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숙, 나의 여자 5
나의 하숙, 나의 여자 5
그나마 있던 여자를 정리하고 나니 가슴에 찬바람이 불어 왔다. 마침 낮에 밥집을 하던 그 하숙집을 나오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갔는데, 고르다 보니 우리 하숙집엘 가게 됐고(사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까봐 내심 무척 불안했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내 방에 가서 밥을 먹게 됐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맛 없는 점심을 먹은 날이었다.
내가 그 밥집에서 하숙한다는 말을 절대로 안했으니 아무도 내가 잠자는 방이라는 걸 알 리 없었지만, 나는 도둑이 제 발 저리고 있었다. 책상 밑으로 돌돌 말아 치워진 나의 꽃무늬 3단요가 꼭 훔쳐 놓은 물건이 공개된 것처럼 눈치가 몹시 보였다.
어디로 옮길까 생각하다 그 여학생과 동고동락했던 동네를 떠올렸다. 어느 일요일에 거기를 찾아 그때 그집은 차마 못 가고 그 옆 동네 하숙을 칠 것 같은 집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아줌마가 이를 닦고 있었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끝내고 그때서야 세수를 하는 것 같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흔적을 남긴 두 여인 중 하나가 마누라라면 다른 하나는 이 여자였다.
그날 그녀는 전형적인 하숙집 아줌마 외모였던 기억이다. 키는 163~165 정도로 큰 편이었고 머리는 파마... 그 시절 아줌마들의 파마 머리와 몸뻬 바지는 뭐 유니폼과 다름없었다.
하숙집을 찾고 있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 아줌마는 닦던 이를 헹구지 않고 계속 얘기를 하는 게 보는 이의 인내심을 요구했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아줌마가 날 의식해서 꾹 참고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어려워해(내게 잘 보이려고 한 건 아니겠지만) 그걸 뱉지 않고 참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지금 와서 해석을 해 본다. 내가 멋있는 젊은 직장인이어서였을까? 그렇다기보다는 그분의 성격이었을 것이다. 여성적인... 이것도 내가 본, 사람이 가장 오랫동안 치약을 뱉지 않고 품고 있었던 기록 아닌 기록이다.
그때로서는 재원이라 할, 지방 명문 여고를 나온 그녀는 음식 솜씨도 좋았고(남쪽 지방 출신이었다), 얘기하기를 좋아했으며, 노래를 잘했다. 어느 가을 일요일 오전에(여름에 그 하숙집으로 옮겼으니까 1~2달 뒤)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안방에서 혼자 밖에 있는 사람들 다 들리도록 곱고 높은 목소리로 바이브레이션 넣어 부르는데, 절창이었다. 조용필의 <허공>도 잘 불렀다.
50대 아줌마들이 대개 그렇듯이 소녀 취향이 강하게 남아 있는 여인이었다. 딸은 중학교 교사, 아들은 군대 가 있었는데, 남편은 집에 평소엔 없다가 며칠에 한 번씩 들어와서 자고 갔다.
근친(?)의 조건을 많이 갖추고 있는 주부... 선호가 일단 젊은 남자를 밝히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호감을 보이는 성격에 남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시골 가부장적 남자였으니까 당연하다. 대한민국 유부녀들의 80~90%가 이 경우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이 나라 주부들은 연하의 남자나 젊은 아들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위험한 여자들이다. 지금도 많이 변하진 않았으리라고 본다. 왜? 결혼한 한국 남자들의 DNA 가 어디 가지 않고, 나이들면 더 나빠질 확률이 좋아질 확률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여자들은 잘 가꾸어서 훨씬 매력적이다. 나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고가 알어날 가능성이 그래서 매우 높다.
[출처] 나의 하숙, 나의 여자 5 (야설 | 은꼴사 | 놀이터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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