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같은 네토가 있을까 나의 네토이야기 #2

승희가 건네준 물비누 전도용품에는 교회행사가 홍보되고 있었다
그래서 며칠 후에 나는 그 행사에 참석했다
교회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가본적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 많이 주저가 되었다
빈손으로 가는 것보단 덜 뻘쭘하지 않을까 싶어 근처 마트에서 과일을 두 박스나 사서 갔다
외모에도 신경을 썼다
평소에는 거지같이 하고 다녔는데 그날에는 말끔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갔다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주로 외노자들이나 동남아쪽 외국인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중에 들으니 그 교회가 외국인들을 주 대상으로 사역한다고 했다
어정쩡하게 입구에 서 있던 나를 승희가 크게 반겨주었다
과일 같은 거 왜 사오셨냐고 하며 친한 척을 했다
나중에 듣고보니 그렇게 교회에 처음 와서 어색해하는 내가 귀엽고 순수해 보였단다
행사장에서의 승희는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을만 했다
원래 이렇게 활달하고 밝은 사람이었나? 평소에 마주칠 때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승희는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 특유의 눈웃음을 쳐주면서 싹싹하게 대했다
행사자체는 지루하고 낯설고 불편했다
하지만 가장 뒷자리에 앉아서 힐끔힐끔 승희를 훔쳐보는 게 좋았다
황당했던 건 그곳에 우리 고시텔 입주자 한 사람이 있었다는 거다
그 친구는 인도네시아 사람이었는데 이름이 어려워서 이름도 모르는 외노자였다
늘 바빠보였는데 밥 먹으러 식당에는 꼬박꼬박 잘 와서 안면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래층 교회에 나간지 좀 되었다고 했다
이름은 어려워서 삐끄라고 줄여 불렀다
평소엔 나에게 말도 안 걸더니 삐끄도 되게 아는척했다
교회라는 곳이 원래 이렇게 사람이 이중적이 되는 곳인가? 아니면 가식인가
통성명 하자길래 그냥 총무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사실은 사장이지만 승희 앞에서 사장으로 불리기가 웬지 싫었던 것 같다
행사를 마치고 승희와 좀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승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내가 말 걸러 가면 방해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왔지만, 하늘이 날 도왔다
거기서 만난 삐끄 덕택에 계속 교회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로 교회를 다녔다 그리고 승희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리고 승희와 나는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나와 승희가 29살 동갑이라는 걸 알면서부터 승희는 나를 가깝게 대해주었다
승희는 교육과를 나와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임용시험에 몇 번째 탈락했고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었다
기간제교사도 조금 해봤고 아빠가 소개시켜줘서 사회복자사 경험도 조금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임용고시 준비하면서 아버지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승희 아버지는 그 교회 목사님이었다
원래 제법 큰 교회 목사님이었는데 이혼하고 이쪽 작은 상가교회로 오셨단다
그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으로 외노자 사역을 하신다고 했다
지금은 나의 장인이 되셔서 함부로 말하긴 어렵지만
직전 교회에서 여자문제로 사고를 치신 것 같았다 이혼도 그런 이유로 하신 것 같고
승희가 엄마와 살지 않고 아빠와 사는 게 신기했지만 더 이상 자세히 묻진 않았다
승희도 이야기하기 꺼려했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승희는 그때 남친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 저렇게 예쁘고 매력적인 애를 남자들이 놔둘 리가 없지
난 헛물만 들이킨건가 싶었다
승희는 원래 아빠교회가 아닌 다른 큰 교회에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승희가 아빠 교회 일을 도우러 오면서 그 교회 청년 몇 명이 따라왔다
승희가 언니라고 부르는 못생긴 여자 한 명, 그리고 40살이 다 된 노처녀 큰 언니 한 명,
그리고 승희의 남친이었다
승희 남친의 이름은 석구(가명, 손석구 닮았다)다
석구는 승희보다도 네 살이나 어린 녀석이었다
항상 눈웃음을 치고 느릿느릿 말하고 서글서글하고 유머러스한 녀석이었는데
정말 극혐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어린 시절 나의 두 여친을 모두 뺏어갔던 그 녀석과 하는 짓이나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여자를 빼앗긴 후로 네토리 기질을 가진 남자들에 대한 감각이 더 날카로워진 것 같다
그 녀석에게서도 안 좋은 냄새가 났다 네토리 냄새
승희는 너무 순수했다 그런 순수한 승희에게 능글능글하게 받아치는 모습이 정말 싫었다
반면에 승희와 나는 잘 맞았다
되게 비슷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의미에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
(먼 훗날 MBTI를 해봤는데 우리 부부는 유형이 똑같았다)
승희도 자존감이 낮았고 나도 자존감이 낮았다
승희도 순수하고 순진해서 남을 속일줄 모르고 능글능글하게 놀리는 사람들의 표적이었는데
나도 그랬다
승희와 나는 알수 없는 동질감이 있었고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해주었다
승희는 나의 모든 단점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었다
나는 그렇게 인정을 받을 때마다 승희가 더 좋아졌다
그런데 그럴수록 마음 한켠이 아파왔다
승희는 이미 다른 남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독실한 교인인 그녀가 나와 함께 술도 마셨다는 거다
승희도 술을 마시는 걸 보고 처음엔 놀랐다 너무 순수한 교인이어서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난 상관없다고 했다 우린 서로의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승희는 원래 술을 잘 안 마시지만 너무 울적할 때 가끔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정말 가끔 함께 술도 마셨다
그때 술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
승희의 남자 문제도 듣게 되었다
놀랍게도 승희는 29살이 되도록 남자와 섹스한 적이 없었다
자기는 아주아주 어린시절에 하나님께 혼전순결을 다짐했다고 했다
그건 절대 깰 수 없는 자기와 하나님간의 굳센 약속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순수한 승희답다고 생각을 했다
승희가 고백한 그녀의 문제점은 자신감 부족이었다
이상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선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더 바보처럼 굴다가 결국 사귀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에 자기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남자들만 자기를 좋아했다고 했다
그래서 긴장하지 않고 편한 사람이 좋겠다는 생각에 두 번 정도 자길 좋아해주는 남자와 잠깐씩 사귀어 봤단다
그런데 막상 사귀어도 맹물처럼 마음이 무덤덤해서 곧 헤어졌다고 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석구를 만났는데 처음이라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 자기를 두근거리게 하는 스타일의 남자가 자기에게 먼저 대쉬한 적이 말이다
그래서 연하남이긴 하지만 운명처럼 사귀게 되었는데
문제는 석구가 자꾸만 스킨십을 하고 섹스를 요구한다는 거였다
승희는 혼전순결을 지키고 싶었는데 석구는 데이트할 때마다 스킨십을 하면서 끊임없이 섹스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사귄지가 4개월이 넘었는데 그만큼 싸움도 잦아지고 있다고 했다
석구를 진짜 좋아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나 난감하다고 했다
나는 승희가 그런 네토리같은 극혐남의 요구를 4개월이나 거절해왔고 처녀를 지켜왔다는 말에 내심 기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안했다 내가 좋아하는 승희가 석구라는 녀석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보지를 허락해줄까봐 말이다
그래서 나는 너의 신념을 지키라고 거듭거듭 조언해주었다
내 사심으로...
그런데 승희의 그 고백을 들은 후로 나의 딸감이 바뀌었다
분명히 나는 승희를 좋아하는데 석구처럼 생긴 남자가 처녀인 승희를 박아대는 상상을 하면 발기부전이 사라지고 미친 듯이 꼴려왔다
그때 일본 야동들 중에 처녀상실, 처녀막깨기 와 같은 주제의 영상들이 있었는데 그것만 봤던 것 같다
미친 듯이 딸을 치고 나면 두려움이 엄습했다 승희가 꼭 석구에게 따먹힐 것만 같아서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러던 어느날 밤 나는 여느 때처럼 고시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우리 건물은 6층이 사실상 옥상이었는데 그곳에 고시텔 입주자들을 위한 휴게공간이 있었다
고시텔 입주자들은 그곳에서 혼술도 하고 담배도 펴고 바람도 쑀다
물론 입주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주로 고시텔 사람들이 이용을 했다
나는 그곳에 가끔 담배를 피러 올라갔는데 가끔 옥상의 밤공기를 마시며 담배 한 대 피고 와서 잠드는 맛이 좋았다
계단을 올라가 옥상에 도착한 순간 나는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방해가 되려나 싶어서 갈까 말까 서서 망설이는데
목소리를 듣고 난 가슴이 철렁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바로 승희와 석구같았기 때문이다
왜 저들이 여기에 있지? 오늘은 교회 행사 있는 날도 아닌데 굳이 왜 여기에? 그것도 옥상에?
나중에 알고보니 승희가 아빠 교회 갈 일 있다며 도망온 걸 석구가 따라온 거였다
나는 창고 뒤로 돌아가 그들이 앉아 있는 벤치쪽으로 아주 조용히 가보았다
내 심장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뛰었다
걸리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대책도 없었다
그런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의처증에 시달릴 것만 같았다
오만 상상과 괴로움이 나를 더 괴롭힐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앉아있는 벤치 뒤로 돌아가 창고 옆에서 고개만 내밀고 그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때 승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왜 이래.. 하지 마.. 몇 번을 말해..."
그런데 그 말투가 정말 싫어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내 가슴이 헝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썰의 시리즈 (총 14건)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5.09.27 | 세상에 나같은 네토가 있을까 나의 네토이야기 #13 (29) |
2 | 2025.09.26 | 세상에 나같은 네토가 있을까 나의 네토이야기 #12 (23) |
3 | 2025.09.25 | 세상에 나같은 네토가 있을까 나의 네토이야기 #11 (22) |
4 | 2025.09.24 | 세상에 나같은 네토가 있을까 나의 네토이야기 #10 (27) |
5 | 2025.09.23 | 세상에 나같은 네토가 있을까 나의 네토이야기 #9 (33) |
13 | 2025.09.15 | 현재글 세상에 나같은 네토가 있을까 나의 네토이야기 #2 (51)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 글이 없습니다.
Commen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