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3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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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31 章 悽絶한 女心
거령신마후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슥!
설부인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를 뽑아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비녀.
그것은 겉보기에는 비녀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날카로운 비수였으니.....
그 비수 끝에는 푸르스름한 남광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비수에 극독이 발려져 있다는 증거였다.
독도 보통 독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납독이란 것으로 일종의 중금속이었다.
그것이 혈관에 침투하면 곧바로 심장으로 흘러들어간다.
일단 사납독이 심장에 흘러들면 그 특유의 무게 때문에 심장에 구멍이 나고 만다.
아무리 이검한이라 해도 그 사납독이 심장에 파고들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탁탑신마후는 다급해졌다.
( 위험하다!)
그녀는 안색이 일변하며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설부인.
그녀가 이검한에 유린당하는 중 천천히 비수를 쳐들어 그의 등을 겨눈 것이었다.
거령신마후는 여차하면 지력을 날려 설부인의 손에 들린 비수를 떨구어
버릴 작정이었다.
하나.
그녀의 조바심과 우려는 쓸데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검한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야릇한 율동을 일으켜 허리를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 학.......!]
설부인의 두 눈이 하얗게 치떠졌다.
하체에서 전신으로 찌릿찌릿하게 퍼져가는 쾌감의 파문을 느낀 것이었다.
설부인은 이를 악물었다.
( 안돼..... 찔러야만해!)
그녀는 내심 부르짖었다.
하나.
비수를 쥔 손을 부르르 떨기만 할 뿐 그녀는 이검한을 찌르지 못했다.
전신으로 급격히 번지는 쾌감의 파문.
그것이 멈춰지는 것을 그녀의 육체가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비록 겁탈 당하는 와중이지만 설부인은 난생 처음 여자로서의 희열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마치 몇십 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확 뚫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한순간.
[ 흐윽......!]
마침내 설부인은 비수를 놏치며 비수를 들었던 손으로 와락 이검한을
끌어안았다.
( 안돼....... 안돼.....!)
그녀의 이성은 내부에서 필사적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하나.
육체는 마치 연체동물처럼 이검한을 휘감으며 그의 행위에 동조하고 있었으니...
아아......
모순의 여체여.....!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거령신마후.
( 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길게 탄식성을 발했다.
안도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묘한 질투심이 그녀의 가슴을 흔들었다.
(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이내 조용히 창문가에서 멀어져갔다.
멀어지는 거령신마후의 뒤로 두 남녀의 뜨거운 신음성이 휘감겨 들었다.
폭풍일과.
[ 흑.......흑!]
숨죽인 여인의 오열이 적막한 침실 안을 울렸다.
침상 위.
이검한이 큰대자로 뻗어 드르릉거리며 코를 곯고 있었다.
그 옆.
설부인.
그녀가 쭈그리고 앉아 처연하게 오열하고 있었다.
허벅지 위까지 걷혀 올려진 치마.
그녀는 가지런히 모은 무릎에 얼굴을 묻고 뜨거운 회한의 눈물을 쏟고 있었다.
( 나란 계집은 화냥년이다! 남편의 원수에 유린당하면서도 희열을 느끼다니...!)
그녀는 자신에 대한 심한 환멸과 수치로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로서는 실로 생전 처음 겪은 충격적인 체험이었다.
하나.
그 희열이 안겨다준 심한 회한과 자기혐오 또한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뼈저린 죄책감을 수반했다.
그녀는 온통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잠든 이검한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문득.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 이자는 그이의 원수다. 죽여야만 한다!)
그녀는 내심 부르짖으며 옆에 떨어져 있는 비수를 치켜들었다.
하나.
치켜든 손을 파르르 떨던 설부인.
그녀는 이내 힘없이 손을 떨구고 말았다.
( 나란 계집은 이미 그이의 복수를 할 자격조차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무슨
면목으로 그이를 위해 복수한단 말인가?)
그녀는 처연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비록 복수를 위해 몸을 던진 것이긴 하지만 그녀는 이검한의 행위에 진심으로
호응하며 쾌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그 사실이 그녀를 극심한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회의감은 그녀에게서 살의를 앗아가 버렸다.
( 내가 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한 가지 뿐이다.)
설부인은처연한 안색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
그녀는 조용히 침상에서 내려왔다.
이윽고.
설부인은 힘없이 비틀비틀 걸음을 옮겨 침실로 나섰다.
소리없는 서러운 오열을 토하며........
이검한이 어느 정도 두시진 정도 자고 있을때 였다.
.
"이… 이형! 아직 안 주무시오?"
침실 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검한은 흠칫 놀라 운공을 중단했다.
그는 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침실 문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중악형님?"
"미… 미안하네. 쉬는 것을 방해해서!"
이검한이 문을 여니 운중악이 사색이 된 채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손
에는 한 장의 지편이 꼭 쥐어져 있었다.
그것을 본 이검한은 직감적으로 무엇인가 불길한 사태가 발생했음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이것을 보게!"
운중악은 입술을 깨물며 손에 쥐고 있던 지편을 이검한에게 내밀었다
.
이검한은 말없이 지편을 받아 펼쳐보았다. 지편에는 미려한 필체의
글이 적혀있었다.
-백리예향이 살기를 바란다면 이검한을 불회마곡(不廻魔谷)으로 보내
라!
지편의 내용은 그러했다.
이검한의 두 눈이 번쩍 치떠졌다.
'설옥상!'
그는 그 서찰을 누가 남긴 것인지 즉시 알아차렸다.
운중악은 이 불의의 사태에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예향이… 누군가에게 납치되었네. 그녀의 침실에 남아있던 유일한
단서가 바로 이것일세."
그는 장래 마교지존답지 않게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그
만큼 운중악이 백리예향을 사랑한다는 증거였다.
이검한은 그런 운중악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눈에 분노의 섬광을 폭
사했다.
'이번에는 형수님을 해치려 하다니… 더 이상은 용서해줄 수가 없다!
'
그는 설옥상의 집요하고도 독랄한 행위에 무서운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탁탑신마후까지 해치려 든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 여기고 이해했다.
하지만 내일이면 마교의 주모가 될 백리예향까지 납치한 것이다. 이
검한이 제 아무리 너그러운 마음을 지녔다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었다.
푸스스!
지편은 그의 수중에서 한줌 가루로 되어 부서져 내렸다.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불회마곡이 어디 있습니까? 소제가 즉시 구해오겠습니다!"
"그, 그것이……!"
불회마곡이란 이름을 듣자 운중악은 사색이 된 채 어쩔 줄 몰라하며
선뜻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이검한은 의아한 기색으로 검미를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불회마곡이 어떤 곳인데 그렇게 귀신을 본 듯한단
말입니까?"
바로 그때였다.
"그 얘기는 노부가 해줌세!"
한소리 침중한 음성이 두 사람의 귓전을 울리고 한 명의 노인이 이검
한의 침실로 걸어 들어왔다. 아주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비범한 기도
의 노인이었다.
"어서 오십시요, 장인어른!"
노인이 나타나자 운중악은 급히 고개를 숙여 노인을 맞았다.
이검한은 유현한 눈을 번득 빛냈다.
'장인! 이 노인이 바로 천수마야 백리공이로군!'
그는 첫눈에 노인의 신분을 간파하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천수마야(千手魔爺) 백리공(百里公)!
노인은 바로 십대천마의 일 인이며 백리예향의 친부인 천수마가의 당
주인 천수마야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검한이라고 합니다!"
이검한은 천수마야를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예의차릴 것 없네. 그보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니……!"
천수마야는 냉정한 어조로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막강무비한 잠경이 일어나 이검한의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아닌가?
이검한은 경악의 눈빛을 지었다.
'역시 명불허전이로군!'
그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키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천수마
야의 내공은 십대천마의 최강자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이검한은 정중한 자세로 천수마야에게 자리를 권했다.
"지옥인마 조사님께 세 분의 제자가 있었음은 이공자도 알고 있을 것
이네."
이검한이 권한 의자에 앉은 천수마야가 침중한 안색으로 말문을 열었
다.
"그러나 세 분 중에서 후사를 남긴 분은 십절마종 대종사님 뿐이었네
!"
그의 입에서 놀라운 비사가 흘러나왔다. 무림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
던 은밀하고 놀라운 비사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지금으로부터 육백 년 전, 지옥마교의 창시자인 지옥인마가 돌연 실
종되고 말았다.
그의 돌연한 실종은 지옥마교 내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시켰다. 졸지
에 스승과 종사를 잃은 지옥마교의 제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
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옥인마의 세 제자 중 흡혈마조는 스승의 귀환을 기다리지 못
하고 무림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후일 흡혈마조가 혈교를 세워 무
림을 피로 씻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흡혈마조가 무림으로 뛰쳐나간 후 지옥마교 내에는 또다른 분
란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인마의 후계자 다툼이었다.
십절마종!
천잔마종!
그들 양인이 지옥마교의 대종사 자리를 놓고 격돌한 것이다.
십절마종은 자신이 지옥인마의 대제자이니 당연히 자신이 교주가 되
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반해 천잔마종은 실력으로 자웅을 결하자
고 주장했다.
사실 단순히 무공만으로 따진다면 천잔마종이 십절마종보다 약간 우
세하다고 평가되었다.
즉 십절마종은 이름 그대로 다방면의 무공에 능통한 반면, 천잔마종
은 한 가지 무공만 고련해 왔으며 그 결과 십절마종의 무공은 폭 넓
은 반면 정심하지 못했고, 반대로 천잔마종의 무공은 폭이 좁은 대신
극히 정심했다.
특히 천잔마종의 무공은 지극히 실전적이고 신랄무비했다.
이는 천잔마종의 신세와도 연관이 있었다.
천잔마종은 태어날 때부터 앉은뱅이에 꼽추의 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후일 그는 무공을 수련하는 도중 실수로 한쪽 팔까지 잃고 말
았다.
추괴하기 이를 데 없는 불구!
그것이 천잔마종의 성격을 극도로 편협하게 만들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증오했다.
그같은 성격의 영향으로 자연히 그의 무공도 공격적이고 파괴일변도
를 걷게 되었다.
이런 내역으로 인해 천잔마종의 무공은 십절마종보다 다소 우세했다.
천잔마종은 자신의 무공을 믿고 십절마종에게 도전했다.
이로 인해 지옥마교는 양파로 나뉘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양파의 충돌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결국 곪은 상처는 터지고 말았다. 마침내 양 진영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십절마종의 승리였다.
처음에는 예상대로 천잔마종이 십절마종을 압도했으나 십절마종이 위
기에 몰렸을 때 세 명의 조력자가 나타나 그를 도움으로 해서 정세는
일변하고 말았다.
-마교삼가신(魔敎三家臣)!
이것이 그 조력자들의 정체였다.
그들은 지옥인마가 비밀리에 준비해 놓은 인물들이었다.
지옥인마는 자신의 유고(遺誥)시 제자들 사이에 패권다툼이 일 것으
로 미리 예상했었다.
해서 그는 삼 인의 초고수를 제압하여 자신의 가신으로 삼았었던 것
이다.
삼가신은 개개인이 한 방면에서 무적의 경지에 이른 기인들이었다.
-심마(心魔)!
-비마(飛魔)!
-기마(機魔)!
바로 이들이 마교삼가신으로서 지옥인마를 제외하면 가히 우내 최강
의 실력을 지닌 기인들이었다.
심마(心魔)는 절정의 섭혼대법(攝魂大法)과 최면마공(催眠魔功)의 소
유자로써 일단 그의 심마대법(心魔大法)에 걸려들면 자나깨나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말라 죽고 만다. 그 때문에 달리 몽마(夢魔)라고도
불린 심마는 삼가신 중에서도 최강자였다.
비마(飛魔)는 이름 그대로 경신술의 대가로 무림의 삼대경신비법 중
한 가지인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의 소유자였다.
기마(機魔)는 달리 번뇌마(煩腦魔)로 일컬어지며 지모와 술수, 이간
질과 기문둔갑과 토목지학의 명인이었다. 혹자는 그를 저 고금오대고
수의 일 인인 삼절진인(三絶眞人)에 비견하기도 했다.
마교삼가신은 지옥인마로부터 그의 대제자인 십절마종을 암중에서 수
호하라고 명령을 받았다.
결국 그들은 십절마종이 위기에 몰리자 나타났으며 마교삼가신의 가
세로 전세는 천잔마종 진영의 무참한 패배로 변환되고 말았다.
마교삼가신 덕분에 십절마종은 사경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그 공로로 십절마종은 마교삼가신을 윗분으로 모셨으니 그들이야말로
마교삼태상(魔敎三太上)의 시조들이었다.
하여간 천잔마종은 마교삼가신의 개입으로 패퇴하고 말았으며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지옥마교를 빠져나왔다.
십절마종은 당연히 천잔마종의 뒤를 추격했다.
이에 견디다 못한 천잔마종은 운중산맥과 음산(陰山)의 경계에 자리
한 한 곳의 절지로 도망쳐 들어왔다.
-불회마곡(不廻魔谷)!
바로 그곳이었다.
불회마곡은 수많은 유황(硫黃)의 연못과 용암천(鎔巖天)이 흐르는 절
지로써 인간은 물론 어떤 생명체도 그 안에서 살아갈 수가 없었다.
다급해진 천잔마종은 그 천험의 험지에 제발로 걸어 들어간 것이었다
.
십절마종과 마교삼가신들은 감히 불회마곡 안으로 쫓아들어가지는 못
했다. 불회마곡이 워낙 험지인 탓도 있지만 그들 역시 심하게 다쳤기
때문이었다.
만일 섣불리 불회마곡 안으로 쫓아들어가면 천잔마종도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에게 덤벼들 듯 최후의 발악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는 모르는 일인지라 십절마종과 마
교삼가신은 불회마곡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불회마곡에 한 가지 금제를 설치하여 천잔마종이 빠져나
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십방금천대진(十方禁天大陣)!
바로 그것이 그 진세의 이름으로 삼가신 중 기마가 우연히 어느 고서
에서 발견한 진법이었다.
일단 그것이 펼쳐지면 불회마곡은 진정한 불회의 마곡으로 화하고 만
다.
그 진세의 무서운 점은 밖에서 안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들아갈 수
있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면 무서운 진세가 발동하여 꼼짝없이 갇
혀버리고 만다는 점이다.
십방금천대진을 설치한 기마라 해도 일단 시전한 후에는 그것을 파해
하지 못할 정도였다.
십방금천대진을 시전한 후에야 십절마종 등은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
다.
그리고 십절마종은 전 지옥마교에 불회마곡 일대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라는 칙령을 내렸다.
이것이 불회마곡이 마교 제일의 금지가 된 비사였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지옥마교에는 무서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불회마곡에 천잔마종의 후손들이 살아 있다!
소문의 내용은 그러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간간히 나타나곤 했다.
때때로 불회마곡의 상공으로 삼엄한 검기가 충천하거나 원한서린 포
효성이 들리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회마곡의 주위 삼십 리는 마교제일금지이므로 지옥마교의
제자들은 감히 그곳 가까이로 접근하여 확인할 염두조차 내지 못했다
.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육백여 년 전의 일로서 그날 이후로 지옥마교의
제자들은 늘 공포에 떨며 지내왔다. 언제고 천잔마종의 후손들이 십
방금천대진을 깨고 불회마곡 밖으로 뛰쳐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천수마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비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검한은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옥마교에 그런 비사가 있었다니!'
놀라움과 함께 문득 그의 뇌리에 한 권의 비급이 떠올랐다.
수라칠식!
바로 천력패왕 운천황의 유해에서 찾아낸 비급이었다.
그 비급에 기록된 내용에 의하면 천잔마종의 후예들은 아홉 가지 무
서운 마공을 창안했다고 했다.
이름하여 복수구마경(復讐九魔經)!
이검한이 외우고 있는 수라칠식만 해도 나한삼절예에 필적하는 초마
공이었다.
헌데 그 수라칠식이 겨우 복수구마경 중 서열 칠위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다른 육 종의 마공은 또 얼마나 무서운 위력을 지녔겠는가?
이검한의 안색은 절로 무겁게 굳어졌다.
그와 함께 그의 가슴속으로 의혹이 구름같이 일어났다. 천력패왕 운
천황이 어떻게 천잔마종이 남긴 마공 중 하나를 얻었단 말인가?
만일 그가 불회마곡으로 들어가 수라칠식을 얻었다면 또 어떻게 십방
금천대진으로 에워싸인 불회마곡을 탈출할 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같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이검한의 머릿속을 혼란케 만들
었다.
그때 천수마야가 생각에 잠긴 이검한을 주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율법에 의해 마교 제자들인 우리는 불회마곡 삼십 리 이내로는 접근
할 수가 없다네!"
그의 안색은 침중하게 굳어 있었다.
"그렇다고 자네에게 그 불회마곡으로 가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것
이 이 늙은이의 입장일세."
그는 짙은 고뇌의 눈빛으로 이검한을 주시했다.
하지만 말은 비록 그렇게 하지만 천수마야의 늙은 눈에는 늦게 얻은
딸에 대한 수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검한은 그 모습을 보며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이어 그는 주저함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알겠습니다. 소생이 직접 불회마곡으로 가서 영애를 구해오겠습니다
!"
"그, 그래 주겠는가?"
천수마야와 운중악은 이검한의 말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도 이검한에 대한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미안하네. 모든 것을 자네에게 맡길 수밖에 없으니……!"
그가 사뭇 유감스러운 듯 탄식하자 이검한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요.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이 모든 분란(紛亂)
의 원인을 제공한 제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
까?"
그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짐짓 밝게 웃었다. 물론 그것은 중인
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겉보기에 불과했다.
납덩이처럼 무거워진 그의 마음은 이미 불회마곡으로 달려가고 있었
다.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지옥마교의 비극이 숨겨져 있는 그
마역으로…
2 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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