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17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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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第17章 인간이 된 마물(魔物)
"으음! 역시 살아있었구나, 어린 놈!"
이검한을 본 누란왕후 흑요설의 봉목에 경련이 일었다.
이검한은 누란왕후 자신을 일천 삼백 년 만에 영겁의 잠 속에서 깨어
나게 해준 은인이었다. 또한 오랜 잠에서 깨어난 자신의 육체를 최초
로 소유한 사내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검한을 바라보는 흑요설의 봉목으로는 살기와 함께
알지 못할 감정이 범벅이 되어 뒤얽혀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이검한은 딱딱하게 안색을 굳히며 고함을 질렀
다.
"백야여인맹이라니… 이 무슨 어리석은 짓거리요? 당장 때려치우시오
!"
"네놈이 무슨 권리로 본후에게 훈계를 하느냐?"
흑요설도 차갑게 냉음을 발하며 이검한을 노려보았다.
"무슨 권리냐고?"
이검한은 입술을 비틀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목내이(木乃伊)나 다름 없었던 당신을 부활시킨 사람이 바로 나라는
우매한 인간임을 모르지는 않겠지?"
그의 분노에 찬 음성에도 누란왕후 흑요설은 동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
"나를 부활시켜준 데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준 것으로 기억하는데…
…?"
말하는 흑요설의 봉목으로 은은히 요사스런 요기가 흐르고 있었다.
"무슨… 헛소리냐?"
이검한은 얼굴을 벌겋게 상기시키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호호호! 네놈은 장차 무림여제(武林女帝)가 될 본녀의 육체를 맛보
지 않았느냐?"
"닥… 닥쳐라!"
이검한은 뻔뻔스러운 그녀의 말에 자신에 대한 수치심으로 온몸을 경
련시켰다. 그리고 그런 기운은 즉시 엄청난 분노로 폭발되기에 이르
렀다.
어쨌든 그녀의 말은 옳은 것이었다. 이 년 전, 이검한은 본의는 아니
었으나 흑요설에게 동정을 바친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려지자 이검한은 입술을 피가 배이도록 악물
었다.
"내가 뿌린 악업의 씨앗이니 내 손으로 거두어 주마!"
이검한은 살기를 피워올리며 신도 고독혼을 흑요설에게 겨누었다.
쩌러러렁!
그의 모든 내공이 주입되자 신도 고독혼의 주위로는 시퍼런 섬광이
줄기줄기 번져올랐다.
그런 그의 기세를 보자 흑요설은 흠칫했다. 한눈에 이검한이 단시일
동안 추측할 수 없는 가공할 고수자로 변한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
문이었다.
비록 천년내공을 지닌 그녀였지만 신도 고독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
공할 예기는 그녀의 피부를 저릿저릿하게 만들 정도였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어린놈!"
하지만 흑요설은 이내 서릿발같은 냉갈을 토하며 천천히 교수를 치켜
올렸다.
꽈르르릉!
그 한 동작의 변화에 막대한 기운이 파동치며 대기를 뒤흔들었다.
'우읏!'
그 기세를 접한 이검한의 안색이 경악으로 일변했다. 저항할 수조차
없는 막대한 잠경이 몰려들어 그의 전신을 그물처럼 옭아매오고 있다
는 것을 느낀 것이다.
천년내공!
말이 천년내공이지 그것은 이미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파
천황의 힘이었다. 그 막대한 천년내공이 실린 잠경이 무지막지하게
이검한을 향해 밀어닥친 것이었다.
스하악!
이검한은 신형을 휘청거리면서도 그대로 신도 고독혼을 수직으로 내
리그었다.
빠가각! 꽈르르릉!
시퍼런 불꽃이 춤추듯 너울거리며 폭발해갔고, 이검한과 흑요설 사이
에는 철벽을 박살내는 듯한 굉음이 터지고 있었다.
"크흑!"
이검한은 입으로 핏물을 토하며 태풍에 휩쓸린 가랑잎과도 같이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우두둑!
석실 끝까지 날아간 이검한의 몸뚱이가 석벽에 부딪치며 석벽 전체가
사발처럼 움푹 꺼져버렸다.
"크으! 지독한 내공이로군!"
이검한은 오공에서 피를 흘리며 석벽의 아래에 주저앉아 힘겹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나한부동신공도 흑요설의 일격에 무기
력하게 박살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대결이 이검한의 일방적인 패배만도 아니었다.
쿵! 쿵!
흑요설 역시 쓰러질 듯 비칠거리며 뒤로 두 걸음을 물러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가슴도 피투성이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검한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가격한 무형도강(無形刀 )이 그녀의
가슴을 그어버린 것이었다.
당연히 그녀의 검은 상복의 중앙은 비스듬히 찢겨져 나갔고, 그 안에
숨겨져있던 탐스럽고 뽀얀 젖가슴도 절반 이상이 삐져나와 있었다.
왼쪽 어깨로부터 비스듬히 그어진 자상을 따라 그녀의 드러난 젖가슴
도 비스듬히 베어져 있었다.
흘러내리는 핏물은 그녀의 검은 상복을 혈의로 물들이고 있었다.
만일 그녀의 호신강기가 조금만 약했어도 심장까지 박살났을 정도로
엄중한 상처였다.
"네, 네놈이 감히……!"
흑요설은 갈라진 젖가슴을 감싸안으며 벼락치는 듯한 교갈을 토해냈
다.
"바득! 용서치 않겠다!"
그녀는 무시무시한 살기를 피워올리며 한 걸음씩 이검한에게로 다가
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악귀나찰 같았다.
"얼마든지 상대해 주마!"
이검한은 불같은 전의(戰意)를 불태우며 신도 고독혼을 비껴쥐었다.
헌데 그가 막 흑요설을 향해 돌진하려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돌연 옆구리로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 아닌가?
"큭!"
콰당탕!
이검한은 내장이 박살나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
졌다.
그 충격은 이검한이 정상적인 몸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방어했다면 별
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내부가 뒤흔들리는 충격을 받았고, 거기에 무방비 상태로 가
격을 당한 이검한은 심장이 파열되는 듯한 충격과 함께 눈앞이 캄캄
해질 지경이 되고 말았다.
카르르르!
쓰러진 이검한의 옆으로 낮은 괴성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널브러
진 이검한의 몸 위로 드리워지는 긴 그림자 하나.
"빌어… 먹을! 저 요물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다니……!"
이검한은 상황을 추측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통
한의 기색이 역력히 떠오르고 있었다.
여와음교!
불의의 일격으로 이검한을 때려눕힌 것은 바로 여와음교였던 것이다.
여와음교의 긴 꼬리는 강철벽이라도 박살낼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흉기다. 이검한은 그것에 직격으로 허리를 얻어맞은 것
이었다.
사실 나한부동심공을 연마한 이검한은 도검(刀劍)도 무서워할 필요
없는 무적의 철골신체(鐵骨身體)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와음교의 꼬리에 실린 힘은 흑요설의 천년내공에 필적할 정
도였다. 그것에 격타당한 이검한의 내부가 모조리 으스러지지 않은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체내의 모든 내공이 단시일 내에 회복될 수 없을 정
도로 산산이 흩어져버린 상태였다.
"크윽!"
급히 일어서려던 이검한은 비명을 지르며 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촤아악!
그의 하체를 여와음교의 길고 강인한 꼬리가 재빨리 휘감았기 때문이
다.
하체를 여와음교의 꼬리에 휘감긴 이검한은 뼈가 으스러지는 통증을
지나 감각이 마비될 정도의 충격을 받고 있었다.
"놓… 놓아랏! 이 요물!"
이검한은 여와음교의 꼬리에서 벗어나려 바둥거렸다.
그러나 내공이 흩어진 그의 몸부림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어린아이를 붙잡은 어른과의 싸움이랄까? 그가 바둥거릴수록 여와음
교의 꼬리는 갈쿠리처럼 더욱 바싹 조여들고 있을 뿐이었다.
"잘했다, 일교!"
흑요설은 냉소를 흘리며 쓰러진 이검한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녀의
가슴은 물론 옷자락 전체가 핏물로 젖어 있었다.
"감히, 본녀의 육체를 훼손시키다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
마!"
흑요설은 이검한을 내려다보며 잔혹한 냉갈을 토했다.
그러나 이검한은 이런 상황이 되었건만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저주와 증오서린 눈으로 흑요설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
"죽여라! 내가 너를 부활시킨 은인이라 여긴다면 더 이상 나를 욕되
게 하지 말고 깨끗하게 죽여라!"
그의 말에는 절망의 기운이 짙게 깔려 있었다.
"호호호! 물론 죽여주마!"
흑요설은 독기서린 요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녀는 마침 본녀의 뒤를 이어 세상 사내들의 씨를 말려버릴 한 여
아(女兒)의 운공을 도와주는 중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내 스스로
네녀석을 응징했으련만……!"
그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본녀는 다시 연공실로 가봐야 하니 아쉽지만 일교에게 네놈의 처리
를 맡길 수밖에 없다."
'이… 이 요녀가 설마……!'
그녀의 말에 이검한의 안색는 흑빛으로 일변되고 말았다.
"호호호! 그렇다. 네 녀석은 일교가 이무기의 탈을 벗고 완전한 인간
의 여자가 되는 제물로 이용될 것이다!"
흑요설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요사스런 요소를 흘렸다.
"흑… 흑요설! 차라리 네 손으로 죽여다오!"
이검한은 절망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지금 그는 자신의 죽음조차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흑요설의 말은 이검한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
한 것이었다.
흑요설은 이검한을 여와음교에게 주어 여와음교로 하여금 이검한의
순양지기를 갈취하게 하려는 것이다.
"두 번은 어떻게 용케 살아났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결코 네놈에게 하
늘의 기호가 내리지 않을 것이다. 호호호!"
발작적으로 교소를 터뜨리며 교구를 돌린 흑요설은 기절한 두난향을
안아들고는 이내 장내에서 사라져갔다.
"흑요설! 날 죽이고 가라!"
이검한은 흑요설이 사라진 통로를 향해 악을 썼다. 그러나 그의 외침
은 석벽에 반사되어 공허하게 도로 울려올 뿐이었다.
카아아!
그런 이검한의 얼굴을 향해 여와음교는 예의 분홍빛 독무를 뿜어냈다
.
"허억!"
이검한은 질겁하며 숨을 멈추려고 했으나 한발 늦고 말았다. 그윽한
향기가 기도로 흘러들며 갑자기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크으! 또 당하다니……!"
이검한은 불덩이를 삼킨 기분이 되어 고통스럽게 신음했다.
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내장이 그대로 숯이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화망단정과 용형혈지의 무시무시한 화기를 몸 안에 담고 있던 그인지
라 여와음교의 독무에 중독당하는 순간 무시무시한 기세로 순양지기
가 타오르는 것이다.
마치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듯이……!
"허억!"
이검한의 두 눈이 갑자기 부릅떠졌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것이 양쪽
볼에 잇닿은 때문이다.
그것은 여와음교의 손이었다. 그 어떤 여인의 손보다도 아름다운 한
쌍의 섬섬옥수가 이검한의 양쪽 뺨을 보듬어쥔 것이다.
치치치!
여와음교의 손이 닿은 뺨에서 증기가 확 피어오른다. 그와 함께 이검
한은 불덩이같은 뺨을 통해서 자신의 열기가 확 빠져나가는 것을 느
꼈다.
'순양지기를 갈취당하고 있다!'
비몽사몽간에도 이검한은 기겁했다. 자신의 정기를 빨아 즐기는 여와
음교의 흡정대법이 시작된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도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여와음교가 그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힘은 너무도 강력하여 저지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설… 설마!'
이검한은 여와음교의 얼굴이 자신에게 급격히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
고 두 눈을 부릅떴다. 여와음교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이다
.
여와음교는 두 손으로 이검한의 뺨을 움켜쥐어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만든 뒤 앵두같은 자그마한 입술을 이검한의 두툼한 입술에 내리눌
렀다.
'우웁!'
이검한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치떠지고 온몸이 부르르 전율을 일으
켰다. 필사적으로 악다문 그의 입술을 헤치고 미끈덩한 설육이 뱀처
럼 파고든 때문이다.
'안… 안돼!'
여와음교에게 입술을 강탈당한 상태에서 이검한은 절망에 몸을 떨어
야만 했다.
이것은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입과 입을 통하게 되자 순양지기
가 유출되는 속도는 단지 살갗의 접촉으로 빠져나가던 것의 수십 배
수백 배로 증폭되었던 것이다.
이검한은 자신의 정기가 썰물처럼 여와음교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아득한 절망감을 느꼈다.
'정말 이 요물에게 모든 정혈을 빼앗기고 죽어야만 하는가?'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지닌 막대한 힘이 여와음교에게 흘러들어가 장차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할 마물을 탄생시키게 된다는 사실이 그를 고뇌
하게 만드는 것이다.
콰아아!
이검한의 체내에서 무한대의 가공할 정혈이 폭발적인 기세로 빠져나
갔다. 그 기세는 너무도 강렬하여 이검한이 아무리 유출을 저지해보
려 애를 써도 소용없었다.
급기야 이검한은 여와음교에게 대항하기 위해 금단의 사술인 옥룡흡
정도인술(玉龍吸精導引術)마저 구사해보았다.
하지만 이성의 정기를 갈취하는 데는 그 이상이 없다는 옥룡흡정도인
술을 극한으로 펼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여와음교가 순양지기
를 흡취하는 힘은 인간의 능력으론 어찌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것이었다.
삽시간에 이검한이 지닌 순양지기의 태반이 여와음교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여와음교의 몸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쩍! 쩌적!
여와음교의 하체를 뒤덮고 있던 흉칙한 비늘이 거미줄같은 균열을 일
으키는 것이다.
투투툭!
그리고 촘촘히 박혀있던 비늘이 비듬이 털리듯 바닥으로 흩날렸다.
그와 함께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변화!
비늘이 떨어져나간 여와음교의 하체가 완연하게 인간의 그것으로 변
해가는 것이다.
징그럽던 뱀껍질 안쪽에서 너무도 미끈하고 뽀얀 다리가 생성되어 빠
져나온다. 그리고 처음에는 하나로 달라 붙어있던 그 다리가 급격하
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갓 삶아낸 계란의 껍질을 벗겨낸 듯 새하얗고 아름다운 광택을
지닌 다리는 어떤 인간의 여인도 지니지 못했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대가로 이검한은 몸 안의 생명력을 거의 다 갈취당한 상태였다.
피부는 마른 나무껍질처럼 푸석푸석해지고 검붉은 윤기가 흐르던 머
리카락은 허옇게 탈색이 되어버렸다.
마치 단번에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뛴 듯한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이검한도 다른 희생자들처럼 바짝 말라비틀어져 죽게 될
것이다.
카아아아!
자신이 마침내 완전하게 인간의 여자가 되었음을 감지한 여와음교는
참을 수 없는 희열에 파도치듯 온몸을 꿈틀거렸다.
그와 함께 여와음교가 순양지기를 빨아들이던 악마적인 흡입력도 현
저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워낙 이검한의 순양지기가 막강한 탓에 그
녀의 몸도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때문이다.
'기… 기회다!'
순간 다 죽어가던 이검한의 눈가로 기광이 스쳐갔다. 여와음교의 흡
인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옥룡흡정도인술을 펼쳐 저항해볼 여지가
생겼음을 감지한 것이다.
이검한은 급히 옥룡흡정도인술을 극한까지 운용했다.
우르르!
순간 유출되고 있던 그의 정기가 맹렬히 역류하여 그의 체내로 폭풍
같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카아아아!
희열에 몸부림치던 여와음교는 돌연한 사태에 기겁을 하며 헛바람을
삼켰다.
그녀는 급히 이검한의 입에서 입술을 떼고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어림없다!"
이검한은 와락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어눌렀다. 그리고는 맹렬한 기세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여와음교는 달아나려고 바둥거렸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검한으로서도
다시 기력을 되찾으려면 그녀에게 빼앗긴 정기를 되찾아와야만 하는
것이다.
형세는 역전되었다. 이검한은 여와음교를 바닥에 찍어누른 채 맹렬히
옥룡흡정도인술을 발휘했다. 일단 역류하기 시작한 힘은 엄청난 기
세로 다시 이검한의 몸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여와음교는 황급히 이검한의 몸에서 떨어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이제 완전히 사람의 형상을 갖춘 미끈한 두 다리가
허공에 쳐들린 채 마구 요동을 친다.
그녀에 못지 않게 이검한도 필사적이었다. 빼앗긴 정기를 되찾지 못
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 덩어리가 된 둘은 광장 안을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점차 형세는 결정되어갔다. 옥룡흡정도인술로 일부의 정기를
되찾은 이검한의 힘은 급격하게 강해져갔고 여와음교의 저항은 눈에
띄게 약해져갔다.
여와음교의 하얗게 탈색된 눈에 맺힌 그렁그렁한 눈물이 그녀의 상태
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 마침내 그녀를 인간의 여자로 만들어주었
던 이검한의 막강한 정기가 급격하게 빠져나간다.
뿐만이 아니라, 여와음교가 지금까지 다른 사내에게 갈취했던 순양지
기까지 이검한에게로 흡취되고 있었다. 그것은 이검한이 용형혈지를
복용하여 얻은 약효에 필적하는 것이었다.
그 말은, 이제 이검한의 내공이 전보다 두 배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힘을 잃어버린 여와음교는 축 늘어져 있었다. 이제까지 야수의
괴성을 지르던 여와음교의 음성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제… 제발… 용서해 주세요."
이검한의 뇌리로 여와음교의 간절한 사념이 전해졌다. 놀랍게도 이
괴물은 내공이 입신지경에 이르러야만 구사할 수 있다는 혜광심어(慧
光心語)를 펼친 것이다.
이검한은 여와음교가 혜광심어로 말을 걸어오자 처음에는 움찔 놀랐
다.
"어림없다! 너같은 요물을 살려주어봤자 세상에 해를 끼칠 뿐이다!"
하지만 이검한은 이내 냉혹한 대답을 역시 혜광심어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더욱 세차게 여와음교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였다. 이제 여와
음교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원정지기(元精之氣)까지 빼앗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반 각만 더 옥룡흡정도인술이 시전된다면 여와음교의 모든 생
기는 소멸될 것이 확실했다. 그것은 몇천 년의 세월을 오직 인간이
될 일념으로 살아온 희세의 요물 여와음교의 최후를 의미하는 것이기
도 했다.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음을 깨달은 것일까?
또르륵!
순간 여와음교의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바로 지척에서 흘러내리는 여와음교의 눈물을 본 이검한은 움찔했다.
절망에 차 눈물을 흘리는 여와음교의 모습은 너무도 애처로웠기 때
문이다.
이검한의 마음은 갈등으로 흔들렸다.
살려 줄 것인가 죽일 것인가?
어느덧 옥룡흡정도인술은 멈춰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를 여와음교의 커다란 눈망울이 간절한 빛을 담고 올려다 보
고 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같은 그 눈망울을 보는 순간 이검한의 마음은 결정되
고 말았다.
이검한은 여와음교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며 긴 탄식을 흘렸다
.
"휴우! 결국 나란 놈은 저항력을 잃은 상대를 죽일만큼 모질지 못하
군!"
"아!"
그의 말에 여와음교는 안도의 탄성을 흘렸다.
'어차피 이 요물은 내게 정기의 태반을 빼앗겨 더 이상 인간을 해칠
능력이 없을 터…'
이검한은 염두를 굴리며 여와음교의 뒷통수를 매만졌다.
'역시 있구나!'
그의 손끝으로 여와음교의 뒷통수에 튀어오른 뾰족한 돌기가 만져졌
다.
흉골(凶骨)!
여와음교에게 흉성을 일으키게 했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좋다! 살려주겠다! 너도 몇천 년 만에 겨우 인간이 되었는데 이대로
죽는다는 것은 억울하겠지?"
이검한은 천천히 여와음교의 몸에서 떨어졌다.
"흐윽!"
이검한의 강인한 사지에서 풀려나자 여와음교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
을 토해내었다.
'우물(尤物)이다!'
사지를 벌린 채 바르르 떨고 있는 여와음교를 내려다보는 이검한의
입에서도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완전히 인간화된 여와음교의 알몸은 실로 매력적이었다. 그 어떤 인
간의 여인도 여와음교를 능가할 만한 관능과 아름다움을 지니지 못했
을 것이다.
벌어져 있는 허벅지 사이 역시 완전한 여인의 모양을 갖추고 있어 이
검한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다. 분명 형상은 성숙한 여인의 그것이지
만 그 일대에는 어린 소녀처럼 아무런 흔적도 나있지 않다는 것이 더
욱 더 야릇한 분위기를 풍긴다.
"돌아 눕거라."
이검한은 절로 숨이 가빠옴을 느끼며 여와음교에게 말했다.
순간 여와음교는 지체없이 일어서더니 그대로 엉덩이를 하늘로 올린
채 엎드리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달덩이같은 둔부가 야릇한 율
동을 보이며 이검한을 유혹한다.
"거참……!"
이검한은 어이없는 실소를 흘렸다.
여와음교는 이검한이 자신의 몸을 원하는 줄 알고 야성의 본능으로
그같은 자세를 취한 것이다. 야성의 세계에서는 약자가 강자에게 복
종의 표시로 그같은 자세를 취하는 법이다.
"아프더라도 참아라!"
이검한은 쓴웃음을 흘리며 여와음교의 뒷통수에 나있는 흉골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강력한 열양지기를 흉골에 쏟아넣었다.
"악!"
순간 여와음교는 뒷골이 인두로 지져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날카로
운 비명을 질렀다.
털썩!
그녀의 미끈한 알몸이 작살에라도 관통당한 듯이 펄쩍 뛰어올랐다가
바닥에 축 널브러졌다. 엄청난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혼절한 것이다.
푸스스!
그녀의 뒷통수에 튀어 나와있던 흉골은 이검한이 발휘한 삼매진화(三
昧眞火)에 의해 타오르며 사라졌다.
"휴우! 됐군."
여와음교에게서 무사히 흉골을 제거한 이검한은 그녀가 인간이 되면
서 벗어놓은 껍질을 추스려 그녀의 매혹적인 알몸을 가려주었다. 여
와음교의 껍질은 신병이기로도 흠집을 낼 수 없을 만큼 훌륭한 호신
보의의 재료가 될 것이다.
'내가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으니 내가 돌봐주어야만 한다.'
여와음교를 안아든 이검한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와 함께 온 두난향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검한의 눈가로 서늘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만일 난향이를 해쳤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대가를 치르도록
해주겠다, 흑요설!"
그는 나직이 으르렁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실내는 다시 정적에 잠겨들었다.
바닥에는 나무토막처럼 말라 비틀어진 지옥검사들의 시체만이 을씨년
스럽게 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 * *
이곳은 사방이 밀폐된 은밀한 밀실(密室)이다.
우르르!
지금 밀실 안은 강맹한 잠경의 소용돌이로 가득차 있었다.
밀실 가운데에는 하나의 돌침상이 놓여 있는데 그 돌침상 위에는 두
명의 여인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명은 가녀린 인상의 십 팔구 세쯤 된 소녀인데 청순한 용모에 아
주 연약해 보이는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두 눈을 꼭 감
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런 소녀의 등 뒤 한 명의 중년미부가 역시 가부좌를 튼 채 앉아있
었다.
이 여인의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아주 그윽하고 기품있는 미모에 그린 듯 아름다운 얼굴을 지녀 왕후
장상(王侯將相)의 아내임직한 절세의 미녀였다. 이 여인을 보면 경국
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지금 쌍장을 소녀의 등에 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절색의 중년미부는 지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 그녀는 지금 강맹한 내공을 소녀의 몸에 불어 넣어주고 있는 중이
었다.
중년미부의 내공은 가히 경세적이었다.
우르르르!
그같은 강맹한 역도를 받아들이고 있는 소녀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은
제멋대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
두 여인이 개정대법(開頂大法)으로 내공을 주고 받고 있는 밀실 입구
에는 한 명의 여인이 우뚝 선 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아이다!'
그녀는 감탄의 기색으로 밀실 안의 소녀를 주시했다.
풍만한 가슴을 흰 천으로 칭칭 감고 있는 이 색목여인(色目女人)의
몸에는 검은색 상복이 걸쳐져 있었다.
누란왕후 흑요설!
바로 그녀였다.
'소소(素素)를 얻은 것은 나의 최대 행운이다.'
흑요설은 돌침상 위의 소녀를 주시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소!
그렇다. 지금 절색의 중년미부로부터 내공을 주입받고 있는 소녀는
바로 흡정마녀(吸精魔女) 구양소소(九陽素素)였다.
유령마제 구양수를 아버지로 둔 대가로 유령잠룡 유운학에게 언어도
단의 만행을 겪은 비운의 소녀 구양소소! 그녀가 우연히 흑요설과 조
우하여 제자가 된 것이다.
흑요설은 한눈에 구양소소의 뛰어난 재질을 알아보았으며 또한 그녀
가 이 세상에 엄청난 한을 품고 있음도 알았다.
'소소 때문에 금강신녀(金剛神女)가 내공의 절반 가까이를 잃겠지만
아까울 것도 없다. 내공만 강했지 백치(白痴)에 불과한 금강신녀보다
는 영리하고 세상에 원한을 품은 소소 쪽이 몇 배 더 유용하니까!'
흑요설은 내심 염두를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강신녀(金剛神女)!
구양소소에게 내공을 주입시켜 주는 미부가 바로 백야여인맹의 최고
고수인 금강신녀였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반 전의 일이다.
백야여인맹의 사대호법(四大護法) 중 한 명이 운남 독성부(毒聖府)의
정세를 염탐하기 위해 잠입했었다. 그 호법의 임무는 독성부가 지옥
마교에 병탄(병呑)당하지 않도록 암중에서 방해하는 것이었다.
헌데 그녀는 우연히 독성부에서 멀지 않은 은밀한 계곡에서 하나의
동굴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동굴은 바로 연혼동천(鍊魂洞天)이었다.
백야여인맹의 호법은 연혼동천에서 한 명의 미부인이 수정관 속에 잠
들어 있음을 발견했는데 그 미부의 일신에는 가히 추측불가의 엄청난
내공이 잠재되어 있었다.
-불사미인(不死美人)!
그 미부인은 바로 불사미인이었다.
황제의 여인이었다가 황제가 죽자 함께 순장(殉葬)당할 뻔했던 비운
의 여인!
삼 년 넘게 불사회혼액에 잠겨 잠들어 있던 그녀를 백야여인맹의 호
법은 큰 쓸모가 있겠다고 여기고 백야여인맹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불사미인은 누란왕후 흑요설의 섭혼대법(攝魂大法)에 의해 혼수상태
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억지로 깨운 탓에 의지가 없는 백치가 되고 말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을 깨운 누란왕후 흑요설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괴
뢰(傀儡)가 된 것이다.
흑요설은 그런 그녀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즉, 그녀는 백야여인맹에 가입하는 여자들의 임독이맥을 타통시키는
일을 불사미인에게 맡겼던 것이다.
원래 흑요설은 백야여인맹에 가입하는 여인들은 자신이 직접 경맥을
타통시켜 주었다.
그 힘든 일을 비록 백치지만 몸 안에 막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불
사미인에게 시킨 것이다.
불사미인은 백치인지라 흑요설이 시키는 대로 몇 날 며칠이 걸리든간
에 다른 여인들의 경맥을 타통시켜 주었다. 그녀의 몸 속에는 불사회
혼액의 정화가 용해되어 있어 지치지 않는 내공을 뿜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흑요설은 불사미인에게 금강신녀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금강신녀 역시 인간이었다.
요즘 들어 그녀는 쉽사리 피로를 느끼는 듯했다.
몇 번인가 내공을 운용하는 도중에 지쳐 쓰러지는 바람에 그녀의 도
움으로 경맥을 타통하고자 했던 여인들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들기
도 했다.
흑요설은 이제 슬슬 금강신녀가 쓸모 없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러다가 저녁 무렵에 우연히 삼협 일대를 넋이 나가 헤매고 있던 구
양소소를 만나게 되었다.
그 구양소소를 제자로 삼은 흑요설은 금강신녀를 마지막으로 써먹을
작정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금강신녀에게 자신의 후계자가 될 구양소소의 몸에 나머지 내
공의 전부를 쏟아넣어 주도록 지시한 것이다.
그 결과 구양소소는 지금 금강신녀의 전체 내공 중 무려 육 할 가까
이를 흡수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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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