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16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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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第16章 다시 만난 여와음교(女 淫蛟)
"호호호! 잘 했다, 천사십이호!"
표독스러운 교소와 함께 방문이 왈칵 열리고 이검한을 객사로 안내한
미소부가 나타났고 뒤로는 손에 무기를 든 백야여전사들이 서 있었
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나는 당신들의 동료의 부탁을 받고 찾아온
것뿐인데!"
이검한은 괴로운 듯 숨을 할딱이며 버럭 노갈을 내질렀다.
"흥! 이백칠십이호 언니도 우리가 네놈을 이곳에서 살려보내지 않기
를 바랄 것이다!"
천사십이호라는 소녀가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세상의 사내놈들은 모두 도륙해 버려야 해! 네놈이라 해서 예외는
될 수 없다!"
그녀는 앙칼진 음성으로 말하며 이검한에게로 다가섰다.
"호호호! 우선 네놈의 두 눈을 후벼 파내어 음탕한 시선으로 내 몸을
본 죄를 묻겠다!"
파앗!
말과 함께 그녀는 두 손가락으로 맹렬히 이검한의 눈을 찔러왔다. 이
검한은 꼼짝없이 천사십이호의 손가락에 장님이 될 판이었다.
'도리없군!'
고통에 물들었던 이검한의 두 눈에서 돌연 신광이 작렬했다.
팟!
"악!"
다음 순간 처절한 소녀의 비명이 객사 안에서 울렸다.
"저… 저럴 수가!"
"천사십이호가 사로잡혔다!"
돌연한 사태에 방 밖의 여인들은 경악의 비명을 내질렀다.
분명 극독에 중독당했던 이검한이 돌연 섬전같은 수법으로 천사십이
호의 맥문을 움켜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화였다.
물론 무형독강을 연마한 이검한은 차에 탄 독 정도에 중독당할 리 없
었다. 그는 여인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기 위해 중독당한 척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천사십이호가 악독하게도 그의 눈을 찔러오는 바람에 별수
없이 본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속… 속았다! 놈은 중독당한 것이 아니다!"
"백독불침(百毒不侵)인 놈이다! 기관을 준비해라!"
여인들은 아연긴장하며 급급히 외쳤다.
"하… 하지만 방 안에는 천사십이호가 있는데!"
기관을 발동하라는 표독한 미소부의 교갈에 옆에 서 있던 소녀는 울
상을 지었다.
"천사십이호도 더러운 사내놈의 인질이 되기보다는 죽는 쪽을 원할
것이다!"
표독한 인상의 미소부는 교갈과 함께 즉시 방문 옆의 기둥을 눌렀다.
콰창!
돌연 천정이 갈가리 찢기며 어른 팔뚝만한 쇠창살이 맹렬한 기세로
쏘아져 내렸다.
그것은 기관장치에 의해 쏘아진 것이라 강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두두두!
거의 동시에 객사의 방바닥이 갈라지며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함정이 입을 쩍 벌리며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악독하구나!"
이검한의 입에서 분노에 찬 폭갈이 터져나왔다.
너무도 급작스레 닥친 아래 위의 함정!
비록 우내최강의 경신술을 지닌 이검한이라도 그것을 동시에 피할 수
는 없었다.
경신술을 펼치자니 바닥이 움푹 꺼져 힘을 줄 곳이 없었다.
게다가 머리 위에서는 수십 자루의 쇠창살이 폭사되어 오고 있지 않
은가?
"꺅!"
이검한에게 맥문이 잡힌 천사십이호는 본능적인 공포심에 비명을 내
질렀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를 세차게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당기고는 최대
한 몸을 웅크려 천사십이호의 몸을 막아주었다.
콰쾅!
그런 이검한의 등판과 어깨 위로 강렬한 충격이 가해졌다. 기관장치
에 의해 쏘아져 내린 쇠창살이 이검한의 몸을 강타한 것이었다.
"크흑!"
이검한은 온 몸이 박살나는 듯한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신음을 토했
다.
쐐애애액!
그 순간 이검한의 몸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디깊은 함정으로 떨어
져 내렸다.
"아아악!"
이검한과 함께 떨어지는 천사십이호의 입에서 공포서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녀의 비명도 이내 까마득히 멀어져 버렸다.
그그긍!
이검한과 천사십이호를 삼킨 객사의 방바닥은 다시 굉음을 내며 서서
히 올라와 원래대로 닫혀졌다.
"휴우! 무서운 자였다. 살려두었다면 장차 여제님의 군림천하에 많은
장애가 되었을 놈이다!"
표독한 인상의 미소부는 그제서야 이마의 땀을 씻으며 한숨을 내쉬었
다.
다른 여인들도 모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들은 어두운 안
색으로 다시 원상태로 복구된 객사의 바닥을 주시하고 있었다.
비록 강인한 사내놈을 죽이기 위한 것이었으나 애꿎은 천사십이호도
희생 당한 것이 아닌가?
미소부는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들을 독려하며 말했다.
"하여간 지옥마교가 쳐들어 온다던 놈의 말이 사실이기 쉬우니 미리
대비를 해야만 한다!"
말을 마침과 함께 그녀는 앞장서 객사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다른 여인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객사를 돌아보며 하나 둘씩
그곳을 떠나가자 이내 객사 안은 적막 속에 잠겨들었다.
* * *
"크으! 좋은 일을 한 대가 치고는 너무 심하군!"
짙은 어둠 속에서 고통과 고소가 섞인 한소리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지상으로부터 이십여 장 떨어진 함정의 바닥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객사 아래의 함정은 마치 항아리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함정 바
닥에는 수많은 녹슨 칼들이 거꾸로 박혀 있었다.
그리고 끔찍하게도 그 칼날들에는 무수한 시체들이 꼬치처럼 꿰뚫려
있었다.
어떤 시체는 옷가지와 뼈만 남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죽은 지 수백
년은 됨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체들은 최근에 죽은 듯 살이 썩어가고 있거나 살
아 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백야여인맹의 여인들은 신녀묘 주위에 얼씬거리는 사내들을 참살하여
이 함정으로 던져버린 것이었다.
"미녀사갈심(美女蛇蝎心)이라더니…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는 않는군!
"
이검한은 함정 가운데 우뚝 서서 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날들을 두 개 밟고 서 있는 이검한의 어깨와 등에는 다섯
개의 철창이 꽂혀 있었다. 강렬한 기관장치의 힘으로 쏘아진 철창들
인지라 그의 강력한 호신강기마저 뚫고 들어온 것이다.
다행히 이검한의 육신이 무쇠보다 더 단단한 덕분에 철창들은 그저
그의 살갗 일부로 찢고 들어왔을 뿐이지만 만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고슴도치가 되었을 것이다.
"왜… 왜 나를 구한 거죠? 나는 당신을 함정에 빠뜨린 장본인인데…
…!"
이검한의 품에 안긴 채 백야여전사 천사십이호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검한이 위험을 무릅쓰고 몸으로 철창을 막아준 덕분에 그
녀는 고슴도치가 되는 것을 모면한 것이다.
"왜 구했느냐고?"
이검한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만일 아가씨 눈앞에서 어린아이가 죽을 위험에 처했다고 치자. 그럼
아가씨는 그걸 그냥 두고 볼 수가 있겠나?"
"그… 그야……!"
이검한의 말에 소녀의 두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비록 그녀가 어린 나이에 끔찍한 일을 당해서 세상에 한을 품게 되었
다고는 하지만 원한의 대상은 그저 성인의 사내들 뿐이다.
자신을 어린아이에 비유한 이검한의 말에 그녀는 할 말을 잃은 것이
다.
"그…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죽이려고까지 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살아 있지 않느냐?"
이검한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그의 미소를 접한 소녀의 눈꼬리에 경련이 일었다.
'이 사람은 다르다! 그 짐승같은 사내놈들과는 전혀!'
원한과 증오만 남았던 소녀의 방심에 한 가닥 설레임이 봄바람처럼
스쳤다. 자신의 허리를 굳게 안고 있는 강인한 이검한의 팔뚝이 소녀
의 가슴을 물레방아처럼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여기를 빠져나갈 일이 문제로군!"
이검한은 흔들리는 소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위를 두리번거
렸다.
이 함정은 항아리처럼 생긴 형태로 위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제 아무
리 이검한이라 해도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는 절지인 것이다.
"여기 어딘가 출구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검한이 난감해할 때 소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이검한은 눈을 번득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녀묘는 오래 전부터 음탕한 도고(道姑)들의 소굴로 화해버렸어요.
그 음탕한 도고들은 사내들을 유혹하여 방사를 치른 뒤에 증거를 남
기지 않기 위해서 이곳에 던져 죽였대요. 그러다 시체가 너무 많이
쌓이면 치우기 위해서 출입구를 만들었다는군요!"
"그 도고들은 지금 어디 있지?"
이검한은 힘을 주어 몸에 박힌 쇠창살을 뽑아내며 물었다.
"천년여제님의 손에 모두 죽었어요. 그분은 사내들 뿐만 아니라 음탕
한 여자들도 혐오하시거든요!"
소녀의 눈에 은은한 공포의 기색이 스쳐갔다.
'도대체 천년여제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검한은 의아해 하면서 함정 주위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오래지 않아서 벽에 교묘하게 감추어진 철문(鐵門) 하
나를 발견해 내었다.
우두두둑!
그것은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두꺼운 철문이었으나 이검한이 한번 힘
을 주자 썩은 나무 문처럼 힘없이 무너졌다.
철문이 떨어져나간 안쪽은 어둑한 동굴이었다.
"그럼 가실까요, 공주님?"
이검한은 소녀를 향해 웃어 보인 뒤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
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소녀도 뒤따라 동굴로
들어섰다.
어둑어둑한 동굴의 안,
"제 이름은 두난향(杜蘭香)이예요."
소녀는 이검한의 옆에 바짝 붙어 걸어가면서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다
.
"난향이라… 좋은 이름이군."
이검한은 그녀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제가 왜 백야여전사가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두난향은 큰 걸음으로 걸어가는 이검한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가
며 말했다.
"세이경청(洗耳敬廳)하마."
이검한은 앞으로 걸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는 계모(繼母)가 있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계모가 본처의 자식
을 미워하는 거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죠."
두난향은 고소를 머금었다. 그런 그녀의 눈망울은 소녀가 지녀야할
청순함이나 발랄함 대신 쌓이고 쌓인 원한과 울분의 기색이 충만할
뿐이었다.
두난향의 계모는 거의 병적으로 두난향과 그녀의 남동생을 미워했다.
일반적인 계모와 전처소생의 불화라기보다는 철천지 원수처럼 두난
향 남매를 미워한 것이다.
물론 남편이 있는 곳에서는 잘 대해주는 체했다.
하지만 남자란 집에 있는 시각보다 밖의 일을 보는 데 더욱 많은 시
각을 보내기 마련이었다.
매질을 해도 표시가 나는 얼굴을 때리지 않고 몸의 뼈가 금이 가도록
후려팬 것은 기본이었고 하루 한 끼의 식사만으로 연명을 시킴은 물
론 집안의 모든 힘든 일과 허드렛일은 어린 남매의 몫이었다.
그러다가 더욱 견딜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계모와 부친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저주의 탄생이었다.
아들을 낳은 계모는 악독한 흉계를 꾸미게 되었다.
물론 그녀는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낳은 아들과 전처 소생의 남매를 아무런 차이도 없이 잘 대해 주었다
.
그런 갑작스런 계모의 변화에 오히려 불안해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하고 말았다.
부친이 멀리 여행을 떠난 다음날 두 남매는 계모에 의해 먼 지방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전처 소생을 그냥 두면 자신이 낳은 아들에게 재
산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우려한 계모가 마침내 마각을 드러낸 것이
다.
물론 남편이 돌아왔을 때엔 눈물을 철철 흘리며 아이들이 놀러나갔다
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늘어놓았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
다.
졸지에 노예의 신세가 되어버린 두 남매, 그것은 아직 어린 두 남매
에게 있어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나마도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팔려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두난향을 사간 자는 매음굴의 포주였다. 그자는 어린 두난향을 강제
로 범한 다음 자신이 경영하는 싸구려 창루에 던져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어버린 두난향은 그로부터 이 년여의 세
월을 지옥같은 매음굴에서 보내야만 했다.
그동안 그녀의 몸을 거쳐간 사내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
딸같은 어린 소녀를, 두려움에 애원하는 소녀를 사내들은 무자비하게
짓밟아 짐승같은 욕망을 채웠다. 어떤 날은 스무 명이 넘는 손님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소녀의 어린 가슴에는 이 세상의
어떤 사내도 믿을 수 없다는 증오의 얼음이 쌓여갔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어질줄 알았던 그 지옥의 고통은 어느날 문득
끝나고 말았다.
그녀는 천년여제에 의해 구출을 받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꺼이 천년여제의 막하에 들었다.
"이제 왜 내가 사내라면 이를 가는지 알겠지요?"
말을 마친 두난향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오를 어린 나이에 사내들
에게 무참히 짓밟힌 비극적인 인생역정을 걸어왔던 것이다.
"흐윽!"
두난향은 마침내 동굴 벽에 얼굴을 파묻은 채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
다.
왜 자신의 부끄럽고도 처참한 인생유전에 대해서 이검한에게 낱낱이
털어놓게 되었는지는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다.
두난향은 조금만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을 터뜨리고 있었다.
천 년의 세월이 흘러가도 잊을 수 없는 여인으로서의 수치심과 그런
운명을 자신에게 던져준 세상에 대한 분노가 어우러진 처절한 통곡이
었다.
"휴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검한은 그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들썩이는
두난향의 작은 어깨를 보듬어 안아 주었다.
그녀를 무참히 짓밟았던 자들과 같은 사내로서 그는 두난향에게 무어
라 위로할 말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따스한 손으로
토닥거려 줄 수밖엔 없었다.
"이런 얘기를 남에게 털어놓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않았어요. 그것도
내가 증오하는 남자에게…"
두난향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털어놓고 나니 가슴이 후련하군요."
그녀는 서글픈 미소를 지어보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자조섞인 표정으로 이검한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추하게 보이지 않으세요? 겨우 이 나이에 천 명이 넘는 사내가
제 몸을 거쳐갔는데 말예요!"
그것은 차라리 절규였다.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의지
와는 상관없이 진흙구덩이에 빠져버린 처참한 자신의 운명에 대한…
…!
"전혀! 아가씨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깨끗해!"
이검한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거짓말!"
두난향은 발작적으로 외치며 이검한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거짓말이 아니다."
이검한도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은 절대 거짓이 아니다, 난향!"
어느덧 이검한은 마치 다정한 오빠가 막내누이에게 하듯 두난향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만일 네가 원한다면 오빠가 되어주겠다. 내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로 말이다."
그의 말에 두난향은 흠칫했다.
그리고 그녀의 조그만 교구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이검한의 행동과 말이 결코 가식이 없는 진
정한 마음임을 말이다.
"제… 제 오빠가 되어주시겠다고요?"
두난향의 말은 떨려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대한 처절한 복수심과 자신에 대한 수치심으로 점철되어야만
했던 고통스런 인생역정이었다. 이제껏 어느 누구에게도 따뜻함을 느
껴보지 못했던 그녀였다.
헌데 지금 천하에서 가장 강하고 멋있는 사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었
다. 한 점의 가식이나 추악한 탐욕심 없이 진정한 마음으로.
"하하! 나는 전부터 귀여운 누이동생이 한 명 정도 있었으면 했지!"
이검한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지만 나… 나는 이미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계집인데……!
"
두난향은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검한의 뜻은 단호했다.
"만일 누구라도 널 욕한다면 이 오빠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 오빠!"
단순히 목에서 울려나오는 음성이 아닌, 험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쌓
이고 쌓였던 회한이 얼음처럼 녹아내리는 감격에 떨리는 음성이 두난
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얼마나 많은 눈물이 그녀의 인생행로에 뿌려졌던가?
지금의 눈물은 그런 모든 회한의 저주를 녹여버리는 환희의 눈물이었
다. 모든 불행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는.
"흐윽! 오빠!"
두난향은 와락 이검한의 품에 뛰어들어 안겼다. 그녀의 기억으로 자
신이 자의로서 사내의 품에 몸을 던진 것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
"난향!"
이검한도 그녀의 떨리는 교구를 힘있게 보듬어 안아주었다.
"오빠! 고마워요."
두난향은 이검한의 품에 더욱 깊이 파고들며 흐느꼈다.
이검한은 그런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안심해라, 난향아. 이젠 이 오빠가 널 지켜줄 것이다!"
이어 그는 두난향을 번쩍 안아들었다.
"어이쿠! 제법 무거운걸?"
이검한은 짐짓 엄살을 떨며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두난향은 눈물을 흘리며 두 팔로 이검한의 목을 휘감아 바짝 안겨들
었다.
"이제 지난 일은 모두 잊어라. 내가 지켜줄 터이니……! 앞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검한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잔잔한 미소를 떠올렸다.
"다… 다른 사내는 싫어요. 난향은 언제까지나 오빠하고 살 거예요."
두난향은 완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핫! 여자가 시집 안간다는 말은 세 가지 큰 거짓말 중에 하나라던
데……?"
이검한은 그녀의 말에 파안대소를 터뜨리며 성큼 성큼 앞으로 걸어갔
다.
'행복해! 이대로 죽어도 좋아!'
듬직한 이검한의 품에 안긴 두난향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크아악!"
돌연 멀리서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두난향을 안고 걸어가던 이검한의 몸이 흠칫 굳어졌다.
두난향도 이검한의 품에서 고개를 들며 비명이 들린 동굴 저편을 바
라보았다.
"가보자!"
멈칫하던 이검한은 다음순간 비명이 들린 동굴 저편을 향해 몸을 날
렸다.
쐐애애액!
두난향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형은 빛살처럼 쏘아져 나아
가고 있었다.
* * *
"으으! 가… 가까이 오지 마랏! 이 괴물!"
한 칸의 어둑한 밀실!
비틀비틀 물러서며 공포에 찬 비명을 지르는 인물은 일신에 검은 흑
포를 걸친 장한이었다. 그것은 바로 지옥마교의 정예인 지옥검사(地
獄劍士)의 복장이었다.
지금 이 밀실에는 실로 기괴한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지옥검사의 복
장을 한 십여 구의 해골이 나뒹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뼈에 가죽만 덮어씌워 놓은 듯한 시신들!
일견하기에도 생명의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 죽어버린 희생자들의 시
신이었다.
카르르르!
그리고 지금 살아남은 지옥검사의 앞을 가로막은 채 요사스런 괴성을
흘리고 있는 괴물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반인반교(半人半蛟)!
그 괴물의 몸은 반은 여자였고, 반은 이무기였다.
허벅지 중간까지의 몸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간 여자의 몸을 지닌
괴물!
-여와음교(女 淫蛟)!
그렇다! 이 괴물은 바로 여와음교였다.
달리 불사미인교(不死美人蛟)라고도 불리우는 그 괴물은 신강의 십왕
총(十王塚)에 묶여 있었다.
헌데 그놈이 어떻게 머나먼 중원에 나타났단 말인가? 그것도 무산의
신녀묘에…
십왕총에 있을 때 여와음교는 허리까지만 인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허벅지 중간까지 완전히 인간의 몸이 되어 달덩이같이
탐스러운 엉덩이 부위가 그대로 드러나보인다.
여와음교가 보다 인간에 가까워진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 여와음교
는 수많은 사내들의 정혈을 빨아들여 완전한 인간의 몸이 되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이익! 죽어랏!"
촤아앙!
지옥검사는 악을 쓰며 여와음교를 향해 장검을 후려쳤다.
시퍼런 검기에 뒤덮인 그자의 장검은 그대로 여와음교의 왼쪽 젖가슴
에 쑤셔박혔다.
하지만 그것은 지옥검사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착각이었다. 그 사실을
그자가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아앙!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지옥검사가 날린 장검은 철벽에라도 부딪힌 듯
튕겨나와 바닥에 나뒹굴었기 때문이었다.
여와음교의 몸뚱이가 어떤 신병이기로도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별칭이 불사미인교였겠는가?
"이… 이럴 수가! 크으!"
망연자실하여 서 있던 지옥검사는 돌연 신형을 휘청하며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을 토해냈다.
푸화악!
여와음교의 입이 쩍 벌어지며 분홍빛의 독안개를 내뿜었기 때문이었
다.
그 분홍빛 독무에는 사내로 하여금 온몸의 순양지기를 일거에 끌어올
리도록 만드는 무서운 독기가 서려있었다.
쿵!
부지불식간에 다량의 독무를 들이마신 지옥검사는 몸을 뻣뻣하게 굳
히며 뒤로 넘어져버렸다. 그자의 온몸 피부가 순간적으로 구워진 가
재껍질처럼 새빨갛게 변했다.
카아아!
여와음교는 기성을 발하며 비쾌하게 몸을 날려 쓰러진 사내를 덮쳐들
었다.
여와음교의 미끈한 손이 사내의 목을 움켜쥐었다.
"안… 안돼! 크아아아!"
여와음교의 섬섬옥수에 목이 움켜쥐킨 사내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
이 터져나왔다.
피시시시!
그와 동시에 고무공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음이 지옥검사의 몸에
서 새어나왔다. 여와음교의 손이 피부에 닿는 순간 맹렬히 끓어오른
그자의 순양지기가 여와음교의 손바닥을 통해서 빨려나가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 이 괴물! 안… 돼! 크헉!"
지옥검사는 여와음교의 팔목을 움켜쥐고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여와음교의 팔목을 쥐는 순간 손바닥에서도 순양지기가 맹렬
한 기세로 빠져나간다.
여와음교는 이제 단순히 피부가 맞닿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정기를 갈
취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이다.
"크으으으!"
여와음교에게 제압된 지옥검사의 몸은 삽시에 생기를 잃어갔다. 피부
는 마른 나무껍질처럼 메말라가고 탄탄하던 육체는 바람빠진 공처럼
홀쭉해져간다.
평생을 써야할 정혈이 일시간에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지옥검사의 몸이 목내이(木乃伊: 미이라)처럼 변해 축 늘어졌
다. 생명력을 단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갈취 당해서 숨이 끊어진 것
이다.
털썩!
그제서야 여와음교는 그자의 몸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녀가 지옥검
사를 해치우는 데 걸린 시간은 채 일다경도 되지 않았다.
키이이이!
여와음교는 지상 최고의 맛있는 음식을 먹은 어린아이처럼 포만감에
젖은 기성을 발하며 혀를 내밀어 입맛을 다셨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네… 네년이 이곳에 어떻게?"
밀실의 입구에 선 채 경악성을 터뜨리는 인물이 있었다.
그 경악성엔 감추지 못할 분노의 기색마저 담겨 있었다.
밀실 입구에 한 명의 청년이 우뚝 서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
청년의 품에는 가냘픈 인상의 소녀가 안겨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
다.
그들은 물론 이검한과 두난향이었다. 지옥검사들이 죽어가며 터뜨린
비명을 듣고 달려온 그들이 마침내 이곳에 이른 것이다.
'그렇군! 천년여제(千年女帝)는 바로 누란왕후(樓蘭王后) 흑요설(黑
瑤雪)이었구나!'
여와음교를 보는 순간 이검한은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는 무서운 눈빛
을 토했다.
-누란왕후(樓蘭王后) 흑요설(黑瑤雪)!
이검한 자신의 실수에 의해 일천 삼백 년 만에 부활한 옛 누란왕국의
마지막 왕후!
그녀가 바로 백야여인맹의 맹주인 천년여제였던 것이다.
왕후의 고귀한 몸이었으되 숱한 사내들에게 유린당해야만 했던 비운
의 여인!
그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했던 그녀로서는 여러 사내들이 자신을 단
지 욕정의 대상으로 삼아 짓밟은 만행을 결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쌓인 누란왕후 흑요설의 원한은 하늘을 피로 물들일 정도로
지독한 것이었고, 이검한의 실수 덕분에 무사히 부활한 그녀가 백야
여인맹을 세워 세상 사내들에게 복수하기 시작한 것 또한 당연한 전
개였다.
이검한은 이 모든 사실을 이제야 떠올린 자신의 아둔함을 탓했다.
카아아!
흠칫하며 입구쪽을 돌아보던 여와음교의 입에서 사나운 규성(叫聲)이
터져나왔다.
지금으로부터 이 년 전이었으리라. 완전히 잡아먹기 직전에 놓쳐버렸
던 이검한을 어찌 여와음교가 못 알아보겠는가?
화망단정(火 丹精)에다가 옥룡음마의 시신에서 돋아난 용형혈지(龍
形血芝)마저 복용한 이검한의 몸에는 족히 보통 사내 일천 명 분 이
상의 강력한 극양지기가 잠재해 있다.
만일 그런 이검한의 정혈을 모두 갈취할 수 있다면 여와음교가 당장
에 여인의 몸으로 환생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저… 저 괴물은 여제님의 수호영물인 일교(一蛟)!"
그때 밀실의 어둠에 익숙해진 두난향은 여와음교를 보자 짧은 경악성
을 발했다.
"어… 어서 피해요, 오빠! 저 괴물은 인간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
어요!"
두난향은 사색이 되어 비명에 가까운 경호성을 발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카아아!
여와음교는 긴 꼬리로 바닥을 맹렬히 후려치며 날아올라 이검한을 덮
쳐들고 있었다.
이검한 역시 도주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두난향을 급히 바닥
에 내려놓은 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와음교에게 오히려 마주쳐 날
아가고 있었다.
"요물! 죽여주마! 더 이상 사람을 해치지 못하도록!"
이검한은 이를 부득 갈며 쌍수를 교차시켰다.
쩌저저정!
쳐들려진 그의 우수로부터 시퍼런 벼락이 일어나며 달려들던 여와음
교의 가슴을 후려쳤다.
꽈쾅!
끼아아악!
철벽을 두드린 듯한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나
왔다.
콰당탕!
삼 장이 넘는 여와음교의 길다란 몸이 모질게 한쪽 벽면 아래에 나뒹
굴고 말았다. 민망한 자태로 벌렁 뒤로 나자빠진 여와음교의 투실투
실한 젖가슴 사이에는 시퍼런 장인(掌印)이 선명하게 찍혀져 있었다.
'저… 저럴 수가!'
두난향은 아연실색하며 봉목을 크게 치떴다. 그런 그녀의 눈가로는
불신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도 여와음교가 인간의 능력으로 죽일 수 없는 불사의 괴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헌데 그런 여와음교가 이검한의 단 일격에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나
뒹군 것이다.
가슴에 찍힌 시퍼런 장인과 오공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여와음교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음이 틀림없었다.
이검한이 내친 일장은 여와음교의 내장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은 것이
다.
"으음! 죽질 않다니!"
이검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전 그는 십성(十成)의 파천황강살(破天荒 煞)을 일으켜 여와음
교를 후려쳤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기공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이 파천황강살은 금강불괴지신이라도 단 일격에 모래가루로 으깨어
버릴 수 있는 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와음교에게는 그저 손바닥 자국만을 남길 수 있
을 뿐이었다.
'저 요물이 대공(大功)을 이루도록 방치했다가는 세상 사내들의 씨가
마를 것이다!'
이검한의 전신으로 스산한 살기가 줄기줄기 피어올랐다. 그는 한눈에
여와음교의 수련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아본 것이다.
십왕총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여와음교는 허리 윗부분만이 인간의 여자
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허벅지 중간 부분까지 인간이 되어있다.
그 바람에 옥으로 빚은 듯 매끄러운 허벅지 사이의 은밀한 부분도 완
전히 여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다만 몸은 성숙한 여자지만 그 부
분에 전혀 성숙한 여자의 형상이 나있지 않고 매끈한 것이 특이할 뿐
이다.
'오늘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쩌어엉!
이검한은 굳은 표정으로 허리춤에서 신도(神刀) 고독혼(孤獨魂)을 뽑
아들었다. 여와음교를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 결심을 굳힌 것이다.
파츠츠츠!
이검한이 파천황심결의 내공을 주입시키자 신도 고독혼의 도신(刀身)
에서 시퍼런 섬광이 그물처럼 뿜어져 나왔다.
키이이이!
신도 고독혼에 서린 파천황강살의 푸른 섬광을 접한 여와음교도 은은
히 겁에 질린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움츠렸다. 여와음교는 이검한의 일
장에 막대한 타격을 받은 후라 파천황강살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
고 있는 것이었다.
"각오… 하랏!"
이검한은 양손으로 신도 고독혼을 치켜올리며 싸늘한 일갈을 토했다.
카르르!
여와음교는 겁에 질려 이검한을 올려다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이제 이검한의 신도 고독혼이 내리쳐진다면 제 아무리 여와음교가 불
사지체(不死之體)에 가까운 괴물이라 하더라도 견디지 못하고 몸통이
쪼개져 버릴 것이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악!"
이검한의 등 뒤에서 두난향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
닌가?
"헉!"
흠칫하며 신형을 비쾌하게 뒤로 돌리던 이검한은 눈을 부릅뜬 채 전
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스스!
두난향이 막 혈도가 제압당해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고, 그런 그녀
의 뒤로는 한 명의 면사여인이 우뚝 서 있는 것이 이검한의 눈가로
투영되고 있었다.
터질 듯 풍만한 몸을 검은 상복(喪服)으로 감싼 여인이었는데 기이하
게도 그녀의 머리에는 한 올의 머리카락도 자라나 있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인해 그녀의 모근이 모조리 타버린 듯했다.
"흑… 요설?"
마치 비구니처럼 머리카락이 한올도 없는 그 면사여인을 일별한 이검
한의 입에서 숨넘어갈 듯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누란왕후 흑요설!
면사여인은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일천 삼백 년 만에 깨어난 서역
사상 제일의 미인인……!
누란왕후 흑요설은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 중 적양신마가 펼친 마화
적멸강막(魔火寂滅魔 )의 금제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전신의 모발이
모조리 잿가루로 타버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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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