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이야기_23
옛 이야기
12
2245
24
2020.10.06 23:22
[ 고민 ]
축제가 끝이나고 다시 시작된 일상.
주점을 한다며 잔뜩 꾸미고 만들었던 집기류를 대충 동아리실에 쓸어넣어 버렸는데
먹고 마시고 즐길줄만 알았던 20대의 미숙한 학생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뒷 흔적을 정리하는일은 꽤나 하기싫고 귀찮은 일이었어
결국 너저분하게 널려있던 잡동사니를 정리하는데 몇일이 흘러버렸고
겨우 어느정도 정리가 끝나가던 금요일 저녁.
그동안 고생했다는 핑계로 또다시 주섬주섬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지
"짠~!! 고생많았어~~!!"
"위하여~~!!"
술잔들이 부딪히며 울리는 쨍~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정신없이 들려올때
누군가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한가득 웃음을 머금은채 잔뜩 텐션이 올라가 있었고
누군가는 잔뜩 찡그려가며 딱히 내키지않는 술잔을 입안에 털어넣고 있었는데
김치와 콩나물등이 잔뜩 뒤섞여있는 시커먼 불판위에서
익어가다못해 까맣게 타들어가는 고기덩이가 자욱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을때
작은 공간을 뿌옇게 메워가고 있는 그 연기가
내 마음속에도 차오르고 있었는지 즐거운 주변 분위기와는 다르게
난 혼자서 먹먹해져가고만 있었어
난 왜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청승을 떨고 있는것일까?
뒷풀이 장소마다 항상 내 옆자리에 앉아서 환하게 웃어주던 그 사람이 오늘은 없기 때문일까?
아니. 애초에 그 사람이 없다는게 청승을 떨고 있을 일인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한채
방향을 찾지못하고 잔뜩 헤매이고 있는 복잡한 마음을 애써 숨기려는듯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역한 술을 털어넣으며
꾸며진 웃음만 애써 연기해가며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지
"야~ 너 여자친구 왔었다며? 엄청 이쁘다고 1학년들이 난리던데?"
"근데 너 나경이하고는 대체 어떻게 되는거냐?? "
동아리 안에서 핫한 이슈로 떠올랐던 규영이에 대해 묻는것도 잠시.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이 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왔을때
나는 또다시 역한 술잔을 입안에 털어넣을수 밖에 없었지
규영이와 나경이가 마주쳤던 그 날 이후.
점심시간때마다 나를 기다렸던 강의실 앞.
술자리마다 내 어깨에 기대어 앉으며 환하게 웃어주던 옆자리.
남몰래 내 옆을 따라 걷던 조용한 골목길.
그 모든곳에서 나경이는 사라져버렸어
내 주변사람들에게 규영이가 커다랗게 인식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
나경이를 묻고 다니는것도 이상하게 보일듯하여
곧 다시 만나겠지 싶은 마음으로 애써 웃어넘기며 보낸게 몇일이 지나가버렸고
어느덧 그녀의 난 자리가 휑~ 하니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늘어만 가고 있었지
복잡한 마음을 쓸어넘기려는듯 입안으로 꾸역꾸역 담아버린 술잔이 과했던 것일까
잔뜩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지하철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항상 그래왔듯이 내 주머니에서 작은 휴대폰이 소리를 질러대며 나를 부르기 시작했지
"여보세요~? 오빠??? 집에 잘 가고 있어요? "
"응~~ 이제 막 나와서 지하철 타러가고 있지요~~ 집에는 잘 도착했어?"
내 주변을 맴도는 나경이라는 존재를 어렴풋이 인식하기 시작한 규영이는
그 날 이후로 더욱더 경계심을 가진채 내 주변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고
매일매일.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때마다 규영이와 만나서 돌아가는 날들이 늘어났으며
혹여나 오늘처럼 함께 가지 못하는날이면 전화통화가 길어지는 것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었지
"많이 마신거 아니에요?? 목소리가 이상한데…. 뭐 안좋은일 있어요?"
"아니야~~ 그냥 속이 좀 안좋은가봐 ㅎㅎ"
"많이 안좋아??? 혼자 집에 갈수 있어요? 내가 지금 데릴러 갈까?"
언제나 나를 걱정해주는 사랑스럽고 어여쁜 규영이.
'이 사람이 있는데 대체 난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거냐…'
잔뜩 복잡하게 꼬여버린 내 마음속 고민을 애써 털어버린채
울렁울렁 흔들리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지
[ 콩나물국 ]
어제 마신 술의 숙취가 내 머릿속을 움켜쥐고 잔뜩 흔들어대는 늦은 아침.
안그래도 두통에 지끈지끈 거리고 있는 머릿속을 인터폰 소리가 날카롭게 후벼파고 있었어
참고 기다리면 지쳐서 돌아가겠지.
부모님께서는 주말임에도 각자의 일터로 떠나셨기에
혼자남은 집안에서 크게 울리고있는 저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쓰린속을 부여잡으며 침대에서 웅크리고 있었는데
"삐이이익~~~ 삐이이익~~~ "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그 소리는 그칠줄 몰랐지
"…. 으…. 누구세요???"
감겨오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채 어거지로 기어가 짜증스럽게 내뱉은 한마디.
나의 물음에 되돌아온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목소리였는데
그 목소리에 깊게 잠겨있던 내 정신은 화들짝 놀라 튀어오를수밖에 없었어
"오빠!!! 일어났어요??? 문좀 열어줘요~~"
매번 나만 집에 데려다주는게 불공평하다며 예전에 몇번 나를 따라 집앞까지 왔었던 규영이.
부모님께서 맞벌이로 주말에도 집을 비우신다는걸 아는 그녀가 갑작스레 집앞으로 찾아왔더라
"어떻게 온거야?? 전화라도 하고 오지…"
"오빠~ 기억안나죠~~ ㅋㅋㅋ "
"집에 들어왔다며 통화하다말고 코 골면서 잠들었어요 ㅋㅋㅋ 아침에 전화하니까 꺼져있던데요?"
술기운에 충전기를 꽂지도 못한채 잠이들어버린 지난밤의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을때
"어후~ 아직도 술냄새 나는거 같아~~ 언능 씻어요~~ "
마치 잔뜩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을 구박하듯이
규영이는 나를 화장실로 밀어넣으며 잔뜩 투덜거리고 있었어
- 쏴아아아~~~
차갑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혹여나 아직도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어
잔뜩 쥐어짜낸 클렌징 용품들의 하얀 거품들을 몇번씩 씻어내고는
어색하게 화장실 밖으로 나온 내 눈앞에
귀여운 앞치마를 두른채 핸드폰을 보면서 어색하게 국자를 들었다 놨다하는 규영이의 모습이 가득 차 올랐어
"콩나물은 넣었고…. 소금하고…. 오빠~ 국간장 어딨어요??"
"으앗!! 넘친다!!! 거품!! 거품!!!"
몇번씩 레시피를 훔쳐보며 어색한 손짓으로 바쁘게 왔다갔다 하고 있는 귀여운 모습.
그 잠깐의 소란스러움 끝에 내 앞에 놓이게 된것은
냄비 한가득 콩나물이 가득 들어찬 양 조절에 실패한 콩나물국이었지
- 후릅~
떨리는 숟가락을 통해 입안으로 흘러들어온 따뜻하고 짭짜롬한 맑은 국물 한 모금.
"어때??? 맛있어??? 맛있지~!!"
잔뜩 기대한채로 두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보며 활짝 웃고있는 규영이.
비록 간을 맞추는게 실패해서 짠맛이 강했고, 설 익어서 어석어석한 콩나물 줄기였지만
내 몸안에 퍼지고 있는 뜨거운 국물 한모금이 세상 그 어느 샘물보다 달콤하게 느껴지더라
' 나는 진짜 나쁜놈이다'
지금 내 앞에서 그 누구보다 예쁘게 웃어주고있는 그녀가 있는데 무엇이 중요하리.
한모금 한모금 넘길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풀려가고 있는 내 쓰린속과 복잡했던 심정들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눈가가 일렁이기 시작했던거 같아
"응??? 왜 울고 그래… 바보 오빠네... "
영문도 모른채 당황한채로 내 눈가를 쓸어주는 규영이의 손길 넘어
냄비 가득 들어있던 한무더기의 콩나물을 한줄기 남김없이 모두 몸안에 담아가며
속이 쓰렸던 주말 아침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어
[ 주말의 오후 ]
"하우웁~~ 하아~~ 뜨거워…"
술기운에 아직 내 몸이 열을 뿜고 있는것일까?
그도 아니면 지금 내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젖가슴의 매혹적인 모습에 잔뜩 달아오른 것일까
평소보다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내 몸 위에서
하얗고 동그란 젖가슴이 규영이의 움직임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리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고
빨갛고 앙증맞은 입술에서는 열띈 숨소리가 조금씩 세어나오고 있었어
"흐응~~ 흐응~~~ 오빠~ 내 보지 좋아요???"
- 찔걱~~ 찔걱~~
여전히 소녀의 모습 그대로인 뽀얀 연분홍빛의 보지사이로 내 자지가 물려 삼켜질때마다
원색적으로 흘러나오는 질척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움직이고있는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서 울려퍼지고 있었고
어찌보면 아직 고등학생 티를 전부 벗지 못해 귀여운 앳된 모습의 그녀의 입술 사이로. 원색적인 말이 흘러나와 나를 더욱 흥분시키고 있었지
"하읏… 아으…. 오빠…. 오빠…. 나 갈꺼 같아…하읏… 오빠 자지 너무 좋아요..."
누워있는 내 위에서 열심히 방아 찧고있는 그녀의 엉덩이가 나와 부딪히며 울리는 찰박거림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고
어여쁜 규영이의 두 눈이 질끈 감기며 찡그려질때
나는 몇번이고 그녀의 탱글한 젖가슴을 움켜쥐며 빨간 입술을 쫓기에 여념이 없었지
"하웁~~ 하응~~"
규영이의 뜨거운 혀가 내 입안에서 잔뜩 뒤엉키며 달달한 침내음이 뒤섞이고 있을때
내 자지는 뜨거운 보지에서 빠져나와 규영이의 하얀 허벅지 위로 꿀럭이며 토해내고 있었어
누워있는 내 위로 풀썩~ 쓰려져서 가쁜숨을 몰아쉬며 움찔거리고 있는 규영이를 꼭 끌어안을때마다
내 품 안에 가득 느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과 은은하게 풍겨오는 달콤한 살내음에
세상 그 어느때보다 행복감을 느끼며 살며시 규영이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고는 했지
"하아…. 하아…. 오빠….."
"응??"
"그냥~~ 나 진짜 오빠가 좋아서요~~ 헤헤~ ♡"
언제나 나를 보며 살며시 미소 지어주는 어여쁜 그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절대로 놓지않겠다고 다짐 하고 있었는데
내 품에 꼭 안겨있던 규영이가 조심스레 물어왔어
"오빠… 근데…. 그 금발머리 후배요... 요즘도 오빠 좋아해요??"
"…. 아닐껄?.... 축제때 이후로 본적도 없는데 뭐… 그리고 애초에 나 좋아하지도 않았을꺼야..."
"흐음… 아닌데…. 딱 오빠 좋아하는 눈빛이었는데…"
묘한 긴장감에 침묵이 이어지기도 잠시.
규영이는 내 품안으로 파고들며 더욱 폭~ 안겨왔어
가슴위로 동그란 젖가슴의 탄력감이 잔뜩 눌려져왔고, 다리위로 부드러운 허벅지가 감겨오며
뜨겁고 미끌거리는 보지의 말캉한 느낌이 아랫배 언저리에 느껴져올때
규영이는 나를 바라보고 살며시 웃으며 속삭여 왔지
"오빠~ 잊지마요!! 오빠는 내꺼야~ "
연한 미소를 머금은채 또 다시 내 위로 올라앉는 규영이.
그녀의 빨간 입술이 천천히 다가오며 향긋한 숨내음이 살며시 건너오기 시작했고
봉긋하게 부풀어오른 하얀 젖가슴 위에 분홍빛 젖꼭지가 손안에서 느껴지며 말캉거리는 감촉이 전해져올때
"미끄덩... 찔걱~"
조금씩 껄떡거리며 고개를 들던 내 자지위로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보지의 뜨거움이 느껴지더니
미끌거리는 축축함이 감싸안으며 꿈틀거리는 뜨거운 속살이 내 자지를 휘감아오기 시작했어
"하읏…. 흐응~ 오빠…. 사랑해… 나…. 계속 안아줘요…. 나… 오빠꺼야….. 흐응~~"
어여쁜 규영이의 작은 입술사이 달콤한 신음이 흘러나오며
내 골반 위에서 잘록한 허리와 커다란 엉덩이가 들썩 거리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탱글한 젖가슴이 출렁거리기 시작할때
미끌거림이 넘쳐오르는 야릇한 보지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몇번이고 울려퍼지며
내 온몸이 녹아내리는듯한 황홀한 주말의 오후를 보내게 되었지
[ 구멍 ]
"자~ 오늘은 여기까지 진행하기로 하고~"
"다음주에 쪽지시험 있으니 다들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유독 강의 중간중간 간략하게 시험 보는걸 좋아하는 교수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올때
나 역시 그 무리속에서 남들과 다르지않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두터운 전공서적에 이마를 가져다대고 있었어
"들어가라~~ 들어가라~~ 머리속으로 몽땅 들어가라~~"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빨리 밥먹으러가자~ 배고파~~ "
여느때와 다름없는 매일매일이 똑같은 학교생활.
별 다를것 없는 하루가 몇번이고 지나가고
푸른 봄의 향기가 날아가버리고는 매미가 시끄럽게 울기 시작한 초여름의 어느날.
언제나 그렇듯 친구와 함께 학생식당을 찾아 별 다를것 없는 메뉴로 배를 채우고는
또다시 반복되는 오후 수업을 듣고서 집에가려고 강의실을 나서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각자의 이야기에 시끌시끌한 소란스러움 속에서
아주 작지만 또렷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내 어깨넘어 들려오더라
"선배~ 잘 지냈어요?"
까치발을 들거나 꽤나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어야지만 간신히 눈이라도 마주할수 있을법한 작은 후배.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처럼 밝게 빛나는 금발의 나경이가
여느때와 다름없는 환한 미소와 함께 나를 부르고 있었어
"어??? 너… 어떻게 된거야??"
그녀를 바라보며 한마디의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말을 잃어버린 나와 다르게
내 친구는 나경이의 모습에 놀라 무언가 물어보려하다가
갑자기 내 눈치를 보더니 살며시 자리를 피해주더라
"뭘 그렇게 놀래요~ ㅎㅎ 오랜만에 같이 걸을래요?"
살며시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끄는 나경이에게 이끌려
정말 오랜만에 조용한 골목길을 함께 걸어가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언가 어색하게 들려오고 있었어
"한동안 안보이더니 어떻게 된거야? "
"그냥~~ 이것저것 생각할것도 많고~~ 잠시 집에 좀 다녀왔어요~ "
"많이들 걱정했는데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치~ 그러는 오빠도 전화한번 안했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몇번 오갔을까?
어느덧 그녀의 자취방 앞에 도착했는데 나경이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만 짓고 있었지.
똘망똘망 반짝 거리고 있는 크고 예쁜 두 눈.
밝은 금발머리와 어울리는 하얗고 잡티없는 피부.
무언가 가슴 깊은곳이 저릿하는 느낌과 함께 조용히 나경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작은 입술이 움찔거리다 살며시 떼어지더니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어
"오빠….. 오빠 되게 나쁜 사람인거 알아요?""
"……. "
"나도 나 좋다는 사람 많아요..."
"… 응…. "
"뭐야… 그게 다에요?"
나경이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그녀가 건네는 말을 듣고 있을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나를 알수없는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나경이는
조금씩 나에게 다가오더니 봄비가 쏟아지던 그날처럼
작고 부드러운 손길을 내밀어 살며시 내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어
"… 오빠…. 나도…. 이제 나 좋다는 사람 만나려고요…. 미안…"
미안하다고 속삭이는 나경이의 말에 채 대답도 하기전에
부드러운 입술이 살짝 망설이듯 나에게 다가왔고
'말캉~' 거리는 따뜻한 느낌과 함께 향긋한 숨내음이 잠시 건네오다가
마주한 입술 사이로 울먹이는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라
"… 잘가요… 오빠…."
나경이는 나에게 아주 짧은 인사만을 남기고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내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며 있었는데
잡아주기를 바라는듯한 그 모습에도 나는 차마 손을 내밀지 못했어
어정쩡하게 올라가려다 멈춰버린 내 손끝을 살짝 바라보다가 뒤돌아 들어가버린 그녀.
그렇게 나경이를 보내고나서 혼자 조용한 골목길을 걸어나오는데
점점 더워지는 초여름 날씨속에서도 내 마음속은 빈 구멍이 커다랗게 뚫린채 스산한 바람만 불고 있었지
[ Black ]
나경이와 이별 아닌 이별을 한지도 거의 한달정도의 시간이 흘러갔고
어느덧 등줄기를 따라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한 계절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친구와 나는 공강 시간에 동아리실에 들러
더위를 피하고 있었어
옛날에는 굉장히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던 빈약한 동아리실이었는데
어느덧 에어컨도 생기고, 편하게 쉴수 있는 쇼파도 있고 나름 안락? 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기에
우리 뿐만이 아닌 많은 학우들이 꽤나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지
그렇게 시원한 바람 아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동아리 문이 열리며 한무리의 사람들이 시끌시끌 소란스럽게 떠들며 동아리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어
"얼~~ 이나경~ 머리 많이 길렀다~~?"
"오늘 저녁 뒷풀이때 올꺼지?"
1학년 후배들 사이에서 많은 남자동기들에게 둘러쌓인채 내 앞에 나타난 그녀.
애초에 같은 계열도 아니고 학년도 달랐던 나경이가 스스로 나를 찾아와 주변에 머물렀던 것이었기에
애써 나를 찾지않는 요즘은 자연스럽게 만날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그녀를 보게 되었지
예전부터 인기가 많았던 그녀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고
나경이는 그 중심에서 변함없는 환한 웃음과 함께 여전히 아찔한 몸매를 뽐내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더욱더 내 시선을 끌어당겼던건 단순한 반가움만이 아닌
언제나 밝게 빛나던 금색의 단발머리가 밤하늘처럼 까맣게 물들어
살며시 어깨위로 드리워진 달라진 나경이의 모습 때문이었지
"선배~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길어져버린 까만 머리카락을 살며시 귀 뒤로 쓸어넘기며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나경이에게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묘한 미소를 띈채로 살며시 웃어주더니
금방 동기들과 함께 동아리실을 나가버렸어
"야.. 괜찮냐?? "
"뭐가???"
"막 오랜만에 보니까 두근두근해? ㅋㅋ"
쓸데없는 농담을 건네며 히죽거리는 친구와 함께 그날 오후는
너무나도 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검은 머리의 여운과 함께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지
[ 커플 ]
"오빠~ 오늘도 많이 마실꺼에요?? "
"아니;;; 오늘은 적당히 있다가 집에 들어갈꺼야"
"아 왜~~~ 엄청 취해도 되는데~~ ㅋ 아무튼 이따 집에갈때 전화해요~ ♡ "
시끌시끌한 호프집 구석의 동 떨어진 테이블에서 규영이와 통화하고 있는 나를
능글맞은 눈으로 쳐다보며 실실 웃고있는 친구의 커플과 함께
또다시 불타는 금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지
"모야~~ 아주 그냥 녹아내리네~~~ 엄청 이쁘다며?? 언제 보여줄꺼야?? 응??"
"선배와 헤어졌는데도 별로 울적해하는것 같지도 않더라니~~ 고무신이 아닌 군화를 거꾸로 신은거 아냐?"
나를 놀리는데 재미가 들린 두 커플과 함께 별로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술잔을 나누기도 몇번이나 지났을까
시큰둥하니 별로 반응이 없는 나의 모습에 재미가 없었는지
우리들의 화제는 금방 다른쪽으로 돌아가게 되었어
"야~ 근데 이나경 재는 머리가 저렇게 바뀌니까 뭔가 이미지가 완전 바뀌어버렸다?"
예전같으면 내 옆에 앉아서 잔뜩 떠들며 활발하게 웃고있었을 나경이가
지금은 한참 떨어진 테이블에서 동기들 사이에 앉아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었지
밝은 금발과 어울리던 하얗고 맑은 피부는 검은 머리 아래에서 더욱 눈에 띄고 있었고
더욱 여리여리해진 몸 과는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가슴의 실루엣이
주변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었어
그전에는 활발하고 밝은 웃음과 함께하는 옆집 여동생 같은 모습 이었는데
어느덧 차분하게 앉아 도도한 아가씨의 분위기로 주변 동기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그녀.
짧은 치마 아래 매끈한 다리를 뽐내며 앉아있는 모습이 규영이와 겹쳐보이는듯한 착각을 불러올때
나경이의 옆자리에 어떤 남자가 바싹 붙어앉으며 친근하게 이야기를 소근거리기 시작하더라
동아리에 몇번 오고가며 마주쳤던 1학년 후배들중 한명인 그 남자는 얼굴 한가득 행복한 웃음을 머금은채
신나게 웃고 떠들고 있는게 멀리서도 보이고 있었어
"어휴~ 몇달동안 죽어라 쫓아다니더니 결국 저 둘이 사귀기로 했나본데?"
친구 커플의 수근거리는 잡담을 안주삼아
씁쓸한 내 마음과 꼭 닮은듯한 소주잔을 몇번씩 입안에 털어넣으며 얼마의 시간을 보냈을까
그다지 흥이 나지않은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에게 먼저 일어난다는 인사를 하고는
시끌시끌한 테이블 사이를 지나쳐 어느덧 어둑어둑해져버린 거리로 나왔는데
그나마 에어컨 바람이 나와 시원했던 실내와는 다르게
눅눅하고 습한 뜨거운 공기가 내 폐 속으로 꽉 들어쳐오더라
"하아….."
안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커다란 돌덩이를 얹은듯한 기분에 깊게 한숨을 토해내고는
'집에나 가야겠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짧은 생각뒤에 채 몇걸음이나 걸었을까
갑자기 내 옷깃을 붙잡는 손길에 놀라 뒤를 돌아볼수밖에 없었지
[출처] 지난날의 이야기_23 (인터넷 바카라 사이트 | 야설 | 은꼴사 - 핫썰닷컴)
https://hotssul.com/bbs/board.php?bo_table=ssul19&wr_id=154699
[초대박]핫썰닷컴 여성회원 인증 게시판 그랜드오픈!!
[이벤트]이용후기 게시판 오픈! 1줄만 남겨도 1,000포인트 증정!!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10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이벤트]이용후기 게시판 오픈! 1줄만 남겨도 1,000포인트 증정!!
[재오픈 공지]출석체크 게시판 1년만에 재오픈!! 지금 출석세요!
[EVENT]10월 한정 자유게시판 글쓰기 포인트 3배!
이 썰의 시리즈 | ||
---|---|---|
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0.10.10 | 지난날의 이야기_24 (13) |
2 | 2020.10.06 | 현재글 지난날의 이야기_23 (12) |
3 | 2020.09.29 | 지난날의 이야기_22 (10) |
4 | 2020.09.25 | 지난날의 이야기_21 (8) |
5 | 2020.09.23 | 지난날의 이야기_20 (11) |
6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_19 (12) |
7 | 2020.09.22 | 지난날의 이야기 _ 18 (11) |
8 | 2020.09.19 | 지난날의 이야기_17 (7) |
9 | 2020.09.16 | 지난날의 이야기_16 (15) |
10 | 2020.09.15 | 지난날의 이야기_15 (12) |
11 | 2020.09.14 | 지난날의 이야기_14 (9) |
12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3 (7) |
13 | 2020.09.10 | 지난날의 이야기_12 (11) |
14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_11 (9) |
15 | 2020.09.08 | 지난날의 이야기 _ 10 (11) |
16 | 2020.09.07 | 지난날의 이야기 _9 (7) |
17 | 2020.09.06 | 지난날의 이야기 _ 8 (6) |
18 | 2020.09.02 | 지난날의 이야기 _ 7 (7) |
19 | 2020.09.01 | 지난날의 이야기 _ 6 (8) |
20 | 2020.08.30 | 지난날의 이야기 _ 5 (6) |
21 | 2020.08.29 | 지난날의 이야기 _ 4 (8) |
22 | 2020.08.29 | 지난날의 이야기 _ 3 (6) |
23 | 2020.08.27 | 지난날의 이야기 _ 2 (15) |
24 | 2020.08.27 | 지난날의 이야기 _ 1 (21) |
핫해 |
09.29
+21
미농02 |
09.27
+12
익명 |
09.27
+9
수여닝 |
09.26
+47
행복지수100 |
09.23
+141
멤버쉽 자료모음
Comments
12 Comments
글읽기 -100 | 글쓰기 +500 | 댓글쓰기 +100
총 게시물 : 43,136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