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18
네코네코
0
10
0
3시간전
第18章 공포의 무적구마(無敵九魔)!
흑요설은 금강신녀와 구양소소의 모습을 지켜보며 득의의 표정을 지
었다.
'소소의 대공만 완성되면 지옥마교 따위는 하루아침에 쓸어버릴 수
있다!'
그녀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흥분의 눈빛을 지었다.
'앞으로 반 각, 반 각 내에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되는데!'
그녀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웬… 놈이냐?"
막 밀실을 물러나오던 흑요설의 입에서 앙칼진 교갈이 터져나왔다.
"……!"
밀실 밖의 어두운 통로 끝에 한 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
한 것이었다.
그자는 이십대 중반의 차갑고 냉막한 인상을 지녔으며 눈 주위로는
푸르스름한 섬광이 흐르고 있었다.
-마교소종사(魔敎小宗師) 운중악(雲中岳)!
바로 그였다.
백야여전사 이백칠십이호를 섭백마안술(攝魄魔眼術)로 심문하여 천년
여제, 즉 흑요설이 있는 곳을 알아낸 그자가 드디어 이곳 신녀묘로
잠입한 것이다.
"천년여제이신가?"
운중악은 얼음장같은 음성으로 냉갈했다.
"그렇다. 네놈은 누구냐?"
흑요설은 분노를 억누르며 싸늘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늘 그녀의 주위에 머물던 사대호법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왠
지 그녀를 불길한 예감에 빠지게 만들었다.
운중악은 일점 동요도 없는 냉막한 눈빛으로 흑요설을 주시하며 단도
직입적으로 말했다.
"지옥마교 제 이십이대 제자 운중악이오! 맹주의 목을 베러왔소!"
"뭐라고?"
흑요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호호호!"
이어 그녀는 미친 듯이 오만함과 분노가 깃든 날카로운 교소를 터뜨
렸다. 사실은 주위의 제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신호였다.
"으음! 지독한 내공이군!"
운중악은 신음성을 발하며 휘청 물러섰다. 그런 그의 안색은 백짓장
같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또한 얄팍하고 붉은 그의 입가로는 피가 비치고 있었다. 흑요설의 웃
음 속에 실린 엄청난 내공이 그의 내부를 뒤흔들어 놓은 것이다.
"소용없는 짓이오! 지금 이곳 칠선녀동(七仙女洞)은 본좌의 수하들에
의해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니까!"
운중악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냉소했다.
"그래?"
흑요설은 비로소 웃음을 뚝 그치고는 살기어린 눈으로 운중악을 노려
보았다.
"그렇다면 수괴인 네놈의 목부터 따야겠군!"
쩌엉!
말을 마침과 함께 그녀는 운중악을 향해 유령같이 다가서며 일장을
후려쳤다.
'빠르다!'
운중악은 신쾌무비하기 이를 데 없는 흑요설의 일격에 두 눈을 부릅
떴다.
하지만 그는 이미 흑요설의 일격에 대비하고 있었던 듯했다.
피잉!
흑요설이 움직이는 순간 그의 신형도 동시에 질풍같이 뒤쪽으로 날아
갔다.
"이놈! 서랏!"
쐐애액!
흑요설은 이를 갈며 벼락같이 운중악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신법은 운중악보다 배는 빨라 찰나지간 운중악의 등을 낚아챌
수 있는 거리까지 이르렀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스악!
돌연 흑요설의 좌우에서 강맹한 역도와 함께 날카로운 검기가 벼락치
듯 그어지는 것이 아닌가?
흑요설은 운중악을 추격하느라 자신이 이미 통로 밖의 지하광장으로
나선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밀로 입구의 좌우에 누군가 은신하고 있다가 흑요설에게 급습을
가한 것이다.
"이놈들이!"
흑요설은 흠칫 놀라면서도 벼락같이 노갈을 터뜨렸다.
쩌저저정!
순간적으로 그녀의 둘레에 열 겹의 강막이 둘러쳐졌다.
퍼엉! 파카카캉!
직후 요란한 폭음과 함께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 두 명의 암습자가
내친 잠경과 검기가 흑요설의 호신강기와 충돌하여 튕겨진 것이다.
"으음!"
흑요설은 신음성을 발하며 비틀 바닥으로 내려섰다.
놀랍게도 흑요설을 암습한 자들은 각자 칠팔갑자의 내공을 지닌 자들
이었다.
비록 천년내공을 지닌 흑요설이지만 그 정도 수준의 고수자들의 합공
을 한 몸에 받았으니 무사할 리 없었다.
그녀는 내장이 뒤흔들렸으며, 이검한에게 당한 가슴 부위의 상처가
터져 다시 피가 흘러내렸다.
"네놈들은 누구냐?"
흑요설은 울컥 치솟는 기혈을 억누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하광장에는 운중악 말고도 네 명의 인물이 더 있었다.
그들은 남녀가 섞여 있었는데 모두 일신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있었
고 얼굴 역시 검은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 복면 위에는 각기 다른 구(九), 팔(八), 육(六), 오(五) 등의 숫
자들이 적혀 있었다.
"……!"
"……!"
헌데 기이하게도 복면 속으로 내비치는 그들의 눈빛에는 하나같이 초
점이 없어 보였다. 일견하기에도 어떤 약물에 중독되어 이지(理智)를
상실했음을 알 수 있었다.
흑의복면인들의 뒤쪽에 서 있던 운중악이 냉혹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본교의 수호신들인 무적구마(無敵九魔) 중 네 분을 소개해 드리겠소
, 맹주!"
"무적구마?"
흑요설의 이마가 모아졌다. 무림의 정세를 꿰뚫고 있는 그녀로서도
무적구마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생소한 것이었다.
운중악은 냉막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소! 이분들은 하나같이 최고경지에 이른 고인들인지라 일단 두
명만 모여도 우내(宇內)에 적수가 없소. 하지만 맹주께는 특별배려로
네 명씩이나 동원했으니 좋은 상대가 될 거요!"
"건방진 놈!"
흑요설은 분노의 눈으로 운중악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내뱉았다.
"네 명이 아니라 무적구마를 모두 데려와도 본녀의 상대가 되지는 못
한다!"
그 말에 운중악은 오만하게 냉소했다.
"글쎄,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것이 아니겠소? 사마(四魔)! 맹
주님을 상대해 드리시오!"
말과 함께 그자는 문득 손가락을 튕겨냈다.
스스슷!
순간 사 인의 흑의복면인들은 소리없이 몸을 날려 흑요설을 덮쳐갔다
. 섰던 자세 그대로 날아오르는 초절한 경신술만으로도 사 인이 절세
의 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오냐! 오너라!"
흑요설은 이를 부득 갈며 품 속에서 하나의 병기를 꺼내들었다.
-마화신척(魔火神尺)!
그것은 바로 천축 마화사원(魔火寺院)의 진산지보들인 마화삼보(魔火
三寶) 중의 마화신척이었다.
* * *
호라라락!
인간이 된 여와음교를 품에 안고 통로를 질주하던 이검한은 멈칫 멈
추어 섰다. 코끝에 역겨운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기 때문이었다.
전면의 통로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시체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
바로 백야여인맹의 백야여전사들!
그녀들은 하나같이 임독이맥이 타통된 고수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
군가에 무참하게 도륙당한 모습이었다.
"……!"
그리고 그 시체들 너머 한 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었다.
일신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얼굴에도 같은 색의 복면을 쓴 인물인데
이마에는 칠(七)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바로 지옥마교의 수호신이라는 무적구마(無敵九魔) 중 제칠마(第七魔
)였다.
물론 이검한은 그같은 그 인물의 신분을 알 리 없었다.
무적제칠마(無敵第七魔)는 한 자루의 장검을 들고 있었다. 헌데 그
장검은 기이하게도 무쇠로 된 것이 아니라 칠흑같이 검은 나무를 깎
아 만든 목검(木劒)이었다.
스으으! 스으으!
비록 둔탁해보이는 목검을 들고 있었지만 복면인의 전신에서는 무서
운 예기가 아지랑이처럼 번지고 있었다.
'크으! 검기에 피부가 타들어가는 듯하다!'
이검한은 고통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비칠 물러섰다.
무적제칠마는 분명 이검한을 보았음에도 공격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
다. 아마도 그자는 이 통로를 아무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
듯했다.
이검한은 무적제칠마를 노려보며 지그시 입술을 물었다.
'별 수 없이 한바탕 드잡이질을 벌여야겠군!'
그는 여와음교를 조심스럽게 뒤쪽에 내려놓은 뒤 고독혼을 움켜쥐고
천천히 무적제칠마를 향해 접근해 들었다.
번쩍!
이검한이 접근한 것을 느낀 무적제칠마의 초점없던 눈에 무서운 신광
이 번득였다.
이검한은 앞으로 접근하며 이마를 찡그렸다.
'저건 또 무슨 자세지?'
무적제칠마는 목검을 발끝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늘어뜨린 자세를 취
하고 있었다.
그런 그자의 모습은 온통 허점 투성이였다. 오히려 약점이 너무 많아
보여 대체 어디를 노려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무서운 검수다! 당금 무림에 이 정도의 검수가 있었다니……!'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이검한이 먼저 공격하
지 않으면 무적제칠마도 언제까지라도 그 자세로 버틸 것이기 때문이
었다.
이검한은 두 눈을 번득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사망칠대검식(死亡七大劍式)을 써보자!'
그는 사망칠대검식을 떠올렸다.
지옥마교 내에서도 십대절기(十大絶技)에 속한다는 사망칠대검식이다
. 이검한이 알고 있는 검법 중 사망칠대검식을 능가하는 것은 없었다
.
"우웃!"
촤아아앙!
이검한은 사납게 일갈하며 맹렬히 고독혼을 후려쳐냈다.
순간 수백 가닥으로 갈라지는 눈부신 도영(刀影)이 일며 통로 전체가
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서너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비좁
은 통로에서 펼쳐진 초식이라 무적제칠마는 도저히 이검한의 이 일격
을 피해낼 수 없을 듯이 보였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윽!
무적제칠마의 목검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졌다.
이 일초는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적제칠마의
이 일검은 이검한이 발휘한 도영의 틈을 정확히 갈라버렸을 뿐 아니
라 그대로 이검한의 목전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헉!'
이검한은 아연실색했다. 무적제칠마의 반격은 너무나도 시기적절하여
사망칠대검식의 허점을 정확히 간파해낸 것이 아닌가?
"우읏!"
차차차창!
이검한은 다급한 폭갈과 함께 맹렬히 사망칠대검식의 이삼사식을 연
달아 후려쳤다.
콰드득!
좌우의 벽면과 바닥의 시체들이 이검한이 일으킨 검기에 모조리 풍비
박산났다.
스읏!
헌데 그 맹렬한 검기 속에서도 무적제칠마의 목검은 유유히 전진해왔
다. 마치 물살을 가르며 올라오는 이무기처럼!
그것을 본 이검한은 아득한 절망감을 느꼈다.
'이럴 수가! 이런 검법이 있다니!'
그는 순식간에 머리 속으로 자신이 아는 모든 무공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무적제칠마의 기괴한 검식의 파해수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전궁만리비의 경공을 시전하여 뒤로 물러서면 피할 수는 있었으
나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무적제칠마의 검법을 파해하지 못
하면 이 통로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혹시 이자의 검법은?'
문득 이검한은 두 눈을 부릅떴다. 불현듯 뇌리를 스쳐가는 강렬한 영
감(靈感)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는 듯 너무나 자연스럽고 허허로운 무적제칠마의 그 검법을
보는 순간 그의 뇌리에 일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 불완전한 검결(劍
訣) 한 가지가 번득 떠올랐다.
-복마신검결(伏魔神劍訣)!
바로 그것이었다.
유성신검황(流星神劍皇) 혁련휘가 혈마대장경의 초식편을 기초로 하
여 창안한 초극검결!
이검한은 한번 복마신검결을 훑어보기는 했으나 불완전한 검결이라
그리 큰 심득(心得)을 얻지는 못했었다.
헌데 지금 무적제칠마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검식을 보자 확연히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유… 유성신검황이오?"
이검한은 경악의 음성을 외치며 마주 고독혼을 그어갔다.
초극검결 대 초극검결!
퍼퍽!
검식과 검식이 물 흐르듯 비켜가며 서로 상대를 후려쳤다.
"큭!"
이검한은 상대의 목검에 심장 부위를 얻어맞고 비칠거렸다. 무적제칠
마의 목검은 정확히 이검한의 심장을 찔렀던 것이다.
하지만 천하최강의 호체신공(護體神功)인 나한부동신공을 익힌 이검
한인지라 그저 늑골에 균열이 가는 정도의 타격만 입었을 뿐이다.
하지만 무적제칠마의 육신은 이검한처럼 단단하지가 못했다.
콰당당!
그 인물은 옆구리가 쩍 갈라져서 내장과 피를 분수처럼 토해내며 옆
으로 나뒹굴었다. 이검한의 고독혼이 무적제칠마의 옆구리를 반 넘게
잘라버린 것이었다.
'끔찍한 승부였다!'
이검한은 부르르 몸을 떨며 무적제칠마의 앞으로 다가섰다.
"으으! 너, 너는 누구냐?"
무적제칠마는 다가서는 이검한을 바라보며 고통스럽게 숨을 할딱였다
.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초점이 없던 무적제칠마의 눈이 지금은
원래의 중후한 눈빛으로 되돌아 온 것이 아닌가?
이검한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순간 무적제칠마는 자신의 이지를
제압하고 있던 강력한 섭혼사술(攝魂邪術)의 고리에서 빠져나온 것이
다.
"고… 고독혼!"
무적제칠마는 다가서는 이검한의 수중에 들린 신도 고독혼을 주시하
며 두 눈을 부릅떴다.
"그렇소. 나는 고독마야라는 분의 후예요!"
이검한은 무적제칠마 앞에 우뚝 서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허허허! 섭대협이 드디어 자신의 분신을 길러내는 데 성공했군!"
무적제칠마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검한은 흠칫하며 무적제칠마를 주시했다.
"혹시 귀하는……!"
"그렇네. 바로 노부가 혁련휘라네!"
스윽!
무적제칠마는 할딱이는 음성으로 말하며 천천히 피묻은 복면을 벗었
다.
그러자 드러나는 얼굴은 날카로운 인상에 일대종사의 기도가 물씬 풍
기는 백발노인의 얼굴이었다.
-유성신검황(流星神劍皇) 혁련휘(赫連輝)!
그렇다. 이검한의 손에 쓰러진 무적제칠마는 바로 유성신검황 혁련휘
였던 것이다.
사방무제(四方武帝)의 일 인이며 신마풍운록 서열 제 삼위에 올라있
는 일대검수!
헌데 그런 그가 어쩌다 지옥마교의 괴뢰인 무적구마의 일인이 되었단
말인가?
유성신검황 혁련휘는 죽어가는 얼굴로 할딱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노… 노부가 막 복마신검결을 완성했을 때 자칭 혈황(血皇)이란 자
가 연공실에 침입해 들어왔네!"
그렇다. 전일 종남산 혁련검호각에서 유성신검황을 납치한 자는 바로
혈황이었다.
혈황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고 유성신검황에게 승부를 제의했다. 그
자의 제안이란, 만일 유성신검황이 패한다면 자신이 주는 한 알의 알
약을 먹으라는 것이었다.
유성신검황은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자가 감히 자신에게 도전해
온 것이 아닌가?
유성신검황은 신마풍운록 서열 삼위의 고수다.
게다가 그는 구극의 검법이랄 수 있는 복마신검결마저 완성했다.
복마신검결을 완성한 이상 그 자신의 검기는 무적지경에 이르렀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유성신검황은 혈황의 도전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흔쾌히 그자의 제안
에 동의했다.
마침내 양인은 서로 격돌했다.
그리고 유성신검황은 오래지 않아 자신의 자신감이 얼마나 터무니 없
음을 깨닫게 되었다. 놀랍게도 혈황은 고독마야에 필적하는 초고수였
던 것이다.
결국 유성신검황은 혈황의 백 초를 견디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실로 어이없고도 통분할 일이 아닐 수 없었으나 도리가 없는 일이었
다. 약속대로 유성신검황은 혈황이 내민 독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었
다.
그 독약은 바로 인간의 이지를 상실케하는 섭혼지독(攝魂之毒)이었다
.
섭혼지독을 복용한 유성신검황은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그 직후 이검한이 그 현장에 들이닥쳤음을 유성신검황은 알 리 없었
다.
유성신검황은 고통스럽게 숨을 할딱이며 말을 이었다.
"비록 혈황에게 패하기는 했으나… 노부는 복마신검결이 무적의 검법
임을 아직도 의심치 않고 있네!"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았다.
"사실 노부는 복마신검결을 이론상으로 완성시켰을 뿐 한 번도 실전
에 운용하지 못한 상태에서 혈황과 싸웠고… 그래서 허점을 보여 혈
황의 암수에 패한 것이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완성된 복마신검결로 노부를 패퇴시킨 것이 바로 복마신검결
이 무적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이검한이 말하지 않았으나 유성신검황은 이미 자신을 쓰러뜨린 이검
한의 검법이 복마신검결임을 알아본 것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노부가 창안한 복마신검결에 죽게 되었으니 여한
은 없네. 이로써, 노부도 저 세상에 가서 섭대협에게 조금이나마 면
목이 서게 된 것이고……!"
유성신검황은 초탈한 표정으로 허허롭게 웃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이검한은 절로 무릎을 꿇었다.
'이분은 진정 위대한 검사다!'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승부를 초월하여
오직 검법일도를 걸어온 노검사에 대해 진정으로 우러난 경외심을 느
끼는 것이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유성신검황을 바라보며 물었다.
"후배에게 지시할 일이 계십니까?"
"없네!"
유성신검황은 초연한 신색으로 고개를 저었다.
"굳이 있다면, 복마신검결로 혈황을 꺾어달라는 것뿐……!"
그 말과 함께 그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 급격히
생기가 소멸되고 있었다.
그는 미약하게 꺼져가는 음성으로 다시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리고… 조심하게. 혈황에게는… 노부처럼 이지가 제압당한 세외고
인들이 여덟 명이나 더 있으니……! 그분들과 노부를 일컬어 무적…
구마라고……!"
그의 말꼬리가 희미하게 사그러들었다.
툭!
그와 함께 그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꺾어졌다.
절명한 것이었다.
일대검사의 최후였다.
유성신검황은 검법 한 가지만으로라면 가히 고금최강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 끝내 제일인자의 자리에 올라보지
못하고 최후를 마친 것이다.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유성신검황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무적구마! 이분 유성신검황 정도의 고인들이 여덟 명이나 더 혈황의
살인도구가 되었단 말인가?'
그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그는 유성신검황 일인을 쓰러뜨리는 데도 사력을 다해야 하지 않았던
가?
하물며 무적구마 중 유성신검황은 겨우 일곱 번째 고수에 불과하거늘
그 위의 육인(六人)은 대체 얼마나 더 강하단 말인가?
이검한은 엄숙하게 유성신검황의 시신을 향해 합장했다.
'편히 쉬십시요! 노사의 원수는 기필코 나 이검한이 갚아드리겠습니
다!'
이어 그는 유성신검황의 독문병기인 철목신검(鐵木神劍)을 집어들고
일어섰다.
"그나저나 자애검모(慈愛劍母)님에게 또 한번 죄를 지었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분 노사를 내 손으로 해쳤으니……!"
그는 탄식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뇌리에 유성신검황의
아내인 자애검모 고숙향(高淑香)과 철사자검(鐵獅子劍) 고숙정(高淑
晶) 자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분들 자매에게 지은 죄를 갚으려면 몇 번 죽어도 모자라겠구나!"
이검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기절한 여와음교를 안아들고 걸음을 옮겨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 * *
밀실의 입구.
마교소종사 운중악은 냉막한 눈빛으로 밀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강신녀라는 계집은 달아났군!"
금강신녀와 구양소소가 있던 밀실은 텅 비어 있었다.
밀실 후면의 벽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는데 그 구멍은 또 다른 동굴
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마 금강신녀와 구양소소는 그곳으로 달아난
듯했다.
운중악은 석실 안을 둘러보며 아쉬운 눈빛을 지었다.
"아쉽군! 금강신녀만 놓치지 않았다면 오늘 백야여인맹의 수뇌부를
완전히 괴멸시키는 것인데……!"
이어 그자는 몸을 돌려 통로 밖으로 걸어나갔다.
통로 밖에 자리한 지하광장에서의 싸움은 끝나 있었다.
드넓은 지하광장은 마치 지진이라도 휩쓸고 지나간 듯 폐허로 변해버
린 상태였다. 천정과 석벽 등은 무참하게 무너지고 잘라져 있었다.
그 폐허 속 네 구의 시신이 늘어져 있었다. 무적구마 중의 사 인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을 죽인 것은 누란왕후 흑요설이었다. 개개인이 이검한에
필적할 정도로 막강한 그들이건만 천년내공을 지닌 흑요설의 무시무
시한 마력에는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무적사마(無敵四魔)를 죽인 흑요설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무사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심한 중
상을 입은 상태였다.
"으으! 소소를 어찌했느냐, 이놈!"
통로를 통해 연공실을 나서는 운중악의 귓전으로 분노에 찬 여인의
교성이 들려왔다.
흑요설!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지금 무너져 내린 바위에 기대앉은 채 힘겹게 숨을 할딱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실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의 온 몸은
피로 범벅되어 있는 것이다.
그녀의 몸에 난 치명적인 상처는 두 군데다.
먼저 왼쪽 이마 위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데 그 상처에서 다량의
피가 흘러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반 넘게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또 다른 상처는 아랫배를 관통한 장검에 의한 것이었다.
가늘고 긴 한 자루 왜국(倭國)의 장도(長刀)가 그녀의 복부를 관통하
고 있었다.
무적구마 중 제구마(第九魔)는 멀리 동영(東瀛)에서 건너온 사무라이
였다.
그자는 흑요설의 교수에 상반신이 으깨지면서도 마사무네[正宗]라는
도명을 지닌 왜국의 보도(寶刀)를 찔러내어 흑요설의 하복부를 관통
시켰던 것이다.
흑요설이 만일 다른 삼 인을 죽이느라 극심한 내공을 소모하지 않았
다면 당하지 않을 일격이었다.
운중악은 흑요설의 물음에 차가운 냉소를 지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부하로부터 버림받은 듯하오, 천년여제!"
"달… 달아났단 말이냐?"
그런 그녀의 봉목은 안도와 곤혹의 빛으로 물들었다.
안도하는 것은 물론 구양소소의 안전을 확인했기 때문이었고, 곤혹스
러워 하는 것은 구양소소의 태도였다.
구양소소는 다행히 흑요설이 무적구마를 막는 동안 운공을 완료한 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흑요설을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금강신녀와
함께 달아나 버린 것이다.
운중악은 흑요설을 주시하며 차갑게 웃었다.
"하여간 맹주의 신위에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오. 가히 하늘 아
래 적수가 없는 무적구마 중 네 명을 혼자서 격살했으니 말이오!"
그자는 진심으로 감탄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요설의 손에 죽은 사 인은 운중악의 생부인 마교
지존(魔敎至尊)이라 할지라도 감당치 못할 고수들이었다.
그런 사 인을 흑요설은 혼자의 힘으로 격살한 것이다.
운중악은 야릇한 시선으로 흑요설을 주시하며 웃었다.
"하지만 본좌가 손해본 것도 없소! 사마를 잃은 대신 고금최강의 여
고수를 무적구마에 더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흑요설의 안색이 홱 변했다.
"나… 나를 네놈들의 꼭두각시로 만들겠단 말이냐?"
"이해가 빠르시군!"
운중악은 득의의 눈빛으로 냉소했다.
"본교의 최대적수였던 맹주께서 본좌에게 굴복한 것이 알려지면 이제
하늘 아래 그 누구도 감히 본교에 대적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오!
"
"닥… 닥쳐라! 이놈!"
흑요설은 분노와 격화에 전신을 부르르 떨며 노갈했다.
"네놈들의 노리개가 될 바에는 차라리 죽고 말겠다!"
말과 함께 그녀는 질끈 자신의 혀를 깨물려 했다. 손가락 하나 까닥
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흑요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 수단은
죽음뿐이었다.
하지만 흑요설은 뜻을 이를 수가 없었다.
"어딜!"
팍!
"흑!"
그녀가 혀를 깨물기 전에 운중악이 기쾌하게 지력을 날려 그녀의 마
혈을 짚어버렸다.
"후훗! 그냥 죽으면 곤란하오, 맹주! 당신에게는 본교의 패업을 도와
줄 막중한 사명이 있소!"
운중악은 흑요설의 앞에 한 무릎을 꿇고 그녀의 턱을 손으로 받쳐들
었다.
"이… 이놈! 어디다 더러운 손을!"
흑요설은 부르르 치를 떨었다. 운중악의 손길이 마치 송충이처럼 느
껴졌기 때문이었다.
"잠깐이면 되오. 이걸 먹으면 이제 맹주는 모든 번뇌(煩惱)에서 벗어
나게 될 것이오!"
운중악은 흑요설의 입을 강제로 벌렸다. 그리고는 한 알의 호두알만
한 환약을 그녀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져갔다.
-섭혼지독(攝魂之毒)!
그것은 바로 일단 먹으면 모든 이지를 상실케 만드는 지독한 극독 섭
혼지독이었다.
"흐윽……!"
흑요설은 자신의 입으로 넣어지려는 섭혼지독을 내려다보며 절망의
표정이 되었다. 그녀도 그 환약을 먹으면 다른 무적구마처럼 지옥마
교의 꼭두각시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헌데 운중악이 막 섭혼지독을 흑요설에게 먹이려는 순간이었다.
"으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돌연 두 사람의 등 뒤에서 경악에 찬 신음성이 들려왔다.
"……!"
운중악은 움찔하며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스읏!
그런 그자의 시야로 한 줄기 인영이 유령처럼 광장 안으로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기절한 전라의 미녀를 품에 안고 있는 청년!
물론 그는 이검한이었다.
------------------------------------------------------------------------------------------------------------------------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