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1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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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第11章 벽력당(霹靂堂)의 암운(暗雲)
-복건성(福建省)!
중원대륙의 동남단(東南端)에 자리한 지방이다.
남해(南海)를 접하고 있는 복건성의 해안은 만(灣)이 많고 지형이 아
주 복잡하여 해적들의 소굴로 안성맞춤이고 험한 내륙 산지에는 문명
과는 거리가 먼 만족(蠻族)들이 살고 있다.
아직도 문명보다는 야만이 더 강한 힘으로 지배하고 있는 복건성이건
만 이곳에도 그 이름이 중원 곳곳에 알려져 있는 유명한 무림명가(武
林名家)가 하나 자리하고 있다.
<벽력당(霹靂堂)>
바로 남황(南荒) 벽력당 뇌씨일족(雷氏一族)이다.
화기(火器)의 명가인 그들은 각종 화포(火砲)와 화탄(火彈)을 만드
는 데 능통했다.
남황 벽력당에서 만들어지는 화기는 하나같이 가공할 위력을 지닌 것
들이라 무림의 절정고수라고 해도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본래 벽력당의 뇌씨일족은 중원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들 일족은 중원의 정세가 바뀔 때마다 갖은 곤욕을 겪어야
했다.
역대 왕조(王朝)들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황 벽력당의
화기를 필요로 했고, 그런 이유로 권력자들은 갖가지 유형, 무형의
수단을 동원하여 벽락당의 뇌씨일족을 옭아매려고 했다.
이에 견디다 못한 뇌씨일족은 중원을 떠나 머나먼 이곳 남쪽의 복건
성으로 이주해버렸던 것이다.
본래 벽력당의 뇌씨일족은 화기뿐 아니라 열양의 내가기공으로도 유
명했다.
그들 일족의 뇌정신공(雷霆神功)은 양강하기로 우내를 통틀어 첫째,
둘째를 가릴 정도였다.
헌데 지금으로부터 이백 년 전, 당시 벽력당의 당주였던 벽력신편(霹
靂神鞭) 뇌붕(雷鵬)이 쿠빌라이의 초청으로 신강으로 갔다가 실종되
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그때 뇌씨일족 양강기공의 바탕이 되는 벽력진결(霹靂眞訣)도
함께 실전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벽력당은 무공 방면에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벽력당 뇌씨일족의 무공은 더 이상 무림인들의 경계 대상이 되지 못
했다.
그러자 옛날에는 감히 시비도 걸지 못했던 자들이 벽력당의 화기를
노리고 집적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견디다 못한 뇌씨일족은 자신들의 장원 주위에 갖가지 화기로
구성되는 진세를 구축했다.
-열화대진(熱火大陣)!
가히 우내최강이라 할만한 금제로서 제 아무리 절정의 내공을 지닌
자라도 섣불리 열화대진을 돌파하려다가는 한줌의 재로 화하고 만다.
열화대진이 구축된 이상 벽력당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라 할 수
있었다.
그 열화대진 덕분에 뇌씨일족은 지난 이백 년 간을 태평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무력이 바탕되지 못한 그같은 평화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
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새벽 무렵이다.
스으! 스으!
몇 장 앞도 제대로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복건성의 험준한 산
역을 자욱하게 뒤덮고 있었다.
중원대륙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탓에 복건성은 이미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구욱!
문득 미명(未明)의 안개 속을 뚫고 날카로운 괴조(怪鳥)의 울음소리
가 울려퍼졌다.
콰아아아!
맹렬한 선풍(旋風)을 일으키며 하나의 거대한 그림자가 안개 속을 날
아가고 있었다.
박쥐의 그것 같은 거대한 날개를 단 도마뱀 형상의 괴물!
바로 독성부의 수호영물인 익수룡 독익교(毒翼蛟)였다.
"안개 속에 유황냄새가 짙게 배여있는 걸 보니 벽력당이 자리한 유황
곡(硫黃谷)이 멀리 않은 듯하구나!"
안개 속에서 나직한 청년의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독익교의 등 위에는 이검한이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었다. 티벳 랏사
의 포달랍궁을 떠난 그가 오 일 만에 이곳 복건성에 이른 것이다.
그가 독성부로 돌아가기 전에 복건성으로 날아온 것은 벽력당에 들려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벽력신편(霹靂神鞭) 뇌붕(雷鵬)!
신강의 십왕총(十王塚)에서 죽은 벽력당의 이백 년 전 당주!
이검한은 그가 남긴 유물을 후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벽력당을 찾아
가는 길이었다.
벽력당의 후손들에게 벽력신편 뇌붕의 유물을 돌려주면 그들은 장차
이검한이 혈황 영호진과 결전을 벌일 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검한은 독익교의 등에 걸터앉은 채 까마득한 아래를 주시했다.
'그나저나 안개가 너무 짙어 유황곡을 찾으려면 고생깨나 하겠는걸?'
그가 검미를 찡그리며 내심 중얼거릴 때였다.
"아악!"
돌연 아래쪽의 안개 속에서 날카로운 소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검한은 흠칫했다.
'이런 새벽에 웬 여자의 비명소리란 말인가?'
콰아아아!
이검한이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모으는 사이에 독익교는 질풍같이
방향을 틀어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내리꽂혀 갔다.
영리한 놈은 주인의 뜻을 미리 알고 비명소리가 들린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 * *
새벽 안개에 싸인 남향의 산록.
"놓… 놓아랏!"
찢어질 듯 날카로운 소녀의 비명이 새벽의 적막을 깨뜨리며 터져나왔
다.
비명을 지른 것은 십 팔구 세 가량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나이답지 않게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이 소녀는 새하얀 흰 피부에 깎
아 빚은 듯 단아한 용모를 지녀 사내라면 누구라도 첫눈에 반해버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일신에 걸친 옷은 붉은 단삼인데 기이하게도 그녀는 눈썹과 머리카락
, 그리고 심지어 눈동자까지도 은은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눈같이 흰 피부에 붉은 머릿결, 앵두같이 붉은 입술과 맑고 투명해
보이는 은은한 불꽃처럼 일렁이는 투명한 눈동자는 강렬하면서도 정
열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지금 홍의소녀는 네 명의 사내들에게 제압당해 수난을 겪고 있었다.
"흐흐, 고것 그냥 삼켜도 비린내 하나 나지 않겠는걸!"
"앙탈부리지 마라! 곧 극락구경을 시켜줄 테니!"
흉흉한 인상을 지닌 네 명의 흑의인은 소녀를 찍어누른 채 겁탈하려
는 중이었다.
그들 중 한 놈은 바둥거리며 몸부림치는 소녀의 팔을 누르고 있었고,
두 놈이 소녀의 양 발목을 벌려 누른 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
었다.
찌익!
나머지 한 놈이 홍의소녀의 상의를 거칠게 찢어냈다.
그러자 희디흰 속살과 함께 소담스러운 젖가슴이 물결치듯 출렁이며
드러났다. 나이에 비해 아주 풍만하고 탄력 넘치는 젖가슴이었다.
"이 악적들! 차라리 날 죽여라!"
홍의소녀는 흉한들의 눈앞에 자신의 속살이 드러나자 분노와 수치를
금치 못하며 악을 썼다.
흉한들은 그런 그녀의 외침에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클클! 물론 죽여준다. 우리 네 어르신네들을 차례로 즐겁게 해주다
보면 너도 죽을둥 살둥 모르게 될 것이다!"
찌직!
홍의소녀의 상의를 찢은 흉한은 다시 그녀의 치마를 움켜쥐어 거칠게
찢어냈다.
"악!"
날카로운 소녀의 비명과 뽀얀 하체가 드러났다. 철이 든 이래 단 한
번도 햇볕에 노출 시켜본 적이 없는 허벅지의 속살은 만지면 묻어날
듯 새하얗다.
투툭!
치마에 이어 하나 남은 작은 고의마저 찢겨나갔다.
"흐윽!"
소녀는 자신의 부끄러운 곳이 사내들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남을
느끼며 치욕에 몸을 떨었다.
허벅지 사이의 도독하게 부푼 둔덕 일대에는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
한 방초가 자잘하게 덮여 있는데 기이하게도 그 방초들은 은은한 붉
은색을 띠고 있었다.
붉은 빛을 띤 그 방초 숲 아래로 소녀의 비밀이 수줍게 숨어 할딱이
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인 적이 없는 여자의 비밀을 노출시킨 홍의소녀
는 수치심으로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네… 네놈들이 나 벽력화(霹靂花)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하리라
생각하느냐?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이 원수는 꼭 갚고야 말겠다!
흐윽!"
앙칼지게 외치던 소녀는 마침내 분함을 참지 못하고 엉엉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미 욕정에 눈이 멀어버린 흉한들은 그런 홍의소녀의 애처로
운 모습에 더욱 강한 자극을 받을 뿐이었다.
"켈켈! 너도 한번 이것을 맛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벽력화란 이름을 지닌 소녀의 옷을 찢어낸 흉한은 그녀의 다리 사이
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는 자신의 바지를 벗어 내렸다.
순간 벽력화는 질겁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내의 일부는 너무도 징그
럽고 흉칙했기 때문이다.
"치… 치우지 못해?"
벽력화는 질끈 눈을 감으며 악을 썼다.
하지만 사내는 히죽 웃으며 음탕하게 지껄였다.
"흐흐흐! 너는 처녀라 이것이 얼마나 기막힌 보물인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네 어미는 지금쯤 여러 개의 이것을 맛보면서 정신 못 차리고
있을 게다!"
그자의 말에 벽력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어, 엄마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하지만 흉한은 음험하게 웃을 뿐이었다.
"클클! 곧 알게 될 테니 너무 안달하지 마라! 우선 어르신네의 보물
을 맛보여주마!"
그자는 벽력화의 알몸에 자신의 몸을 겹쳐 누웠다.
"비… 비켜! 비키란 말이야!"
사내에게 깔린 벽력화는 악을 쓰며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사지가 눌려진 어린 소녀의 저항이란 것은 너무도 무력한 것
이었다.
사내는 그런 벽력화의 하체를 짓누른 채 당장이라도 지워질 수 없는
낙인을 찍을 듯 희롱해대었다.
"흘흘! 빨리 끝내라구! 구경하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벽력화의 다리를 찍어 누르고 있던 다른 사내가 음충하게 웃으며 말
했다.
"크크! 알았다구! 너무 안달하지 말게나!"
벽력화를 찍어누른 사내가 킬킬대며 바둥대고 있는 벽력화의 허벅지
를 찍어눌러 옴쭉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표적을 겨누고 자신
의 흉기를 무자비하게 밀어붙여갔다.
"이… 이 죽일놈!"
벽력화는 자신의 정조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음을 느끼며 두 눈을
하얗게 치떴다.
사내는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서서히 하체에 힘을 주었다.
"아악! 안돼!"
순간 벽력화의 입에서 고통에 찬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사내의 흉기가 돌입하는 순간 그녀는 몸이 그대로 둘로 찢어지는 듯
한 격통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내의 굳강한 흉기도 완강한 저항을 보이는 벽력화의 성문을
쉽게 뚫지는 못했다.
사내는 벽력화의 만만치 않은 저항에 음험하게 히죽 웃었다.
"흐흐흐! 제법 완강한걸? 하긴 이것이 처녀의 기막힌 맛이긴 하지만!
"
그자는 한차례 흉기를 뒤로 후퇴시킨 후 재차 거칠게 찔러 넣으려고
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적이다!"
"웬 놈이냐?"
돌연 사내의 등 뒤에서 동료들의 폭갈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벽력화의 팔 다리를 누르고 있던 손들이 급히 떨어져 나갔다.
막 소녀를 정복하려던 사내는 흠칫했다.
"이런 빌어먹을! 어떤 놈이 산통을 깨는 것이냐?"
파팟!
그자는 벽력화의 마혈(痲穴)을 찍고는 급히 일어섰다.
차차창! 카카캉!
그런 그자의 귀로 요란한 쇳소리와 폭음이 들려왔다.
"우욱!"
"크으! 이럴 수가!"
경악의 신음성과 함께 세 개의 인영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것
이 보였다.
벽력화를 능욕하려던 사내는 경악의 눈빛을 지었다.
'어떤 놈인데 세 명의 지옥검사(地獄劒士)와 맞서 우세를 점한단 말
인가?'
그자는 바지를 추스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옥검사(地獄劒士)!
이것이 그 사내들을 통칭하는 이름이었다.
그자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혹독한 수련을 거친 최강의 검사들이었다.
지금까지 그자들 중 두 명이 합공하여 쓰러뜨리지 못한 고수가 없을
정도였다. 설혹 신마풍운록의 서열 상위에 드는 고수라도 그들의 합
공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헌데 누군가 그 지옥검사의 셋과 충돌하고도 오히려 지옥검사를 밀어
낸 것이 아닌가?
벽력화를 능욕하려던 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였다.
"네놈들은 누군데 감히 벽력당의 근역에서 음행을 행하는 것이냐?"
저벅! 저벅!
한소리 음산한 일갈과 함께 안개 속에서 한 명의 청년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 청년은 물론 이검한이었다.
겉으로는 냉막한 표정이었으나 사실 이검한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
었다.
비록 삼 대 일이기는 했으나 흑의인들은 자신의 팔성(八成) 내공이
실린 일격을 받아낸 것이 아닌가?
그 뿐만 아니라 이검한의 허리와 어깨 옷이 길게 찢겨 있었다. 흑의
검사들이 내친 검기가 그의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와 옷자락을 찢은
것이었다.
비록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이검한의 놀라움은 몹시 컸다.
지금까지 그가 호신강기를 뚫린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 바로 음월방
의 녹발수망천강인(綠髮鬚網天 刃)과 하후진진의 투명혈옥인(透明血
玉印)에 의해서였다.
헌데 일견하기에 별로 뛰어나 보이지 않는 이 흑의인들의 검기가 또
다시 이검한의 호신강기를 뚫은 것이 아닌가?
"강한 놈이다! 정신 차려라!"
"벽력당이 불러들인 조력자냐?"
사 인의 지옥검사들은 긴장하며 재빨리 이검한을 에워쌌다.
이검한은 우뚝 선 채 네 명의 지옥검사를 노려보았다.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네놈들이 누구인지 밝히고 물러간다면 죽
이지는 않겠다!"
그는 냉막한 음성으로 경고했다.
"헛소리 마라! 애송이!"
지옥검사들은 코웃음치며 폭갈을 내질렀다.
쐐애애액!
그와 함께 이검한의 정면에 서있던 사내가 벼락같이 장검을 후려쳐왔
다.
마치 뱀의 혓바닥처럼 신랄하게 파고드는 검기에 이검한은 눈을 부릅
떴다.
'이 검법은?'
그는 지옥감사가 시전한 검신이 어디선가 본 듯 눈에 익어 경악의 표
정을 지었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죽어랏!"
"어르신네들의 즐거움을 방해한 죄다!"
다른 세 놈도 똑같은 방법으로 세 방향에서 벼락같이 이검한을 덮쳐
왔기 때문이다.
같은 순간 네 방향에서 일제히 파고드는 치명적인 검식들.
"위험해요!"
마혈이 짚인 채 누워있던 소녀 벽력화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보기에 이검한이 피할 곳은 전혀 없어 보였던 것이다
.
헌데 바로 그 직후였다.
콰르릉! 퍼펑!
이검한의 신형이 돌연 흐릿하게 변하더니 네 방향에서 동시에 폭음이
터져나왔다.
"크아악!"
"크웩!"
처절한 비명과 함께 네 개의 인영이 피떡이 된 채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네 명의 지옥검사들은 끔찍하게도 모두 가슴이 으깨지거나 머리통이
박살난 채 죽은 것이었다.
그런 그자들의 몸에는 자신들이 들고있던 장검의 부숴진 파편들이 박
혀 있었다. 그로 인해 그자들의 모습은 한층 더 처참해 보였다.
'저, 저럴 수가!'
지켜보고 있던 벽력화의 봉목이 찢어질 듯 치떠졌다.
네 명의 지옥검사를 동시에 쳐죽인 이검한은 원래 자리에 우뚝 서 있
었다. 그런 그의 안색은 다소 창백해 보였다.
방금 전 이검한이 전궁만리비(電弓萬里飛)의 경신술로 유령처럼 움직
이며 파천황강살(破天荒 煞)이 실린 장력으로 지옥검사들의 공격을
받아친 것이다.
연달아 파천황강살을 네 번 쳐낸 탓으로 그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했
다. 그자들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은 그 외에 달리 없었던 것이다.
이검한은 장내를 둘러보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한 놈은 살려둘 것을!'
그는 내심 후회가 되었다.
네 명의 지옥검사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들이라 느껴졌기 때
문에 이검한은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네 명을 한꺼번에
몰살시키고 만 것이다.
"다친 곳은 없소?"
이검한은 한숨을 내쉬며 소녀 벽력화에게로 다가섰다.
"……!"
벽력화는 이검한의 시선을 느끼고 수치로 몸을 떨었다.
그녀는 능욕 당할 뻔했던 자세 그대로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누워
있었다. 그 바람에 붉은 방초가 소담스럽게 덮인 그녀의 비역 일대가
그대로 이검한의 눈에 노출되었다.
그같은 아찔한 모습에 이검한은 절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
"마혈이 제압되었소?"
"예!"
이검한의 물음에 벽력화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파앗!
이검한은 순간 고개를 돌린 채 지력을 날려 벽력화의 마혈을 풀어주
었다.
"감사합니다, 대협!"
벽력화는 급히 일어서며 나신을 웅크렸다.
그녀의 옷은 모두 갈가리 찢겨 가릴 것이 없었다.
벽력화는 옥용을 새빨갛게 붉힌 채 다리를 모으고 팔로 나신을 끌어
안아 잔뜩 웅크리고 앉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녀는 그런 자세로 힐끗힐끗 이검한을 훔쳐보았다.
이검한은 그 모습에 소리 없이 미소지었다.
'귀여운 소녀다!'
이검한은 벽력화에게 절로 호감을 느꼈다.
그녀는 일견하기에 성격이 괄괄해 보였다.
순진무구하고 티없이 맑은 표정을 지닌 그녀에게 이검한은 절로 호감
이 생겼다.
"이자들은 누구요?"
이검한은 자신의 장포를 벗어 벽력화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그자들은 지옥마교(地獄魔敎)의 지옥검사들이예요!"
벽력화는 이검한의 장포를 알몸에 걸치며 말했다.
"지옥검사?"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머나먼 티벳에
다녀오느라 지옥마교와 백야여인맹이 중원 전체를 양분한 사실을 모
르고 있었다.
"자세한 설명을 드릴 시간이 없어요! 소녀를 좀 도와주세요, 대협!
오빠와 어머니가 위험해요!"
장포를 걸친 벽력화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미간을 모았다.
"진정하고 차근차근 말해 보시오!"
"미안해요. 너무 마음이 급하다보니 그만……."
그제서야 벽력화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 음성으로 말했다.
"인사드리는 것이 늦었어요. 소매는 벽력당의 제자인 뇌화영(雷火英)
이라고 해요. 남들은 소매를 벽력화라 불러 준답니다!"
이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벽력화!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는 마치 불의 정령같은 눈앞의 아름답고도 귀여운 소녀를 보며 절
로 미소를 지었다.
"뇌소저셨구려! 한데 귀문에 무슨 일이라고 생겼소?"
그 말에 벽력화 뇌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현재 저희 벽력당은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었어요! 방금 대협께서 척
살하신 지옥검사들이 유황곡 일대에 천라지망을 구축해 놓았어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 * *
-유황곡(硫黃谷)!
벽력당 본가가 자리한 곳으로 유황의 산지로 유명했다.
유황은 화기로 제작하여 고가로 팔 수가 있다.
그 때문에 비록 사람이 살기에는 열악한 곳이지만 벽력당의 본가는
바로 그 유황곡에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열흘 전부터 유황곡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고 말았다. 일단
의 무서운 검법을 지닌 자들이 유황곡 일대에 천라지망을 구축한 것
이었다.
물론 그자들도 유황곡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유황곡 일대에는
공포의 열화대진이 배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열화대진!
그것은 가히 우내최강의 금제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이검한이라 해도
힘으로 열화대진을 뚫지는 못할 것이다.
그 때문에 지옥검사들은 벽력당을 포위하기만 했지 직접 위해를 가하
지는 못했다.
물론 그자들의 목적은 벽력당의 가공할 위력을 지닌 화기들이었다.
그러나 열화대진을 뚫지 못한 그자들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데 뜻하지 않은 변고가 발생했다. 지난 밤, 벽력당의 안주인 되는
여자가 침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화왕부인(火王婦人) 당숙하(唐淑霞)!
바로 그녀였다. 사천당문(四川唐門) 출신으로 벽력당의 당주인 화왕(
火王) 뇌곤륜(雷昆倫)의 아내인 고귀한 여인이다.
그녀는 화왕 뇌곤륜 사이에 쌍둥이 남매를 두었다.
-벽력화(霹靂花) 뇌화영(雷火英)!
-열화잠룡(熱火潛龍) 뇌화룡(雷火龍)!
이것이 두 쌍둥이 남매의 이름이었다.
화왕 뇌곤륜은 일 년 전 화약을 다루다 폭사하고 말았다.
이에 화왕의 아들인 열화잠룡 뇌화룡이 그 뒤를 이어 벽력당의 당주
가 되었다.
하지만 뇌화룡은 나이가 어린데다가 경륜이 일천한지라 가주의 직무
를 다할 수가 없었다.
해서 그의 어머니인 화왕부인 당숙하가 당주 노릇을 해왔다.
헌데 그 당숙하가 지난 밤 자신의 침실에서 감쪽같이 실종되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실종된 후 침실에는 한 장의 쪽지가 떨어져 있었다.
-네 어미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산신묘(山神廟)로 혼자 나오너라!
쪽지의 내용은 그러했다.
이것을 본 뇌화룡, 뇌화영 남매는 질겁했다. 이는 분명 벽력당의 가
주인 뇌화룡을 유인해 내려는 술책임에 분명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지옥마교의 무리들이 어떻게 당숙하를 납치했느
냐는 점이었다.
벽력당의 요인이 아니면 열화대진을 통과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이
루 미루어 당숙하를 납치한 것은 내부인의 소행으로 짐작되기가 쉬웠
다.
하지만 두 남매는 그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미망인이 된 가엾은
어머니가 자칫 무슨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뇌화룡은 쪽지의 지시대로 단신으로 벽력당을 나섰다.
누이 벽력화 뇌화영에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고 일러둔 채…
그러나 벽력화는 너무 걱정되어 그냥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해
서 그녀는 몰래 오빠 뇌화룡을 뒤따라 열화대진 밖으로 나섰다.
한데 열화대진을 나서자마자 지옥검사들에게 사로잡혀 겁탈당할 뻔했
던 것이다.
* * *
"소저의 오빠가 산신묘로 떠난 지는 얼마나 되었소?"
뇌화영의 이야기를 들은 이검한은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보다 일다경쯤 먼저 떠나셨으니 지금쯤 산신묘에 거의 다 갔을 거
예요!"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내가 산신묘로 가서 두 분을 구해올 테니 소저는 집으로 돌
아가시오!"
말과 함께 그는 뒤를 향해 한차례 손짓을 해보였다.
구워억!
그러자 안개 속에서 한소리 괴성이 들려왔다.
"어멋!"
뇌화영은 깜짝 놀라며 와락 이검한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괴성과 함
께 안개 속에서 뒤뚱뒤뚱 거리는 걸음으로 나타나는 독익교의 모습이
너무나도 흉칙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검한은 일순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갑작스레 자신의 품안으로 뛰
어든 소녀의 교구는 나이답지 않게 터질 듯 농염하다.
탄력 넘치는 여체가 품안에 안겨들자 절로 몸의 일부가 꿈틀거린다.
"흠흠! 이놈이 겉보기에는 이래도 마음씨는 착한 놈이니 걱정할 것
없소!"
이검한은 어색함을 감추려 두어 차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뇌화영은 비로소 깜짝 놀라 교성을 토하며 이검한의 품에서 떨어졌다
. 그런 그녀의 얼굴은 삽시에 빨갛게 물들었다.
"미, 미안해요!"
그녀는 터질 듯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이검한은 당황하는 뇌화영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절로 미소를 지었다
.
"이놈이 소저를 벽력당까지 태워다 줄 것이오!"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히고 있는 뇌화영의 모습은 실로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스러워 보였다.
이검한은 싱긋 웃으며 독익교의 머리를 툭툭 쳤다.
"잘 모셔라! 괜한 장난치지 말고!"
꾸룩!
독익교는 알았다는 듯 낮게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녀오리다!"
스읏!
이어 이검한은 몸을 날려 유령같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멋진 분이셔!'
뇌화영은 황홀한 시선으로 이검한이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내 부끄러운 곳까지 속속들이 보였으니 이제 나는 저분에게 시집갈
수밖에 없어!'
그녀는 내심 은밀한 결심을 다졌다.
그런 그녀의 가슴은 세차게 두근거렸고, 옥용은 온통 수줍은 홍조로
물들었다. 이제껏 경험해본 적이 없는 연모의 불길이 소녀의 가슴을
타오르게 하고 있었다.
* * *
스으! 스으!
짙은 새벽 안개가 산자락을 감아 휘돌고 있었다.
그 안개 속에 하나의 퇴락한 산신묘가 음산하게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낡고 퇴락한 산신묘를 뿌연 새벽 안개가 휘
감아 돌며 스산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헉! 헉!"
화라락!
문득 거친 숨소리와 함께 한 명의 소년이 산신묘 앞으로 날아 내렸다
.
아주 영기발랄하고 준수한 용모를 지닌 십 팔구 세 가량의 소년인데
호방한 인상을 풍기는 얼굴과 붉은 머릿결과 눈썹이 강렬하면서도 인
상적인 느낌을 준다.
-열화잠룡 뇌화룡!
소년은 다름 아닌 그였다.
벽력당의 어린 당주인 그가 어머니인 화왕부인 당숙하를 구하기 위해
서 산신묘에 도착한 것이다.
"나 뇌화룡이 왔다! 나와라!"
산신묘 앞에 내려선 순간 뇌화룡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호호호! 정말 용감하신 도련님이군요!"
돌연 뇌화룡의 바로 뒤에서 요사한 여인의 교소가 들려왔다.
"헉!"
뇌화룡은 질겁하며 홱 고개를 돌렸다.
언제였을까? 뇌화룡의 일 장 뒤에는 한 명의 미부(美婦)가 요염한 자
태로 선 채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데 일신에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
는 흰색 나삼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매미날개같이 얇은 그 나삼을
통해 터질 듯 무르익은 여체의 신비가 그대로 들여다 보였다.
풍만하면서도 탱탱한 탄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 쌍의 육봉, 잘록한 허
리와 미끈한 아랫배 가운데 자리한 움푹한 배꼽, 미끈하게 뻗어내린
허벅지,
아찔하게도 얇은 나삼을 통해 허벅지 사이의 둔덕 아래의 깊이 파인
흠까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인은 기이하게 피부가 눈에 띄게 가무잡잡했다.
하지만 흰 피부와는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비록 피부는
검지만 그녀의 뇌쇄적인 몸매는 아주 탄력있고 요염해 보이는 것이
다.
-흑묘묘(黑猫猫)!
이 가무잡잡한 여인은 바로 흑묘묘였다.
하토삼밀세(蝦土三密勢) 중 유사마부(流砂魔府)를 장악하기 위해 혈
황이 유사지존(流砂至尊) 유마조율의 애첩으로 들여보냈던 요부!
그녀가 신강에서 머나먼 이곳 복건성까지 나타난 것이다.
"호호호! 효성이 지극하신 분이로군요. 어머니의 정조를 지켜드리기
위해 단신으로 험지에 뛰어들다니……!"
흑묘묘는 요염하게 눈웃음치며 둔부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둔부를 움직이자 나삼의 치맛자락이 갈라지며 탄력있고 미끈한 허벅
지가 나삼 밖으로 드러났다.
뇌화룡은 흑묘묘의 자극적인 모습에 당황하여 급히 그녀의 허벅지에
서 시선을 돌렸다.
"당… 당신이 어머니를 납치한 장본인이요?"
흑묘묘는 요악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
그녀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고양이처럼 뜨거운 눈으로 뇌화룡의 아래
위를 살폈다.
그런 그녀의 끈적끈적한 시선에 뇌화룡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
다.
"어머니는 어디 계시오? 당신들의 요구대로 내가 이곳에 왔으니 어서
그분을 풀어주시오!"
"호호호! 물론 그래야지요! 도련님의 그 가상한 용기를 봐서라도!"
짝짝!
흑묘묘는 야릇한 교소를 흘리며 뒤를 향해 손뼉을 쳤다.
그러자 산신묘 안에서 몇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앞장선 자는 한 명의 음산한 노인이었고 노인의 뒤로 두 명의 지옥검
사가 따르고 있었다.
두 명의 지옥검사는 한 명의 여인을 양팔로 잡고 질질 끌고 나왔다.
지옥검사들에게 양팔을 잡힌 여인은 사십 전후의 기품있는 용모를 지
닌 중년미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머리는 제멋대로 풀어 흐트러져 있었으며 몸에는 얇은 자리옷 하나만
을 걸치고 있었다. 그나마 그 잠옷도 여기저기가 찢겨나가 성한 구석
이 없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모진 고문을 당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
그 미부를 보는 순간 뇌화룡은 성난 사자처럼 울부짖으며 그대로 미
부를 향해 덮쳐갔다.
-화왕부인 당숙하!
두 명의 지옥검사들에게 끌려 나온 중년미부는 바로 뇌화룡과 뇌화영
의 생모인 화왕부인 당숙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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