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아래 헬창 누나와 헬창 삼촌 9

[강민 : 그럼......]
강민이 형이 올린 그 다음 문자를 보려던 순간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누나 폰을 끄고 제 위치에 돌려 놓았다.
"푸하! 역시 운동하고 와서 하는 샤워가 최고라니까!"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실에서 누나는 젖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털며 걸어나왔다.
허리에 아슬아슬하게 두른 커다란 목욕 타월 한 장이 유일한 가리개였다. 방금 막 끝낸 샤워의 흔적으로 건강한 구릿빛 피부 위에는 물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혀 반짝였다.
탄탄한 복근으로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아찔한 곡선을 그리며 타월 안으로 사라졌다. 누나는 한 손으로 축축한 흑발을 쓸어 넘기며 내가 있는 소파로 오며 물었다.
"우리 동생, 뭐하고 있었어?"
누나는 내 옆에 털썩 앉았다. 누나가 움직일 때마다 눅눅하고 뜨거운 공기와 함께 누나 특유의 비누 향, 그리고 그 아래에 짙게 깔린 살냄새가 확 끼쳐 왔다.
소파가 누나의 육중한 몸을 받아내며 깊게 꺼졌다.
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내 어깨에 팔을 툭 걸쳤다.
젖은 맨살이 내 옷 위로 닿는 감촉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봐, 이게 바로 누님의 명품 복근이시다. 예술 아니냐?"
누나는 킬킬거리며 자신의 배를 팡팡 두드렸다.
그럴 때마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초콜릿 복근이 보기 좋게 출렁였다.
땀과 물기로 번들거리는 근육의 골짜기가 거실 조명 아래에 있으니 더욱 깊어 보였다.
평소라면 그런 누나의 몸매에 정신을 못 차리고 헤벌레했겠지만 지금은 마음이 워낙 심란하여 피가 자지 쪽으로 몰리지가 않았다.
누나는 나의 그런 마음을 전혀 알 리가 없다는 듯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가슴을 쭉 내밀었다.
타월 위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거대한 가슴이 그 움직임에 따라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우리 동생, 누나 몸매가 너무 죽여줘서 넋이라도 나갔냐? 하긴, 학교 남자애들도 내 몸 보고 다들 뻑 가더라니까."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며 누나는 내 머리를 손으로 헝클어뜨렸다.
그 때 누나에게서 나는 샴푸의 상쾌한 향기가 내 코끝을 간질였다.
"어라? 이 자식, 왜 이렇게 목석 같은 반응이야? 평소에는 얼굴 붉히고 어쩔 줄 몰라 하던 녀석이."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난을 걸어도 그저 멍하니 있는 내 모습이 낯선 모양이다.
누나는 그런 나를 뻔히 들여다 보다가 이내 별일 아니겠지 싶었는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야, 재미없게. 사춘기라도 왔냐?"
그 순간 누나의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누나가 전화를 받기 위해 일어서는 바람에 허리에 둘러져 있던 수건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누나의 완벽한 나신이 거실의 형광등 불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누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누나는 이마를 탁 쳤다.
"이런 미친! 깜빡하고 있었네!"
통화를 끝낸 누나는 알몸인 채로 성큼성큼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옷장을 뒤지는 누나의 등 근육이 꿈틀거렸다. 넓은 어깨와 잘룩한 허리, 그리고 탄탄하게 솟아오른 엉덩이로 이어지는 라인이 적나라했다.
옷장 서랍을 열어 검은 레이스 팬티를 꺼내 입고 짧은 핫팬츠를 꿰어 입으며 누나는 거실에 있는 나를 향해 말했다.
"아, 민우야! 나 대성이네 집 가야 돼! 중간고사 스터디 약속 잡아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네. 너도 같이 가자."
누나는 브래지어는 거추장스럽다는 듯 건너뛰고 곧바로 배꼽이 드러나는 민소매 티셔츠를 머리 위로 입었다.
뭐, 준비할 시간이 많아도 어차피 평상시처럼 입지 않았겠지만.
우리 누나는 대담한 디자인의 브래지어를 상당히 많이 갖고는 있지만 정작 입는 걸 보기가 힘든 사람이다.
삼촌과의 대화 때 들으니 그냥 답답해서라는 이유였다.
아무튼 그 덕분에 운동 때문에 움직임이 많은 누나의 풍만한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을 적잖게 볼 수 있다.
"누나 스터디 약속이라면서 내가 거길 왜 가?"
"대성이 할머니가 너도 보고 싶다고 오면 맛있는 거 해주신다고 했단 말이야. 어릴 때 너 엄청 예뻐하셨잖아. 오늘 너 데리고 오래."
대성이 형의 집은 부유층이지만 우리집처럼 출장 때문에 부모님의 부재로 할머니가 보호자로서 대성이 형을 돌보고 계신다.
"안 갈 거야? 누나 혼자 보내게?"
어느 새 옷을 다 입고 방에서 나온 누나는 내 앞에 섰다.
누나는 내 대답을 기다리면서 허리에 손을 얹고 짝다리를 짚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서 준비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가서 대성이랑 건우, 강민이 녀석들 좀 같이 갈궈주라. 나 혼자서는 빡세다고. 응? 가서 오랜만에 할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것도 먹고 오자. 어차피 저녁도 안 먹었잖아. 삼촌한테는 내가 따로 말해놓을게."
누나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씨익 웃었다.
누나의 눈빛은 '당연히 같이 가야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누나는 재촉하듯 나를 지그시 내려다 보며 빨리 결정하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길게 고민할 일은 아니었겠지만 바로 방금 전에 누나와 지금 모이려는 세 사람이 나눈 음담패설 그 자체인 채팅을 본 뒤라 쉽게 결정이 서지 않았다.
뭐, 어차피 내가 안 가겠다고 해도 누나 성격상 억지로 끌고 갈 게 뻔하니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형들과 누나는 공부하는데 혼자만 아무 것도 안 하면 뻘쭘할 것 같아 나는 공부할 책들을 챙겼다.
누나 학년보다 시기는 늦어도 어차피 나도 조만간 시험 기간이라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나는 누나의 손에 이끌려 대성이 형의 집으로 왔다.
건우 형과 강민이 형은 우리보다 먼저 와 있었다.
우리는 1층 거실에 모여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대성이 형의 할머니는 갓 구운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쿠키와 과일, 그리고 시원한 주스를 올린 커다란 쟁반을 들고 우리 곁으로 오셨다.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로 우리들을 바라보더니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리 민우, 오랜만이네. 더 잘 생겨졌어. 민지는 요즘도 자주 보지만 민우는 얼굴 보기가 힘드네. 많이 먹어라."
누나는 쿠키 하나를 입에 욱여넣고 우물거리며 할머니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할머니 쿠키가 세젤맛!"
발음이 뭉개졌지만 특유의 씩씩함은 그대로였다.
스터디 모임이라고는 했지만 분위기는 금세 산만해졌다. 특히 누나의 옆에 바싹 붙어 앉은 대성이 형은 교과서는 핑계일 뿐 질문으로 가장하여 누나에게 추근대기 시작했다.
"야, 강민지. 이 문제 좀 알려줘. 하나도 모르겠네."
대성이 형은 수학 문제집을 누나의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하지만 대성이 형의 시선은 문제집이 아닌 민소매 아래로 드러난 누나의 구릿빛 팔뚝과 어깨에 고정되어 있었다.
"야, 이건 이 공식 써서 풀면 되잖아, 등신아. 다들 수업 들을 때 딴 나라 가 있었냐?"
누나는 귀찮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샤프로 문제집을 툭툭 쳤다.
하지만 누나의 목소리에는 짜증보다는 장난기가 더 많이 묻어났다.
누나가 몸을 숙여 문제집을 들여다보자 깊게 파인 민소매 넥라인 너머로 풍만한 가슴골이 아찔하게 드러났다.
대성이 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곁눈질로 그 광경을 훔쳐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민이 형이 혀를 찼다.
"황대성 저 새끼, 공부는 무슨. 흑심만 가득해서는."
반대편에 앉은 건우 형이 능글맞게 웃으며 대성이 형의 편을 들었다.
"뭐, 어때? 솔직히 우리 민지 정도면 카리나급 비주얼이잖아."
건우 형의 시선 역시 대놓고 누나의 몸을 훑고 있었다.
짧은 청바지 아래로 드러난 탄탄한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옷 위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가슴의 윤곽까지 세 남자의 시선이 모두 한곳에 집중되고 있었다.
누나는 그런 시선들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오히려 보란 듯이 다리를 꼬아 앉으며 허리를 폈다. 그 바람에 상체가 뒤로 젖혀지며 가슴이 더욱 부각되었다.
"내가 왜 너네 민지야? 불순한 눈알 뽑히고 싶냐?"
누나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묘한 자신감이 넘쳤다. 누나의 남사친들은 그 말에 오히려 히죽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거실의 공기는 후끈한 열기와 미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오직 나만이 그 소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듯 했다.
한창 문제집을 풀던 도중 대성이 형이 주스 좀 더 가져오겠다고 나가고 다시 돌아왔는데 들고 오던 주스가 갑자기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나는 흠뻑 젖고 말았다.
이 정도면 아예 그냥 샤워를 해야 될 듯 했다.
대성이 형은 실수라면서 내게 사과하고는 욕실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내가 욕실로 들어가자 밖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민우야, 옷 여기 놔둘 테니까 다 씻고 나면 이걸로 갈아입어라."
"네."
나는 끈적거리는 음료를 씻어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밖에 가지런히 있는 옷은 대성이 형의 옷인 듯 했다.
거실로 나온 나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할머니였다.
"아이고, 우리 민우 다 씻었구나. 이리 와 보렴. 옷은 잘 맞고?"
"아, 네."
거실은 조금 전의 소란스러움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누나와 형들이 앉아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그들이 보던 책들만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쏟아진 주스로 축축했던 바닥은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나는 두리번거리다가 할머니에게 다들 어디 갔냐고 물었다.
"아아, 대성이하고 다른 애들도 장난치다가 주스를 다 뒤집어썼지 뭐냐. 그래서 씻으러 갔단다. 민우가 1층 욕실을 쓰고 있어서 2층 욕실로 올라갔다."
그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같이 들어갔어요?"
"2층 욕실은 하나뿐이라 같이 들어갔을 게다. 워낙 붙어다니는 녀석들이라. 다들 씻고 나오면 마저 공부하겠지. 민우 너는 여기 앉아서 할미랑 얘기나 좀 하자꾸나. 요즘 학교는 다닐 만하고?"
"......"
할머니의 말에는 어떤 의심이나 걱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서 자라며 벌거벗고 물장난도 치던 사이였으니 할머니 눈에는 다 큰 고등학생들이 여전히 코흘리개 어린아이들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불순한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 오기 전에 누나와 형들이 나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내용의 채팅을 봤기 때문이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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