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값 9
여자의 값 9
며칠 뒤 민혜는 휴가가 끝나 자신이 일하는 작은 동네 병원에 복귀했다.
"그래 신혼여행은 재밌었고?"
나이 지긋한 간호사가 민혜에게 물었다.
"아아.. 네~ 흠.."
민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때 출입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다.
"야 김민혜!"
"어, 언니.."
"야 이 x년아, 니가 내 남친 꼬셔서 모텔갔다왔다며? 어? 그러고도 니가 인간이야? 응?"
정은은 다짜고짜 민혜의 머리끄댕이를 잡아채 병원 로비 한 복판으로 끌고 왔다.
"꺅! 언니! 왜 이래요! 이거 놔요! 꺄악!"
"뭐? 이게 죽을려고 진짜.."
정은은 민혜의 머리를 수차례 마구잡이로 때리며 욕을 퍼부어댔다.
병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들과 다른 직원들은 모두 놀라 둘을 쳐다볼 뿐이었다.
"꺅! 이거 안놔요? 아아! 아 x발 진짜!"
민혜 역시 화가 나 정은의 머리채를 잡아댔지만 슬렌더 체형의 날씬한 민혜보다는 그래도 탄탄한 체형의 정은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이 x같은 년아 안놔? 안놔?"
정은은 들고 있던 백으로 민혜를 수차례 쳐대다가 이젠 그녀의 옷을 잡아채 벗기기 시작했다.
"내가, 어? 그날 촉이 안좋더라고 응? 그래서 걔 핸드폰 확인해봤지. 이 x년아.. 그래놓고 신혼생활 재밌니? 재밌어?"
"아아! 아 이거 놓으라고! 아 좀 도와주세요!"
민혜의 윗도리가 목까지 올라가 브래지어가 훤히 보이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둘을 뜯어 말리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정은은 더욱 미친듯 달려들며 결국 민혜가 입은 간호사복 바지까지 벗겨버렸다.
"여러분~ 여기 보세요! 여기 이 x년이 신혼여행 갔다와선 제 남친 꼬셔서 잤다네요!"
정은은 바닥에 엎어진 민혜에게 발길질을 해대며 소리를 질러댔고 사람들은 반쯤 나체가 된 민혜를 보며 수군댔다.
.
.
"... 하아.. 죄송해요.."
민혜는 바닥에서 옷을 얼른 고쳐입으며 눈물을 흘렸다.
"야, 야! 고개 들라고. 너 x발 진짜 내 눈에 띄지 마. 확 죽여버린다?"
머리를 다시 정리한 정은은 민혜를 한 번 흘겨보더니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병원을 빠져나갔다.
.
.
.
민혜는 집에 와 망연자실하게 소파에 앉았다.
거울을 보니 다행히 멍이 든 곳은 없었지만 앞으로 출근은 어떻게 할 지 아니 그보다도 정은이 내가 벌인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동영상까지 봤을까? 내가 민우와 처음 잔 날도 알고 있을까?'..
모든 것이 막막했다.
게다가 오늘은 생리예정일인데 이상하게 아무 소식이 없다.
민혜는 수많은 불안감에 휩싸여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 남편이 퇴근했고 민혜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썼다.
"무슨 일 있어?"
"으응? 아니.... 아.. 사실.. 병원 그만둘까 생각해."
"왜?"
"아.. 나 임신한거 같아... 음.. 그래서.."
"오! 정말이야?"
남편은 민혜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지만 그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민혜는 남편이 잠든 새벽 전화기를 들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그 때... 저랑 처음 잔 날 있잖아요..."
"어. 왜."
"그 때 혹시 안에 하셨어요?"
"아니. 그리고 이제 나한테 연락하지마. 나도 힘드니까."
난 전화를 무심하게 끊었다.
그녀에겐 내가 정은의 남자친구였으니까.
나도 정은에게 시달린 척은 해줘야 할 것 같았다.
.
.
.
약 1년 뒤.
민혜의 남편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바지를 벗은 채 한 야동을 다운받았다.
'발정나서 딴 놈한테 벌리는 유부녀.avi'
동영상 속 여자의 몸엔 립스틱으로 더럽게 낙서가 되어있었고 남편을 흥분시키기에 손색없었다.
남편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일을 끝마치곤 휴지통에 휴지를 던졌다.
"밥 먹으러 와요."
민혜가 남편을 부른다.
출산 후 이런저런 핑계로 관계를 맺어주지 않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쓴웃음을 짓고는 식탁으로 향했다.
내가 민혜가 출산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약 세 달 뒤이다.
그녀는 번호를 바꾸었는지 연락처도 사라져 있었지만 오랜만의 기도의 연락을 통해 전말을 알게 되었다.
기도는 나에게 전화를 걸고선..
"야! 나 김민혜랑 동거해~"
라고 말했다.
"이런 미친놈... 왜 너한테 가냐?"
"남편이랑은 도저히 못 느끼겠대...크크큭.. 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얘 전에 애 낳았거든? 근데.. 남편한테 냅두고 도망나온거야.. 흐흐흐.."
민혜와의 사건이 있은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내 나이는 이제 삼십대에 접어들었지만 내 몸의 욕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정은과 민혜 두 여자를 겪으며 내 취향은 더욱 완고해졌다.
남의 여자를 망가뜨리는 것.
정말 짜릿하고 재밌는 느낌이다.
뭐 어찌됐건 나는 내 욕망을 해소시켜줄 또다른 여성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한심하게 보이겠지만 나는 인생을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돈은 벌만큼 벌었다.
'오유진'
얘가 누구냐고?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저번주 금요일이었다.
나는 은행에 볼 일이 있어 차를 몰고 가던 중 이 여자를 처음 만났다.
나는 xx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마주오던 방향에서 내 차를 박은 것이다.
천천히 달렸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병원 신세를 질 뻔했다.
나는 당연히 차에서 내렸고 그 쪽에서는 조금 머뭇거리다 차 문이 열렸는데..
그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운전자는 여성이었고, 한 아이의 엄마인 것 같았다.
그녀는 꽤 짙은 화장을 했고 나이는 삼십대 초 중반 쯤으로 보였지만 하는 행동은 어린애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실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아이 참.. 운전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어머.. 아.. 죄송해요.. 어떡하죠?.. 이, 일단 연락처라도 가르쳐드릴게요. 제가 지금 바빠서.."
"아... 일단 알겠어요. 뭐 별로 큰 건 아닌거 같은데.."
나는 그녀의 연락처를 받았고 그녀는 조수석에 탄 어린 아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휭 가버렸다.
'음.. 좋은데...?'
난 그날 저녁 연락을 했고 그녀는 그런 사고가 처음인지 매우 미안해하며 어떻게 해야하는지 오히려 나에게 물었다.
그 여자는 내 차가 꽤 비싸보였는지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을 꺼냈지만, 나는 이것을 기회라 생각했다.
"괜찮아요. 워낙 살짝 부딪힌 거라. 하하.. 다친데도 없구요. 차도 별 이상 없더라구요."
"아아.. 정말요? 정말 괜찮으신거죠?.. 아 정말 다행이다... 휴.."
"하하.. 네. 걱정마세요. 근데 어디 가는 길이셨어요?"
"아, ...우리 애 데리고 가게가는 길이었어요~"
'가게..? 애를 데리고?'
"아.... 그러시구나 허허.."
"아, 사실 제가 xx역 근처에서 카페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죄송해서.. 오시면 커피 한 잔이라도 드릴게요~"
"아~ 그러시구나.. 하하. 조만간 찾아갈게요~"
"네~"
시작이 좋다. 저절로 날 찾는구나...
나는 며칠 뒤 그녀에게 다시 연락해 저녁 쯤에 찾아가겠다고 연락했다. 그녀는 어서오시라며 흔쾌히 대답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자 나는 그 여자가 운영하고 있다는 카페를 찾아갔다. xx동의 골목에 자리한 그곳은 조금 허름했지만 나름 느낌있는 카페였다.
.
.
.
"아 근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 저 오유진이요. 소개가 늦었네요. 그쪽은..?"
"전 고민우라고 합니다. 근데 참 대단하시네요. 애도 키우면서 이렇게 카페일까지.. "
나는 카페 구석에서 뛰놀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보며 말했다.
"하핫.. 뭘요.. 다 먹고 살려고 하는거죠."
"실례지만 남편 분은.. 어떤 일 하시나요?"
"아, 애 아빠는 요 며칠전에 출장갔어요. 그래서 요즘 얼마나 힘든지.. 어휴... 근데 민우씨는 어디서 일하세요?.. 되게 돈 많아 보이는데~ 뻬라리 타고 다니시구~ 헤헷.."
"아녜요~ 전 그냥 조그만 직장다니면서.. 뭐.. 다 비슷하죠 뭐.."
그렇게 나는 최대한 정상적인(?) 사람인 척 대화를 이어갔다. 사실 알고 싶은건 더 많았지만 그건 그녀를 발가벗겨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니까.. 조금만 참기로 했다.
시계는 밤 10시를 가리켰고 그녀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대로 있기에도 뻘줌하고.. 그냥 보내기엔 아쉬운데..'
그 때 그녀의 아이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며 소리쳤다.
"엄마~! 밖에 스포츠카있어 스포츠카!"
"하하, 그거 아저씨 차야.. 너도 타볼래?"
"네!! 태워주세요!"
"준서야, 너 혼난다~?"
커피를 만들던 유진이 말했다.
나는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 집 가까우면 이따 마칠 때 아이 태워다 드릴까요?"
"아이~ 됐어요~ 또 그러다 준서 사고치면..."
"괜찮아요~ 하하. 이 때 아니면 또 볼일 없을텐데. 그치 준서야?"
난 그렇게 그녀와 같이 퇴근했고 사실 아이 대신 그녀를 내 옆에 태우고 싶었지만 맛있는 열매를 먹기 위해 조금 더 참았다.
그녀가 가르쳐준 집 주소를 내비에 찍고 달렸다.
나는 준서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그녀에 대해 알아갔다.
아이의 나이는 네 살.
그녀는 아까 서른 두살이라 했으니까 스물여덞 즈음에 결혼했을 것이다.
혹시나 싶어 집에 다른 분은 안 계시냐 물어봤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다.
무언가 솔직한 아이 같았다.
나는 그녀의 집에 먼저 도착했고 내 계획을 슬슬 실현해 나가기 시작했다.
"준서야,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우리 먼저 들어가서 있을까~?"
"네 아저씨~!"
녀석은 기특하게도 내 의견에 잘 따라주었고 집 비밀번호까지 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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