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돗천년 2-2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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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第23章 아아! 초연신공(超然神功)!
-낭야왕부(瑯爺王府)!
금릉 교외에 자리한 대장원으로 진회하가 내려다보이는 장강의 북단
에 수백만 평에 걸쳐 자리하고 있었다.
당금 황실의 외척인 낭야왕의 저택인 이곳은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귀족의 대저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낭야왕부에는 가히 동장철벽이라할 만한 강력한 경계망이 구
축되어 있었다.
수많은 기관함정들이 장원의 내외에 설치되어 있었다.
몇십 만의 대군이 동원된다 해도 낭야왕부를 함락시킬 수는 없을 것
이다.
또한 낭야왕부의 주위로는 늘 신비한 무사들의 출입이 탐지되곤 했다
.
새벽 무렵이다.
스으! 스으!
진회하에서 일어나는 뽀얀 물안개가 웅장한 낭야왕부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쿠쿵!
헌데 돌연 한소리 굉렬한 폭음이 새벽의 고요를 뒤흔들며 터져오르며
낭야왕부의 높직한 정문이 그대로 박살나 버리는 것이 아닌가?
화르르!
단 한 번의 폭발로 인해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낭야왕부의 정문이
일거에 무너져 내렸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 무슨 일이냐?"
폭발음이 터진 직후 낭야왕부의 무사들이 질겁하여 잠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그들은 보았다.
휘르르르!
허공으로부터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불덩이를!
콰콰쾅! 콰르르릉!
지축을 온통 뒤흔들며 터져오르는 가공할 폭음.
낭야왕부는 엄청난 폭발의 진동과 화염에 휩싸여 버렸다.
낭야왕부의 외곽으로부터 쉴 틈 없이 날아드는 화탄 하나가 폭발할
때마다 방원 삼십 장 내외 모든 것이 박살났다.
그것은 낭야왕부를 철통같이 지켜주던 기관함정도 예외가 되지 못했
다.
실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갑자기 날아든 화탄의 강력한 폭발력
에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낭야왕부의 방어벽이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
는 것이 아닌가?
"크아악!"
"케엑!"
그뿐만이 아니라 넘실거리는 화염 속에서 처절한 비명과 함께 수많은
무사들이 잿더미로 화해버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가공할 능력을 지닌 고수들로서 개개인이 마교백강
에 필적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날고 기는 고수라해도 무엇이든 날려버리는 강력한
화탄의 폭발에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은 그저 당황하여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가 사지가 갈가리 찢겨
쓰러질 뿐이었다.
"후하하하! 꼴 좋구나. 혈황의 졸개들!"
낭야왕부가 내려가 보이는 언덕 위에 한 명의 소년이 우뚝 선 채 득
의의 광소를 터뜨렸다.
타는 듯 붉은 머릿결을 지닌 강인한 인상의 소년은 바로 열화잠룡 뇌
화룡이었다.
그의 옆에서 사나운 굉음을 토하며 맹렬히 화탄을 날려보내는 기괴한
형태의 화포가 한 대 있었다.
아홉 개의 포신이 중심축을 사이에 두고 연결된 그 화포의 이름은 구
중연환포였다.
두두두두!
구중연환포는 지금 수천 발의 화탄을 토해내며 포신이 시뻘겋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옆에서는 벽력당의 수하들이 연신 물을 끼얹어 달아오른 화포의 포신
을 식히고 있었다.
그리고 구중연환포의 주위에는 수천 명의 고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지옥마교, 백야여인맹, 혁련검호각, 독성부, 그리고 귀왕궁 등등, 가
히 당금 무림의 정영이랄 수 있는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낭야왕부가 구중연환포에 초토화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낭야왕부는 바로 혈황 영호진의 소굴이었다. 이검한에게 쫓긴 흑묘묘
는 이 낭야왕부로 도망쳐온 것이다.
군웅들의 전면에 우뚝 서 있던 이검한은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준비해라, 난향아!"
"알았어요, 오빠!"
이검한의 뒤에 서 있던 두난향이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검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몇 명의 여인들이 그림같은 자태로 서 있었다.
나란히 손을 잡고 서 있는 그 여인들은 달단여왕 나유라와 음월방,
그리고 이제는 이검한의 아내가 된 누란왕후 흑요설이었다.
이검한은 나유라와 음월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혈황 영호진은 소제와 난향이가 맡겠습니다. 나머지 잔당의 소탕은
두 분 어머님께서 맡아주십시요!"
그의 말에 흑요설은 내심 걱정스러움을 금치못했다. 그녀는 이검한이
두난향만 대동하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졌으나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가자, 난향아!"
"네, 오빠!"
화라락!
이검한과 두난향은 나란히 손을 맞잡고 낭야왕부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우리도 움직여요! 우측은 우리 둘이 맡을 테니 좌측은 요설언니가
맡아요!"
이검한의 의누이인 덕분에 가장 배분이 높아진 음월방이 한때는 여인
천하를 이를 뻔했던 여걸 흑요설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명령했다.
"예!"
흑요설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나이를 떠나서 자신은
이검한의 아내고 음월방과 나유라는 의누이들이니 그녀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쐐애액!
그런 그녀를 뒤로 하고 음월방과 나유라는 질풍같이 낭야왕부의 우측
을 향해 날아갔다.
바야흐로 향후 무림의 운명이 좌우될 대격전이 시작된 것이다.
* * *
우르르! 콰차창!
한 자 두께의 철문이 얼음 깨지듯 으깨어져 내렸다.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깨어진 만년한철의 철문을 통해서 성큼 들어서
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다.
물론 그들은 이검한과 두난향이었다.
"흐흐흐! 어서 오라. 고독마야의 제자여!"
철문 안으로 들어서는 두 남녀의 귓전으로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
그곳은 넓은 지하석실인데 석실 전체에 섬뜩한 핏빛 운무가 악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그 석실의 끝에는 하나의 화려한 보좌가 놓여 있고 위에 한 명의 괴
인이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일견하기에는 아주 청수하고 중후한 인상의 장한이었으나 섬뜩하게도
그 자의 전신은 피를 칠한 듯이 시뻘갰다.
츠으으!
마치 섬광처럼 번져 나오는 핏빛의 눈동자가 절로 오싹한 한기를 일
게 만들었다.
"아흑! 차… 차라리 죽여다오!"
그런 괴인의 발치에서 울부짖는 전라의 여인이 있었다.
사지가 벌려져 쇠말뚝에 묶인 그 여인은 특이하게도 가무잡잡한 검은
색의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요녀 흑묘묘(黑猫猫)였다.
헌데 숱한 악행을 저질러온 그녀의 육감적인 알몸에는 십여 명의 사
내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인데 하나같이 알몸이고 두 눈이 시뻘건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그자들이 강력한 미약에 취해있음
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자들은 짐승같이 헐떡이며 흑묘묘를 겁탈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랫
동안 능욕을 당했는지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흑묘묘의 무참한 모습을 본 두난향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치를 떨
며 이검한의 뒤로 몸을 숨겼다.
"나… 나를 어서 죽여다오, 고독전신!"
그때 이검한을 발견하고 흑묘묘가 울부짖었다. 온갖 음행을 다 저질
러온 그녀지만 막상 자신이 이같은 꼴을 당하게 되자 견딜 수 없는
모멸감과 수치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흑묘묘는 이미 삶을 포기한 상태였다. 이대로 가면 그녀는 숨이 끊어
질 때까지 능욕을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한시라도
빨리 죽는 게 더 낫다.
"크크크! 이 계집은 어리석게도 네놈을 본좌의 처소로 안내를 했다.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겁간당하는 흑묘묘를 내려다보며 혈황 영호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
정이었다.
'저놈……! 이미 인성(人性)을 모두 상실했다!'
이검한은 격렬한 분노와 함께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케엑!"
"크억!"
직후 십여 마디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일제히 터졌다. 보다못한 두난
향이 지력을 날려 흑묘묘를 겁탈하던 사내들을 일거에 죽여버린 것이
다.
"흐윽!"
알몸에 흩뿌려지는 사내들의 뜨거운 피를 느끼며 흑묘묘는 그대로 까
무러쳐버렸다.
"영호진! 이제 결판을 낼 때다!"
이검한은 냉갈하며 성큼 앞으로 나섰다.
"크크큿! 물론이다. 네놈을 이곳에서 살려 보내지는 않는다!"
쩌저저정!
영호진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핏빛의 안광을 토해내었다.
"누가 죽고 누가 살지는 두고 볼 일이다!"
파앗!
이검한은 사납게 외치며 영호진을 덮쳐가면서 무언가를 영호진을 향
해서 날려보냈다. 바로 석가세존의 진신내단이 담긴 금강법등(金剛法
燈)이었다.
번쩍!
금강법등이 영호진의 호신강기에 부딪히며 찬연한 금광을 폭사시켰다
.
만사(萬邪)와 만악(萬惡)을 태워버리는 항마법광(降魔法光)이 일순
태양이 폭발한 듯 실내를 휩쓸어버렸다.
"크악!"
금강보주의 항마보광에 휩싸인 영호진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쌌다.
"죽어랏!"
그 간발의 틈을 놓치지 않고 이검한의 신도 고독혼이 섬광처럼 영호
진의 심장을 찔러갔다.
빠지직!
고독혼에 주입된 파천황강살(破天荒 煞)로 인해 대기가 파동치고 시
퍼런 불꽃이 고독혼의 도신 주위로 작렬했다.
퍼억!
이검한의 고독혼은 그대로 영호진의 심장을 관통했다.
'이겼다!'
너무 수월히 영호진을 이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이검한
은 내심 환호했다.
그러나 그의 득의는 오래 가지 못했다.
"위험해요, 오빠!"
등 뒤에서 두난향의 비명이 들리고 심장이 관통당한 영호진이 웃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이럴 수가! 분명히 심장이 꿰뚫렸는데……!'
꽈르르릉!
아연실색하는 이검한을 향해서 반투명한 시뻘건 빛을 띤 영호진의 손
이 맹렬하게 후려쳐왔다.
이검한은 본능적으로 왼팔을 들어 앞을 가리며 사력을 다해 뒤로 튕
겨졌다.
퍼억!
그런 그의 왼 팔뚝에 형언불가의 거대한 암경이 작렬했다.
"크흑!"
콰드드득!
이검한은 왼팔이 탈골되는 고통에 신음하며 십여 장 밖으로 나뒹굴었
다.
그의 왼팔에는 천마묵장(天魔墨杖)이 휘감겨 있었고 그 덕분에 그는
왼팔이 박살나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진동에 내
장이 다 위치를 바꾸는 듯한 충격이 전해져 그이 숨을 턱 막히게 만
든다.
"크하하하! 본좌는 이미 불사지체(不死之體)다! 알량한 나한파천황강
살 따위에는 결코 죽지 않는다!"
영호진은 득의의 광소를 터뜨리며 보좌를 내려섰다.
주르르르! 츠츠츠!
놀랍게도 그의 심장을 관통한 신도 고독혼이 얼음처럼 흐물흐물 녹아
내리지 않는가?
실로 형언불가의 무시무시한 마기(魔氣)가 대라철모(大羅鐵母)로 만
들어진 신도 고독혼마저 녹여내리고 있는 것이다.
"크크크! 너희 연놈들이 지옥인마(地獄人魔)조차 완성하지 못했던 십
이성의 지옥혈강(地獄血 )에 죽는 첫 번째 제물이 될 것이다!"
영호진은 광기로 번득이는 눈으로 음소를 터뜨렸다.
"오빠! 어서 그것을!"
두난향이 사색이 되어 급히 이검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검한도 급히 손을 뻗어 두난향의 자그마한 손을 마주 잡았다.
쩌저정!
순간 두 사람 주위로 희고 붉은 섬광이 벼락같이 일어났다.
"호오! 음양합벽신공(陰陽合壁神功)인가?"
그것을 본 영호진은 비웃음을 흘렸다.
"음양도(陰陽島)의 치졸한 수법 따위로 지옥혈강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자는 사악하게 외치며 슬쩍 일장을 후려쳐왔다.
과르르릉!
순간 금속성의 요란한 우레성이 일어나며 한줄기 시뻘건 기류가 폭포
수처럼 이검한과 두난향을 향해 작렬했다.
콰르릉! 콰우우웅!
지옥혈강과 음양합벽신강!
다시없을 두 줄기의 강맹한 역도(力道)가 충돌하며 우레성을 일으켰
다. 지하석실이 마치 지진이라도 만난 듯이 뒤흔들렸다.
"크윽!"
"하악!"
그 잠경의 폭풍 속에서 두 마디 괴로운 신음소리가 일었다.
밀랍같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휘청이는 두 사람은 이검한과 두난향이
었다. 그들은 입가로 피를 흘리며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서
고 있었다.
영호진의 지옥혈강은 상상 이상으로 막강했다.
파천황강살을 두 배 능가하는 음양합벽신강이건만 영호진은 단 일격
에 와해시켜버린 것이었다.
"크하하! 누구도 지옥혈강 아래서 살아남지는 못한다!"
일격에 음양합벽신강을 깨뜨려버린 영호진은 득의의 광소를 터뜨렸다
.
'이… 이 정도였다니!'
이검한은 절망의 심정이 되었다.
영호성의 말대로 영호진의 지옥혈강은 가히 무적의 경지에 이르러 있
었다. 나한파천황강살은 물론 음양합벽신강도 지옥혈강에는 상대가
되지를 않는 것이다.
'이자를 이길 방법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이검한은 입술을 악물며 왼팔에 둘렀던 천마묵장을 풀어 들었다.
"크크크! 천마… 묵장이로군! 지옥인마의 독문병기마저 네놈이 갖고
있었군!"
천마묵장을 본 영호진은 탐욕의 눈빛을 번득였다. 지옥혈강의 무서운
파괴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천마묵장뿐이기 때
문이다.
"크크크! 천마묵장을 본좌에게 바친다면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 네놈
을 살려줄 수도 있다! 어떠냐?"
영호진의 말에 이검한은 싸늘하게 냉갈했다.
"이걸 원한다면 날 죽여봐라!"
순간 영호진의 두 눈이 마귀같은 혈광을 토해내었다.
"크크크! 어리석은 놈! 네놈은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친 것이
다!"
영호진은 광기서린 눈빛을 희번덕이며 이검한과 두난향을 노려보았다
.
"너는 피해라, 난향!"
이검한은 침중하게 일갈하며 두난향을 가로막았다.
"카캇! 가긴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년은 몸뚱이가 으스러질 때까지
본좌의 수청을 들어야만 한다!"
꽈르르릉!
영호진은 광소를 터뜨리며 맹렬히 핏빛 손을 후려쳐내었다.
순간 숨통을 조이는 듯한 암경을 몰고 핏빛의 격랑이 이검한에게 몰
아쳐왔다.
마치 폭포줄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기세였으며, 또한 한 마리 핏
빛 거룡이 용트림하는 것과도 같았다.
'이것은……!'
순간 이검한의 눈이 부릅떠졌다.
무림사상 그 유례가 없는 최강의 마공 지옥혈강! 그것을 직시하는 순
간 그의 뇌리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 있었다.
'초연신공(超然神功)?'
그의 머리 속으로 한 폭의 폭포수의 그림이 펼쳐졌다.
바로 신강의 현음동천(玄陰洞天)에서 보았던 낡은 족자의 그림이 바
로 그것이었다.
-초연신공(超然神功)!
그 폭포수가 그려진 족자야말로 고금제일인인 원시천존이 욕심많은
제자 현음마모(玄陰魔母)에게 주었던 최후의 신공비결 초연신공이었
다.
하지만 초연신공의 비결은 너무도 난해하고 황당하여 여자고수들 중
에서는 고금제일이라던 현음마모조차 이해불가능했던 것이다.
헌데 십이성의 지옥혈강이 정면에서 노도처럼 쏘아들어오는 순간 그
초연신공의 심결이 이검한의 뇌리로 벼락같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제 아무리 애써도 깨달아지지 않았던 현기(玄機)가 실타래
처럼 풀려갔다.
우르르릉!
이검한의 내부에서 우레성이 일며 형언불가의 잠경이 밖으로 터져나
왔다.
"우아아아!"
솟구치는 잠력에 겨워 이검한의 입에서 복마사자후(伏魔獅子吼)가 터
져나왔다.
위잉!
천마묵장에 막강무비한 역장이 주입되면서 용트림하는 듯한 진동이
일었다.
이검한은 꿈틀대는 천마묵장으로 자신에게 덮쳐오는 혈룡(血龍)의 정
수리를 후려쳤다.
뻐억!
천마묵장에 부딪친 혈룡의 정수리가 뽀개져 나가고 정수리에 이어 몸
통까지 갈라져 나갔다.
퍼억!
"카아악!"
뼈가 으깨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이 밀실을 뒤흔들었다
. 육편과 뇌수가 흩뿌려지고 역겨운 피비린내가 확 번졌다.
"이… 이럴 수는 없어!"
머리가 수박처럼 깨진 영호진은 비틀거리며 불신의 신음을 흘렸다.
지옥혈강을 뚫고 들어온 천마묵장이 그의 머리통을 반 넘게 날려버린
것이다.
승리를 목전에 두었던 영호진으로서는 실로 어이없는 반전이었다.
"빌어… 먹을!"
쿠웅!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영호진의 몸뚱이는 굉음을 내며 앞으로 고꾸라
졌다.
이검한은 넋이 나가 영호진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내가 어떻게 이자를 쓰러뜨린 것이지?'
그는 자신이 영호진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가 않았다.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초연신강의 운용법은 이미 그의 뇌리에서 안개
와도 같이 스러져 버린 상태였다.
제 아무리 다시 머리를 쥐어짜도 방금 전에 영호진을 쓰러뜨렸던 초
연신강의 영감은 재생되지 않았다.
'하긴 지옥혈강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상 초연신강을 쓸 일은 다시 없
겠지!'
이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돌아섰다.
"오빠! 정말 오빠가 이긴 거예요?"
돌아서는 이검한을 보며 눈물을 철철 흘리는 소녀가 있었다.
"오빠!"
소녀 두난향은 환희의 눈물을 흩뿌리며 그대로 이검한의 품으로 날아
들었다.
"난향아!"
이검한도 환히 웃으며 두난향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의 가슴 가득히 두난향의 작은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이검한은 두난향의 고동치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것이다.
* * *
화르르!
어느덧 낭야왕부를 휘감던 불길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또한 혈황 영호진의 수하들의 저항도 그와 함께 서서히 와해되고 있
었다.
구중연환포의 포격으로 전의를 상실한 혈황의 수하들은 이미 군웅들
의 적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도처에서 군웅들의 승리의 환호성이 일고 무림을 뒤덮었던 암운도 이
로써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다.
* * *
"아직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검한!"
하지만 불타는 낭야왕부를 내려다보며 이를 바득 가는 여인이 있었다
.
핏빛의 머리카락과 핏빛의 눈동자 등 농염한 일신에 피로 물들인 혈
의를 걸친 여인.
-혈영공주(血影公主) 하후진진(夏侯眞眞)!
혈황 영호진에 의해서 후계자로 키워진 이 비운의 여인이 이검한과
군웅들의 포위공격을 빠져나와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뒤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시립해 있었다.
옥도공자(玉刀公子) 옥비룡과 살아남은 무적구마 중 사 인이 그들이
었다.
-폭풍천왕(暴風天王)!
-자부노조(紫府老祖)!
-거령천왕(巨靈天王)!
-무영천왕(無影天王)!
그들은 개개인이 가히 거세무적의 능력을 지닌 종사들이다.
하후진진은 파국을 미리 예견하고 그들을 빼돌린 것이었다.
"바득! 네놈이 나의 양부이신 혈황님을 시해한 복수는 반드시 하고
말겠다, 이검한!"
하후진진은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불우하던 자신을 거두어 양녀로 삼아주고 지옥혈경 상의 마공마저 전
수해준 영호진을 위해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의 수중에는 세 권의 책자가 움켜 쥐어져 있었다.
-지옥혈경(地獄血經)!
-연혼경(鍊魂經)!
나머지 한 권의 책자는 혈황 영호진이 중원 도처에 숨겨놓은 막대한
양의 재보와 비밀장원의 명세서였다.
그것만 있으면 누구라도 단시일 내에 혈황의 세력을 재건할 수 있으
리라!
'세상의 어느 놈도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 나 하후진진이 당한 비극
을 모든 인간들에게 맛보여 주리라!'
하후진진의 두 눈이 증오의 불길로 이글거렸다.
그녀의 눈빛은 정상의 인간의 눈빛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혈황 영호진은 비록 이검한에게 패해 죽었으나 완전히 패배한 것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후진진이라는 그 자신보다 더한 독종(毒種)을 이 세상에 남겨 놓았
으므로……!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