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해변에서 흑인한테 따먹힌 여친 (10편)

내가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민지는 잽싸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빠 일어났어?"
민지의 손에 들린건 내 핸드폰이었다.
"방금 전화한거 미오..야?"
민지는 잘못한 게 없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맞아. 아침부터 오빠 찾는 전화하길래 내가 앞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
"왜 미오가 나한테 건 전화를 너가 받아서 그렇게 말을 해? 내가 결정할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하지 않았어?"
"정신차려 오빠. 자꾸 이 구미호한테 홀려서 그렇게 오빠가 줏대없이 구니까 만만하게 보고 이렇게 구는거 아냐"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민지 너도 남의 전화 함부로 받아서 그렇게 대신 대답하는 건 선을 좀 넘은 것 같은데? 내가 알아서 정리하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준다고 한 거 아니었어?
민지는 다시 대꾸하려다 입을 꾹 닫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후... 미안해. 내가 먼저 선 넘고 오빠한테 걸려서 당황해서 더 막말했어"
"......"
"아침부터 미오가 전화하는게 짜증났어. 분명 어제밤을 오빠랑 보낸 건 난데, 이걸 오빠가 보면 바로 미오한테 가버릴 것 같아서.."
"그래.. 민지 너랑 어젯밤에 그랬던 게 나도 후회된다. 아직 너 고백 받아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먼저 자버리고. 내가 쓰레기가 된 것 같네"
민지는 당황한 듯 옷을 집어입더니 가방을 챙겼다.
"오빠랑 먼저 자자고 한건 나니까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미안해. 이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오빠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자꾸 오빠를 놓칠 것 같고, 조금만 더 선 넘으면 오빠가 내꺼 될 것 같아서 그랬어."
민지가 문을 열고 나서며 말했다.
"다시 연락할게 오빠.."
급하게 방을 떠나는 민지를 뒤로하고 나도 출근준비를 했다.
그렇게 일에 파묻혀 보낸 3주. 민지에게 때때로 만나자고 연락이 왔지만 일에만 몰두했다. 주말도 예외없이 출근하며 주어진 프로젝트를 일정보다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모든 업무를 마치고 미팅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던 길. 뉴욕 지사의 내 담당 파트너에게 전화가 왔다.
"넵, 준입니다"
"준, 그래. 이번에 같이 일했던 주니어 파트너가 이번에 LA브랜치로 시니어 어쏘 자리 하나 마련해서 트랜스퍼 요청했어."
"네? 그럼.. 저 여기 계속 있어야 하는 건가요?"
"니 마음대로. 아무리 브랜치 오피스라지만 2년차에 시니어급 어쏘 승진은 남들보다 두배는 빨리 승진하는 기회인데, 너한테 초이스를 주고 싶군. 다만 계속 내 밑에서 일하면 곧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건 내가 보장해주지."
"곧 좋은 일이요?"
"통화로 하기엔 그렇고, 나중에 뉴욕 돌아오면 같이 밥 한끼 하지."
"넵,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띠릭.
브랜치 트랜스퍼라... LA에서 내 삶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걸까. 캘리포니아의 이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 훨씬 췰한 사람들의 모습. 동부의 각박한 환경에서 살던 내게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늘어지는 느낌이기도 했다.
일단 뉴욕에 돌아가서 고민을 해보기로 생각한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전 민지에게 연락을 했다.
"응 오빠. "
"민지야. 프로젝트가 진전이 빨라서 생각보다 2주정도 일찍 끝났네. 내일 뉴욕 돌아가는 비행기야"
"그렇구나... 나도 다음주에 학교 다시 가"
"그래.."
"시간 있으면 오늘 저녁에 볼까? 내가 오빠네 호텔로 가면 위험... 할 수도 있으니까 그냥 바에서 보자"
"그래"
간만에 얻은 자유시간. 민지와 만나기로 한 바에 가서 민지를 기다렸다.
칵테일이나 위스키보다 와인을 더 좋아하는 민지를 위해서 나파밸리 컬트와인을 한 병 주문하고 트러플이 들어간 닭 요리도 주문해놓았다.
바의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민지.
민지는 처음 보는 풀메이크업에 몸에 달라붙는 검정색 탱크탑과 가죽 재질의 짧은 흰색 치마를 입고 들어왔다.
내 옆자리에 앉으며 눈웃음치는 민지. 눈가에 덕지덕지 바른 아이쉐도우가 어색해보였다.
"오빠 안녕"
"...? 이건.... 무슨 컨셉이니"
"섹시 컨셉. 어때?"
"... 푸흡"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 오빠 눈엔 이게 웃겨?"
"아니 ㅋㅋㅋ 왜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해"
"오빠 스타일 알아보는 중이잖아. 그 불여우가 오빠 스타일이면 나도 그렇게 좀 해보려고 노력해봤다. 나는 노력도 하면 안되냐?"
"너한테 어울리는 게 있고 안 어울리는게 있는데 무조건 미오를 따라하면 어떡해..."
"가슴 성형은 하지 말라며. 그럼 옷이라도 비슷하게 입고 메이크업도 따라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왜!"
"알았어 알았어. 그래 예쁘네. 아이고"
한바탕 웃고 나니 3주 전 서먹하게 헤어졌던 사이 치고는 바로 어색함이 없어져서 좋았다.
"그래서 벌써 프로젝트 다 끝난거야?"
"응 계약도 다 체결했고 구조조정안도 다 내서 허가받았어. 우리 포트폴리오 회사랑 곧 합병시킬거라 그 작업도 미리 좀 해놨던게 도움이 됐네."
"그걸 이렇게 빨리 처리한다고? 대박이다."
척 하면 척 다 알아듣는 민지. 민지와 대화를 나눌 땐 무언가를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아 맞다. 나 LA지사로 트랜스퍼 요청이 왔어. 시니어 어쏘 TO 하나 만들어준다고. 여기서 프로젝트 진행하고 싶은게 몇 건 더 있는데 이번에 같이 일한 디렉터께서 나한테 아예 다 맡기고 싶으신가봐 "
"뭐? 벌써? 오빠 이제 막 2년차 채웠잖아. 그럼 나 졸업하고 뉴욕 돌아가도 오빠는 없는거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는 민지.
"뭐... 아직 결정한 건 아니야. 나도 계속 뉴욕에서 지내고 싶긴 한데 그냥 거절하기엔 너무 좋은 기회 같아서.. 일단 뉴욕 돌아가서 생각해보기로 했어. 다음달 초까지 결정하면 된대"
"그래... 오빠가 너무 일을 잘해도 문제네. 그나저나 뉴욕 돌아가면... 오빠가 불여우랑 약속했던 그 두달도 곧 끝나겠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지. 한 일주일 정도 후에? 그리고 자꾸 불여우 불여우 하지 말아줄래? 가만보니까 너보다 언니인 사람한테 말이 참 짧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알았어. 혹시 그럼 지난번에 나랑 전화하고 나서 그 불여우, 아니 미오..한테 연락 왔어?"
"아니."
기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내 눈치를 살피는 민지.
"니 잘못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그러자 밝게 웃으며 민지가 내 손을 잡으며 얘기했다.
"나한테 대답은 다음주까지 안 해줘도 되고 더 기다릴 수 있어. 오빠가 그 불여우, 아니... 미오랑 다 정리 깔끔하게 할 시간도 줘야지"
"그래. 알았어. 배려해줘서 고맙다"
민지는 화제를 돌리려는듯 와인병에 눈을 돌렸다.
"술이나 마시자. 뭐야, 좋은 거 시켰네? 프로젝트 끝나서 돈 좀 벌었다 이거야?"
"역시 넌 알아보는구나. 이 와이너리 작년에 프랑스 와이너리랑 합병했잖아. 거기 우리 펀드 자금도 들어갔거든. 어디가서 떠들고 다니진 마라"
"아, 우와. 그것도 오빠네 펀드가 한 건이었어? 어쩐지 인수대금이 엄청나길래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PE는 정말 돈 되는건 다 손대는구나. 재밌겠다."
그렇게 우리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누며 바에서 와인을 다 비우고, 내가 뉴욕으로 떠나기 전 작별인사를 하러 우버를 같이 타고 민지의 고모 집 앞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몸 조심히 잘 지내 오빠. 밥 꼭 챙겨먹고. 일이랑 돈도 좋지만 건강 좀 챙겨. 나도 4학년이니까 학교 수업 째고 뉴욕 놀러가야지~"
"어허... 그러다 졸업 못하면 어쩌려고."
민지가 한숨을 쉬며 발을 굴렀다.
"공부는 할만큼 했어. 이제 빨리 졸업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어.. 걍 수업 째고 오빠랑 놀래."
"4학년 증후군이 벌써? 이거 좋지 않은데... 그리고 누가 뉴욕 오면 놀아준대? 시간이 어딨다고.."
"그냥 내 옆에서 일해. 난 오빠 옆에서 걍 오빠 일하는 것만 쳐다봐도 좋아"
"...이제 들어가. 밤 늦게 들어가면 고모님한테 혼나"
"알았어. 데려다 줘서 고마워 오빠. 안녕!"
손을 흔들며 집으로 들어가는 민지.
다음날 아침. 새벽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하자 늦은 오후가 되었다. 시차 3시간에 비행시간만 6시간 가까이 되니 하루가 통째로 날라가 버린 기분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던 내 아파트에 들어서자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있었다.
"어휴... 청소 도우미 좀 불러놓는다는 걸 깜빡했네"
평소 청소를 도와주시는 히스패닉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청소를 맡기고 다시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내 책상에는 파트너가 가져다 놓은 듯한 따끈따끈한 새 프로젝트가 배송되어 있었다.
'음... 또 새 프로젝트라니. 이번엔 무슨 프로젝트일까?'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 건립에 따른 전력 비용 상승 건>
'흥미롭네. 테크 쪽은 또 한번도 안 본 분야긴 하지'
일요일이라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또 그렇게 밤까지 누가 아직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버렸다.
밤 11시. 다시 아파트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억..... 관절 마디마디가 다 아프네. 비행기 때문에 그런가..."
그렇게 침대에서 일어나 목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내 눈 앞에 미오가 서 있었다.
이 썰의 시리즈 (총 10건)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5.10.15 | 현재글 LA 해변에서 흑인한테 따먹힌 여친 (10편) (21) |
2 | 2025.10.15 | LA 해변에서 흑인한테 따먹힌 여친 (9편) (23) |
3 | 2025.10.14 | LA 해변에서 흑인한테 따먹힌 여친 (8편) (31) |
4 | 2025.10.14 | LA 해변에서 흑인한테 따먹힌 여친 (7편) (25) |
5 | 2025.10.14 | LA 해변에서 흑인한테 따먹힌 여친 (6편) (32)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