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썰] 대학시절 스쳐간 그녀들 (2-1편)

1학년 2학기 때부터 2학년이 끝날 때까지는 방탕하게 유흥만 하는 생활은 접고 각종 동아리와 학회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물론 새로운 접점의 색다른 자극을 주는 여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활동했던 동아리 중 하나가 미디어/예술 쪽이었는데, 다른 학교와 교류하면서 하는 활동-사실상 전국을 떠돌며 술쳐마시고 노는 것-들이 자주 있는 연합 동아리였다. 워낙 자주 모여 술을 마시다보니, 주로 만나는 학교들과는 거의 같은 과인 것처럼 꽤 친했었는데 그 무리 중 한 명과 있었던 일이다.
'혜린'이라는 아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렸고 중앙대를 다녔었는데, 언제나 고등학생 같은 중단발을 유지하고 있었고 도화살이 잔뜩 낀 쌍커풀 없는 눈과 아직 애교살이 남아 있는 볼이 미치게 귀여운 애였다. 그 어떤 버러지 같은 놈이 들러붙어도 애교 넘치는 눈으로 살살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주곤 했는데, 대충 김고은이나 슬기가 연예인은 포기하고 대학을 다녔으면 저런 모습일거라고 생각했다. 연합 행사로 동아리들이 모이기만 하면 그 도화살을 증명이라도 하듯 묘하게 뿜어져 나오는 매력에 그녀 주변엔 언제나 남자들이 가득했다. 불행하게도, 또 당연하게도 혜린이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지금도 나는 매력이 넘치는 7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제일 먼저 그 스무살의 혜린이를 떠올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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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여름 방학 때, 학교 4개가 모여 엠티를 갔었다. 총 인원은 30명 남짓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여름이라 그런지 가평이나 대성리 쪽이 아니라 바다가 있는 대천 해수욕장으로 장소를 정해서 버스를 대절해갔다. 나는 출발하기 전날 이미 너무 들이부으며 밤새 논 탓에 버스에서 기절한 채로 실려가듯 숙소까지 갔다.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는 오전 중에 펜션에 도착했다. 숙소는 2층에 각 층마다 방이 두개씩 딸린 독채 펜션이었고, 참석한 인원들이 1:1에 가까운 성비라 1층과 2층을 여자들과 남자들이 나눠 쓰기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여름의 해가 쨍쨍해서 점심까지는 1층에서 빔 프로젝터를 틀어놓고 학교별로 돌아가며 학회 비슷한 세션을 진행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얕고 부족한 말들의 대향연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진지했던 듯하다. 버스에서 곯아떨어져 체력을 보충한 나는 미리 준비해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다른 학교의 발표 때마다 하이에나처럼 그들의 허점을 물어뜯으며 논쟁을 이어갔었다. 혜린이와 같은 학교였던 남자친구 A의 발표 때에도 예외는 없었다. 거의 30분을 혜린이 A놈 발표를 물어뜯었고, A의 얼굴이 새빨개져 말도 제대로 못 이어나가자 연합 동아리 회장이 Q&A를 중단시켰었다. 허세 넘치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며 우연히 혜린이와 눈이 마주쳤었는데,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과 함께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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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을 마무리하고 적당히 점심을 때운 이후의 일정은 오로지 술과 노는 것 뿐이었다. 한 여름의 바닷가는 해가 따가웠지만,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놀기 바빴다. 나는 적당히 물장구만 치며 여자들 구경하기 바빴는데, 불행히도 다들 수영복 위로 티셔츠를 걸쳐입고 있어서 좋은 기회는 다 날아갔었다. 다만 물에 젖은 혜린이가 눈에 띄었었는데, 남들보다 유독 얇은 티셔츠를 입고 있던 탓에 프릴이 달린 빨간색 비키니가 젖은 티셔츠 안으로 훤히 비쳤었다. 키는 160 초반 정도 될까? 볼살은 약간 있었지만, 몸과 팔 다리는 마른 편이었고 당연히 가슴도 그리 크진 않았다. 다만 골반에 비해 엉덩이가 조금 큰 느낌이 있었다. 아직은 애 같은 몸이지만, 이유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얼굴과 어울리는 몸이라 그런지, 유난히 눈길이 갔다. 바닷가에서 노는 몇 시간 동안 내가 혜린이만 훔쳐보고 있던 탓에 꽤 자주 눈이 마주치곤 했다. 그럴때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척 고개를 자연스레 돌렸지만 당연히 허사였을 것이다.
저녁이 되자 고기를 구우며 술판이 벌어졌다. 난 이런 엠티 자리에서는 나서서 고기를 굽곤 하는데, 땀을 흘리며 고기를 굽고 있으면 꼭 여자애들 한 두명 쯤은 "오빠 고기 못 먹었죠?? 고생 많아요 ㅠㅠ"라며 와서 입에 먹여줄 때 좋은 이미지와 호감도를 미리 쌓아놓는데에 좋기 때문이다. (물론 구우면서 쉼없이 주워먹으면 웬만한 놈들보다 많이 먹을 수 있다) 그렇게 한창 고기를 굽고 있을 때, 혜린이가 접시에 이것저것 담아서 내 옆으로 총총거리며 왔다. 이미 취기가 돌기 시작했는지, 광대 쪽이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머리는 일부러 그랬는지 앞머리 없이 뒤로 대충 묶어놓은 형태였고, 큰 티셔츠가 짧은 반바지를 거의 다 가린 모습이었다. 낮에 바다에서 그렇게 열심히 훔쳐봤는데도 그 와중에 큰 티셔츠 위로 살짝 봉긋한 가슴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다른 애들은 대충 젓가락으로 고기 한 두점 먹여주는 척 하기 마련인데, "오빠 이거 먹어"라며 혜린이는 옆에 자리를 잡고 쌈을 싸주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먹으며 A놈 눈치를 슬슬 살폈다. 이 쪽을 주시하긴 하지만, 딱히 표정 변화가 없는 걸로 봐서 이 정도는 수용 가능한 범위인가보다 하고 주는대로 계속 받아먹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들 어느정도 배가 찼는지 하나 둘 더운 여름밤을 피해 1층 거실로 모이고 있었다. A놈도 혜린이 한테 "얼른 들어와" 한 마디 툭 던지더니 펜션 안으로 사라졌다. 밖에는 나와 혜린이를 포함해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떠드는 몇몇만 남아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빠 맨날 놀고 먹기 바쁘다면서 공부는 언제해?"
"나 공부 안하는데?? 학점도 바닥이고 어제도 놀다 왔는데?"
"그럼 왜 그렇게 우리 학교 주제를 우리보다 잘 알아??"
"그건 너네가 그만큼 준비를 안한게 아닐까??"
"죽어 진짜"
대충 이런식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혜린이는 저 말을 하며 쌈을 먹여주다 말고 장난스럽게 내 배를 주먹으로 툭툭 쳤다. 나도 장난스런 반격의 의미로 혜린이 머리를 막 헝클었는데, "아 다시 묶어야 되잖아!" 라며 입을 내밀고 올려다보던 모습에 수많은 남자들이 방어할 틈도 없이 허물어졌었던 것처럼 나도 그 모습에 순간 설레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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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정리하고 들어가 술자리에 합류하고 나서도 정신이 얼얼했다. 혜린이는 어차피 A놈이 있었고, 나는 이런 순간적인 설렘에 휘둘릴 정도로 약하진 않다고 되새겼다.
새벽 한 시쯤 됐었던 것 같다. 여느 엠티처럼 술게임이 난무하며 다들 주량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술을 들이부었고, 그 여파로 절반 이상이 이미 2층과 각 방으로 흩어져 뻗어있었다. 1층에는 두 무리 정도만이 남아있었는데, 내가 있던 다섯명 쯤 되는 무리에서는 꽤나 진한 수위로 진실게임을 하며 술자리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혜린이와 A놈이 속한 무리는 게임은 멈추고 다들 취한 채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A놈이 박차고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고, 혜린이는 "아 진짜 왜그러냐고" 라는 식의 말과 함께 따라 올라갔다. 1층에 남은 사람들도 다들 취한 상태라 눈만 끔뻑거리며 무슨 일인가 쳐다보다가 다시 각자의 텐션으로 돌아갔다. 혜린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려와 아무렇지 않은 척 무리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즈음 우리 무리도 하나 둘 뻗어 그 자리에서 남녀 구분없이 널부러져 잠들기 시작했다.
뻗어있는 놈들은 버려두고 밖으로 나와 혼자 취한채 담배를 느긋하게 피우고 있었는데, 혜린이가 따라나왔다.
"오빠 진짜 짜증나"
"..?? 뭔데? 나?"
"아니 아까 술마시면서.."
대략 이야기를 들어보니, 혜린이와 A놈 무리에서는 각종 연애사와 함께 당연히 오늘 엠티에 온 커플들과 공공연한 비밀 속에 썸타는 년놈들, 누구 누구를 이어주면 좋겠다는 등의 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와중에 내 얘기도 나왔고, 혜린이가 "근데 저 오빠도 꽤 훈훈한데 왜 여친이 없지?"라는 식의 발언을 했고, 그 말에 발끈한 A놈이 "그럼 니가 만나보던가"라며 2층으로 올라가버린 거였다. 좀 더 들어보니, 둘은 이미 1년 넘게 연애를 한 상태였는데, 요즘에는 한 주 걸러 데이트를 할 정도로 CC인 게 무의미해진 상황이었다. 혜린이는 쌓여있던 것들을 풀어내며 울먹거리기 시작했고, 천천히 달래서 다시 펜션으로 데리고 들어갔던 것 같다.
1층에는 술에 취한 것들이 마구잡이로 뻗어있었고, 세 명 정도만 남아서 소주를 홀짝이고 있었는데 그 놈들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혜린이를 데리고 그 무리로 들어가 이야기인지 주사인지 모를 것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내며 같이 술을 홀짝이다 보니, 그 남은 무리마저도 다 취했던 것 같다. "오빠 나 어지러워서 나갈래" 라며 일어나서 나가려는 혜린이를 붙잡고 다시 펜션 밖으로 나왔다. 휘청이며 걷는 혜린이가 홱 뒤를 돌더니, "근데 오빠 진짜 훈훈하고 괜찮은데 왜 여친없냐"라며 배시시 웃었다.
저러다 뒤로 넘어질까 싶어 급히 앞으로 다가가 붙잡으려는데, 그 붙잡으려던 내 품 안으로 혜린이가 들어왔다. 내 팔은 그런 혜린이를 놓지도 껴안지도 못한 채 굳어 있는 상태였고, 반대로 혜린이는 여유롭게 내 허리를 감싼 채 나를 올려다보며 배시시 미소를 띄운 채 말했다. "오빠,, 근데,, 오늘 왜 그렇게,, 나 많이 훔쳐봤어?" 천천히 끊어서 말하는 혜린이의 말 사이의 호흡마다 진한 술 냄새가 풍겨왔는데, 그 기운에 취해버릴 것 같은 여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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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잡썰] 대학시절 스쳐간 그녀들 (2-1편) ( 야설 | 은꼴사 | 성인사이트 | 성인썰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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