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세모 4

이윽고 아파트에 도착하자 경비실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세모야, 여기 너 없는 사이에 누군가 다녀갔는데 이 쪽지를
전해달라고 하더구나”
“고마워요. 아저씨”
일순 그쪽지를 펼치자 다시금 옛날 생각이 되살아나면서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유군. 나 조형사일세. 이쪽지 보거든 전화로 연락해줘>
2년전 나를 취조하던 형사였다. 부릿부릿한 눈으로 억박지르던
그 고함이 다시금 뇌리에 떠오르자 나는 겁에 질린채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수화기를 들었다.
“컴퓨터 수사과입니다”
“조형사님 부탁합니다.”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유군이라고 하시면 알껍니다”
잠시후 전화가 연결되면서 끔에서 조차 잊을수 없는 조형사의
억센 목소리가 내 귓가를 통해서 가슴 깊숙히 찔러왔다.
“아, 유세모군. 그래 그동안 별일 없었나?”
나는 그자가 마치 나를 감시할려는 듯한 음성에 침착하게 대답했다.
“예. 판결난데로 컴퓨터하고는 완전히 담을 쌓았어요”
“어이쿠, 저런. 자네 같은 뛰어난 인재가 그러면 안되는데”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저는 2년동안 컴퓨터하고 접촉한
적도 없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컴퓨터하고는 완전히 멀어졌어요.
그리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TV만 보고있어요. 우리집에는 컴퓨터라는
기계조차도 없어요.
만약 제가 그걸 만졌다가는 먼저 우리 아버지가 나를 박살낸다고
하는데 어떻게 컴퓨터하고 있었요?”
나는 조형사의 조롱하는 듯한 말투에 화가 잔뜩 난채로 수화기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유군, 너무 화내지만. 내가 자넬 감시하기 위해서 찾아갔던 것은
아니야”
“그럼요?”
“다름이 아니고. 이제 자네의 형기도 끝났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컴퓨터하고 있어도 전혀 법에 저촉되지않아.그건 내가 장담하지.
내가 악의에 자넬 다시 가둘려는 속셈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주길
바라네. 난, 단지 자네의 재주가 아까울뿐이야. 세계적인 컴퓨터
전문가도 뜷지 못하는 그곳을 자네가 들어갔으니.
그래서 내가 아는 주변의 많은 업체들이 자네를 만나길 원한다고
해서 이렇게 전화해서. 이제 형기도 끝났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고”
나는 조형사의 말을 듣는 순간 오히려 무안해졌다.
혹시나 그 사람이 나를 또다시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나의 곤란한 처지를 이해하고는 취직을 알아봐줄려는
요량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는 혹시 또다른 것이…”
“하하하, 미안하네. 그때는 내가 자네를 너무 심하게 대해서.
하여튼 지금부터 내가 몇군데 전화번호를 줄 테니 연락해줘.
거기서 애타게 자네를 기다리고 있다네”
“예. 고맙습니다”
나는 조형사가 불러주는 대여섯군데의 업체 전화번호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시키는였다. 특히 아버지는
기를쓰고 반대할테데. 하는수없이 당분간 상황을 봐가면서
전화하기로 했다.
내가 수화기를 끊자 갑자기 또다시 전화벨이 울리자 순간 가슴이
덜컹거렸다.
“여보세요”
“세모있어요?.”
“야, 이게 누구야. 너 종구아니니?”
"그래. 세모구나. 와우, 얼마만이야. 얼른나와”
나는 친구인 종구의 말을 듣는 순간 마치 가슴이 확 터인듯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거의 친한친구가 없는 나에게 종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반에서 지낸 죽마고우였다.
그만이 유일하게 나를 이해할려고 자주 전화했으나 워낙 아버지의
엄한 말투에 질리고 말았는지 그후 2년동안 전화가 없었으나
이제서야 다시금 전화해주니 진실로 고마운 친구였다.
아마 오늘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밤 늦게 돌아오니 조금 늦어도
괜찮겠구나 생각하고는 밖으로 나가자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채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져가고 있었다.
“여기야, 세모야”
“와.종구야 이것 얼마만이냐..그동안 잘지냈어? ”
“그래?. 미안해 자주 전화못해서. 너희 아버지 목소리에 다시
전화할 엄두가 안나더구나”
“하하하, 됐어. 미안해, 다 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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