져오르는 붉고 흰 서기는 신비롭기 이를 데 없었다.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는 군여옥은 경이의 표정으로 태극패를
주시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한데 그때였다.
스스…
들썩이던 태극패가 슬금슬금 바닥을 기어서 동굴의 안쪽으로 이동하
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군여옥은 그 놀라운 광경에 두 눈을 번득 빛냈다.
'저 안쪽에서 어떤 힘이 이 옥패를 끌어 당기고 있다!'
지혜로운 그녀는 이내 상황을 파악해냈다.
그렇다. 놀랍게도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동굴의 안쪽으로부터 태극
패를 끌어 당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추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츠으……!
바닥을 기어가는 태극패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군여옥은 이검한을 안은 채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태극패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츠츠…
태극패가 움직이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들썩들썩! 츠으…
한 순간 태극패는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와 함께 그것은 질풍같이 동굴의 안쪽으로 날아 들어가는 것이 아
닌가?
"서랏!"
군여옥은 자신도 모르게 다급히 외치며 날아가는 태극패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핑!
탄지지간(彈指之間) 태극패는 어두운 동굴 속의 백여 장 안쪽으로 날
아갔다.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려 태극패를 뒤따르던 군여옥 앞에 돌연 하나의
철벽(鐵壁)이 확 나타났다. 새파랗게 번들거리는 철벽이!
"어엇!"
순간 군여옥은 다급히 몸을 휘돌려 두 발로 벽을 차고 몸을 멈추었다
.
쩌어엉!
거의 동시에 날아온 태극패는 그대로 철문의 가운데 박혀버렸다. 정
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박힌 것이 아니라 끼워진 것이었다.
철벽의 가운데에는 하나의 둥근 틈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틈에 태
극패가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었다.
철문 앞에 내려선 군여옥은 형형한 눈빛으로 태극패가 들어간 철벽을
주시했다.
'그 옥패는 일종의 열쇠였구나!'
그때였다.
우르르…
돌연 철벽이 요란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철벽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쩡!
그리고 한 순간 철벽이 벌어지는 틈을 통해 그 안쪽으로부터 갑자기
찬연한 서광이 뻗어나왔다.
"웃!"
군여옥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그 강렬한 섬광을 직시하자 눈이 부심
과 함께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칠 물러섰다.
쿠르릉!
그 사이에 철문은 완전히 천정 위로 사라져 버렸다.
군여옥은 눈을 가늘게 떠 그 강렬한 섬광을 순화시키며 안쪽을 주시
했다.
"아……!"
다음순간 그녀의 입에서 절로 경악의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철문의 안쪽은 한 칸의 널찍한 지하동부였다.
천연의 종유동굴에 인공을 가미하여 만들어진 석실인데 높직한 석실
의 천정은 특히 수많은 종유석들로 가득차 있었다. 창날같이 뾰족한
종유석들의 재질은 일종의 수정(水晶)이었다.
투명하고도 영롱한 광채를 뿌리고 있는 거대한 수정의 기둥!
츠으… 츠으…
군여옥이 본 예의 찬란한 광채는 바로 그 수정기둥에서 발산된 것이
었다.
아마도 수정기둥의 끝 부분은 지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그리
고 그 지상으로 연결된 수정 부분이 태양빛에 노출된 것이었다.
태양빛에 끝이 노출된 수정기둥은 그 태양빛을 몇 배 증폭시켜 이곳
지하 동부를 밝히고 있었다. 실로 오묘하기 이를 데 없는 자연의 신
비였다.
군여옥이 놀란 것은 그 수정기둥 때문이 아니었다.
'사… 사람이 있다!'
그녀는 숨을 죽이며 수정기둥의 뒷쪽을 주시했다.
수정기둥 뒤에는 과연 누군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이 흐릿하
게 보였다.
군여옥은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듯 그 수정기둥의 뒤로 돌아갔다.
"시… 시체였군!"
군여옥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정기둥 뒤에는 한 명의 고대인(古代人)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죽어 있었다. 아마 오래 전에 죽은 시신인 듯했다.
하지만 그 시신은 생명이 꺼지지 않고 다만 깊이 잠이 든 듯 생생하
게 느껴졌다. 그것은 시체의 주인이 생시에 기오막측한 내공을 지녔
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중후한 인상을 지닌 그 중년인은 일신에 타는 듯 붉은 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한데 시신이 기대앉은 석벽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깊숙이 양각되어
있었다.
<숭양동천(崇陽洞天.>
숭양(崇陽)……! 그렇다면 이 시신은 태양신군(太陽神君)이 세운 숭
양무벌(崇陽武閥)과 관련이 있단 말인가?
"숭양동천(崇陽洞天)?"
하지만 군여옥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로서는 아득
한 상고시대에 중원에 존재했던 숭양무벌의 전설을 알 리 없었던 것
이다.
그러나 전설을 모르는 군여옥이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기대의 빛으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분 상고기인께서 상공을 구해줄 어떤 방법을 남기셨는지도 모른
다!'
그녀는 그 기대감으로 흥분과 긴장의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목갑의 뚜껑을 열었다.
목갑 안에는 한 장의 양피지와 한 권의 책자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
"용서하세요. 고인이시여……!"
군여옥은 중얼거리며 조심스럽게 비급을 집어 들었다.
<태양심경(太陽心經)!>
낡은 비단 책자에는 그 같은 글이 전자체로 적혀 있었다.
군여옥은 기대감으로 눈을 빛내며 급히 비급의 겉장을 펄쳐 보았다.
태양심경 안에는 심오한 내공심법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군여옥이 원하는 것은 오직 이검한의 치료 방법이지 그
같은 무공심법이 아닌 것이다.
대강 태양심경을 훑어본 군여옥은 실망의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녀는 시신의 앞을 주시했다.
시신의 앞에는 하나의 목갑(木甲)이 놓여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동굴 내의 다른 곳과는 달리 그 목갑에는 먼지 하나
묻어있지 않았다.
깨끗하고 반질반질하게 닦여져 있는 그 목갑은 마치 최근 누가 만지
기라도 한 듯했다.
하지만 흥분한 군여옥은 미처 그것을 생각지 못했다. 그녀의 관심은
오직 이검한을 구하는 데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번에는 양피지를 집어 들었다. 양피지에는 깨알같은 글이
가득 적혀 있었다.
<숭양무벌(崇陽武閥)의 개조(開祖)이며 위대하신 스승 원시천존(元始
天尊)님의 어리석은 제자 태양신군(太陽神君)이 남기노라!>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원시천존(元始天尊)! 이 분이 원시천존의 제자란 말인가?"
양피지에 적힌 글의 첫줄을 읽은 군여옥은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태양신군(太陽神君)은 모르지만 원시천존은 알고 있었다.
사실상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
군여옥 가문의 시조인 폭풍천신(暴風天神) 역시 원시천존과 함께 고
금오대고수(古今五大高手)의 일 인으로 불리지 않았던가?
폭풍천신은 자신의 후손들에게 한 가지 유언을 남겼다.
-다른 사람은 모르나 원시천존의 후손과 만나면 무조건 패배를 자인
하고 물러나라!
이것이 바로 폭풍천신이 유언이었다. 그만큼 폭풍천신은 원시천존을
존경하고 두려워 했던 것이다.
자연히 폭풍일맥의 제자들은 원시천존의 이름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한데 지금 그 원시천존의 이름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서 발견
된 것이 아닌가?
-태양신군(太陽神君)!
그렇다. 이곳 숭양동천에 죽어있는 고대인의 정체는 다름아닌 태양신
군이었다.
그 옛날 원시천존은 우화등선(羽化登仙) 직전 자신의 두 제자를 불러
들였다.
태양신군(太陽神君)!
현음마모(玄陰魔母)!
각기 원시천존의 반쪽 진전을 얻은 기인들.
원시천존은 두 제자에게 두 가지 유물을 내놓았다.
-초연신강(超然神 )!
-태극보정(太極寶鼎)!
한 가지는 원시천존이 창안한 고금최강의 기예요, 또 하나는 원시천
존이 창건한 태극일맥(太極一脈)의 종주(宗主)의 상징이었다.
원시천존은 두 제자에게 그 두 가지 유물 중 각자 원하는 것을 선택
하라고 했다.
이에 영악한 현음마모는 먼저 고금최강의 신공이라는 초연신강의 심
득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파멸의 함정임을 현음마모는 죽기 직전에서야 비
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초연신강은 원시천존조차 우화등선 직전에야 겨우 창안해냈을 정도로
난해한 심득이었다.
그런 초연신강을 원시천존의 발뒤꿈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음마모의
재질로 연마해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현음마모는 신강(新疆)의 대과벽(大戈壁)
에 현음동천(玄陰洞天)을 세우고 칩거했다.
물론 초연신강을 연마하여 사형인 태양신군을 이기려는 욕심 때문이
었다.
그러나 백 년을 고심참담했지만 현음마모는 끝내 아무 것도 얻지 못
했다.
결국 그녀는 절망과 고독에 몸부림치다 현음동천에서 쓸쓸히 죽어가
야만 했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태극보정(太極寶鼎)을 선택했던 태양신군
역시 숭양무벌을 해체하고 새외에 은거했다.
그곳이 어딘지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한데 바로 그 태양신군의 은거지인 숭양동천이 지금 군여옥에 의해
발견된 것이었다.
후회와 한탄이 실린 태양신군의 글, 군여옥은 거듭 놀라움을 금치 못
하며 계속되는 글을 읽어내려갔다.
<나는 비로소 스승님의 뜻을 알았다. 그 분은 나와 사매가 각기 문파
를 세워 무림의 패권을 다투는 것을 우려하셨다. 해서 그 분은 우리
사형매가 동시에 무림에서 사라지기를 바라신 것이다. 결국 사매는
초연신강의 이루어질 수 없는 무공에 매달려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이에 나도 숭양무벌을 해체하고 이곳 숭양동천에 은거했다. 스승님께
서 남겨주신 태극보정(太極寶鼎)만을 지닌 채!>
군여옥은 눈을 빛내며 한쪽을 주시했다.
'저것이 태극일맥(太極一脈)의 상징인 태극보정이군!'
수정기둥 옆에는 하나의 구리 향로가 고풍스러운 자태로 서 있었다.
<태극보정(太極寶鼎)!>
사람 키만한 높이에 다리가 셋 달린 그 구리향로의 표면에는 그와 같
은 글이 수려한 필체로 새겨져 있었다.
태극일맥을 상징하는 이 태극보정은 본래 상고시대 오제(五帝) 중 우
(禹) 임금이 만드셨다는 구주보정(九州寶鼎) 중 하나였다.
성제(聖帝) 우(禹)가 구주를 주유하며 보고 들은 견문을 구정(九鼎)
에 새겼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 구주보정에는 삼라만상의 이치가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태극보정은 바로 그 구주보정의 첫째이며 이에 기록된 이치는 천지(
天地), 음양(陰陽)의 우주운행의 이치라고 한다.
물론 그것을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군여옥은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금치 못했다.
'구주보정 중 첫째라는 태극보정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될 줄이야!'
그녀는 엄청난 흥분에 휩싸였다.
그 바람에 그녀는 잠시 자신의 의무를 망각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태극보정의 앞으로 다가가 그것을 살펴 보았다
.
태극보정의 장식은 의외로 단순했다. 두 마리 용이 뒤엉킨 형상이 향
로 전체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용(龍)의 묘사는 아주 상세했으며 역동감이 넘쳐 보였다. 금방이라도
살아서 뛰쳐 나올 듯 생생한 모습.
한데 자세히 보니 그 두 마리 용의 몸은 서로 결합되어 있었다. 숫용
의 늠름한 일부가 암룡의 하체에 깊숙이 결합된 상태로…
신성한 구주보정의 장식 치고는 어쩐지 난잡해 보이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워낙 그 묘사 솜씨가 정교하고 역동감이 넘쳐 난잡한 느낌 같
은 것은 들지 않았다.
그 그림을 접한 군여옥은 내심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극보정에 이런 그림이 새겨져 있다니!'
그녀는 내심 중얼거리며 고소를 지었다.
이어 그녀는 다시 양피지로 시선을 돌렸다.
양피지의 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 알 길이 없다. 세속의 욕망을 진정시
키려 애쓰는 도중 어느덧 세월의 흐름조차 망각해 버린 것이다. 그러
다가 어느 날 문득 세속에서의 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와 함께 나는 한 조각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것은 스승님이 어리석은 제자에게 남긴 한 가지 사명이 있다는 사실
이었다.
태극보정은 내게 한 가지 비밀을 토로했으며 후세를 위해 그 비밀을
진술해 놓는 것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사명이라는 것을!>
'혹시……!'
거기까지 읽은 군여옥은 흥분과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리고 과연 그녀의 예감은 들어 맞았다. 계속 이어지고 있는 태양신
군의 글 속에는 실로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혼원조화법(混元造化法)!
바로 이것이 태극보정의 비밀이다. 태극보정은 곧 일원(一元)을 의미
하는 것이다. 일원(一元)은 음양(陰陽)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본시
인간은 일원(一元) 태극(太極)에서 태어났으되 음(陰) 양(陽)으로 분
리되면서 음양의 완벽한 조화로 일원태극(一元太極)의 경지에 이르러
야만 한다. 혼원조화법(混元造化法)은 바로 이같은 일원태극의 달성
을 위한 비법이다. 이를 연마하려면 필히 상대의 성(性)의 도움을 받
아야만 한다.>
태양신군의 글을 읽어나가던 군여옥은 흥분과 기쁨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 이 혼원조화법이면 상공을 구할 수도 있다!'
그녀는 내심 확신하며 부르짖었다.
그녀는 양피지 뒤에 적혀 있는 구결을 읽어나갔다. 군여옥 정도의 자
질을 지닌 자라면 이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군여옥은 흥분된 상태에서 혼원조화법의 구결을 외웠다.
그러나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녀는 태양신군이 남긴 마지막 구결의
경고는 읽지 못했으니.
<혼원조화법의 완성을 위해서는 필히 순음지체(純陰之體)여야만 한다
. 아울러 이제야 깨닫는 바이거니와 혼원조화법이 없이는 현음마모
사매의 초연신강은 결코 완성되지 못하리라.>
경고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순음지체(純陰之體)!
죽어가는 이검한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순음지체의 여인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쩌랴?
군여옥은 안타깝게도 이미 순음지체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지난밤
이검한에게 처녀를 바치지 않았는가?
또 한 가지 의문은 초연신강에 대한 것이었다. 태양신군의 기록대로
라면 초연신강은 반드시 혼원조화법의 도움을 받아야 시전할 수 있다
고 했다.
하지만 몇 달 전 이검한은 혈황 영호진과 싸우다가 위기의 순간 자신
도 모르게 초연신강을 발휘하여 영호진을 죽이지 않았던가?
그것은 아마도 이검한이 두난향과 함께 연마한 봉황조화심결(鳳凰造
化心訣) 덕분인 듯했다.
봉황일파의 봉황조화법도 궁극적으로 혼원조화법과 일맥상통하는 음
양비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검한은 봉황조화법으로 얻은 음양강기로 초연신강을 시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태극보정의 옆에는 이검한이 여전히 죽은 듯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
다.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한 얼굴로…
군여옥은 떨리는 손으로 이검한의 옷을 벗겨 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이검한의 옷을 모두 벗겨 냈다.
건장하고 탄탄한 이검한의 알몸이 이내 그녀의 눈 앞에 드러났다.
처음보는 이검한의 알몸도 아니건만 군여옥의 가슴은 세차게 쿵쾅거
리고 있었다.
그녀도 잘근 입술을 깨물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도 실오라기 한올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당당하고 균형잡힌 탄력있는 몸매, 풍만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의 눈
부신 나신이 드러났다.
군여옥은 절로 화끈거리는 얼굴의 열기를 느끼며 이검한의 하체로 시
선을 돌렸다.
늠름하고 당당하기 이를 데 없던 이검한은 깊이 잠든 채 누워 있었다
.
잠시 얼굴을 붉히며 망설임의 표정을 짓던 군여옥은 이윽고 정성껏
이검한의 실체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하루 전만 해도 자신이 사내의 실체를 만지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군여옥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몸인지라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자신은 이미 그것을 부끄러운 곳으로 소유한 적도 있지
않은가?
군여옥은 손뿐만 아니라 자신의 당당한 젖가슴과 심지어 입술까지 동
원했다. 그러자 파리하게 죽어있던 이검한의 피부가 혈색을 되찾아가
고 축 늘어져 있던 순양지물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져서 용틀임을 한다
.
군여옥은 비로소 이검한의 몸에서 손을 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겁에 질려 이검한의 실체를 바라보았다.
'저… 저게 정말 내 몸에 다 들어왔었을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검한의 실체는 어마어마했다. 마치
자신도 우마의 암컷처럼 느껴지는 군여옥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검한의 하체 위에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았다
. 너무도 장대한 이검한의 일부가 그녀의 샅을 찌른다.
'검한……! 사랑해요!'
군여옥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이검한의 실체를 쥐고는 그 위에 주저
앉았다. 쇳덩이 같은 그것의 끝이 여리디 여린 그녀의 몸을 열고 들
어왔다.
이검한의 뜨거움을 느낀 군여옥은 바르르 떨면서 힘주어 둔부를 내리
눌렀다.
순간 그녀는 몸의 깊은 곳이 불로 지져지는 듯한 격통을 느끼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성을 삼켰다. 비록 처음은 아니었으나 이검한과 결합
되는 순간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다. 아직도 그녀의 몸은 장대한 이검
한의 실체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그 고통을 참아냈다. 그것이 사랑하는
연인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마침내 그녀는 완전히 이검한의 하체 위에 주저앉았다.
화끈화끈거리는 작렬감이 중심부에서 전해온다. 그보다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신의 아랫배 속에서 용틀임을 하는 이검한의 실체가 너
무도 생생하게 느껴져 그녀를 전율케 한다.
하지만 군여옥은 아찔아찔해져오는 정신을 집중하여 서서히 혼원조화
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이검한의 내부에서 미약한 진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은 꺼져가는 그의 생명력을 부추길 정도로 강한 것은 아
니었다.
군여옥은 필사적인 심정으로 계속 혼원조화법을 운용했다.
하지만 역시 허사였다. 이검한의 몸은 더 이상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
하지 않았다.
그녀는 울상이 되었다.
"흐윽… 왜 안되는 거지? 왜?"
그녀는 무엇인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순간 눈 앞이 아득해지는 절망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녀는 터져 나
오는 오열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내공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어쩌랴? 이검한의 숨결은 점점 약해지기만 할 뿐인 것을…
"아아, 안돼! 제발 눈을 떠요, 상공!"
그녀는 안타까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군여옥은 비통하게 오열하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혼원조화법의 운용시 여자는
반드시 순음지체(純陰之體)여야 한다는 것을.
그것을 알 리 없는 군여옥은 아득한 절망감에 흐느끼며 몸부림쳤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그만 두거라. 더 애써봤자 네 자신의 음기만 손상될 뿐이다!"
돌연 군여옥의 옆에서 한숨 섞인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흑!"
순간 군여옥은 기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도 없다고 여겼던 이 지하동부에서 다른 사람의
음성이 들린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귀신을 만난 듯 머리 끝이 쭈뼛 곤두서는 전율마저 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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