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숙, 나의 여자 2
나의 하숙, 나의 여자 2
그 여고생은 내가 성인 남자로서 최초로 가진, 성관계를 갖는 여자였다. 하지만 고등학생 아닌가? 이것이 우리들의 비극이었고, 끝내 좋지 않게 헤어진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내 팔자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이런 비정상적 관계를 좋아하고, 찾고, 맺었다. 그러다 결국 무의미하게 끝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여기서 꼰대 말씀... 사랑은 웬만하면 정상적인 짝을 찾아서 하는 게 좋다. 그래야 모든 게 잘 풀리고 떳떳하다. 또 그래야 탈이 없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안 그러면 결국 시간 낭비이고 돈 낭비, 정력 낭비이며 후회만 남는다.
여고생이니 숨어서 만날 수밖에 없다. 하숙집 방이 밀회(?) 장소다. 방안에서 남녀가 하는 일이라는 건 다 그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의 지론은 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근친도 그렇다. 이 근친과 근친성 그녀와의 이야기는 좀 있다 뒤에 하려고 한다.
그 여고생에게 나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해 본 기억이 없다. 너무 미안하고 비인간적인 일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날이면 날마다 그 아이의 몸을 탐했으면서 말이다.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고등학생과 만나는 게 남들에게도 그랬고, 나 자신에게도 그래서 좋아는 하지만, 그래서 몸도 섞고는 있지만, 사랑하는 관계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싶다. 나는 참 나쁜 놈이었다. 이중적이고 위선적이었던 거다.
내가 이 학생에게 놀란 건, 만난 지 한 반년 쯤 됐을 때 안 좋게 헤어진 어느 날 밤 전화가 와서 얼굴을 다시 봤을 때였다. 아마 내가 한 말로 몹시 슬퍼하다가 집엘 못 가고 나를 다시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캠퍼스에서 유명한 장소에 지금 있다고 했다. 비가 내리는 밤이었으나 벚꽃이 만발해 달빛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킷스해 줘요."라고 말했다. 나는 좋으면서도 속으로 좀 당황했다. 여고생이 그러는 게 나로서는 무척 당돌하고 용감하게 느껴졌다. 물론, 발랑 까졌다는 생각까지는 아니었지만.
킷스는 그냥 입술만 뜨겁게 맞추는 식이었던 것 같다. 둘 다 혀를 집어넣는 건 몰랐거나 그럴 생각을 하지 못한, 순진한 나이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몇 년 후 하숙집 그녀(아줌마)와는 첫 킷스는 입맞춤이었지만, 그다음부터는 서로 혀를 나누었었다. 그때도 내 마음 속에서는 나이가 많아도 이런 건 할 줄 아는(대담하게 하는) 여자네, 하는 거였다.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그 학생이 학교가 끝나고 매일 내 하숙집에 와서 공부도 하고, 몸 운동도 할 때 옆방에는 직장인 남자와 그 동생 남녀 학생이 살았다. 나는 살갑고 예의바른 사람이 아니라서 이들, 특히 그 가장하고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있었다. 군대 제대하고 취업한, 넥타이 맨 남자는 당시 미필 대학생에게 까마득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 형(직장인)이 어느 날 나를 불렀다. 동네 다방으로 나와 얘기 좀 하자는 것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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