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11부
어느새 겨울이 왔다. 그 해의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아내는 눈이 내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차를 운전하는 내겐 눈 내리는 날은 지옥과도 같은 날이었다. 하얀 눈이 수북히 쌓이는 것을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은 꿈많은 소녀의 얼굴이 되곤 했었다. 일요일에 집 근처의 학교 운동장에서 아내와 눈싸움을 즐기는 날이면 아내는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나 역시 아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그 날도 눈이 많이 내렸었다. 퇴근 길 정체를 걱정하며 퇴근 준비를 하던 내게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함께 일하던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두 사람 몫을 끝내야 한다며 퉁퉁거렸다. 밤을 새워야 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일이 그렇게 많은거야?"
"응. 속상해 죽겠어. 일이나 다 끝내고 그만두던가."
"아이고 우리 연주 어떡하냐. 난 그럼 먼저 들어가서 따듯한 물로 목욕도 하고 오랜만에 자유를 즐겨야겠네."
"뭐? 지금 약올리는거야?"
"응. 약올리는거야. 근데 다른 사람들은 도와줄 사람 없어?"
"다들 약속있다고 가버렸어."
"평소에 주변 사람들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사람들이 그러냐?"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다 자기일도 아닌데."
"알았어. 그럼 내가 가서 좀 도와줄게."
"정말?"
"응. 기다려. 저녁 안먹었지?"
"응."
"그럼 이따 봐."
나는 사무실에서 나와 역삼동 대로를 걸었다. 눈이 수북히 쌓여 길이 미끄러웠다. 도로에는 차들이 줄줄이 이어진 채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싶었다. 그 막히는 길을 운전할 생각을 하면 까마득한 일이었다. 나는 아내와 가끔씩 저녁을 먹던 초밥 전문점에 들러 도시락을 주문했다. 아내는 초밥을 좋아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장국을 뜨겁게 덥혀 달라고 부탁한 뒤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초밥을 들고 지하도를 건너 아내가 근무하는 빌딩으로 들어섰다. 로비에 있던 수위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엘리베이터에 올라 10층 버튼을 눌렀다. 10층에 도착하자 유리문 앞에 전략마케팅이라는 안내푯말이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저쪽 한구석에서 파티션 너머로 아내가 머리만 빼꼼히 내밀며 나를 보더니 반가운 얼굴로 일어나 내게로 걸어왔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아내에게 들어 보여주었다.
"어머. 도시락이야?"
"응. 당신 좋아하는 초밥."
"야. 맛있겠다. 역시 자기밖에 없어."
아내는 내 목을 끌어안더니 내게 키스를 해주었다.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하며 아내를 밀쳐내고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걱정마. 나 밖에 없어."
"그래? 저녁부터 먹고 하자."
"응. 이쪽으로 와."
아내와 난 소회의실로 들어가 도시락을 원형 테이블에 펼쳐놓고 나란히 앉았다.
"장국 뜨겁게 해달라고 했으니까 조심해서 마셔."
"응. 고마워. 밖에 차 많이 막히지?"
"차들이 꼼짝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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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날짜 | 제목 |
1 | 2025.09.12 | [펌]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에필로그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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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2025.09.12 | [펌]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21부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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