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12
그런데 아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여보, 오늘 이 건배 무슨 건배인 줄 알아?"
나는 여전히 풀이 죽은 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래 알아... 당신이 무슨 말 하려고 하는지 대충 짐작 가니까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내 대답에 아내의 눈이 동그래졌다.
"안다고? 당신이 어떻게?"
"그냥... 우연히 알게 되었어."
내 목소리에는 물기가 묻어 있었지만,
아내는 내 절망을 눈치채지 못한 듯 장난스럽게 웃었다.
"에이~ 그럼 시시하잖아. 나 당신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나는 속이 타들어 갔다.
"그래, 나 지금 충분히 놀라고 긴장되고... 죽을 만큼 초조해. 그러니까 그냥 말해."
"그래... 뭐, 그럼 김이 좀 빠졌지만 말할게.
그래도 축하는 해줘야 해."
축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축하는 얼어 죽을...
딴놈이 좋아서 갈라서겠다는 판국에 축하를 해달라고?
비릿한 분노와 슬픔이 치밀었지만, 떠나는 여자 앞에 비굴하게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끌어모아 미리 선수를 쳤다.
"그래 여보, 축하해. 그리고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느닷없는 내 말에 아내는 당황하는 눈빛이 다분했다.
나는 아내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확신했다.
'그래,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놀랐지...'
당황해하던 아내는 내가 주절주절 내뱉는 말들을 어이없다는 듯 가만히 경청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아내가 입을 열어 청천벽력 같은 이별의 말을 뱉기만을 기다렸다.
내 손은 여전히 술잔을 든 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내는 한참 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보,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고맙긴 뭐가 고마워? 그리고 축하한다는 말... 진짜 알고 하는 소리 맞아?"
나는 아내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내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그녀의 눈빛은 아까보다 훨씬 더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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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