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넘게 진행 중17

수연이의 남자친구는 수연이랑 같은 학원에 다니는 다른 학교 남자아이였다.
같은 학원에 친하게 지내는 남자애가 있다고 가끔씩 이야기는 들었었는데 방학동안 학원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결국 정분이 난 모양이다.
그때 당시 나는 상실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오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수연이와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친구 이상에 섹파였고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쯤으로 생각했던것 같다.
그런 애가 갑자기 남자친구가 생기니까 더 이상 내 것이 아닌게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상실감이 컸었다.
당연히 지금같은 섹스도 하지 못할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수연이와 이런 관계를 처음 시작할 당시 서로의 애인이 생겨도 지금 같은 관계도 계속 유지하면서 친구로 지내자는 약속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어렵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기엔 둘다 아직 어리기도 했고.
그리고 해방감도 있었다. 수연이와 이런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중에도 내 마음속엔 언제나 희원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섹스라는 쾌락이 너무 좋아 도저히 수연이와의 관계는 포기할수 없지만, 그렇다고해도 내가 좋아하는건 누가 뭐래도 희원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희원이랑 본격적으로 친해진 겨울방학이후로 난 언제나 두 여자 사이에서 죄책감을 갖고 살고 있었다.
도덕적으로는 분명 한 여자만을 택해야하는데(이미 도덕적으로 타락했기때문에 이런걸 따지는거 자체가 우습지만) 욕심많은 남자 아이는 두 가지 모두를 포기하기가 힘들었고 두 사람 사이에서 꽤나 마음고생도 했었다.
그래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수연이와의 관계가 끝이 났을땐 이런 비도덕한 생활이 끝나는 것에 대한 해방감이 있었던것 같다.
물론 앞으로는 희원이에게만 더 집중할수 있다는 생각도 해방감에 한몫했다.
그리고 새학기가 시작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 난 희원이에게 고백했고 희원이와 사귀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때는 나, 수연이, 희원이 모두 각자 다른 반으로 흩어졌다.
수연이는 반까지 달라지니까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나중엔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귈때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는데, 헤어질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라는 글을 봤다.
수연이랑 사귀었던건 아니었지만 사실상 사귀는것 이상의 관계였기 때문에 딱 우리 사이에도 적용되는 말이었던거같다.
볼거 못볼거 다 보면서 열심히 물고 빨고 박고 박히던 사이였지만 이젠 마주쳐도 인사조차 안 하는 사이가 된것이다.
수연이는 2학년이 되자 1학년땐 하지 않던 화장을 시작했고, 교복 치마까지 줄였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을뿐이지 못난 외모는 아니었기때문에 수연이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남자애들도 하나 둘 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찐이라고 부르는 애들이나 3학년 선배들 중에서도 수연이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남자친구가 있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왔다.(이것과 관련되어서도 재밌는 썰이 많은데 스토리랑 상관 없으니 생략)
이런 수연이와 멀어진것에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당연히 거짓말일것이다. 마치 8만원에 팔았는데 9만원까지 오른 카카오 뱅크를 보는 심정이랄까
그래도 내가 일년이나 짝사랑했던 희원이가 이젠 내 여자친구가 되었으니 괜찮았다.
이제 정식 여자친구가 생겼으니 수연이와 하지 못했던 더 많은 것들을 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귀고 처음 두 달 정도는 손잡는 정도만 하고 주말에 만나서 영화보고 패스트 푸드 먹는 정도의 데이트만 했었다.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아도 내가 너무 좋아했던 여자와의 데이트였기때문에 정말 설레고 행복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난 스킨십이 간절해졌다. 지금같은 간질간질한 데이트로는 분명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바로 섹스각을 잡은것은 아니다.
일단 난 키스가 너무 하고 싶었다.
분명 내 또래 애들 중 전국으로 따져봐도 나만큼 성경험이 많은 사람은 없을거라고 자부할수 있지만, 그런 나라도 키스는 한 번도 못해봤기 때문에 너무 키스를 해보고 싶었다.
수연이가 사귀는 사람 말고는 절대 안된다고 이야기했던 그깟 키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꼭 해보고 싶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얼마 있다가 학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저녁먹고 장기자랑이 시작되기 전 잠깐의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희원이랑 같이 제주도 리조트의 야경을 즐기면서 산책을 했었다.
적당히 어둡고 가로등 불빛과 리조트 불빛 덕에 적당히 분위기도 있고, 아직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라 밤바람도 살랑 살랑 불던 그 때 난 희원이에게 키스를 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지라 희원이도 잘 받아줬고 난 인터넷에서 본대로 혓바닥으로 열심히 ABCD를 그려가며 혀를 빨아댔다.
그러나 우리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수학여행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었고,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 투숙객도 있는 곳인지라 길게 할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시간자체가 길게 주어진게 아니라서 짧게 마무리할수밖에 없었다.
첫키스때는 종소리가 들린다는데 그런건 개뿔도 없었고 발기가 너무 돼서 곤혹스러웠던 기억만 난다.
빨리 다음 진도를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희원이와 반도 달랐기 때문에 더 이상 각을 잡지 못하고 그렇게 수학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수연이는 장기자랑에서 1학년때 발정난 변녀친구들 몇몇과 아이돌 댄스를 췄던게 기억난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후 희원이와 데이트를하고 집에 데려다줄땐 항상 희원이네 집앞 놀이터에서 키스를 했었다.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누우면 자고싶은게 사람이라 난 빨리 희원이랑 다음 진도를 나가고 싶었다.
그 날도 집에 데려다주고 키스를 하면서 난 살며시 희원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무르면서 희원이의 반응을 살폈다.
수연이는 하체가 예쁘게 빠지고 가슴의 크기가 살짝 아쉬웠다면, 희원이는 하체는 그냥 평균적이었고 가슴은 확실이 수연이보다는 컸다.
수연이는 완전 대놓고 뽕달린 브라를 차고 다녔기때문에 옷위로 만지는건 느낌이 안 살았는데 희원이는 뽕보다는 그냥 속옷의 감촉만 느껴졌고 그 속옷 너머 희원이의 가슴살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희원이가 평소 뛸때 느껴지는 가슴의 무빙이라든지 크로스백을 멨을 경우 갈라지는 라인을 통해 어느정도는 볼륨감이 있을거라 예상하긴 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묵직하고 부드러운 가슴을 갖고 있었다.
처음으로 성적인 스킨십을 진행하자 희원이는 적잖이 당황해하는게 느껴졌고 자신의 손으로 내 손을 막았다.
이런식으로 가드를 올리는건 수연이도 종종 있었기때문에 나는 숙련된 손놀림으로 희원이의 손을 가뿐히 뿌리치고 계속해서 가슴을 만졌다.
그러자 희원이는 키스하는 입을 떼고 두 팔로 내 몸 전체를 밀쳐냈다.
"뭐하는거야?"
희원이는 화를 내며 물어봤다.
"어..? 나도 모르게 손이 갔어.."
"나 이런거 싫어"
"미안해 순간적으로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던것 같아"
처음부터 잘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희원이도 이런 경험 자체가 없으니까 처음에는 거부감을 보이더라도 분명 점점 좋아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희원이의 가슴 사이즈를 확인한 이상 무조건 끝까지 가봐야하는 도전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6월 쯤, 난 키스를하면서 다시 한번 희원이의 가슴에 살며시 손을 댔다.
날이 더워 희원이의 옷차림도 가벼웠기 때문에 가슴의 촉감이 더 잘 느껴지는듯 했다.
그리고 희원이는 또 다시 나를 밀쳐내며 화를 냈다.
"나 이런거 싫다고 했지? 왜 자꾸 이러는거야?"
"어디서 봤는데 이렇게 하면 여자들도 기분 좋다길래 해본거야.."
"나는 싫다니깐?"
"처음이라 그렇지 하다보면 분명 좋을거야"
"너 진짜 변태야? 난 이런거 싫어"
그 길로 희원이는 집에 들어가버렸고, 문자를 통해 시간을 갖자고 연락해왔다.
난 여자를 수연이한테 처음 배웠다. 그것도 아주 어린 나이에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를 아주 잘못배웠다.
모든 여자들이 희원이처럼 성적으로 개방되고 발정난건 아니었다.
특히 내 나이때 여자아이들은 성적으로 보수적인게 너무나도 당연하고 평범한 것이었다.
난 수연이한테 여자를 배웠기때문에 그 당연한것도 당연한줄 몰랐었다.
계속해서 성적인 스킨십을 하다보면 희원이도 결국은 받아주고 좋아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착각이었다.
그 이후로 희원이와는 사실상 헤어진 상태가 되었다.
내가 몇번이나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빌었지만 희원이는 잘 모르겠다고 시간을 더 가져야할것 같다고 했었다.
희원이랑 헤어진거냐고 묻는 친구들도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결국 희원이는 헤어지자고 이야기했다.
내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자기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연애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게 내 첫사랑이 끝이 났다. 여름이엇다(ㅈㅅ)
차이고나서 정말 많이 울었다. 1년이나 짝사랑하다가 사귄 사람이었는데 내 욕심때문에 모든것이 망쳐졌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었다.
아버지가 어릴때부터 항상 남자는 3가지 끝을 조심해야한다고 조기교육해주셨지만 조심하지 못하고 망쳐버렸다.
굉장히 어린 나이였고 내 잘못때문이었지만 이때부터 난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진정한 사랑이란 것도 잘 믿지 않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이랑은 섹스도 하고 다했는데, 정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섹스를 하기도 전에 모든게 끝나버리는 경험을 하게되니까 사랑과 섹스에 관한 통찰을 스스로 굉장히 많이 했었다.
그래서 난 사랑이란 부질없고 결론은 섹스가 더 중요하단 결론을 내렸다.
지금와서 보면 어린 놈 주제 굉장히 건방지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때 당시 내린 결론을 지침으로 어느덧 십년을 살아오고 있고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결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희원이와 헤어진 이후에 나에게 남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섹스파트너였던 수연이도 없고, 첫사랑이었던 희원이도 없다.
되돌아보면 신기루같았던 일년이라고 생각하며 현타도 크게 오고 정말 큰 상실감 속에서 살아가던 어느 날,
나에게 한 통의 메일이 왔다.
그리고 그 메일 내용에서 수연이의 이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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