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28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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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전
第28章 요녀(妖女)와 마녀(魔女)
구양소소는 금강신녀로부터 막강한 내공을 전수받아 선천강기(先天
氣)를 십성(十成)까지 익힌 몸이었다.
헌데 금강불괴의 경지에 이른 그녀건만 놀랍게도 누군가 날린 일격에
선천강기 전체가 뒤흔들려버린 것이다.
푸스스!
구양소소의 가슴섶의 옷자락이 한순간 재로 변해 흩어져 내렸다.
그리고 의복이 부서진 자리 하나의 손바닥 모양의 핏빛 장인(血掌印)
이 선명하게 찍혀있지 않은가? 강맹무비한 파괴력을 지닌 한 가지 수
법이 구양소소의 호신강기를 꿰뚫고 들어온 것이다.
츠츠츠!
하지만 그녀의 소담스런 젖가슴 사이에 찍혔던 그 핏빛 장인은 급격
히 색이 엷어지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선천강기의 강렬한 치유 능력이 혈장인을 지워버린 것이다.
"놀랍구나. 투명혈옥인(透明血玉印)에 직경당하고도 전혀 피해를 입
지 않다니……!"
청화관의 입구 쪽에서 놀라움이 담긴 나직한 탄성이 들렸다.
언제였을까? 청화관 입구 한 명의 혈의여인이 오연한 자세로 우뚝 서
있었다.
머리 끝에서부터 발 끝까지 온통 핏빛으로 휘감은 여인.
바로 혈영공주(血影公主), 아니 이제는 혈영여제(血影女帝)라 불리고
있는 하후진진이었다.!
혈황의 뒤를 이어 지옥혈경의 주인이 된 그녀도 모종의 목적 때문에
유운학의 뒤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년은 누구냐?"
구양소소는 하후진진의 출현에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하후진진은 강렬한 핏빛 눈을 빛내며 오연하게 대꾸했다.
"본녀는 혈영여제! 장차 무림의 지배자가 되실 분이다!"
"여제(女帝)? 미친년이었군!"
구양소소는 차갑게 냉소했다.
"미친년?"
꽈릉!
"악!"
하후진진의 눈썹이 꿈틀하는가 싶더니 구양소소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무형무성! 형언불가의 속도를 지닌 한 줄기 잠경이 구양소소의 가슴
을 강타한 것이었다.
콰당탕!
구양소소의 여린 몸은 마치 구겨진 휴지조각처럼 튕겨져 후면의 서왕
모의 신상을 박살내며 나뒹굴었다.
"크흑! 이, 이럴 수가!"
바닥에 나뒹굴었던 구양소소는 경악과 불신의 신음을 발하며 비틀거
리며 일어섰다.
그녀의 오공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가슴은 무참하게 찢겨
져 허연 늑골이 드러나 보였다. 투명혈옥인보다 세 배 강한 역도가
구양소소를 강타한 것이다.
그 힘은 너무나 강력하여 구양소소의 선천강기로도 다 막아내지 못했
다.
하지만 구양소소에게 일격을 가한 하후진진의 눈에도 은은한 경악의
빛이 어렸다.
'거의 불사(不死)의 경지에 이른 괴물이로구나!'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못하며 중얼거렸다.
방금 그녀가 내친 것은 칠성(七成) 수준의 지옥혈강(地獄血 )이었다
. 헌데 가히 고금최강이라 할 수 있는 파괴수법인 지옥혈강이건만 구
양소소를 일격에 죽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아니 단순히 실패한 정도가 아니었다.
츠츠츠!
구양소소의 상처는 급격히 아물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실로 신기할
정도로 놀라운 회복력이었다.
그같은 구양소소의 회복력에 하후진진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섬뜩
해짐을 느꼈다.
"죽여버려! 금강신녀!"
그때 구양소소가 악에 받친 음성으로 소리쳤다.
스파앗!
그러자 지금까지 멍하니 서 있던 금강신녀가 벼락같이 날아올라 하후
진진을 덮쳐갔다.
그 쾌속무비한 경신술에 하후진진은 한눈에 금강신녀가 구양소소보다
더 무서운 적임을 알아보았다.
"물러서랏!"
그녀는 독랄한 음성으로 외쳤다.
꽈르르릉!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재차 지옥혈강이 확 일어나 자신에게 덮쳐드는
금강신녀의 가슴을 후려쳤다.
펑!
요란한 폭음과 함께 덮쳐들던 금강신녀는 움찔하며 허공에서 밀려났
다.
하지만 휘청하던 금강신녀는 이미 더 빠른 속도로 하후진진을 덮쳐들
며 섬섬옥수를 후려쳤다. 그녀의 섬섬옥수에서 산을 허물어뜨릴 듯한
잠경이 터져나와 하후지진을 덮어씌웠다.
하후진진은 안색이 홱 변했다.
"막아라! 이호(二號)!"
그녀는 감히 금강신녀의 공격을 맞받지 못하고 질풍같이 뒤로 물러서
며 폭갈을 내질렀다.
짜자자작!
순간 한 가닥 자색 섬광이 확 일며 금강신녀가 내친 강기를 맞받아쳤
다.
꽈르릉!
천둥같은 굉음이 짓터져 오르며 사위가 마치 지진을 만난 듯 뒤흔들
렸다.
그 가공할 폭음 속에 두 인영이 서로 반대쪽으로 휘청 떨어져 내렸다
.
금강신녀는 바닥에 내려서고도 비틀거리며 두 걸음이나 더 물러선 반
면 밖에서 뛰어들어 그녀의 일격을 받아낸 인물은 오륙 보나 주르르
물러난 후에야 겨우 멈추어 섰다.
"무적구마(無敵九魔)!"
간신히 멈춰선 그 인물을 발견한 구양소소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
왔다.
전신이 장작같이 깡마른 노인으로 일신에 흑의를 걸치고 있었으며 역
시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 복면 위에는 이(二)라는 숫자가 금
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바로 무적구마 중 생존해 있는 세 명 중의 한 명인 무적제이마(無敵
第二魔)였다.
무적제이마가 천지육강(天地六强) 중 한명인 자부노조(紫府老祖)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경악한 것은 비단 구양소소뿐만 아니었다.
이지를 잃어버린 두 남녀의 격돌을 지켜본 하후진진의 눈에도 경악의
빛이 역력했다.
'소문대로 정말 무섭구나, 금강신녀! 폭풍천왕 이상이다!'
그녀는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방금의 일전으로 우열은 확연히 가려졌다.
자부노조 역시 금강신녀의 적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설사 무적구마 중 최강이라던 폭풍천왕이 살아있다고 해도 금강신녀
를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금강신녀의 내공은 막강했다.
실상 지금의 금강신녀의 내공은 전성기 때보다 육칠 할 정도로 감퇴
된 상태였다. 내공의 상당 부분을 구양소소의 내공 증진에 소모한 때
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천지육강의 일 인인 자부노조를 압도한 것
이 아닌가?
하후진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구양소소를 주시했다.
'저토록 가공할 내공을 지닌 괴물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바득! 졸개까지 데리고 왔구나!"
구양소소는 금강신녀의 공격에 맞선 자부노조를 주시하며 분한 표정
으로 이를 갈았다.
현재 하후진진과 구양소소의 양측의 전력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하
후진진은 구양소소보다 강했고 반면 금강신녀는 자부노조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구양소소 쪽이 열세라고 할 수 있었다. 만일 구양
소소가 하후진진의 손에 제압당하면 금강신녀도 함께 제압당하는 꼴
이 되기 때문이다.
그같은 사실을 파악한 구양소소는 절로 위축감이 생겨 몸을 도사렸다
.
"너와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다. 소매(小妹)!"
하후진진이 핏빛 눈으로 구양소소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구양소소는 아미를 치뜨며 발끈했다.
"누가 네 동생이란 말이냐?"
그녀는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그러나 은은한 두려움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하후진진은 그런 구양소소와 한 가지 타협을 할 작정이었다.
"한 가지 제안하겠다! 내 밑에 들어와서 함께 세상 사내들의 위에 군
림해 보지 않겠느냐?"
"헛소리하지 마라!"
구양소소는 아미를 찡그리며 싸늘하게 외쳤다.
"나 역시 세상 사내들의 씨를 말리고자 맹세한 몸이다! 하지만 다른
년의 수하가 되면서까지 그 짓을 할 마음은 없다!"
그녀는 분명한 어조로 일국해 버렸다.
"후회… 할텐데?"
하후진진은 싸늘하게 핏빛 눈을 번득이며 냉갈했다.
"흥! 누가 후회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
구양소소도 결코 만만치 않은 기세로 코웃음치며 맞섰다.
두 여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충돌하며 강렬한 불꽃이 튕겼다.
그녀들 두 사람은 각자 극도로 개성이 강한 성격이었다. 죽으면 죽었
지 절대 남의 하수로 들어가지는 않는 성격인 것이다.
그같은 그녀들의 성격은 천하무림을 위해서는 실로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일 그녀들 두 마녀가 손을 잡는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녀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다. 너도 무언가 처절한 사연이 있는 듯하니 더 괴롭히지는 않겠
다!"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하후진진 쪽이었다. 구영소소의 모진 눈빛을
접하자 같은 여자로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진 것이었다.
"그만 가봐라!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그녀는 옆으로 비켜서며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흥! 원한다면 가주마!"
구양소소는 냉소하며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이어 그녀는 한옆에 주저앉은 채 여전히 술병을 기울이고 있는 유운
학을 잡아채려 했다.
"그자는 놓고 가라!"
퍼엉!
하후진진이 그보다 빨리 무형강살을 날려 유운학을 잡으려던 구양소
소를 떨쳐버렸다.
"무슨 짓이냐?"
구양소소는 앙칼진 음성으로 발칵 소리쳤다.
하후진진은 냉혹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본녀 역시 그자에게 용무가 있다! 그러니 좋게 말할 때 가거라!"
"으음!"
구양소소는 모멸감과 분노에 이를 바득 갈았다.
하지만 어쩌랴 그녀 자신의 실력은 하후진진보다 한 수 아래인 것을
…
"오냐! 저놈의 더러운 목숨은 잠시 네게 맡겨두마!"
그녀는 이를 갈며 싸늘하게 유운학을 노려보았다.
"운이 좋은줄 알아라! 더러운 놈!"
스팟!
이어 그녀는 교구를 홱 돌려 청화관 밖으로 날아나갔다.
금강신녀도 말없이 몸을 날려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하후진진은 핏빛 눈을 번득이며 구양소소가 사라진 것을 주시했다.
'만만치 않은 계집이다. 특히 세상에 사무친 원한을 지닌 듯한 저 눈
빛은!'
그녀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소리없는 신음성을 발했다.
"큿큿! 뜻밖의 구원자로군!"
문득 생각에 잠긴 하후진진의 귓전으로 키득거리는 사내의 웃음소리
가 들려왔다.
유운학, 바로 그자였다.
"클클! 사내가 필요해서 찾아왔다면 헛수고 한 것이다. 계집! 나는
이미 사내 구실을 할 수 없는 몸이니!"
그자는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후진진은 그자의 말에 냉소를 발했다.
"걱정하지 마라! 네놈의 양물이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해서 찾아온 것
이니!"
"다른 것이라니?"
유운학은 공허한 눈으로 하후진진을 올려다보았다.
그자의 눈은 이미 산사람의 그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삶에 대한
집착이나 의욕이 한 가닥도 깃들어 있지 않은 허허로운 눈빛과 전신
을 삼켜버릴 듯 강렬하던 자학의 광기마저도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
었다.
하후진진은 그런 유운학의 눈빛을 주시하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바로 너의 그 사악한 심보다!"
"그래?"
일순 공허롭기만 하던 유운학의 눈에 흥미의 빛이 떠올랐다.
하후진진은 말을 이었다.
"너란 놈은 철저한 악인이다! 남을 파괴하다 못해 스스로 파괴하기까
지 한!"
"크크! 그것만큼은 제대로 본 것 같군!"
유운학은 툴툴 메마른 웃음을 날렸다.
하후진진은 핏빛 눈을 요악하게 번득이며 말했다.
"그래서 하는 제안이다. 기왕 악인이 될 바에는 본녀를 도와 이 세상
을 말아먹을 대악인(大惡人)이 되어보는 게 어떠냐?"
"세상을 말아먹을 대악인이라……!"
유운학은 기묘한 눈빛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크크! 좋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 거냐? 계집!"
계집이란 말에 하후진진의 눈꼬리가 꿈틀했다.
하지만 이미 삶을 포기한 이 패륜아와 자존심을 가지고 싸워봐야 아
무런 득이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하후진진은 유운학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 버리기로 했다.
그녀는 품 속에서 한 장의 그림을 꺼내들었다.
"우선 네가 할 일은 얼굴을 이놈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녀는 말과 함께 들고 있던 그림을 펼쳐보였다.
그림 속에는 한 명의 냉막한 인상을 지닌 청년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
다.
"누구냐? 그놈은?"
유운학은 힐끗 그림을 주시하며 물었다.
하후진진은 사악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름은 운중악! 장차 우내최강의 패세인 지옥마교의 교주가 될 놈이
다!"
그렇다. 초상화 속의 인물은 바로 마교소종사 운중악이었다.
하후진진은 옥비룡을 이검한으로 역용시킨 데 이어 유운학을 운중악
으로 화신시키려는 것이다.
실로 무서운 대음모가 아닐 수 없었다.
하후진진이 노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 * *
-운중산(雲中山)!
가히 우내최강이라 할 수 있는 지옥마교의 총 본영인 운중마부가 자
리한 곳이다.
저녁 무렵이다. 운중산역을 덮고 있는 자욱한 운무가 노을에 물들어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짙은 노을 빛에 휘감긴 운중산은 한폭의 거대한 그림처럼 신비롭고
장엄한 모습이었다.
구워억!
문득 한소리 웅혼한 새울음 소리가 노을에 잠긴 서쪽 하늘을 뒤흔드
는가 싶더니 하늘의 일각을 가리며 한 마리 거대한 독수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철익신응!
바로 그놈이었다.
콰아아아!
철익신응은 선풍같이 휘돌며 운중산의 남쪽 산록으로 날아내렸다. 그
철익신응의 등 위에는 한 명의 헌앙한 용모의 청년이 우뚝 서 있었
다.
물론 그는 이검한이었다.
"두 달 만인가?"
그는 눈앞으로 급격히 다가오는 산봉을 바라보며 감회어린 어조로 나
직이 중얼거렸다.
"수고했다, 철익!"
이검한은 철익신응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너를 타고 운중마부로 들이닥치면 실례가 되니 이쯤에서 내려야겠다
!"
꾸루룩!
그의 말에 철익신응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한 울음을
토했다.
콰아아!
그놈은 질풍같은 기세로 하나의 산봉 위로 날아 내렸다.
"돌아갈 때 신붕적(神鵬笛)으로 너를 부르마! 그동안 편히 쉬거라!"
이검한은 철익신응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말했다.
철익신응은 몸을 날리려는 이검한의 뺨에 자신의 커다란 부리를 한
차례 부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라락!
그놈은 다시 거대한 날개를 펴며 산봉 위로 날아올랐다.
이검한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철익신응의 모습을 지켜보며 절로 미소
를 머금었다.
'철익에게는 정말 여러모로 신세를 지고 있구나!'
그는 훈훈한 마음을 느끼며 내심 중얼거렸다.
철익신응은 이검한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친구라 할 수 있었
다. 철익신응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검한이 있을 수 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다 뿌리치고 곤륜으로 돌아가 철익신응 모자와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세상은 아직 나를 놓아주지 않는구나.'
이검한은 내심 탄식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서둘러야겠다. 어두워지기 전에 운중마부에 닿으려면."
그는 지옥마교의 총단인 운중마부 쪽으로 바람같이 신형을 날려 사라
졌다.
헌데 운중마부를 향해 질풍같이 달리던 이검한이 막 한 곳의 단애를
지날 때였다.
"아악! 살, 살려주세요!"
돌연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 소리가 이검한의 귓전을 울리자 흠칫했다
.
'이건 또 뭐지?'
그는 가볍게 검미를 찌푸렸다.
이곳은 운중마부에서 지척인 곳이다. 헌데 누가 감히 지옥마교의 총
단 근역에서 여자를 겁탈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검한은 의혹을 느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들린 곳으
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면을 갑자기 칼로 뚝 잘라놓은 듯 깎아지른 단애(斷崖)!
단애 아래는 자욱한 운무가 가득 깔려 있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클클! 요년의 속살 좀 봐라! 죽이는구나!"
"헤헤! 오늘 우리 형제가 횡재했구나!"
두 명의 사내가 한 명의 여인을 겁탈하고 있었다.
사내들은 일신에 검은 장포를 걸친 검수들로 한눈에 그자들은 지옥마
교의 제자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 한 놈은 땅달만한 체구에 둥글둥글한 인상을 지니고 있고 다
른 한 놈은 그와 대조적으로 비쩍 마르고 날카롭기 이를 데 없는 인
상이었다.
그들 두 사내는 지금 한 여인을 바닥에 찍어누른 채 희롱하고 있었다
.
여인의 나이는 이십 세 전후로 보였다.
일신에 걸친 옷은 허름한 갈의(葛衣)였고 얼굴이 가무잡잡한 것이 촌
부(村婦)의 인상이 역력했다.
비록 피부는 햇볕에 그을려 갈색이었으나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범
상치 않은 미모의 소유자였다.
찌익!
두 사내는 갈의촌부의 의복을 거칠게 찢어내었다. 그러자 눈이 부실
듯 새하얀 허벅지와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 드러났다.
소담스럽고 탐스러운 젖무덤 등 여인의 속살은 햇볕에 그을린 얼굴과
는 달리 너무도 희고 깨끗했다. 아마 한 번도 햇빛에 노출되지 않았
기 때문인 듯했다.
"켈켈! 더는 못 참겠군!"
땅달만한 체구의 사내가 숨을 할딱이며 여인의 아랫도리를 가린 마지
막 고의를 벗겨내려고 했다.
"아, 안돼요! 그것만은 제발… 흐윽!"
여인은 사내의 음탕한 손이 은밀한 곳을 가린 고의를 벗기려 들자 필
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저항했다.
하지만 요염하게 흔들리는 잘룩한 여인의 허리는 사내의 욕정을 더욱
자극시킬 뿐이었다.
"크으! 요분질 한번 감칠맛 나는군!"
땅달만한 사내는 음탕하게 웃으며 서서히 여인의 고의를 잡아내렸다.
"안돼! 악!"
여인은 절망의 표정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마침내 사내의 손길에 의해 그녀의 고의가 허벅지 아래로 벗겨내린
것이다.
그러자 희디흰 허벅지 사이로 가뭇가뭇한 수림이 덮힌 은밀한 계곡이
나타났다.
바로 그때였다.
"그만들 하시지, 친구들!"
돌연 사내들의 등 뒤에서 한소리 냉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웬 놈이냐?"
막 여인의 고의를 무릎 아래로 벗겨내리던 땅달만한 사내가 버럭 소
리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다, 당신은!"
여인에게서 떨어지던 두 사내는 동시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자들은
눈앞에 표연히 서 있는 청년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
"고, 고독전신!"
"비, 빌어먹을!"
그자들은 사색이 되어 부르짖으며 비실비실 물러섰다.
이검한은 일전에 지옥마교에 들른 적이 있어 지옥마교의 제자들은 대
부분 이검한을 알고 있었다.
두 사내들 역시 마찬가지로 이검한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검한은 자
신들이 상대할 수 없는 초고수라는 사실도…
하물며 그는 신임교주 운중악의 친구가 아닌가? 그런 이검한에게 음
행을 들켰으니 사내들이 사색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검한은 냉막한 눈으로 두 사내를 주시했다.
"당연히 징벌을 내려야겠으나 내일은 경사스러운 교주 취임식이 있는
날이니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 물러가라!"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일갈했다. 비록 두 명의 음적이 대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지옥마교의 교도들이니 자기 마음대로 처단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고, 고맙소이다!"
"헤헤! 역시 이대협은 관대하시기가 바다 같습니다!"
두 사내는 허리를 굽신굽신거리며 이검한을 향해 포권했다.
그때였다.
"흐윽! 도와주세요!"
두 사내에게 겁탈당할 뻔한 여인이 두려움에 떨며 와락 이검한의 품
으로 안겨들었다.
헌데 이검한의 품으로 달려들던 여인의 소매 속에서 돌연 새파란 한
망(寒茫)이 번득이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퍽!
한 자루 예리한 비수가 그대로 이검한의 심장을 찌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너무나 창졸간의 일이었고 거리 또한 가까워 이검한은 전혀
피할 틈이 없었다. 그는 대책없이 그대로 여인이 휘두른 비수에 가슴
이 찔리고 말았다.
"무슨 짓이오?"
쿵! 쿵!
이검한은 비수에 심장이 찔려 쓰러질 듯 휘청 물러서며 당혹한 표정
으로 노갈을 내질렀다.
"호호호!"
이검한을 찌른 촌부는 깔깔 득의의 교소를 터뜨리며 벼락같이 뒤로
물러섰다. 행여나 있을 이검한의 반격에 대비해서였다.
"카카캇! 성공했구나, 사매!"
"바득! 잘 걸려들었다. 사부님의 원수!"
비굴하게 굽신거리던 두 명의 사내가 돌연 이를 갈며 장검을 뽑아들
었다.
이검한의 안색이 일변했다.
"으음! 모두 한통속이었군!"
그는 가슴에 박힌 비수를 움켜쥐며 신형을 비칠거렸다. 비로소 그는
촌부와 두 명의 검수가 사실은 한패였음을 알아차렸다.
"너희들은 누구냐? 누군데 나를 암습한 것이냐?"
이검한은 분노의 눈으로 삼 인을 둘러보며 물었다.
"바득! 그렇지 않아도 내가 누군지 소개하려던 참이다!"
이검한의 말에 여인이 이를 갈며 교갈했다.
"내 이름은 설옥상(雪玉霜)! 네놈의 손에 비명에 가신 냉혈마검작(冷
血魔劍爵)이란 분의 외동딸이다!"
그녀는 서리서리 원한이 깃든 음성으로 이검한을 노려보며 말했다.
"냉혈마검작!"
이검한은 흠칫 놀라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냉혈마검작은 저 마교백강(魔敎百强) 중에 들던 절정검수로 지금으로
부터 석 달 전 벽력당에서 이검한에게 패해 죽었었다.
그의 사망검식은 신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이검한은 이미 사망검식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냉혈마검
작은 불운하게도 이검한에게 패해 죽은 것이다.
촌부로 변장한 여인은 다름아닌 냉혈마검작의 딸이었다. 설옥상이란
이름의 그녀는 이검한에게 복수하기 위해 속살을 동문들에게 내보이
는 수치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는 냉혈마검작의 제자들인 생사쌍검(生死雙劒)이다!"
"각오해라! 네 목은 우리가 따주겠다!"
땅달이와 홀쭉이의 두 사내가 살기등등한 눈으로 이검한을 노려보며
분연히 외쳤다.
그자들의 기수식은 제법 경륜이 있어 보였다. 스승인 냉혈마검작만은
못해도 그자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고수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검한은 그런 그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침통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냉혈마검작의 일은 본인도 유감으로 생각한다!"
그는 처음에는 속았다는 사실에 격렬한 분노를 느꼈으나 사정을 알게
되자 설옥상과 생사쌍검에 대한 연민의 정이 솟아났다.
오히려 그는 모든 것을 바쳐 아버지와 스승의 복수를 하려는 세 사람
이 대견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그런 내심을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의 손에는 죽어줄 수가 없다!"
파앗!
이검한은 짐짓 비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자신의 가슴에 박힌 비수를
뽑아냈다. 그의 심장에 박혔던 비수는 그대로 뽑혀졌다.
헌데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비수는 물론 이검한의 가슴에도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은 것이 아닌가?
"저, 저럴 수가!"
"속, 속았다. 우리의 연극을 미리 알고 있었구나!"
삼 인은 경악과 분노의 신음성을 발했다.
사실 이검한은 사전에 삼 인의 행동이 어딘지 미심쩍어 미리 대비하
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불의의 일격에 당했다 해도 설옥상이 휘두른 비수 따위
에 베어질 이검한이 아니었다.
그는 분노에 떨고 있는 삼 인을 둘러보며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
"그대들의 눈빛은 사매의 옷을 벗기면서도 긴장에 차 있었다. 그런
어설픈 연기에 속아 넘어갈 정도라면 나란 놈은 이미 오래 전에 뼈를
묻었어야 하리라!"
"이, 이 악마같은 놈!"
설옥상은 절망하며 분노의 이를 갈았다.
"죽어라! 이놈!"
그녀는 발악하듯 외치며 비수를 뽑아 재차 이검한을 덮쳐들었다.
파팟!
일순 수십 개로 갈라지는 날카로운 비수의 끝!
바로 이검한이 알고 있는 사망제일식이었다.
"죽어랏! 사부님의 원수!"
"사부님의 영전에 네놈의 목을 바치겠다!"
쐐애애액!
생사쌍검도 거의 동시에 장검을 휘두르며 양쪽에서 이검한을 협공해
들었다. 그자들의 공세는 치밀하게 배합되어 제법 위협적이었다.
사실 외양은 그렇게 판이하게 달라도 그들 두 사람은 쌍둥이였다. 쌍
둥이인 탓에 생사쌍검의 연수합격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제 아무리 절정고수라 해도 생사쌍검의 합공을 받으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스악!
요란한 폭음이 들썩 장내를 뒤흔들었다.
"악!"
이어 세 마디의 처절한 비명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비명과 함께 그들은 바닥으로 세차게 나뒹굴었다.
설옥상은 가슴에 시뻘건 장인이 찍힌 채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그
바람에 고의마저 벗겨진 그녀의 사타구니가 이검한의 눈 앞에 그대로
들어왔다.
'거참……!'
그다지 많지 않은 가뭇가뭇한 수림지대 아래에 자리한 깊고 오묘하게
갈라진 틈이 시야에 쏘아져 들어와 이검한의 혀를 차게 만들었다.
그런 설옥상의 좌우 생사쌍검이 양 귀를 움켜쥔 채 바둥거리고 있었
다.
"크윽! 귀, 내 귀가 잘렸다!"
"크흑! 이, 이럴 수가!"
이검한이 유령같은 속도로 설옥상의 손에서 비수를 빼앗아 생사쌍검
의 귀를 잘라 버린 것이었다. 일장으로 설옥상의 가슴을 치고 네 번
의 칼질을 한 이검한의 초수는 가히 인간의 솜씨라 할 수 없는 것이
었다.
"흐윽! 이, 이 정도였다니!"
설옥상은 양 귀부분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뒹구는 사형들을 보며
절망의 신음성을 발했다.
"수모를 갚고 싶다면 강해져라!"
파앗!
이검한은 냉소하며 비수를 설옥상의 무릎 앞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비수는 손잡이까지 바위 속에 깊숙이 박혀들었다.
그같은 이검한의 내공은 설옥상의 혼백을 구만 리 장천까지 날려 보
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검한은 설옥상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살부지수는 불구대천이라 했으니 당연히 복수를 해야겠지! 그러나
그대들을 살려두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임을 명심하라!"
그는 차가운 어조로 일축했다.
"다음번에 도전해 올 때는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 부디 목숨을 가벼
이 여기지 말고 경거망동치 마라!"
"크흑!"
설옥상은 참담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의
원수를 바로 눈 앞에 두고도 복수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헌데 절망에 빠져있던 설옥상의 봉목에 돌연 희색이 떠올랐다.
"탁, 탁탑사고(托塔師姑)!"
그녀의 입에서 반가움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녀의 시선은 이검한의 뒤를 향하고 있었다.
순간 이검한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이럴 수가!'
그는 비로소 자신의 바로 뒤에 누군가 다가와 서 있음을 느낀 것이었
다.
누군지 모르나 이검한의 이목에 전혀 탐지되지 않고 접근해 온 것이
다.
이검한은 가슴이 써늘해짐을 느끼며 홱 돌아섰다.
순간 시야가 돌연 콱 막히는 것을 느꼈다. 하나의 벽이 이검한의 시
야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검한은 고개를 위로 올리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런 거녀가 있었다니……!'
그의 입은 절로 벌어지고 말았다.
이검한의 앞을 막고 서 있는 벽은 다름아닌 한 명의 여인이었다.
"……!"
이검한의 일 장 앞 한 명의 여인이 우뚝 선 채 그를 내려다 보고 있
었다. 마치 지면에서 솟아오른 산봉우리같은 거구의 여인이었다.
이검한도 육척(六尺)의 장신이었으나 그의 눈앞에 나타난 이 여인은
적어도 이검한보다 하반신 길이만큼 더 컸다. 이검한의 얼굴이 간신
히 그녀의 명치부분에 닿을 정도였다.
일견하기에도 족히 일장(一丈)이 넘어 보이는 거구였다.
게다가 거녀(巨女)라고는 하지만 턱없이 크기 만한 괴물도 아니었다.
그녀는 키가 일 장이 넘으면서도 여자다운 육감적인 굴곡을 지닌 육
체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하나 하나가 함지박 만해서 가히 우람하다 해야 옳을 거대한 젖무덤
과 그에 비해 아주 잘록한 허리, 쇠기둥처럼 강인해 보이면서도 미끈
한 하체.
그녀의 용모 또한 시원시원하기 이를 데 없어 연약한 여인들의 모습
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여인의 나이는 사십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한 번도 사내를
접해 본적이 없는 처녀의 몸인지 나이에 비해 젊고 청순해보인다.
거녀의 오른손에는 길이가 일 장 반, 굵기가 이검한의 머리통쯤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쇠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무기라기보다는 마치 대들보같은 그 철장(鐵杖)은 족히 수천 근은 나
감직했다. 그런 철장을 거녀는 마치 수수깡인 양 가볍게 들고 있지
않은가?
실로 놀라운 신력을 지닌 여인이었다. 마치 천상에서 하계로 내려온
여신장(女神將) 같다고나 할까?
'세상에! 이렇게 큰 여자가 존재했다니……!'
이검한은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거녀를 올려다 보았다.
이 키도 클 뿐 아니라 골격 자체도 아주 굵고 강인해보인다.
지금 이검한 앞에 서있는 이 여인에게서는 여자답거나 가냘퍼
보이는 구석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구릿빛 피부와
강인한 근육질의 팔다리는 어떤 사내라도 겁에 질리게 만든다.
이검한이 놀라고 있을 때였다.
"흐윽! 탁탑사고! 저자가 두 분 사형을 해치고 저를 겁탈하려 했어요
!"
화라락!
설옥상은 갑자기 와락 울음을 터뜨리며 거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그같은 임기응변과 능청은 이검한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휴우! 거짓말 할 필요 없다, 상아!"
거녀는 탄식하며 설옥상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모두 나 네가 복수를 하기 위해 꾸민 짓임을 알고 있다!"
그녀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검한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련한 생김새와는 달리 지혜로운 여자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거녀는 체격처럼 미련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아주 지혜로운 여
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한눈에 장내의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사, 사고!"
설옥상은 자신의 연극이 들통나자 절망의 표정으로 울상을 지었으나
그런 설옥상의 어깨를 다독이며 거녀는 자애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걱정 마라, 상아야! 일전에 네 선친께 진 빚도 있고 하니 못본 척
하지는 않겠다!"
"정, 정말이예요, 사고님?"
울상을 짓고 있던 설옥상의 얼굴이 금방 환하게 밝아지자 거녀는 그
런 설옥상을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 그녀는 이검한과 마주섰다.
"본녀는 마교 휘하 십대천마(十大天魔)의 한 명인 탁탑신마후(托塔神
魔后) 담소교(潭小嬌)라고 해요!"
그녀는 이검한을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탁탑신마후(托塔神魔后) 담소교(潭小嬌)!
이것이 전모 냉약빙을 능가하는 거구를 지닌 이 거녀의 이름이었다.
'소교… 작은 아가씨라고……?'
이검한은 체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담소교라는 거녀의 이름에 내심
웃음이 치밀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정중하게 포권했다.
"이검한이라 합니다!"
"알고 있어요. 내일 교주 취임식에 참석하러 오신 것이죠?"
탁탑신마후는 봉목을 빛내며 이검한을 주시했다.
"그렇습니다!"
이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교주의 손님에게 죄를 짓는 것은 마교 율법을 거역하는 대죄에 속하
지만 실례를 범하지 않을 수 없군요!"
탁탑신마후는 이검한을 향해 예를 갖춘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것은, 본녀가 전일 냉혈마검작이란 분께 구명지은(求命之恩)을 입
은 적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녀의 말은 정중했으나 그 안에 실린 강렬한 결의는 이검한으로 하
여금 절로 섬뜩한 오한이 들게 만들었다.
그는 한눈에 탁탑신마후라는 이 거녀가 무적구마(無敵九魔)에 필적하
는 고수자임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과연 지옥마교는 우내최강의 세력이다. 이 여자 수준의 고수자가 최
소한 열 명 이상이나 있다니!'
사실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지옥마교의 세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
했다.
지옥마교에는 마교십절예(魔敎十絶藝)라는 열 가지 초극마예를 연마
한 십 인의 고수가 있는데 그들이 바로 십대천마였다.
사망검희(死亡劍姬) 설하연 역시 십대천마의 일 인이었다.
그들 십대천마는 저 무적구마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고수자들이었다.
게다가 지옥마교에는 십대천마 외에도 교주인 일지존(一至尊)과 삼태
상(三太相), 호법사신장(護法四神將)이라는 원로고수들이 있다.
교주인 마교지존은 말할 것도 없었고 삼태상과 호법사신장 역시 십대
천마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이검한은 새삼 지옥마교의 거대한 잠력에 놀랐다.
만일 그가 혈황 영호진을 격살하지 않았다 해도 영호진이 무림패주가
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었다.
지옥마교의 원로들이 총출동했다면 영호진이 아무리 지옥마강을 연마
했다 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옥마교의 원로들 중 태반
이 그 와중에 죽음을 당하겠지만 말이다.
그같은 지옥마교의 잠재력을 알기에 영호진은 종제(從弟)인 영호성을
시켜 지옥마교의 교주로 위장케 한 것이다.
십대천마와 삼태상은 가짜 교주 영호성의 명에 의해 그 동안 구금되
어 있었다.
그러다가 신임교주인 운중악에 의해 연금상태에서 풀려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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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