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숙, 나의 여자 6
나의 하숙, 나의 여자 6
그집에서 하숙을 시작한 지 서너 달 쯤 지나 겨울이 찾아 왔다. 북촌의 옛날 한옥들은 춥다. 연탄을 때니 하루에 두 번씩 방마다 갈아 줘야 한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아줌마를 좋아하는 마음에서였지 않나 싶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다 탄 연탄을 새 연탄으로 가는 일을 자원해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이 트기 전 어두운 시간에 연탄을 갈러 나오던 나와 다른 일을 하고 오던 그녀와 내가 마당 한 가운데서 만났다. 얼마 전부터 하기 시작한 옷을 입은 채로의 신체 접촉이 점점 크고 대담해지던 무렵이었다.
그녀를 안았다. 그런데, 그날은 쌍방형 동작이었다. 아줌마가 먼저 두 팔을 과장되게(아무렇지 않게 보이려고) 벌려 나랑 정면으로 껴안게 된 것이다. 그전까지는 뒤에서나 옆에서 내가 하면 받아 주던 식이었는데... 여자의 호응은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도발처럼 일어난다.
이날 나는 아줌마도 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어럼풋이 들었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자기를 좋아하는 나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 주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할 터이다. 나는 거기까지만이라는 것도 모르지 않았다. 그 이상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어머니와 같은 세대의 여자였으니까.
그러나 말과 생각만 그렇지 본능은 달랐다, 호시탐탐 노렸을 게 틀림없다. 한 사람의 여자로서. 나는 그런 나이든 여자가 좋았다. 그래서 호칭도 난 좀처럼 `아줌마'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 속에서 그녀들을 여자로 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애정 결핍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시골의 많은 집들 부모와 자식들이 그렇듯 엄하고, 날마다 깨지는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이것이 사실은 근친을 막는 역할도 한다는 걸 나이가 든 뒤에 알았다.
나의 어머니와 근친(?)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게 될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과 경험에 공감할 것 같다.
그날 이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하숙생과 주인 아줌마가 아닌,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그것을 즐겁게, 은밀하게 받아 주는 사이로 변해 갔다.
그런 발전이 있게 된 작은 사건이 그전에 있었다. 아줌마가 나를 소개시켜 준다면서 딸의 친구를 만나게 해 줬다. 여자들은 늘 이런 면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반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가령 소개해 줘 놓고 질투하고, 그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고 노력하는 식으로 변한다.
그래서 그 소개도 잘 되었으면 오히려 복잡할 뻔했다. 아줌마의 간섭과 방해 확률이 100%였으니까. 좋은 대학을 나온 아가씨였는데, 직업이 무엇이었는지는 잊어 버렸다. 나중에 어떤 검사하고 결혼했다. 우연의 일치로 그 검사를 내가 직업상 만나게 됐다. 이건 별 재미가 없는 얘기라 생략하겠다.
그 소개받은 여자에게 편지를 한다는 것이 아줌마에 대한 연정을 고백한 글이 되어 버렸다. 이게 그 여자의 친구(아줌마의 딸)에게로 전해지고, 아줌마에게도 중계된 건 당연했다.
아줌마는 딸과 그 친구와 함께 같은 여자 셋이 돼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상황이 됐다. 웃기는 일이었지만, 여자들에게는 이게 웃기는 일이 아니다. 나이는 상관이 없다. 남자가 아들 뻘인 초과 연하여도 관계 없다. 남자 앞에서는 다 같은 여자가 된다.
나는 신체 조건이 별로 뛰어나지 않은 평균 이하 남자인데, 졸지에 그런 영광스러운 위치에 잠시 오르게 된 것이었다. 그 여자는 나와 끝났고, 아줌마는 이제 본격적으로 나와 연인 관계를 시작하는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다.
새벽 연탄불 갈다 껴안기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두툼한 파커 위로 두 몸 일부들이 닿는 것보다는 맨살끼리 만나고 싶었다. 우리는 어느새 낮에 전화도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전화를 하다 말고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사무실에서 하숙집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 왔다.
그녀는 화장을 곱게 하고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술을 들이댔다. 첫 킷스였다. 거부하리라고 생각도 안했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스물 몇 살 아래 총각의 입맞춤에 조용히 응했다.
너무 떨리는 구애 행위였기에 한 번 입술을 붙였다가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고 맛을 음미한 다음 일단 뗐다. 그리고 또 다가가 루즈가 발라진 엄마 같은 여자의 입술을 훔쳤다.
그녀는 이러면 안 된다는 말 같은 형식적 반응은 보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킷스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말했다.
"회사 가 봐야지,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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