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21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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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第21章 가짜 마살지존(魔敎至尊)
"네놈은 누군데 감히 본좌의 처소에 난입했느냐?"
백면음마는 짐짓 봉황지존의 어조로 호통을 쳤다.
이검한은 그자를 노려보며 냉갈했다.
"헛수작 마라, 마교의 괴뢰! 무적제이마와 흑묘묘는 이미 달아난 상
태다. 이곳에서 네놈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 뭐라고?"
백면음마는 비로소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안색이 일변했다.
'빌어먹을! 판이 깨진 것 같으니 노부도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야겠
군!'
그자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러나 사신의 손길은 이미 그자를 휘감은 상태였다.
"흐윽! 상… 상공이 아니었구나!"
백면음마의 등 뒤에서 비통한 여인의 신음이 들렸다.
쐐애액!
동시에 극랭한 기류가 확 일어나 그자를 뒤집어 씌웠다.
백면음마는 기겁했다.
'피… 피해야 한다!'
스팟!
그자는 벼락같이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몸을 날린 백면음마의 몸뚱이가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졌다.
순간적으로 그자의 몸뚱이가 얼음덩어리로 화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퍼퍽! 쩌저저정!
다음순간 바닥에 떨어진 백면음마의 몸뚱이는 그대로 얼음 파편으로
부서져 산산이 흩어졌다. 실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무서운 빙음강살(氷陰 煞)이다!'
삽시에 모옥 전체가 얼음에 뒤덮여 버린 것이 아닌가?
"상공이 아니었어. 흐윽!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열린 모옥의 방문가에는 한 명의 여인의 얼음에 뒤덮인 체 오열하고
있었다.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여인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대
로 얼음이 되어 굳어져 버렸다. 그녀의 몸에서 무서운 냉기가 일어
모옥 일대를 얼어 붙게 만드는 것이다.
여인은 물론 봉황지존의 아내였다.
알려진 대로 봉황지존과 그의 아내는 음양도(陰陽島)의 마지막 전승
자였다.
봉황지존이 불의 화신이라면 그의 아내는 얼음, 그 자체였다.
그들 봉황쌍려(鳳凰雙呂)는 개개인의 실력만으로도 능히 천지육강(天
地六强)에 들 정도다. 마교백강의 일 인인 백면음마라 해도 봉황지존
의 아내의 십초지적도 되지 못했다.
"흐윽! 음적을 그이로 알고 몸을 더럽히다니……!"
파앗!
여인은 피눈물을 흘리며 얼음에 뒤덮인 손으로 자신의 정수리를 후려
쳤다.
"아니됩니다!"
피잉!
이검한은 사나운 일갈과 함께 다급히 지력을 날렸다.
본래 여인의 몸 주위에는 강력한 빙기의 무형강막이 둘러쳐져 있었다
. 그것은 일 장 두께의 철벽보다 더 단단했다.
치지지직! 퍼억!
그러나 이검한이 날린 순양지력은 단번에 그 빙기의 강막을 꿰뚫고
들어가 여인의 손목을 후려쳤다.
"악!"
손목에 시뻘건 지인(智印)이 생기며 여인의 교구가 휘청했다.
"당… 당신이 어떻게 봉황신지력(鳳凰神指力)을?"
다음순간 여인은 아연실색했다. 자신의 빙막(氷幕)을 꿰뚫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남편인 봉황지존의 봉양신공(鳳陽神功) 외에는 없었기 때
문이었다.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부인의 부군으로부터 음양일맥(陰陽一脈)의 수호를 의뢰받은
몸입니다!"
"그… 그이가 혹시!"
여인은 이검한의 말에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휘청했다.
이검한은 그런 여인을 바라보며 무섭게 탄식했다.
"유감스럽게도 부군께서는 이미 고인이 되셨습니다!"
말과 함께 그는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의 뒤쪽 어둠 속에 두 여인이 말없이 서 있었다.
물론 두난향과 여와음교였는데 지금 두난향의 양팔에는 봉황지존의
시체가 안겨 있었다.
"상… 상공!"
여인은 비명을 내지르며 쏜살같이 두난향을 향해 덮쳐갔다.
두난향이 움찔하는 사이에 봉황지존의 시체는 이미 그의 아내 품에
안겨있었다.
"아아! 천첩을 두고 돌아가시다니……!"
여인은 봉황지존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비통하게 오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검한과 두난향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윽고 비통하게 오열하던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여
전히 백면음마에게 능욕 당하던 그대로 발가벗고 있었는데 지금 그녀
는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는 눈물 젖은 눈으로 이검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상공께서 소협께 봉황조화심결을 전수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겠어요. 고인의 뜻을 받들어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테니 안심
하셔도 좋아요!"
여인은 슬픈 미소를 짓다가 이검한 옆의 두난향을 바라보고는 눈물
젖은 눈에 반짝 이채를 떠올렸다.
"지음신체(地陰神體)! 이분의 뜻을 알겠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남편의 시체를 바닥에 누이고 조용히 일어서더니 간절한
눈빛으로 두난향을 주시했다.
"아가씨! 이 비천한 계집의 양녀가 되어주실 수 있겠어요?"
풍만하고 탐스러운 그녀의 나신에는 백면음마에게 난행당한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었다. 그런 여인의 모습은 슬프고 가여워 보였다.
"……!"
두난향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런 그녀의 눈가로 촉촉이 물기
가 번졌다. 난행당한 여인의 모습에서 지난날 뭇 사내들에게 짓밟혔
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어머니! 소녀 난향의 절을 받으세요!"
두난향은 주르르 눈물을 쏟으며 여인에게 큰절을 올렸다.
"고… 고맙구나, 아가야!"
여인은 커다란 봉목 가득히 눈물을 머금은 채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
다.
"자! 에미와 방으로 들어가자. 네게 전해줄 것이 있단다!"
그녀는 두난향을 부축하여 일으켜 모옥 쪽으로 걸어갔다.
두난향은 이검한을 돌아보며 쭈삣쭈삣 모옥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이검한은 그런 여인의 태도에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분은 설마……!'
봉황지존의 아내는 양녀로 삼은 두난향에게 음양도의 절예를 전수해
준 뒤 죽을 작정이라는 것을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검한이 그녀의 결심을 안다고 해도 막을 방도는 없었다.
"휴우!"
이검한은 탄식하며 두 여인이 모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
"그이를… 부탁드려요, 소협!"
모옥 안으로 들어선 여인이 이검한을 향해 그윽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문을 닫았다.
이검한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지옥마교! 용서치 않겠다. 한 쌍의 원앙의 행복을 짓밟은 네놈들의
만행을……!'
그는 내심 다짐하며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어머니! 안돼, 안돼요!"
새벽 무렵 모옥 안에서 다급한 소녀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처절한 소녀의 울부짖음은 물안개 이는 동정호변으로 멀리 멀리 퍼져
나갔다.
* * *
음모처럼 끈적끈적한 어둠이 사위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분지! 어둠 속에 끝간 데 없이 벌려져 있는 분지에는
수많은 전각들이 괴물처럼 솟아있었다.
삼경 무렵이다.
스읏!
분지에 자리한 수많은 전각들 중 가장 높은 구 층의 철탑으로부터 한
줄기 인영이 유령처럼 빠져나왔다.
그 인물은 빠르게 주위를 살펴본 후 질풍같이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 기쾌무비하기 이를 데 없는 경공이었다.
헌데 그 야행인이 사라진 직후였다.
'아버님이 이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가시는 것일까?'
스읏!
한 명의 청년이 소리없이 전각의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창백한 안색에 서릿발같이 냉막한 눈빛을 지닌 청년! 바로 마교소종
사인 운중악(雲中岳)이었다.
이곳은 다름아닌 지옥마교(地獄魔敎)의 총본산이다.
그리고 방금 전 경신술을 펼쳐 사라진 야행인은 바로 마교지존(魔敎
至尊) 운천손이었다.
헌데 지옥마교의 지존인 마교지존이 무엇 때문에 밤도둑처럼 몰래 야
행을 하는 것일까?
'따라가 보자!'
스읏!
운중악은 전각의 지붕을 박차고 기쾌하게 날아올랐다. 왠지 알 수 없
는 의혹이 일어 부친의 뒤를 미행하려는 것이었다.
지옥마교의 북단에는 울창한 죽림(竹林)이 자리하고 있다.
딸랑! 딸랑!
어둠에 덮인 죽림의 안쪽에서 간간이 고즈넉한 풍경(風磬)소리가 들
려왔다. 그것은 죽림 깊숙한 곳에 자리한 한 암자에서 들려오는 것이
었다.
<세심암(洗心庵)>
암자의 현판에는 그와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휴우!"
문득 세심암 안에서 회한이 깃든 여인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관음상(觀音像) 아래 한 명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 정도이며 그윽한 기품과 빼어난 미모를 지닌 미
부인데 기이하게도 머리카락은 반백(半白)이었다. 어떤 격심한 심적
고통이 여인의 머리를 반백으로 만든 듯했다.
여인의 완숙한 몸매에는 회색의 승포가 감겨 있었다.
"아아! 이 불쌍한 중생을 어찌해야 합니까, 관음님?"
짙은 고뇌에 찬 표정으로 탄식하는 여인의 핼쑥하고 창백한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흠씬 눈물 젖은 눈으로 관음상을 올려다보았다.
"가문을 위해서라면 그 사실을 장로회의에 알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내 정조와 명예는… 흐윽!"
여인은 격한 감정이 복받침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렸다.
'아아! 이 가엾은 계집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입니까?'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서럽게 오열했다. 승복에 싸인 어깨가 애처롭
게 들썩일 때마다 반백의 머리가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 아직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니…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
었던 것이오, 부인?"
한 가닥 음산한 웃음이 여인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흑!"
여인은 질겁하며 홱 고개를 쳐들었다.
암자 안으로 한 명의 사내가 성큼 들어섰다.
검은 야행복 차림의 중년인!
바로 마교지존 운천손이 아닌가?
운천손을 본 중년미부는 질겁하며 안색이 급변했다.
"왜, 왜 왔나요? 당장 나가요!"
그녀는 마치 운천손을 벌레 보듯 하며 날카로운 음성으로 외쳤으나
운천손은 태연하게 히죽 웃었다.
"왜 오다니? 남편이 아내의 처소를 드나드는데 이유가 있단 말이오?"
말과 함께 그자는 암자의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이 반백의 중년미부가 바로 마교지존 운천손의 아내란 말인
가?
-다정마모(多情魔母) 하란설(河蘭雪)!
이것이 중년미부의 이름이다.
마교지존 운천손의 아내인 그녀는 후덕하고 자애로운 성품을 지녀 지
옥마교 수하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웬일인지 일 년 전부터 마교총단을 떠나 이곳 세심암
에 은둔한 채 세인과의 접촉을 끊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아들인 운중악까지 만나기를 꺼려했다.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누… 누가 당신의 아내란 말인가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고 나
가요!"
다정마모 하란설은 처절한 음성으로 울부짖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마교지존 운천손이 자신의 남편이 아
니라니!
"흐윽! 나와 무슨 원수가 졌다고 이렇게 괴롭히는 건가요?"
마침내 그녀는 바닥에 엎드리며 비통한 오열을 터뜨렸다. 그런 그녀
의 뇌리로 일 년 반 전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강호에 출타하고 돌아온 마교지존 운천손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는 사실을 다정마모 하란설이 알아차리는 데는 결코 오래 시간이 걸
리지 않았다.
근 한 달 만에 돌아온 마교지존은 그날 밤 이상하리만치 거칠고 집요
하게 하란설을 괴롭혔다. 전에 없이 거친 남편의 행위에 하란설은 몇
번이나 까무러쳤었다.
그리고 그 격렬한 행위 도중에 하란설은 어떤 전율스러운 사실을 깨
닫게 되었다. 자신을 거칠게 유린하고 있는 사내의 느낌이 어딘지 모
르게 남편과 다르게 느껴진 것이다.
사내의 몸이야 대체로 대동소이하지만 여자의 예민한 감각은 그 미묘
한 차이를 알아낼 수도 있었다. 하물며 이십 년 넘게 살을 섞어온 부
부임에야!
하지만 실로 오랜만의 운우지락인 데다가 너무 격하고 집요한 남편의
행위로 인해 첫날밤에는 하란설도 엄청난 환희의 소용돌이에 빠져
그같은 의혹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 다음날부터 하란설은 남편의 행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일견하여 마교지존 운천손의 행동은 전과 똑같아 보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눈은 속여도 오랫동안 부부생활을 해온 하란설의
눈만은 속일 수가 없었다.
오래지 않아 하란설은 남편의 행태에서 여러가지 의혹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밤에 이루어지는 부부만의 은밀한 행위에서 나타나는 운천손의
기호와 습관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평생을 유지해온 습관이나 기호가 어느날 갑자기 돌변한다는 것은 있
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같은 사실에 생각이 미친 하란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가짜!
그녀의 남편은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 바꿔쳐진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하란설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녀는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들었다. 평생 오직 남
편 운천손밖에 몰랐던 그녀의 육체를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짜가 유린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하란설 자신의 육체는 이미 남편이
아닌 외간 사내에게 더럽혀지고 만 것이다.
그녀는 절망하면서도 깊은 갈등에 빠졌다.
가문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그녀는 남편이 가짜라는 사실을 교
의 원로들에게 알려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녀의 입장이 어찌 되겠는가?
자신은 외간 남자와 몸을 섞은 부정한 여자가 되는 것이고 당연히 자
진하여 수치스러운 인생을 마감해야만 할 것이다.
죽는 일은 쉽다. 하지만 음적에게 몸을 더럽혀졌다는 수치심은 차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남몰래 혼자 갈등하고 고민하던 하란설의 삼단같은 머릿결은
단시간 내 반백이 되어버렸다.
결국 그녀는 견디다 못해 마교를 떠나 이곳 세심암에 은둔하고 말았
다.
그것이 일 년 반 전의 일이었다.
"놓… 놓아랏!"
엎드려 오열하고 있던 하란설은 질겁하며 소리쳤다. 가짜 운천손이
뒤로부터 그녀를 덮쳐온 것이다.
하란설은 사지를 바둥거리며 몸부림쳤으나 치마와 고의는 이내 가짜
운천손의 거친 손길에 의해 벗겨져 나갔다.
그러자 드러나는 달덩이같은 엉덩이와 풍만한 허벅지는 사내의 피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부인은 사내를 미치게 만드는 마력이 있소!"
가짜 운천손은 뒤쪽에서 하란설의 희멀건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음험
하게 웃었다.
"이 천벌을 받을 놈!"
하란설은 사내의 손을 빠져나오려 필사적으로 바둥거렸다.
그러나 사내의 힘은 워낙 완강하여 아무 소용도 없었다.
오히려 바둥거리는 하란설의 애처로운 몸짓은 사내의 욕정만 자극할
뿐이다. 하체만 발가벗은 풍만한 몸매의 중년미부가 허연 두 다리를
바둥대며 몸부림치는 모습은 실로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거친 숨을 할딱이며 하란설의 달덩이같은 엉덩이를 노려보는 가짜 운
천손의 일부는 이미 터질 듯 팽창되어 있었다.
그자는 참지 못하고 서둘러 바지를 벗어 내렸다.
다음순간 하란설은 기겁하며 눈을 치떴다.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 뜨
거운 사내의 불기둥이 느껴진 것이다.
"안 된다! 제… 제발 나를 더 이상 욕보이지 마라!"
그녀는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둔부를 비틀어 사내를 떼어
내려 했다.
"무얼 그러시오? 당신도 꽤 오래 굶주렸을 텐데!"
가짜 운천손은 히죽 웃으며 하체를 하란설에게 밀어붙였다.
순간 몸부림치며 저항하던 하란설은 바르르 떨며 봉목을 찢어져라 치
떴다.
"흐흐! 육체는 정직한 것이지!"
하란설의 허리를 움켜쥔 사내는 음험하게 웃었다.
엄청난 충격에 파르르 떨던 하란설의 상체가 이내 힘없이 바닥에 무
너져 내렸다. 깊은 곳이 불인두로 지져지는 듯한 작렬감을 느낀 순간
아득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가짜 운천손은 그런 그녀의 허리를 위로 끌어 일으켰다.
"흐윽! 저… 저주가 있을 것이다!"
또 다시 음적에게 몸을 더럽혔다는 절망감에 하란설은 얼굴을 두 팔
에 묻고 비통한 오열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사내의 존재를 너무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랫배 깊숙한 곳에 가득 들어차 꿈틀대는 그 뜨거운 불기둥을…
잠시 하란설의 뜨거운 감촉을 즐기던 사내는 이윽고 능란하고 힘차게
하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삽시에 실내는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 이럴 수가!'
세심 밖에서 충격과 분노에 사색이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한 명의
청년이 있었다.
마교소종사 운중악!
바로 그였다.
아버지 운천손의 행태가 미심쩍어 뒤따라왔던 운중악은 자신의 생모
가 은둔하고 있는 이곳 세심암에서 실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 운중악은 외로워진 아버지가 은둔하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 회포
를 풀 줄 알았다.
헌데 이내 세심암에서 들려오는 일련의 대화는 그의 혼백을 아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 가짜였다니! 아버지가 아니고 아버지로 위장한 놈이었다니……
!'
운중악은 충격과 분노에 몸을 떨며 두 주먹을 으스러져라 불끈 움켜
쥐었다.
지금 세심암 안에서 하란설을 능욕하고 있는 자는 바로 자신의 아버
지로 위장한 가짜였다.
그자의 역용은 너무나 정교했으며 행동거지 또한 흡사하여 아들인 운
중악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문득 운중악의 뇌리에 고독전신 이검한의 음성이 천둥치듯 되살아났
다.
-네 아비 이름이 영호진(令狐眞)이 아니냐?
'영호진! 저자가 바로 고독전신이란 놈이 말한 영호진이란 말인가?'
운중악은 이글이글 타는 듯한 눈으로 세심암을 노려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뛰어들어 아버지로 위장한 음적을 쳐죽이고 싶었
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가 그로 하여금 필사적으로 그 충동을 참게 만들
었다.
먼저, 현재 운중악 자신의 실력은 가짜 운천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 비록 가까이긴 하지만 그자의 내공이 실종된 진짜 부친 운천손에
못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보다 큰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하란설은 지금 치욕적인 자세로 능욕당하고 있다. 만약 운중악이 지
금 뛰어든다면 하란설은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하고 말 것이
다.
비록 이미 음적에게 더럽혀졌다고 해도 하란설은 자신을 세상에 태어
나게 해준 고귀한 여인인 것이다.
운중악은 무서운 살심과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눌러 참았다.
'참아야 한다! 어머님의 부정을 내가 알았음을 그분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악물었다.
'조용히 해치워야만 한다. 그것이 어머님을 구하는 길이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중얼거리고는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쳐서 세심암을 떠나갔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심암 안에서 흘러나오는 두 남녀의 신음은
점점 뜨겁고 급박하게 고조되고 있었다.
짐승같이 헐떡이는 가짜 운천손의 음탕한 음성과 처음에는 저주하고
오열하다가 어느덧 지리멸렬해져 있는 하란설의 앓는 듯한 신음이 한
데 뒤엉켜 새어나왔다.
"너… 너는……!"
세심암에서 일 마장쯤 떨어진 단애(斷崖) 위에서 운중악은 눈을 부릅
뜨며 전면을 주시했다.
"……!"
"……!"
그의 앞쪽 어둠 속에 일남일녀가 우뚝 서 있었다.
전신 피부가 새카만 요염한 미소부와 검은 복면에 검은 장포를 걸친
노인이 그들이다. 노인이 쓴 복면의 이마에는 이(二)라는 숫자가 금
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바로 흑묘묘와 무적제이마(無敵第二魔)가 된 자부노조(紫府老祖)가
바로 그들이었다.
"호호호! 소교주! 어딜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흑묘묘는 흠칫 놀라는 운중악의 앞을 가로막으며 요악한 교소를 터뜨
렸다.
"당신이 알 것 없소! 길을 비키시오!"
운중악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냉갈했다.
그러자 흑묘묘는 야릇하게 눈을 번득였다.
"길을 비켜드리는 거야 어렵지 않지요. 한데 궁금한 일이 있군요!"
그녀는 요사한 미소를 떠올리며 운중악을 쓸어보았다.
"화끈한 장면을 직접 관람한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군요!"
"이, 이년!"
운중악은 두 눈을 부릅뜨며 버럭 폭갈을 내질렀다.
"알고… 있었구나! 용서치 않겠다!"
파앗!
사나운 폭갈과 함께 운중악은 그대로 득달같이 흑묘묘를 덮쳐갔다.
흑묘묘는 운중악이 가짜 운천손의 뒤를 밟았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호호호! 어딜?"
흑묘묘는 깔깔 웃으며 자부노조의 뒤로 슬쩍 피했다.
그러자 무표정하게 있던 자부노조가 선뜻 깡마른 손을 들어내쳤다.
그런 그의 손 주위로 일순 검붉은 자색 노을이 확 번져올랐다.
꽈르릉!
"크흑!"
폭음과 함께 한줄기 인영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오공에서 피
를 토하며 날아가는 인물은 물론 운중악이었다.
그는 비록 마교소종사였으나 마교지존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닌 자부
노조의 적수가 아니었다.
"크으! 호신강기가 깨졌다!"
운중악은 오공에서 피를 토하며 신형을 비틀거렸다.
'달… 달아나야 한다. 자부노조는 내가 상대할 수 있는 고수가 아니
다!'
재빨리 염두를 굴린 운중악은 급급히 뒤로 몸을 날려 달아나려 했다.
"헉!"
하지만 그는 몇 걸음도 채 가지 않아 경악성을 지르며 급급히 멈추어
섰다.
"……!"
어둠 속에서 갑자기 하나의 거대한 인영이 유령같이 나타나 운중악의
앞을 가로막아 선 것이다. 구 척의 거구에 흑포를 걸친 인물로 쓴
검은 복면 위에는 숫자 일(一)이 금박으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폭… 폭풍천왕(暴風天王)!"
운중악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폭풍천왕(暴風天王)!
무적제일마(無敵第一魔)의 복장을 한 거인은 바로 남해 폭풍군도의
패자이며 천지육강(天地六强)의 일 인인 폭풍천왕이었다.
그 역시 섭혼사술에 희생되어 살인기계로 화한 것이었다.
쿵! 쿵!
폭풍천왕은 성큼성큼 운중악을 향해 다가섰다.
'빌어먹을! 이자 역시 흑가계집이 이지를 제압했군!'
앞에는 폭풍천왕이, 뒤에는 자부노조가 운중악을 압박해들어오고 있
었다.
"호호호! 순순히 항복해라! 그럼 비록 혼백을 잃어 연혼마인(鍊魂魔
人)은 되겠지만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흑묘묘는 요악한 교소를 터뜨리며 운중악에게 말했다.
"연혼마인!"
운중악은 앓는 듯한 신음성을 발했다. 그 역시 흡혈마조가 남긴 연혼
마법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심 고개를 저으며 부르짖었다.
'안돼! 나마저 이 연놈들의 노리개가 되면 본교는 끝장이다!'
그는 비칠 옆으로 물러섰다.
그런 그의 발 옆은 천인단애였다. 너무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까
마득한 단애 앞에 이른 운중악은 신형을 떨었다.
그런 그에게 폭풍천왕과 자부노조가 서서히 다가섰다.
운중악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럴 수밖에 없다!'
이어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분연히 외쳤다.
"네년의 노리개가 될 바에는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하겠다!"
파앗!
돌연 운중악은 까마득한 단애 아래로 몸을 날려버렸다.
"어멋!"
돌연한 운중악의 이 행동에 흑묘묘는 기겁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운중악의 모습은 아득한 단애 아래로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이…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다니!"
흑묘묘는 단애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발을 굴렀다.
"그놈마저 연혼마법으로 세뇌했어야 마교를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것인데……!"
그녀는 안타깝게 중얼거리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시신이라도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 혈황님의 문책을 면할 수가 있다
!'
"무적일호(無敵一號)! 나를 데리고 저 아래로 가요!"
결심을 굳힌 흑묘묘는 폭풍천왕에게 말하며 단애 아래를 가리켜 보였
다.
폭풍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다가와 흑묘묘의 몸을 두 팔로
감싸들었다.
쏴아아!
두 사람의 모습은 이내 까마득한 단애 아래로 사라져갔다.
"으음! 분명 이리로 뛰어내렸는데!"
지옥의 입구같은 단애 아래!
스스슷!
나직한 신음성과 함께 일남일녀가 날카로운 바위가 난립한 단애의 바
닥으로 내려섰다.
바로 흑묘묘와 폭풍천왕이었다.
흑묘묘는 폭풍천왕을 대동하여 운중악의 시신을 찾으러 이곳까지 내
려왔으나 단애 아래의 어디에서도 운중악의 시신을 발견할 수 없었다
.
시신은 고사하고 핏자국이나 육체의 파편 하나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늘로 꺼지기라도 한 것일까?
운중악의 시신은 온데 간데 없이 증발해버린 것이었다.
흑묘묘는 당혹감으로 어쩔 줄 몰랐다.
"휴우! 이제 혈황님의 문책을 피할 수 없겠구나!"
그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탄식했다.
화라라락!
그녀는 다시 폭풍천왕의 품에 안겨 단애 위로 날아올랐다.
"흥! 어리석은 계집!"
두 남녀가 사라진 직후 어디선가 한줄기 싸늘한 여인의 냉갈이 들려
왔다.
절벽 가운데 한 명의 여인이 바위에 손을 찔러 넣은 자세로 매달려
있지 않은가?
푸른빛이 도는 색목(色目)을 지닌 그 미녀의 옆구리에는 한 명의 청
년이 기절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청년은 바로 운중악이었다.
그리고 그를 안고 있는 색목미녀는 바로 누란왕후 흑요설이었다.
흑요설은 마교의 총단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자부노조와 흑묘묘의
뒤를 따라왔다가 생각지도 않게 운중악을 구하게 된 것이었다.
운중악이 누구인가? 바로 흑요설 자신의 제자들을 몰살시킨 철천지
원수가 아닌가?
그런 그자를 자신의 손으로 구하게 될 줄을 흑요설은 꿈에도 생각하
지 못했었다.
"가엾은 놈! 하지만 네놈이 내게 지은 죄는 반드시 갚아야만 한다!"
흑요설은 기절한 채 축 늘어져 있는 운중악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음
성으로 중얼거렸다.
'우선 북망산 귀왕궁(鬼王宮)으로 가서 상공과 합류하자. 지옥마교에
생각지도 못한 난기류의 흐름을 알면 상공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다!'
스스스!
다음 순간 운중악을 안아든 흑요설의 모습은 유령같이 그곳에서 사라
졌다.
그녀는 천지육강을 능가하는 고수다.
지옥마교를 제집처럼 드나들었건만 아무도 그녀의 종적을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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