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12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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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2章 마교백강(魔敎百强)
"물러서랏!"
뇌화룡이 덮쳐오자 음산한 노검수가 슬쩍 손을 흔들며 일갈했다.
"윽!"
퍼엉!
순간 뇌화룡은 강력한 무형잠경에 부딪쳐 신음하며 원래 자리로 밀려
나고 말았다.
제자리로 밀려난 뇌화룡은 분노로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당신들은 누구요? 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오?"
그의 말에 흑묘묘가 요악한 눈을 번득이며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이 누나는 흑묘묘라고 해요! 위대한 마교지존(魔敎至尊)님
의 애첩이지요!"
뇌화룡의 안색이 홱 변했다.
"마교지존! 그… 그럼 당신들은 지옥마교의 무리들!"
그는 눈을 부릅뜨며 경악성을 발했다. 화왕부인 당숙하를 납치한 것
은 바로 지옥마교의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헌데 기이한 일이 아닌가?
흑묘묘는 분명 저 막후의 효웅 혈황(血皇)의 수하였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마교지존의 애첩을 자칭한단 말인가?
혈황과 마교지존!
그자들은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흑묘묘는 경악하는 뇌화룡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분 노사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마교백강(魔敎百强) 중 한 분이신
냉혈마검작(冷血魔劒爵)이시랍니다!"
그녀는 덮쳐들던 뇌화룡을 가벼운 손짓으로 밀어버린 음산한 인상의
노인을 소개했다.
'마교백강!'
뇌화룡은 사색이 되었다. 그 역시 강남 일대를 휩쓴 지옥마교의 백대
고수인 마교백강에 대해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개개인이 유성신검황 등 사대천왕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녔다는 마교
백강이다. 뇌화룡 자신 따위는 냉혈마검작의 일초지적(一招之敵)도
안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길(吉)보다 흉(凶)이 많겠구나!'
상대가 마교백강의 일 인임을 안 뇌화룡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절망을
느꼈다.
"호호! 이제 잘 생긴 아우님을 이곳으로 불러낸 이유를 말해야겠군요
!"
흑묘묘는 고혹적인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목하 본교는 백야여인맹(白夜女人盟)의 무서운 계집
들과 장강(長江)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중이에요! 백야여인맹에는
맹주인 천년여제(千年女帝) 외에도 금강마녀(金剛魔女)라는 무서운
괴물이 있어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그 두 계집을 상대하려면 무공
만으로는 역부족이에요!"
뇌화룡은 안색을 굳힌 채 흑묘묘의 말을 듣고 있었다.
흑묘묘는 뇌화룡을 직시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해서 마교지존께서는 벽력당이 최근에 완성한 신병기를 빌리셨으면
해요!"
뇌화룡의 안색이 일변했다.
'구… 구중연환포(九重連環砲)!'
그는 경악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사실 벽력당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무서운 신병기가 있
었다.
-구중연환포(九重連環砲)!
바로 그것이다.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진천뇌격포(震天雷擊砲)를 더욱 강력하게 개량
한 뒤 이를 아홉 개로 묶은 신형 화포인데 이 구중연환포 한 대만 있
으면 능히 일만 명의 중무장한 기병을 섬멸할 수 있었다.
그 위력이 너무나 강대하여 벽력당은 구중연환포의 존재를 세상에 감
추었다. 그 때문에 구중연환포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일 년 전 화왕 뇌곤륜이 폭사한 것도 그 구중연환포와 관련된 죽음이
었다. 당시 화왕 뇌곤륜은 구중연환포의 포탄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
기 위해 신종 화약을 시험하다가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뇌화룡은 놀라움과 함께 내심 의혹을 금치 못했다.
'구중연환포의 존재는 문중에서도 삼십여 명밖에 모르는데 이 자들이
어떻게 그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의 안색은 여러 차례 변했다.
"호호호! 구중연환포란 게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어도 소용없어요! 그
것이 어떤 병기인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뇌화룡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며 흑묘묘가 요사한 웃음을 터뜨렸다
.
뇌화룡은 성난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흑묘묘를 노려보았다.
"누가 구중연환포의 존재를 당신들에게 누설했소?"
그 말에 흑묘묘는 요악하게 미소지었다.
"그렇잖아도 소개하려던 참이에요!"
짝짝!
그녀는 다시 손뼉을 두 번 쳤다.
"흐흐흐! 네가 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러자 산신묘 안에서 음침한 음소가 들리며 한 명의 청년이 걸어나
왔다.
"너… 너는……!"
산신묘 안에서 걸어나오는 청년을 본 뇌화룡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 그는 엄청난 분노와 충격으로 벌린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산신묘 안에서 걸어나온 자는 이십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인
데 제법 영준한 용모를 지녔지만 연신 눈동자가 좌우로 돌아가는 것
이 교활한 인상을 풍긴다.
"추경룡(秋京龍)! 네가 우리 벽력당을 배신하고 외인과 내통하다니…
…!"
뇌화룡은 부르르 치를 떨며 노갈을 내질렀다.
-추경룡(秋京龍)!
이것이 나타난 청년의 이름이었다.
그자는 벽력당의 가신(家臣)인 추씨(秋氏) 집안의 장손이다.
칠백여 년의 전통을 지닌 벽력당인지라 집안 일을 돕는 가신의 수도
엄청나다.
화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은 주인인 뇌씨일족의 몫이지만 그 외에
화기를 팔거나 수선해주는 등의 궂은 일은 가신들의 몫이다.
벽력당의 가신들 중에서는 추(秋), 위(魏), 손(孫)의 삼씨가 가장 숫
자가 많아 벽력당을 떠받치는 세 개의 솥, 즉 벽력삼정(霹靂三鼎)이
라 불린다.
비록 가신이긴 하지만 벽력당 뇌씨일족은 그들 삼가신을 피붙이처럼
대해왔고 세 가문의 수장(首長)들은 벽력삼장로(霹靂三長老)로 불리
며 우대해주었다.
추경룡은 바로 그 벽력삼정 중 추씨집안의 장손이다. 당연히 그는 열
화대진의 출입방법을 알고 있다.
"흐흐흐! 그렇다! 바로 내가 한 짓이다!"
추경룡은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열화대진을 뚫고 뇌화룡의 어머니
인 화왕부인 당숙하를 납치한 것은 바로 그자의 짓이었다.
"네… 네가 왜 이런 짓을……!"
뇌화룡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신음했다.
"왜냐고?"
추경룡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사실 벽력당이 천하제일의 화기명가로 명성을 유지해온 데는 벽력삼
정의 첫째인 우리 추씨집안의 공이 지대했다. 하지만 교만한 너희 뇌
씨일족은 우리 추씨를 종 취급하며 깔보아왔다!"
"무슨 소리냐? 우리 가족이 언제 너희 추씨를 멸시했다고……!"
뇌화룡은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집안 어른들의 엄한 훈육을
받으며 자란지라 뇌화룡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삼가신의 사람들을 함
부로 대한 적이 없다.
"흐흐흐! 나이도 어린 네놈이 내게 하대를 하는 것만 봐도 우릴 어떻
게 생각하는지 알고도 남는다!"
추경룡의 두 눈이 짐승처럼 이글거렸다. 편협하고 열등감으로 뒤섞인
눈빛이다.
"하대를 한 게 멸시를 한 증거라고?"
뇌화룡은 기가 막혔다.
추경룡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어울려 놀던 사이다. 나이 차이도 그리
많이 나지 않고 해서 별 생각 없이 말을 놓았었는데 그것을 추경룡
은 마음속에 응어리로 안고 있었던 것이다.
"흐흐흐! 왕후장상(王侯將相)에 따로 씨가 없듯이 우리 추씨집안이
벽력당의 당주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추경룡은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놈만 없어지면 벽력당은 대(代)가 끊긴다. 그럼 내게도 벽력당을
차지할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
추경룡의 뻔뻔스러운 말에 뇌화룡은 치를 떨었다.
"이… 이 천벌을 받을 놈! 돌아가신 아버님이 너를 얼마나 아끼셨는
지 기억도 못한단 말이냐?"
"무어라고 해도 상관없다!"
추경룡은 음험한 눈을 번득이며 뇌화룡을 노려보았다.
"지옥마교는 곧 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다. 지옥마교에 협조하는 길만
이 벽력당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해서 나는 흑
부인께 협조한 것뿐이다!"
그자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말했다.
"이 후레자식 같은 놈!"
스파앗!
뇌화룡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악을 쓰며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라 추
경룡을 덮쳐갔다.
"돌아가라!"
쩌엉!
냉혈마검작이라 불린 음산한 인상의 노인이 즉시 냉갈과 함께 오른손
을 들어 잠경을 내쳤다.
피핑!
순간 뇌화룡은 허공에 뜬 채 무엇인가를 냉혈마검작 쪽으로 던져냈다
. 그것은 길쭉한 막대같이 생긴 물체였다.
그것을 본 추경룡의 입에서 경악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조심하시오! 작렬섬광탄(炸烈閃光彈)입니다!"
냉혈마검작은 일순 흠칫했다.
버번쩍!
다음순간 폭음과 함께 태양광보다 열 배는 강한 강렬한 섬광이 장내
를 휩쓸었다.
-작렬섬광탄(炸烈閃光彈)!
벽력당의 비전 화기의 일종으로 폭발력보다는 강렬한 섬광을 일으키
도록 만들어진 병기다. 작렬섬광탄의 섬광은 너무 강렬하여 직시하면
시신경이 파괴당해 장님이 되거나 최소한 잠시 시력을 잃게 된다.
"크윽!"
"아학! 눈, 눈이!"
강렬한 섬광 속에서 다급한 비명과 신음이 터져나왔다.
마치 술취한 듯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냉혈마검작과 두 눈을 감싸며
데굴데굴 구르는 지옥검사들.
추경룡도 팔뚝으로 눈을 가리며 비칠 물러섰다.
"이놈! 가문을 배신한 천벌이다!"
꽈르르릉!
뇌화룡은 사납게 외치며 추경룡의 정수리를 노리고 일장을 후려쳐갔
다. 비록 그다지 정심한 내공은 아니었으나 그의 일장이 작렬하면ㄴ
추경룡의 머리통은 그대로 박살나고 말 것이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어딜!"
파앗!
요사한 일갈이 뇌화룡의 등 뒤에서 터져나옴과 동시에 한줄기 섬전
같은 지력이 뇌화룡의 배심에 내리꽂혔다.
"크흑!"
퍼억!
배심에 지력을 격중당한 뇌화룡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
닥으로 나뒹굴었다.
"큰일날 뻔했군! 역시 어린 놈이라도 방심하면 안되겠어!"
스슷!
요사한 음성과 함께 마혈이 짚혀 쓰러진 뇌화룡의 옆으로 흑묘묘가
내려섰다.
뇌화룡은 쓰러진 채 통한의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크으! 분하다! 역도를 눈앞에 두고도 응징하지 못하다니!"
그는 통한의 눈물을 뿌리며 옆을 주시했다.
멀지 않은 곳에 생모 당숙하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기절한 그
녀를 좌우에서 붙잡고 있던 지옥검사들이 작렬섬광탄의 섬광에 장님
이 되어 그녀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 개잡종 같은 놈! 죽여버리겠다!"
누구보다도 빨리 눈을 가린 덕분에 이내 시력을 회복한 추경룡은 분
노로 안면을 이지러뜨리며 쓰러져 있는 뇌화룡에 다가왔다. 그리고는
뇌화룡을 거칠게 짓밟으려고 했다.
"진정하세요, 추공자!"
옆에 있던 흑묘묘가 급히 손을 들어 추경룡을 제지했다.
그녀의 말에 추경룡은 움찔하며 손을 멈추었다.
마교지존의 애첩인 이 여자가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살아
남으려면 흑묘묘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되는 것이다. 설혹 그
녀가 자신의 가족을 죽이라고 시키더라도!
추경룡을 저지시킨 흑묘묘는 뇌화룡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요사
한 웃음을 지었다.
"구중연환포는 어디에 숨겨져 있지요, 도련님?"
그녀는 끈적끈적함이 배인 선정적인 음성으로 물었다.
"흑!"
뇌화룡은 질겁했다.
흑묘묘는 나삼 속에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양 무
릎을 벌린 자세로 뇌화룡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이다.
벌어진 투실투실한 두 다리 사이에 자리한 여자의 신비한 부분이 뇌
화룡의 눈에 확 들어왔다. 난생 처음 보는 성숙한 여체의 적나라한
형상은 아직 동정의 몸인 뇌화룡에게는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뇌화룡은 당혹함을 감추며 차갑게 냉소했다.
"헛… 헛수고하지 마라! 아무렴 내 입으로 구중연환포가 숨겨진 곳을
실토할 것 같으냐?"
말과 함께 그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호호호! 곧 자백하지 않으면 안될 텐데!"
흑묘묘는 요사한 웃음을 터뜨리고는 추경룡을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분부가 계십니까?"
추경룡은 비굴하게 웃으며 허리를 굽신거렸다.
흑묘묘는 그런 추경룡을 야릇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추공자! 당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작스런 그녀의 물음에 추경룡은 일순 흠칫했다. 그러나 그자는 이
내 흑묘묘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두 눈을 음악하게 번들거렸다.
"헤헤! 마흔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계집이죠!"
그자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옆에 쓰러져 있는 당숙하 쪽을 힐끗 바라
보았다.
뇌화룡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두 눈을 부릅떴다.
"너… 너희 년놈들, 혹시!"
그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리고 그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흑묘묘는 요악하게 웃으며 추경룡을 향해 말했다.
"명령이에요! 당부인을 당신의 여자로 만드세요!"
"아, 안돼!"
뇌화룡은 다급한 표정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반면 추경룡은 히죽 웃으며 흑묘묘를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마후님! 소생에게 기회를 주셔서!"
그자는 음험하게 눈을 번득이며 당숙하 쪽으로 걸어갔다.
그것을 본 뇌화룡은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이, 이놈! 그분에게 손대지 마라!"
그는 필사적으로 외치며 악을 썼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찌익!
추경룡은 거칠게 화왕부인 당숙하의 잠옷을 찢어냈다. 그러자 얇은
잠옷이 삽시에 찢겨나가며 당숙하의 풍만한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
났다.
삽시에 벌거숭이가 된 당숙하를 본 뇌화룡은 비통한 음성으로 외쳤다
.
"알… 알았다. 구중연환포를 줄 테니 멈춰라!"
그는 참지 못하고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호호호! 진작 그럴 것이지!"
흑묘묘는 득의의 교소를 터뜨리고는 손짓으로 막 당숙하의 은밀한 곳
을 가린 속곳을 벗겨 내리던 추경룡을 제지시켰다.
당숙하는 골반에서 벗겨진 자그마한 속곳이 허벅지에 걸려 무성한 숲
의 일단을 드러낸 야릇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막 당숙하의 깊은 비밀을 보기 직전이었던 추경룡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어쩔 수 없이 손을 멈추었다.
뇌화룡은 입술을 깨물며 통한의 표정으로 내뱉았다.
"구중연환포는 열화지벽(熱火之壁)의 후면에 숨겨져 있다!"
"열화지벽!"
흑묘묘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뇌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추경룡이 눈을 희번득이며 얼른 말했다.
"그곳은 제가 잘 압니다, 마후님! 흐흐흐! 어디 갔나 했더니 그런 곳
에 구중연환포를 숨겨놓았군!"
그자는 교활한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자 역시 구중연환포의 위치는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의 위치는 뇌화룡과 당숙하 모자, 그리고 삼가신의 수장들인 벽
력삼장로만이 알고 있었다.
"구중연환포의 위치를 말해 주었으니 너도 약속을 지켜라!"
뇌화룡은 분노와 통한이 서린 눈으로 흑묘묘를 노려보며 외쳤다.
"호호! 물론이지.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처리해야할 일이 있답니다!"
흑묘묘는 야릇한 시선으로 당숙하를 돌아보며 추경룡에게 말했다.
"저 계집을 추공자께 선물로 줄 테니 마음껏 즐기세요!"
"뭐, 뭐라고?"
뇌화룡은 그녀의 말에 사색이 되었다.
"헤헤! 감사합니다, 마후님!"
추경룡은 기쁨을 금치 못하며 흑묘묘를 향해 굽신거렸다.
이어 그자는 욕정의 눈을 번득이며 당숙하를 덮쳐갔다.
그자의 거친 손길에 의해 당숙하의 마지막 비역을 간신히 가리고 있
던 속곳이 그대로 무릎 아래로 벗겨져 내려갔다. 마침내 당숙하는 허
연 하체를 완전히 드러낸 알몸이 된 것이다.
그것을 본 뇌화룡은 분노로 까무라칠 지경이었다.
"이, 이놈! 그만 두어라!"
그는 비통한 음성으로 악을 쓰듯 외쳤으나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흐흐흐! 잘난 네년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구나!"
추경룡은 뜨겁게 숨을 몰아쉬며 당숙하의 무릎을 쥐어 거칠게 좌우로
벌렸다. 그러자 벽력당 안주인의 은밀한 부분이 적나라하게 그자의
시야로 튀어들어왔다.
사실 추경룡은 미망인이 된 이 아름다운 주모(主母)에게 사악한 욕정
을 품고 있었다. 그자가 쉽사리 흑묘묘의 유혹에 빠져 벽력당을 배신
하게 된 데는 화왕부인 당숙하에 대한 사련(邪戀)도 포함되어 있었다
.
추경룡은 허겁지겁 자신의 하의를 까내리고는 당숙하의 알몸을 덮쳐
눌렀다. 거칠게 찍어누르는 그자의 몸짓에 혼절한 당숙하의 알몸이
세차게 퍼득인다.
'빌어먹을!'
천인공노할 만행이 벌어지고 있는 장내의 한쪽에서 한 명의 인물이
당혹과 불만으로 안면을 잔뜩 이지러뜨리고 있었다.
냉혈마검작!
바로 그였다.
그자는 흑묘묘를 도와 벽력당을 제압하라는 명을 친히 마교지존으로
부터 들었다. 하지만 마교지존이 애첩으로 받아들인 흑묘묘의 행태는
오직 검도에 목숨을 걸어온 승부사인 냉혈마검작에게는 실로 못마땅
한 것이었다.
'교주께서는 저런 탕부를 무엇 때문에 측실로 맞아들였단 말인가?'
냉혈마검작은 흑묘묘의 용납치 못할 행위에 내심 치솟는 분노를 억제
치 못했다. 그는 혐오감에 몸을 떨며 내심 마교지존에 대해서도 욕설
을 퍼부었다.
"웬 놈이냐?"
그러던 어느 순간 냉혈마검작의 입에서 돌연 벼락같은 일갈이 터졌다
.
스파앗!
그리고 폭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미 냉혈마검작의 몸은 산
신묘 밖의 안개 속으로 뛰쳐들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냐?"
그 돌연한 사태에 흑묘묘는 물론이고 추경룡도 질겁하며 능욕하고 있
던 당숙하의 알몸에서 일어섰다.
차창!
"비켜라!"
산신묘 밖에서 요란한 쇳소리와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쿵쿵!
이어 하나의 인영이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산신묘 안으로 밀려들어왔
다.
"냉혈마검작!"
순간 흑묘묘의 입에서 비명에 가까운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밀려들어온 사내는 다름 아닌 방금 전 뛰쳐나갔던 냉혈마검작이 아닌
가?
지금 그자의 안색은 백짓장같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또한 장검을
쥔 그의 오른손 손아귀가 찢어져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흑묘묘는 일순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맙소사! 이제껏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냉혈마검작이 패하다니!
'
그녀는 마교백강의 일 인인 냉혈마검작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껏 냉혈마검작의 삼검(三劍)을 받아낸 자가 전무했다.
냉혈마검작의 검법기예는 유성신검황(流星神劍皇)과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인데 놀랍게도 그런 냉혈마검작이 누군가에게 여지없이 패
한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실로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중인들은 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벅! 저벅!
그때 산신묘 밖에서 육중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안개 속으로
하나의 흐릿한 인영이 나타났다.
"이놈!"
"죽어랏!"
지옥검사 두 명이 즉시 산문 밖으로 돌진해 나갔다.
퍼억!
그 직후 무엇인가 으깨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퍼퍽! 후두둑!
이어 산신묘 안으로 퉁겨져 들어오는 것은 머리통과 가슴이 산산이
으깨진 두 명의 지옥검사의 시체가 아닌가?
'흐윽!'
두 지옥검사의 끔찍한 죽음에 어지간한 흑묘묘도 자신도 모르게 부르
르 몸을 떨었다.
"네년을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운이 좋구나! 흑묘묘!"
돌연 싸늘한 일갈과 함께 한 명의 청년이 성큼 산신묘의 담장 안으로
들어섰다. 나타난 청년은 물론 이검한이었다.
흑묘묘는 아연실색하며 이검한을 주시했다.
'저… 저놈이 누군데 나를 알고 있단 말인가?'
그녀는 아미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검한은 흑묘묘를 알고 있
지만 그녀는 이검한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내를 한차례 둘러보던 이검한의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늦었군!'
발가벗은 채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누운 중년미부가 누군지는 설명
이 필요 없었다. 이검한은 한눈에 그녀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아보
았다.
일문의 안주인인 화왕부인 당숙하의 그같은 무참한 모습에 이검한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 순간 그의 내부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끓어올
랐다.
"너희 년놈들 중의 어느 누구도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한다!"
그는 사납게 으르렁대듯 외치며 세 남녀를 둘러보았다.
"흑!"
이검한의 살기 가득한 시선과 마주친 추경룡과 흑묘묘의 눈에 공포의
빛이 어렸다.
오직 냉혈마검작만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무엇인가 골똘히 생
각하는 모습이었다.
"네놈은 어디서 사망칠대검식(死亡七大劍式)을 훔쳐 배웠느냐?"
돌연 냉혈마검작이 싸늘한 음성으로 일갈했다.
"사망칠대검식! 저놈이 사망칠대검식을 썼단 말인가요?"
흑묘묘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이검한은 일순 흠칫했다.
'이 자들이 어떻게 장한선자(長恨仙子)님의 사망칠대검식을 알고 있
단 말인가?'
사망칠대검식!
방금 전 이검한이 냉혈마검작을 물리친 것은 사망칠대검식의 수법이
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망칠대검식을 흉내낸 것이었다.
몇 달 전 이검한은 태양곡(太陽谷)의 천인총(千人塚) 앞에서 장한선
자라는 신비여인과 삼초를 겨룬 적이 있었다.
가공할 살기를 지녔던 장한선자의 검초가 얼마나 날카로웠는지 이검
한은 자칫 패할 뻔하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이검한은 사망칠대검식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
아 있었다.
그 이후 이검한은 기연으로 유성신검황이 남긴 복마신검결(伏魔神劍
訣)을 얻어 참수한 덕분에 검술에 새로이 개안(開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고심한 끝에 그는 마침내 장한선자가 선보였던 사
망칠대검식 중의 삼식(三式)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그 삼식의 해소 방법까지도 터득하게 되었다.
물론 그는 누군가를 상대로 그것을 시전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냉혈마검작과 겨룰 때 처음으로 사망칠대검식의 전삼식의 검결을 써
본 것이다.
이검한은 형형하게 눈을 번득였다.
'그러고 보니 지옥검사와 방금 전 이자가 시전한 초식도 사망칠대검
식이었다!'
비로소 그는 지옥검사들의 검법이 눈에 익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옥검사들은 바로 사망칠대검식 중 제 일식을 썼던 것이다.
이검한은 싸늘한 표정으로 냉갈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네놈들은 그 검법을 어디서 훔쳐 배웠느냐?
"
"훔쳐 배웠다고?"
냉혈마검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헛소리 마라! 사망칠대검식은 본교의 십대절기(十大絶技) 중 한 가
지인데……!"
말을 하다말고 그자의 안색이 일변했다. 비로소 그자는 이검한의 유
도심문에 걸려들어 자신이 사망칠대검식의 연원을 실토한 것을 깨달
은 것이다.
그자의 말에 이검한은 눈을 부릅뜨며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사망칠대검식이 지옥마교의 십대절기 중 한 가지라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신음성을 발했다.
'그럼 장한선자란 그분은 지옥마교의 제자였단 말인가?'
"이, 육시를 할놈! 감히 노부를 우롱하다니!"
스파앗!
분노한 냉혈마검작이 폭갈을 내지르며 득닥같이 이검한을 덮쳐왔다.
쩌저저정!
벼락같이 옆으로 후려쳐오는 그자의 장검의 검신이 수백 개로 확 나
누어져 이검한을 휩쓸어왔다.
진가난분(眞假難分)의 무서운 검식!
제 아무리 절정고수라 해도 그 음독무비한 일격에는 질리고 말 것이
다.
사실 이검한도 두 달여 전에는 그 일검에 혼쭐나지 않았던가?
그 검식은 바로 사망제이검식(死亡第二劍式)이었다.
하지만 복마신검결 덕분에 사망삼식까지 완벽하게 연구해낸 이검한이
다.
쩌저정! 파카카캉!
그의 고독혼(孤獨魂)이 한차례 흔들리는 순간 살벌무쌍한 냉혈마검작
의 검식은 여지없이 박살나고 말았다.
"크윽! 이럴 수가!"
냉혈마검작은 엄청난 반진력에 손아귀에서 피를 쏟으며 경악의 신음
을 발했다.
파츠츠츠!
그러나 그는 이내 더욱 빠른 속도로 이번에는 장검을 수직으로 내쳐
왔다. 마치 빗발이 그어지듯 내려 쪼개오는 검영은 일발필살의 살기
가 실린 검초였다.
터엉!
하지만 그 일검마저도 이검한이 고독혼을 반월형으로 쳐올리는 간단
한 일초에 허무하게 봉쇄 당하고 말았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크흑! 네놈이 죽나 노부가 죽나 끝까지 겨루어보자!"
츄하아악!
사망제삼식마저 봉쇄 당한 냉혈마검작은 악을 쓰며 또 다시 장검을
직선으로 찔러왔다.
'이것이 사망제사식!'
이검한의 안색이 홱 변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냉혈마검작의 장검이 일직선으로 겨누어지자 검의 형태가 사라지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가늘고 좁은 검신의 단면(斷面) 뿐이다.
그 날카로운 검신이 다시 삼십여 개로 나뉘어져 이검한을 무찔러 왔
다. 도대체 어느 것이 진짜 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위험하다!'
푸학!
이검한은 질풍같이 신형을 뒤로 물리며 고독혼을 어검술의 수법으로
앞으로 내던졌다. 그와 함께 그는 본능적으로 왼쪽 팔뚝을 들어 얼굴
을 가렸다.
따당!
직후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얼굴을 가린 이검한의 왼팔에 충격이 가
해졌다. 물론 냉혈마검작이 찔러온 장검이 그의 왼팔에 맞은 것이었
다.
그의 왼팔에는 금마동천에서 얻은 천마묵장(天魔墨杖)이 둘둘 말려져
있었다. 그 바람에 냉혈마검작이 시전한 필살의 일검은 허무하게 천
마묵장 위를 찌르고 만 것이었다.
"크악!"
다음 순간 냉혈마검작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쿵쿵!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냉혈마검작의 배에는 한 자루
시커먼 장도가 등까지 꿰뚫려 있지 않은가? 이검한이 어검술로 내던
진 고독혼이 그자의 호신강기를 찢고 들어가 몸을 꿰뚫은 것이었다.
"고… 고독혼! 네… 네놈은 바로 고독마야 섭장천의… 제자!"
냉혈마검작은 두 손으로 자기 배를 관통한 고독혼의 도신을 움켜쥔
채 경악과 고통이 뒤섞인 신음성을 발했다. 자신의 배를 찌른 칼의
도신에 새겨진 고독혼이란 도명(刀銘)을 본 것이다.
"빌어… 먹을!"
푸하악!
냉혈마검작은 악을 쓰며 자신의 복부를 관통한 고독혼을 잡아 뽑았다
. 그러자 고독혼과 함께 시뻘건 피와 내장이 확 쏟아져 나왔다.
"죽… 어라!"
쐐애액!
냉혈마검작은 사력을 다해 고독혼을 이검한을 향해 던졌다.
스팟!
그러나 이검한은 가볍게 고독혼을 받아들었다.
그것이 냉혈마검작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쿵!
그자의 몸은 마치 고목이 쓰러지듯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런 그의 복
부에서 흘러나온 피와 내장이 삽시에 지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지옥마교가 자랑하는 마교백강 중 일 인의 최후였다.
"으아아!"
그때 이검한의 귓전에 공포에 질린 비명이 들려왔다.
흠칫하여 고개를 돌린 이검한의 시야 속으로 흑묘묘와 추경룡이 급히
몸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아차!'
이검한은 자신의 방심을 탓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흑묘묘는 질풍같은 신법으로 단번에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으나
추경룡은 경신술이 뒤져 미처 이검한의 시야에서 달아나지 못하고 있
었다.
"죽어랏!"
이검한은 싸늘하게 일갈하며 하나의 쇠고리를 추경룡을 향해 맹렬하
게 던져냈다.
피잉!
그 철환(鐵環)은 그대로 벼락같이 날아가 추경룡의 배심으로 파고들
었다.
퍽!
"켁!"
철환이 등에 꽂힌 추경룡의 신형은 산신묘를 에워싼 담장 안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나뒹군 후 잠시 발작하듯 꿈틀거리던 추경룡의 몸뚱이는 이내
축 늘어졌다. 비뚤어진 욕망으로 인해 벽력당을 팔아 넘기려 했던
배신자의 최후였다.
-뇌정철환(雷霆鐵環)!
이검한이 던져낸 쇠고리의 이름이었다. 이것은 바로 저 십왕의 일 인
이던 벽력신편(霹靂神鞭) 뇌붕이 남긴 세 가지 보물 중 하나였다.
뇌정철환은 벽력당 당주의 신물이며 그 안에는 벽력당 최고의 양강심
법이 한 가지 숨겨져 있었다.
이검한은 산신묘 밖으로 나가 추경룡의 시신에서 뇌정철환을 회수했
다.
"다친 곳은 없는가?"
다시 산신묘로 들어온 이검한은 탄식하며 화왕부인 당숙하와 뇌화룡
을 돌아보았다.
혼절한 화왕부인 당숙하는 추경룡에게 능욕당하던 모습 그대로 두 다
리를 활짝 벌린 채 혼절해있었다.
그녀의 무참한 모습에 이검한은 민망하여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는 뇌화룡이 두 눈을 꼭 감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리
고 있었다. 회한과 수치의 눈물이었다.
"잊어 버리게. 악몽이라 여기고!"
이검한은 탄식하며 뇌화룡의 마혈을 풀어주었다.
"못난 소자를 용서하십시오, 어머니!"
팟!
혈도가 풀리자마자 뇌화룡은 처절하게 외치며 자신의 정수리를 내리
쳐서 자결하려고 했다.
"그러면 안되네!"
이검한은 미리 예견한 듯 한숨과 함께 지력을 날려 뇌화룡의 맥문혈
을 찍었다.
"크흑! 왜 막는 거요? 나같이 무능한 놈은 죽어 마땅하오!"
뇌화룡은 힘없이 손목을 떨구며 비통하게 오열했다. 죄책감과 분노가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들이 그의 가슴을 갈가리 찢고 있는 것이다.
이검한은 그런 뇌화룡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죽고 사는 것은 자네 자유네. 하지만 죽기 전에 내 말을 들어보시게
!"
그는 침착한 음성으로 타일렀다.
"자네가 만일 자결한다고 치세. 그럼 자당 역시 그 뒤를 따를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닌가?"
이검한의 말에 뇌화룡은 움찔했다.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자 그는 비로소 자신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검한은 이성을 되찾아가는 뇌화룡을 바라보며 진지한 음성으로 말
을 이었다.
"자살은 단순히 자네 개인 문제가 아닐세. 자네 한 사람이 죽음으로
해서 벽력당 뇌가는 풍비박산이 될 것이고, 그거야말로 악도들이 바
라는 바가 아니겠는가?"
"크으! 그… 그럼 절 보고 어찌하란 말입니까?"
뇌화룡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검한을 올려다 보았다. 어느덧 그는
이 정체 모를 젊은 기인을 우러러보고 의지하게 된 것이다.
이검한은 그런 뇌화룡에게 용기를 심어 주고 힘을 주어야만 했다.
"실력을 기르게! 그래서 자네를 오늘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에게 복
수하는 거야!"
그 말에 뇌화룡은 절망의 표정을 지었다.
"그… 그렇기는 하지만 저희 벽력당에는 화기를 만드는 재주 외에 무
공쪽은 형편없는지라!"
이검한은 당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가문의 뇌정신공(雷霆神功)은 우내최강의 양강신공인데 무슨
소린가?"
그는 뇌화룡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뇌화룡은 울상을 지으며 이검한을 바라보았다.
"조, 조롱하지 마십시요! 뇌정신공은 이백 년 전 벽력신편 조사님과
함께 실전된지 오래입니다!"
이검한은 신비한 표정으로 빙긋 미소지었다.
"그럼 이건 뭔가?"
그는 뇌정철환을 꺼내 눈앞에 들어보였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검한의 손에 들린 뇌정철환을 올려
다보던 뇌화룡의 얼굴이 점점 경악의 빛으로 물들었다.
"설… 설마 뇌… 뇌정철환입니까?"
그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격동을 금치 못했다.
이검한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자세한 이야기는 한두 시각 후 내가 직접 벽력당으로 찾
아가 해줄 테니 자네는 우선 집으로 돌아가게나. 영매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것이네."
"아, 알겠습니다. 은공!"
뇌화룡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이검한을 향해 포권했다. 영리한 그
는 이검한이 왜 자기보고 먼저 돌아가라 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화왕부인 당숙하는 추경룡에게 겁탈당하면서도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추경룡은 막 그녀를 정복한 직후에
이검한에게 저지 당했었다.
다시 말해서 이검한과 추경룡이 입을 다물면 그녀는 자신이 능욕당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설령 안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 정조도 중요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어린 아들 딸과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강렬한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
다.
결국 당숙하는 자신의 몸이 더럽혀진 것을 알더라도 죽은 남편을 위
해 자살하기보다는 험한 세상에 남겨질 남매를 위해 모진 목숨을 이
어가야만 할 것이다.
"그… 그럼 어머님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검한의 내심을 꿰뚫어 본 뇌화룡은 그를 향해 포권해 보인 뒤 급급
히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영리한 놈이다!'
이검한은 사라지는 뇌화룡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몇 년 후가 기대되는군. 벽력당 사상 최강의 젊은 당주가 탄
생될 테니!'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그때 나직한 신음과 함께 화왕부인 당숙하가 깨어났다.
이제 이검한이 그녀에게 이 상황을 얼마나 잘 둘러대는가 하는 일만
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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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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