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1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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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3章 귀곡천서(鬼谷天書)의 기연
-열화지벽(熱火之壁)!
이곳은 벽력당이 자리한 유황곡의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절벽 전체에 다량의 유황과 철이 섞여 있어 타는 듯이 검붉기 때문에
열화지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열화지벽 아래에는 아주 은밀한 동굴이 하나 숨겨져 있다. 입구가 겹
겹이 바위로 가려져 있어 외부 사람은 그곳에 동굴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은밀한 동굴의 안쪽은 마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비좁은 입
구와는 달리 아주 널찍했다.
이검한은 뇌화룡의 안내로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이것이 바로 구중연환포(九重連環砲)입니다!"
뇌화룡은 전면을 가리키며 긍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서늘하고 건조한 동굴 속에는 이검한이 난생 처음 보는 괴물 하나가
어둠 속에 우뚝 버티고 있었다.
화포(火砲)!
그것은 보통의 화포가 아니었다.
그 크기는 가히 압도적이었으며 형태도 무척 기괴해 보였다.
가운데 놓인 축을 중심으로 아홉 개의 길이로 날렵한 화포가 띠처럼
둘려져 있었다.
아홉 문의 화포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축대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으로써 포신의 하단에 설치된 기관장치에 의해 강력한 화탄이 저
절로 각 포신에 장전되어 신속하게 발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다.
"이 화탄은 아버님이 개발한 특수화약으로 만들어져서 굉천벽력탄보
다 세 배 이상 강력합니다!"
뇌화룡은 한 자 길이의 길쭉한 화탄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화포 옆에는 그런 화탄이 가득 든 나무 상자가 수백 개나 쌓여 있었
다.
이검한은 경탄의 표정을 지었다.
"굉천벽력탄보다 세 배 강하다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수천 장 방원을
초토화시킬 수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대형!"
뇌화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싱긋 웃어보이는 그의 눈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어느덧 뇌화룡은 이검한을 친형처럼 따르고 있었다.
이검한은 자신과 생모 당숙하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그 뿐만
이 아니라 이백 년 전에 실종된 벽력신편 뇌중의 유물까지 되돌려 주
지 않았던가?
뇌신편(雷神鞭)!
화왕수갑(火王手匣)!
뇌정철환(雷霆鐵環)!
벽력열화진결(霹靂熱火眞訣)!
그것들이 실로 이백 년 만에 벽력당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백 년 전, 벽력당은 강력한 화기뿐 아니라 양강하고 패도적인 무공
으로도 우내를 떨어울렸다.
그러다 벽력신편 뇌붕이 비전비보들을 지닌 채 실종되는 바람에 무공
방면은 쇠락일로를 걷게 되었다.
무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벽력당 뇌씨일족이 당한 설움이 그 얼마였던
가?
헌데 이검한은 벽력당이 잃어버린 그 절기들을 복원시켜 준 것이다.
당연히 뇌화룡 남매와 벽력당의 식솔들은 이검한을 가문의 은인으로
여겼다.
벽력당의 장로들은 감루를 흘리며 어떻게든 이검한의 은혜에 보답하
려 했다.
결국 이검한은 본의 아니게 벽력당의 태상호법(太上護法)이란 감투를
쓰게 되었다.
그리고 뇌화룡은 지금 태상호법이 된 이검한에게 벽력당의 비장의 신
병기 구중연환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뇌화룡은 자부심 깃든 표정으로 이검한에게 설명했다.
"구중연환포는 일다경 동안에 최고 일천 발의 화탄을 발사할 수 있습
니다. 이 정도의 화력이라면 구중연환포 한 대로 능히 일만 명의 중
무장한 기병을 몰살시킬 수 있습니다."
"과연 지옥마교가 눈독을 들일만한 무서운 물건이구나!"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발했다.
구중연환포!
그것의 위력은 이검한의 상상을 능가했다.
만일 구중연환포가 지옥마교의 수중에 들어갔다면 세상 그 누구도 지
옥마교의 적수가 되지 못하리라.
다행히 이검한이 적절한 시기에 나타나 그것을 저지한 것은 실로 전
무림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인 것이다.
"대형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이검한이 구중연환포를 살펴보고 있을 때 뇌화룡이 하나의 목함을 들
고 다가왔다.
"이게 뭐냐?"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목함을 내려다 보았다.
"직접 확인해 보십시요!"
뇌화룡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검한은 의아한 눈빛으로 목함을 받아들어 뚜껑을 열었다.
그윽한 나무 향기가 진동하는 그 목함 안에는 비단으로 엮은 한 권의
고서(古書)가 들어 있었다.
<귀곡천서(鬼谷天書)>
비단책자의 표지에는 갑골문으로 그와 같이 적혀 있었다.
"귀곡천서?"
이검한은 경악의 눈을 부릅뜨며 신음성을 발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저 고금오대고수(古今五大高手)의 한 분이신 삼
절진인(三絶眞人)께서 남기신 비급입니다!"
뇌화룡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삼절진인(三絶眞人)!
그는 바로 원시천존, 흡혈마조, 고독마야 등과 함께 고금오대고수에
드는 인물이다.
그만큼 그는 뛰어난 능력자였다.
삼절진인은 별호대로 세 가지 방면에서 고금제일이었다.
기문둔갑(奇門遁甲), 의술(醫術), 음율(音律)!
바로 그것들이었다.
그의 의술은 화타나 편작에 못지 않았고, 음율공부는 피리를 불어 삼
라만상의 조화를 다스릴 수 있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문둔갑!
전설에 의하면 삼절진인은 한 묶음의 대젓가락으로 흉노족의 기마병
일만 기를 가두어 버린 적도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그의 기문진학
과 기관토목학은 뛰어났다.
하지만 그의 최후는 고금오대고수의 명성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이었다.
만년에 그는 한 명의 여제자를 받아들였는데 그 여제자가 사실은 삼
절진인의 원수였다.
결국 삼절진인은 여제자의 유혹에 빠져 그녀와 육체 관계를 맺고 말
았으며 오래지 않아 그 여제자의 독수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후 삼절진인의 기예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가 지었던 세 권의 비
급, 즉 삼절진경(三絶眞經)은 뿔뿔이 세상에 흩어져 실종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의 일이었다.
-활인경(活人經)!
-조화음보(造化音譜)!
-귀곡천서(鬼谷天書)!
이것들이 바로 삼절진경의 제목들이었다.
헌데 천 년 전에 사라진 삼절진경 중 귀곡천서가 지금 이검한의 눈앞
에 놓여있는 것이다.
뇌화룡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이검한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귀곡천서는 백여 년 전에 우연히 저희 가문으로 흘러들었습니다. 하
지만 그 내용이 워낙 난해하여 이제껏 그 중의 오의를 깨우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귀곡천서를 지은 삼절진인은 다시없을 희대의 천재였다. 그 때문에
삼절진인이 지은 귀곡천서를 이해하려면 삼절진인 못지 않은 지혜를
지녀야만 했다.
뇌화룡은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그나마 역대당주들께서 고심참담한 끝에 겨우 한 가지 방어진의 포
진법(布陣法)을 대강 알아냈을 뿐입니다. 그 방어진법을 바탕으로 구
축된 것이 바로 유황곡을 지켜주고 있는 열화대진입니다!"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벽력당의 열화대진은 바로 귀곡천서에서 연원하
는 것이었다.
"귀곡천서는 저희 가문이 소장하고 있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 오히려 화만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요!"
뇌화룡은 이검한을 주시하며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해서 이제 귀곡천서를 대형께 드릴 작정입니다!"
그 말에 이검한은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귀곡천서는 다시없는 기보가 아니냐? 나는 받을
수 없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거절했다.
그러나 뇌화룡 역시 완강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미 귀곡천서를 형님께 드렸습니다. 그걸 없애든지 연마하시
든지는 전적으로 형님의 자유입니다!"
이검한은 뇌화룡의 뜻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그럼 귀곡천서는 잠시 내가 보관하마!"
그는 어쩔 수 없이 귀곡천서를 품속에 갈무리했다.
"고맙습니다. 형님! 이제야 귀곡천서 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
었습니다!"
뇌화룡은 그제야 환한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이어 그는 전면의 구중연환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로님들과 의논한 결과 이 구중연환포도 형님께 드리기로 했습니다
. 어차피 세상을 위해 만든 병기이니 난세를 평정하는 데 사용하십시
요!"
이검한은 고소를 지었다.
"네게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는구나!"
"그런 말씀 마십시요! 신세로 치자면 소제야말로 대형께 평생 갚아도
못 갚을 크나큰 신세를 졌지 않습니까?"
뇌화룡은 말과 함께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얼굴로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무리 쾌활한 척 해도
새벽녘에 겪은 그 끔찍한 참변이 그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잊혀지
지 않는 것이었다.
비록 애써 쾌활한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지만 그런 기억들이 뇌화
룡의 마음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 * *
"흐윽! 괴로워요!"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밀폐된 한 칸의 연공실에서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피로에 지친 음성
이 섞여 나왔다.
연공실 안에는 삼 인이 앉아 있었다.
열화잠룡 뇌화룡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스으으으!
그런 그의 몸 주위로는 아지랑이 같은 검붉은 기류가 빠르게 휘돌고
있었다.
그리고 운공에 몰두해 있는 뇌화룡의 옆 벽력화 뇌화영이 이검한 쪽
으로 등을 보인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전신으로 온통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의복이
몸에 착 달라붙어 나이 답지 않게 풍만한 육체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
나 보였다.
이검한은 그런 뇌화영의 배심혈에 장을 붙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그는 뇌화룡, 뇌화영 남매의 임독이맥(任督二脈)을 타통시켜 주
고 있었다.
먼저 뇌화룡이 이검한의 막강한 내공을 빌어 임독이맥이 타통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검한은 뇌화룡에 이어 뇌화영의 임독이맥을 타통시켜
주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임독이맥은 달리 생사현관(生死玄關)이라 불릴만큼 중요했다.
본래 인간은 태어날 때는 임독이맥이 타통되어 있어 대자연의 정기와
교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어 익힌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임독이맥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고 마침내는 막혀 버리게 된다.
만일 어른이 되어서도 임독이맥이 막혀있지 않다면 내공이 막힘없이
자유롭게 통용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는다.
또한 내공의 증강도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임독이맥만 타통되면 단시일 내에 절정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뇌화영의 임독이맥의 타통을 도와주던 이검한의 뇌리로 퍼득 떠오르
는 영감이 있었다.
'백야여인맹이 새로 받아들인 제자들을 단시일 내에 강력한 내거고수
로 만드는 비법이 혹시 이런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십갑자에 가까운 내공을 지닌 나라고 해도 한 번에 두 명의 임독이
맥을 타통 시켜 주기 힘들다. 하물며 하루에 수십 명씩 임독이맥을
타통 시켜 주는 일은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형형하게 눈을 번득였다.
'백야여인맹! 하여간 일간 염탐을 해봐야겠다. 천년여제라는 여맹주
의 정체도 알아볼겸!'
"악!"
퍼억!
그때 뇌화영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무엇인가 막혔
던 것이 터지는 듯한 소성이 들리며 뇌화영은 한 무더기의 피를 울컥
토해냈다.
피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검고 끈적끈적한 반고체 덩어리였다. 바로
뇌화영의 임독이맥을 가로막고 있던 노폐물이었다.
'휴우!'
이검한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안색은 백지장
같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이검한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
다.
임독이맥이 타통된 뇌화영은 즉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스으으!
땀에 젖은 그녀의 교구 주위로 아지랑이 같은 기류가 피어오르기 시
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검한은 내심 중얼거렸다.
'화영이도 오빠 못지 않게 뛰어난 자질을 가진 아이다!'
그는 이미 한 가지 결심을 한 상태였다.
뇌화룡은 뇌정철환에 숨겨진 뇌정신공(雷霆神功)을 연마하게 될 것이
다.
하지만 뇌정신공은 양강의 신공으로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해
서 이검한은 뇌화영에게는 다른 무공을 전수할 작정이었다.
-현음강살(玄陰 煞)!
바로 그것이다. 신강 대과벽에 자리한 현음동천(玄陰洞天)에서 얻은
현음마모(玄陰魔母)의 비전절예!
본래 현음강살은 일부가 훼손되어 불완전한 심결이었다. 이검한은 그
것을 각고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복원시켰었다.
비록 불완전한 것이지만 현음강살은 뇌정신공보다 몇 배 더 무서웠다
.
현음강살을 익히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적의 내장을 박살낼
수 있었다.
이는 여인들에게 알맞은 무공이었다. 사내들은 익혀봤자 대성하지 못
한다. 근복적으로 현음강살은 순음지기를 극대화시키는 무공이기 때
문이었다.
이검한은 소리 없이 미소지었다.
'이 아이들이 각기 뇌정신공과 현음강살을 연마한 후 함께 시전하면
아주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으로 운공 삼매경에 뻐져있는 두
남매를 바라보았다.
아직 소년 소녀 티를 벗지 못한 쌍둥이 남매는 오래지 않아 천하를
떨쳐 울리게 될 것이다.
* * *
-무산(巫山)!
호북과 사천성의 경계를 이루는 험산이다.
험준하기로 천하제일인 촉산산맥(蜀山山脈)의 한 자락인 무산의 아래
쪽을 휘감아 도는 격랑이 바로 저 유명한 무산삼협(巫山三峽)이다.
쿠루루루!
은은하게 울려오는 우레성과 더불어 무산 전체는 온통 짙은 먹장구름
으로 뒤덮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한바탕 폭우가 쏟아질 기세였다.
"크아악!"
그 먹장구름 속에서 돌연 한 소리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누군가
죽어가며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토해내는 소리였다.
외마디 비명이 터진 후 이내 사위는 적막 속에 빠져들었다.
구우우!
직후 적막을 깨며 한 소리 괴성과 함께 남쪽 하늘로부터 전신이 검은
비늘이 돋아있는 하나의 시커먼 그림자가 질풍같이 날아들었다.
"이 주위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익수룡 위에서 한 소리 침중한 음성이 들려왔다. 익수룡 위에는 한
명의 청년이 우뚝 선 채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무산의 웅자를 주
시하고 있었다.
이검한!
바로 그였다.
그리고 익수룡은 물론 독성부의 수호영물인 독익교였다.
이검한은 벽력당에 보름을 더 머물다가 마침내 오늘 떠나오게 되었다
. 뇌화룡과 뇌화영의 연공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원래는 바로 독성부에 들려 독익교를 이옥경에게 돌려줄 작정이었으
나 백야여인맹과 지옥마교의 결전이 임박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급거 양파가 대치 중인 이곳 무협으로 날아온 것이었다.
"저기다! 독룡!"
이검한은 두 눈을 번득이며 아래를 가리켰다.
구우우!
독익교도 그것을 발견한 듯 한 소리 울부짖음과 함께 벼락같이 아래
로 내리 꽂혔다. 무산삼협의 격랑과 잇닿은 단애 위에 한 명의 사내
가 핏속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콰아아아!
독익교는 그 시체 옆으로 내려섰다.
'잔인하군!'
바닥으로 내려선 이검한은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
단애 위에 쓰러져 있는 인물은 오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초로(初老
)의 장한이었다. 규룡( 龍)같은 수염을 기른 당당한 체격의 인물로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무림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헌데 지금 그 장한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가슴은
내가중수법에 당한 듯 무참하게 으깨져 허연 늑골이 옷을 뚫고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더욱 처참하고 민망한 것은 그 장한의 아랫도리였다.
그는 바지가 벗겨져 하체를 발가벗은 수치스런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헌데 그 강인한 허벅지 사이에 당연히 있어야 할 물건이 사라지고
없지 않은가?
놀랍게도 그 부분의 사내의 상징은 뿌리째 뽑혀나간 듯했다.
끔찍하게도 시뻘건 피와 내장이 장한의 사타구니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떤 자가 이런 끔찍한 짓을 했단 말인가?'
이검한은 진저리를 치며 장한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는 이내 장한의 피부가 고목처럼 꺼칠꺼칠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양기(陽氣)를 몽땅 빼앗겨 말라죽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채양보음(採陽補陰)의 사술을 쓰는 계집의 짓이다!'
이검한은 눈을 번득 빛냈다. 벽력당을 떠나기 전에 들은 무림의 풍문
이 기억났던 것이다. 한 명의 마녀가 나타나 매일밤 십여 명씩의 사
내들을 엽기적인 수법으로 살해한다는……!
그 신비한 마녀에게 당한 희생자의 특징은 양기를 모두 빨리고 하초
가 뽑혀나간 끔찍한 모습이라고 했다.
무림인들은 그 마녀를 흡정마녀(吸精魔女)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흡정마녀는 처음에 낙양일대에서 모습을 드러내 암약하다가 점차 남
쪽으로 남하하는 중이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행위는 더욱 더 대담해져 벌건 대낮에도 사내들을
납치하여 양기를 빨아먹고 무참하게 살해하곤 했다.
흡정마녀에게 희생된 사내의 수는 이미 천여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검한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장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절로 신
음을 발했다.
'으음! 도대체 세상 사내들과 얼마나 원수를 졌기에 이런 만행을 저
지른단 말인가?'
헌데 이검한이 검미를 찌푸리며 침음할 때였다.
"으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초로 장한의 입에서 한 가닥 미약한 신음성이 흘
러나왔다.
이검한은 흠칫하며 급히 장한의 기해혈(氣海穴)에 손바닥을 붙이고
내공을 주입해주었다.
"나… 나는 장강수룡(長江水龍)이란… 사람이오!"
정신을 차린 장한은 누군가 자신을 도와줌을 느끼고는 미약한 음성으
로 입을 열었다.
순간 이검한은 흠칫했다.
'장강수룡! 이 사람이 바로 수룡채(水龍寨)의 채주였다니……!'
-장강수룡(長江水龍) 하군모(河君牟)!
그그는 저 신마풍운록(神魔風雲錄)에도 이름이 올랐던 녹림의 호걸이
다.
비록 신마풍운록의 서열은 오백 위 정도였지만 그것은 그의 장기(長
技)를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 매겨진 서열이라 할 수 있었다.
장강수룡의 일신의 무공은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가 지닌 수공(水功)의 능력은 가히 강호일절(江湖一絶)이라
할 만했다.
전선(戰船)을 이용한 수상전투(水上戰鬪)와 물 속에서 구사하는 수중
공부 등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었다.
장강수룡이란 별호도 그가 물 속에서 자유자재로 운신할 수 있다하여
붙은 별호였다.
그는 장강 일대에서 상당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수룡채의 채주로 휘
하에 이백여 척의 대소선박을 지니고 있었다.
그 장강의 영웅이 이곳 무산삼협에서 처참한 몰골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검한은 장강수룡의 호흡이 금방 끊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급히
다그쳐 물었다.
"흉수가 누구요? 흡정마녀입니까?"
"그… 그렇소! 난 황실(皇室)의 귀인(貴人)을 모시고 무산의 절경을
안내하다가 흡정마녀를 만나서……!"
'황실의 귀인?'
이검한은 흠칫했다.
그러고 보니 단애에서 멀지 않은 곳의 숲 속에도 십여 명의 사내들이
가슴이 으깨진 채 죽어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관인(官人)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병장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관부(官府)의 고수
들인 듯했다.
아마도 황실의 어느 귀인이 무산을 여행하면서 장강 일대의 유력자인
장강수룡 하군모에게 안내를 청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오늘 이곳에
서 흡정마녀를 만나 변을 당한 것일 테고……!
"그… 그분을 구해야만 하오! 만일 그분께 무슨 일이 생기면 무림에
큰 재앙이……!"
장강수룡은 염두를 굴리고 있는 이검한의 소매를 부여잡으며 헐떡였
다. 죽음의 그늘이 짙게 깔린 그의 얼굴에 이 순간 아주 다급한 기색
이 떠올라 있었다. 그만큼 그가 수행하던 황실 귀인의 신분은 막중한
것일 게다.
"서… 서둘러 주시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분 귀인을 구해야만……!"
툭!
사력을 다해 말하던 장강수룡 하군모는 어느 순간 힘없이 고개를 떨
구었다. 마침내 숨이 끊긴 것이다.
'대체 흡정마녀에게 잡혀간 황실의 기인이 누구이기에……!'
이검한은 곤혹한 표정이 되었다. 장강수룡이 금방 숨이 넘어가면서까
지 근심을 한 대상이라면 보통 신분의 인물이 아닐 것이다.
"하여간 서둘러 찾아보자!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두 눈을 형형하게 번득이며 장강수룡의 시체 옆에 떨어져있던
한 자루의 창을 집어들었다. 특이하게도 여인의 눈썹처럼 날카롭게
끝이 휘어진 창날 아래 다섯 자 길이의 손잡이가 달린 기문병기였다.
-분수아미자(分水蛾眉刺)!
이것이 그 창의 이름이다. 작살을 변형시킨 이 창은 수중에서 싸울
때 특히 위력적이다.
장강수룡은 독문무기인 이 분수아미자를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변을 당했다. 그만큼 흡정마녀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반증이었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쐐애액!
이검한은 독익교에게 명령한 후 질풍같이 북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 * *
무산의 어느 계곡,
계곡 끝에는 다 허물어진 한 채의 폐사(廢寺)가 음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아주 낡고 퇴락하여 금방이라도 귀신이 불쑥 튀어나올 듯한
낡은 절이었다.
"무… 무엄하도다! 천한 계집이 감히……!"
문득 폐사 안에서 당혹스러운 사내의 호통이 흘러나왔다.
대웅전인 듯한 건물의 바닥에는 한 명의 인물이 반듯이 누운 채 두
눈을 분노와 당혹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고함만 칠 뿐 움직이지는 못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마혈(痲穴)이 찍힌 모양이다.
나이는 대략 삼십 세 정도 되었을까?
문사(文士) 차림을 한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이마가 유달리 맑고
환한 인물이다. 아주 빼어난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르
게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해보이지 않는 이 인물은 그러나 지금 아주 민
망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하의가 벗겨져 하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튼튼한 허벅지 사이의 울창한 숲 속에는 웅장한 사내의 상징이 누워
있다.
"호호호! 무서워할 것 없다! 잠깐 극락구경을 하다 보면 모든 게 끝
나있을 테니……!"
하의가 벗겨진 그 문사 옆에는 한 명의 여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탐
욕스러운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오랫동안 다듬지 않아 봉두난발이 된 긴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드리운
탓에 여인의 얼굴은 자세히 알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드러난 속살과 전체적인 체형으로 미루어보건대 여인은 그다
지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다. 잘 해야 스무 살 전후로 보인다.
아직 완전히 소녀 티를 벗지 못하여 별로 풍만하지도 않은 여인의 몸
에는 더럽고 낡은 속옷 하나만이 달랑 걸쳐져 있었다.
츠으!
봉두난발 사이로 내비치는 한 쌍의 눈빛이 섬뜩한 광기로 번득이고
있어 절로 소름이 오싹 끼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어서 혈도를 풀어라! 그럼 오늘 일은 불문에
부치겠도다!"
문사가 다시 호통을 쳤다. 그리 크지 않은 음성이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위축시키는 위엄이 깃든 음성이다.
제 아무리 철석간담을 지닌 자라도 문사의 이 한마디 호통에는 주눅
이 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마치 불문의 사자후(獅子吼)처럼!
그러나 오늘은 상대가 나빴다. 여인은 이미 인간의 본성을 상실한 상
태고 그 때문에 문사의 호통도 그저 시끄러운 소음 정도로밖에 들리
지 않았다.
"호호호! 괜히 내숭떨지 말고 잘 보거라! 여기가 바로 너희 사내놈들
이 그토록 침을 흘리는 보물단지다!"
산발여인은 광기서린 교소를 토하며 속옷의 치마를 위로 훌렁 걷어올
렸다. 그러자 미끈한 허벅지가 드러나고 그 허벅지가 모이는 곳에 보
송보송한 방초가 돋은 여체의 신비한 부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견하여 그 일대는 소녀처럼 청순해 보였다.
"허어……!"
문사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문사는 물론 동정의 몸이 아니다.
동정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그는 어린 나이에 장가를 가서 지금은 처
첩만 해도 수십 명에 이른다.
그렇기는 하지만 준엄한 법도(法度)와 예절(禮節) 때문에 이제껏 한
번도 여자의 비밀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그저 만져보아 대강의 형상
을 짐작하고 있었을 뿐이다.
헌데 오늘 생각지도 않은 봉변을 당하면서 은근히 고대하던 여자의
비밀을 속속들이 보게 된 것이다.
"허어! 그것 참… 허어……!"
문사는 귀가 멍멍해지는 듯한 충격에 두 눈을 휘둥그레 든 채 혀만
찰 뿐이다. 너무 충격이 큰 탓에 문사는 상대가 천하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흡정마녀(吸精魔女)라는 사실도 잠시 잊어버렸다.
"호호호! 죽더라도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
흡정마녀는 요사하게 웃으며 문사의 하체로 손을 가져갔다. 풀 숲에
힘없이 누워있던 적룡은 어느덧 불끈불끈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그
만큼 여체의 깊은 곳을 처음 본 충격은 지대한 것이었다.
"무엄하도다! 허억!"
문사는 노성을 토하면서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너무도 보드라운 손
길이 그의 실체를 보듬어쥔 때문이다.
이제껏 허락없이 그의 몸에 손을 댄 자는 가차없이 처형을 당하곤 했
었다. 헌데 이 맹랑한 천민의 계집은 무엄하게도 그의 일부를 쥐고
희롱까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사의 분노와는 상관없이 그의 남성은 맹렬한 기세로 팽창되
어 급기야 돌덩이처럼 단단해져 버렸다.
흡정마녀는 그 모습에 득의의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보아하니 아주 귀하신 몸인건 것 같은데 당신같은 귀인께서
나 아니면 언제 이런 기막힌 경험을 해보시겠어?"
그녀는 문사의 하체 위에 다리를 벌리고 걸터앉더니 한 손으로 그의
실체를 쥐어 자신의 중심부로 이끌었다.
"그… 그만두지 못할까?"
문사는 터질 듯한 일부의 끝에 느껴지는 점막의 감촉에 질겁하며 외
쳤다.
마혈이 찍혀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지만 눈동자는 움직일 수가 있다
. 반사적으로 아래쪽을 본 그의 시야로 용틀임하는 자신의 일부 위로
달덩이같은 여인의 둔부가 내려앉는 모습이 보였다.
흡정마녀의 몸이 퍼득 경련을 일으키고 창백한 입술 사이로 신음같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문사의 입에서도 곤혹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점막의 동굴은 너무도 뜨겁고 비좁다. 너무도 생생한 그곳의 느낌에
문사는 정신이 다 혼미해졌다.
철이 들자마자 동정을 잃은 이래 이미 수십 명의 여자를 경험해본 그
였지만 지금 자신을 올라탄 이 무엄한 여자처럼 깊고도 강렬한 경험
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얼음처럼 녹아 여자의 몸 속으로 사라지는 것만 같
다.
'이… 이런 계집이 존재하다니……!'
문사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현실의 일로 여겨지지가
않았다. 그토록 흡정마녀의 느낌은 당하는 사내의 혼백을 앗아갈 정
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호호호! 이건 시작일 뿐이야, 샌님!"
단지 결합되었을 뿐인데 문사가 비몽사몽간을 헤매는 것을 본 흡정마
녀는 깔깔 교소를 터뜨리며 둔부를 살살 돌리면서 아래로 내리눌렀다
.
"그… 그만! 제발 그만두지 못할까? 으헉!"
문사는 자신의 불기둥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비명같은 신음을
터트렸다. 너무도 강렬한 긴축감이 그를 거의 까무라치게 만들 지경
이었다.
하지만 흡정마녀는 문사의 비명 따위는 아랑곳 않고 마침내 둔부를
완전히 그의 하체에 밀착시켰다. 서로의 체모가 맞닿는 메마른 감촉
과 함께 문사의 용틀임은 뿌리까지 흡정마녀에게 정복당하고 말았다.
순간 흡정마녀의 몸은 무서운 힘으로 문사의 실체를 안쪽으로 흡입해
들이기 시작했다.
이미 비몽사몽간을 헤매던 문사는 그 엄청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다.
엄청난 전율이 문사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헌데 더욱 놀라운 것은 흡정마녀의 몸이 한 번 폭발해버린 문사로 하
여금 미처 위축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흡반같
은 흡정마녀의 강렬한 자극은 문사로 하여금 거푸 파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문사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
가하는 착각이 들었다. 이것은 결코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쾌락이 아
니다!
흡정마녀도 문사의 몸에 걸터앉은 채 몸을 한껏 버팅기며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이… 이렇게 강한 사내가 존재하다니……!'
그녀 역시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알기로 사내들은 지금쯤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져야만
한다.
하지만 이 사내는 전혀 위축되지를 않는다. 마치 아무리 퍼내도 마르
지 않는 정기의 샘을 지니기라도 한 듯이……!
'잘 됐어! 이자를 해치우면 단시간 내에 선천강기(先天 氣)를 완성
할 수가 있다!'
흡정마녀는 희열에 떨며 더욱 강하게 문사의 순양지기를 흡수하기 시
작했다.
그러자 문사의 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지며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킨
다. 이대로 간다면 제 아무리 강력한 순양지기를 지닌 문사라고 해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악독한 계집!"
돌연 한 소리 사나운 폭갈이 대웅전 밖에서 들려왔다.
콰아앙!
동시에 한줄기 강맹한 잠경이 흡정마녀의 등판을 노리고 벼락같이 날
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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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