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천약유정(天若有情) --- 053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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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12:36
천약유정(天若有情) --- 053
양내진은 자리에 앉아 윌라 수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녀들의 화제는 양 집안의 이런저런 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양내진은 본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성격인데 윌라 수는 더욱 입담이 좋았다. 그녀는 대화의 흥취가 돋자 심지어 자신 최근의 혼인에 대해서도 회피하지 않았다. 그 중 남녀가 사랑하며 즐기는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도 거리끼지 않았다. 그녀의 말 속 노골적인 정도는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양내진으로 하여금 부끄럽고 또한 호기심 어리게 만들었다. 부끄러운 것은 명의 상의 남자친구인 내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윌라 수의 대담하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그녀로 하여금 호기심이 충만하도록 만들었다.
그들 두 여인 간의 화제에 나는 기본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주 예의있게 경청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뇌 속으로는 윌라 수와 매여 간의 관계에 대한 사색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들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아주 뛰어난 아름다운 재녀들이었다. 똑같이 뛰어난 용모와 좋은 집안 배경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항로는 뚜렷이 달랐다. 매여는 자신의 일에서 최고조의 시기에 주동적으로 물러나 이후 남편을 돕고 자녀를 기르는 일에 힘쓰는 일개 귀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윌라 수는 최종적으로 자신의 직업 생애를 고집해 아울러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매여가 보유한 아름다운 애정과 가정에 비교하여 윌라 수의 혼인과 사생활은 아주 순조롭지 않았다. 심지어 난잡하다고 까지 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공평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다만 두 사람의 인생은 각자의 소득이 있고 또한 소실이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혼인가정을 보유한 매여가 현재 위기를 만나 눈 앞의 이 혼인을 게임과 같이 여기는 윌라 수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게 되었으니 이 어찌 세상의 무상함에 탄식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인가?
“진아! 넌 신문을 전공했으면 왜 미국으로 유학을 안간 거야? 너네 집 정황이면 Columbia, Stanford, UC Berkeley 어디든 네가 골라 갔을텐데. “
양내진의 전공과 일을 이야기하다 윌라 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음, 본래는 대학 1학년 때 이미 유학 준비를 다 했었어. 엄마도 날 위해 컬럼비아 대학에 연락을 해봤는데… 나중에… 큰 병이 나서 못갔어. 엄마도 아까워하면서 내가 아직 젊으니 일을 몇 년 하다가 석사 과정을 다시 가면 된다고. “
양내진은 여기까지 말하다 말투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또 그 대학 때의 남자친구를 생각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그 변고 때문에 그녀는 유학 계획을 포기했을 것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큰 병이란 분명 아주 큰 마음의 병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렇네. 신문 전공이라면 현장 경험이 더 높이 요구가 되지. 네가 일을 택한 것은 사실 더 휼륭한 거야. “
윌라 수는 비록 양내진 정서의 변화를 의식했지만 그녀는 속사정을 알 길이 없으므로 다만 어린 꾸냥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응! 고마워, 수이모. 사실 나도 유학이 급하지는 않아. 나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우리 국가를 많이 이해하는 거야. 자신의 전공을 민중의 발언을 위해 쓸 거야. “
양내진은 아주 빠르게 다운된 정서 속에서 빠져 나왔다. 그녀는 가볍게 아름다운 머리결을 쓸어올리며 몸을 돌려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고암은 컬럼비아 대학이야. 그는 막 미국 유학에서 돌아왔어. “
“와우! 정말? 나 늘 뉴욕을 가거든. 아마도 거기 파티 중에서 만난 적이 있을 수도. “
윌라 수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록 나와 그녀 사이에는 양내진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녀의 그 아름다운 눈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교담의 대상을 넘어와 나의 신상에 잠시간 머물렀다. 이 때 그녀의 그 화려하게 붉은 풍부한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얼굴에는 호기심의 신색이 충만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 커다란 눈 속에는 마치 일종의 도발적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저는 파티는 잘 참여를 안해서요. 그런 모임이 저한테는 잘 안맞아요. “
나는 미소로써 윌라 수의 커다란 눈동자를 맞았다. 말투는 예의와는 상관없이 아주 단호했다.
하지만 나의 의식적인 대답은 결코 윌라 수를 불쾌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말 아깝네. 이렇게 Handsome boy가 그렇게 보수적이라니. 아주 특별해. “
“하지만 진아에게는 축하해줘야겠네. 넌 그를 해외에 내놓아도 안심이겠네. 그가 탈선할 걱정은 없으니. 호호! “
윌라 수는 고개를 돌리며 아주 친숙하게 양내진의 섬세한 손을 잡아 끌었다.
양내진은 방금 전 정황을 알아차렸다. 나의 대답이 마치 단비가 되어 그녀 마음을 기쁘게 했다. 게다가 윌라 수의 말에 그녀는 아주 빠르게 앞서의 불유쾌한 기분을 잊어버리고 두 사람은 다시 열띤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윌라 수는 본분을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비록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지만 일거일동이 마치 무엇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원래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양내진과 이야기를 하려 내가 있는 이쪽 편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양 쪽의 길고 매끄러운 허벅지가 직접 목욕가운 속에서 미끄러져 드러났다. 그녀의 양 다리는 길고 곧았다. 게다가 아주 결실해 보였다. 마치 늘 운동을 해서 아름다운 선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말을 하며 테이블 위의 썬오일을 집어들고 무릎을 굽히며 들어올린 다리 위에 발랐다. 태양빛 아래 그 오일을 바른 긴 다리는 매끈하니 빛이 났다. 그녀가 불시에 발출하는 방자한 웃음소리와 더불어 내 하반신을 도발하여 순간순간 뻐근하게 만들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양내진은 분명히 윌라 수가 약간 이상하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녀는 자신과 상대방이 꽤 오래 이야기한 것을 깨달았다. 윌라 수 역시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땅히 주제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틈을 내서 그녀는 말을 했다.
“수이모! 이번에 엄마가 나보고 이모를 만나라고 보낸 것은 사실은 이모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예요. “
“응! 내가 마침 물어보려 했는데 기왕에 네가 말을 했으니, 그래 무슨 일이야? “
윌라 수는 양내진의 말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스스로 자신의 종아리를 매만졌다.
“그렇게 돼서, 아빠는 지금 아주 큰 곤란을 겪고 있어요. “
양내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아주 진솔하게 일의 전후관계를 말하기 시작했다. 윌라 수는 양소붕의 이름을 듣자 즉시 개의치 않던 태도를 그만두고 한 쪽 팔을 얼굴에 댄 채 세심하게 들었다. 양소붕이 목전에 이미 감옥에 갇힌 처지를 듣고 난 후 그녀 얼굴에도 한 층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다.
“아빠를 도우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데? “
윌라 수는 양내진이 개정 전의 준비에 대해 말할 때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물었다.
“엄마 말이 목전에 다만 이모만이 아빠를 구할 수 있대요. 엄마가 이모에게 편지를 써 주었어. 한 번 보시라고요. “
양내진은 말을 하며 가지고 온 가방 안에서 새하얀 편지봉투를 하나 꺼내 건네주었다. 이것은 나를 크게 놀라게 했다. 매여는 지금까지 나에게 이 편지의 존재를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윌라 수는 건네 받고 편지봉투를 뜯은 후 안에서 편지지를 꺼내 보기 시작했다. 비록 나는 편지 안의 내용은 볼 수 없었지만 이 편지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다만 세 번 정도에 아주 빠르게 다 볼 수 있었다. 윌라 수는 보고 난 후 즉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수영장가로 걸어갔다. 양 손을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양미간을 찌푸린 채 마치 무엇인가를 사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양내진은 이 순간 모두 조용히 있었다. 묵묵히 윌라 수의 회답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시선을 앞쪽 수영장 수면 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편지는 나 이미 다 봤어. 너네 엄마의 의사를 나 잘알았어. 하지만 나 현재 너에게 답을 할 수가 없어. 너네 먼저 돌아가도록 해. “
윌라 수의 말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우리는 모두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양내진이 뭐라고 입을 열려 하는 순간 나는 그녀에게 눈빛으로 멈추게 했다. 그녀를 잡아 끌어 일어서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저희는 반얀트리에 삼일 머무를 겁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윌라 수는 입을 열어 대답을 하지 않고 다만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우리를 향해 등을 지고 서있었다.
“수이모, 그럼 저희 먼저 돌아갈께요. “
양내진은 고개를 살며시 떨구고 말을 했다. 나는 그녀의 양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급히 그녀의 어깨를 안고 그녀의 몸을 돌렸다. 그런 후 큰 걸음으로 이 정원을 빠져 나갔다.
집 밖으로 나오니 햇빛은 여전히 그렇게 따듯했다. 산곡 속의 홍백의 작은 꽃들이 바람에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신변의 이 여자아이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 어떻게 그녀를 위로해야 할지 몰라 다만 그녀를 품 안에 꼭 안아준채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울지마. 내가 있잖아. “
나의 위로에 양내진은 더욱 격동했다. 그녀는 내 팔에 안겨 소리내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다만 그녀를 이렇게 안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 어린 꾸냥의 성격에 자신의 정서를 감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마음껏 그녀로 실컷 울게 한 후 다시 말하는 것이 나은 것이었다.
자신 블라우스의 깃이 눈물에 의해 다 젖을 때쯤에야 양내진은 비로서 점점 흐느낌이 멈춰갔다. 나는 그녀의 뺨을 안은 채 바라봤다. 조금 전 맑게 빛나던 양 눈이 이미 발갛게 부어 있었다. 맑은 눈언저리 안에는 눈물이 충만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여린 뺨 위에 눈물 흔적을 닦아주며 말했다.
“실컷 울었어? “
양내진은 붉은 입술을 한 편으로 삐죽이며 아무 말없이 다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얼굴에 천진난만한 기에 나는 또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계속 울어. 윌라 수 앞에 가서 울면 그녀가 대자대비를 베풀어 너의 요구에 답할 수도 있잖아. “
나의 표정 변화는 아주 빨라 양내진은 약간 적응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더니 아주 힘있게 자신의 머리를 흔들었다.
“나 다른 사람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아. 더욱이 그 철 같은 심장을 가진 윌라 수 그 나쁜 여자 앞에서는 말할 것도 없어. “
“맞아. 기왕에 눈물이 근본적으로 아무 작용도 못하는 것을 알았으면 이 곳에서 울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윌라 수의 마음을 돌이킬까를 궁리하자고. “
나는 아주 참을성 있게 그녀를 타일렀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그런 거잖아. 너는 뭐 그렇게 사납게 그래? “
양내진은 나의 말에 붉은 입술을 삐죽이며 불복하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럼 또 울 거야? “
나는 품 안의 이 어린 꾸냥이 한층 귀여웠다.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뺨을 꼬집었다.
“안울어, 안울어, 안울어… “
양내진은 양 손으로 자신의 귀를 안고 토라진 눈빛으로 이 세 글자를 연속해서 열 몇 번을 반복하다 자신 실제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릴 때서야 그쳤다.
“그럼 우리 먼저 호텔로 돌아가. 이 곳은 바람이 세서 감기 걸리겠어. “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손으로 바람에 어지러이 휘날리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응. “
나의 세심함에 양내진은 근심이 기쁨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아주 앙증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여자아이가 어른에게 안기는 것처럼 나의 팔짱을 끼고는 나와 함께 이 작은 산곡을 빠져 나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다시 꼼꼼하게 양내진에게 한 바탕 물었다. 특별히 매여의 그 서신의 자세한 내역을 물었다. 하지만 양내진도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매여는 그녀가 집을 떠나 공항으로 가기 전에 이 편지봉투를 꺼냈다고 한다. 게다가 그녀에게 봉투를 뜯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봉투 안에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는 다만 매여와 윌라 수 만이 아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또 양내진에 특별히 당부해 나를 포함해서 아무에게도 이 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듣고 난 후 나는 더욱더 어찌 된 영문인지를 모르겠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매여가 우리 두 사람을 함께 보낸 것이 윌라 수를 설복하는데 있어 이 일을 성공시키는데 큰 자신이 있기 때문인지 알았다. 그리고 실제적인 효과를 보니 윌라 수는 마치 그렇게 큰 고민없이 양씨 집안의 곤경에 대해 즉시 손을 써서 도와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통 고도의 비밀스런 편지가 출현하자 이 편지 안에 무엇이 쓰여 있기에 윌라 수의 태도를 어째서 그렇게 변화하는 작용을 한 것인지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전혀 알 방법이 없었다.
이것은 나로 하여금 저절로 암암리에 짜증이 나도록 만들었다. 매여는 마음 속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인가? 나는 원래 그녀가 나에 대해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줄 여기고 있었다. 내 이번 걸음이 다만 그녀 계획 중의 일부분일 뿐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었다. 그럼 이번 걸음의 진정한 의의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째서 우리 두사람을 아무 것도 모르게 하는 것인가? 심지어 자신의 친딸 조차도 신임을 못하다니 도대체 이 안에는 무슨 수수께끼가 감추어져 있단 말인가? 생각이 이에 이르자 나는 지난 번 대면했을 때의 대화를 한 바탕 되집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털끝 만큼의 추론상의 빈틈을 발견할 수 없었다.
반얀트리의 건축물 담장 밑에 접근했을 때 일성 소 울음 소리가 나를 깊은 사색에서 깨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발 아래 완만한 산비탈의 경사진 밭이 있었다. 조용한 강물이 새파란 풀숲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머리부터 온몸이 더부룩한 털로 덮인 백색의 들소인 야크가 강가에서 물을 먹고 있었다. 야크 옆에는 일신에 검은색 파오즈를 입은 티베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이 사람의 체형은 자못 컸는데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굴은 거무충충하니 오관이 분명치 않았다. 하지만 다가가며 보니 평소 졘탕전에서 볼 수 있는 티베트인과 무슨 구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크게 주의하지 않으며 바라 보았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돌리려는 그 일순간 그 티베트인이 갑자기 쌍수를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려 쌍수를 교차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동작은 극히 빠르게 세 번을 반복했다. 나는 문득 전신이 극렬히 떨려왔다. 뇌 속으로 마치 장치가 부팅이 되는 것 같았다. 자연히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양내진이 의혹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개의치 않고 몸을 돌려 그 티베트인을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미 야크를 끌고 다른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일순 머뭇거렸다. 생각을 돌려 걸음을 멈추고 양내진을 향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데리고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이 때 이미 중오가 가까워 있었다. 우리는 홀로 가서 식사를 했다. 점심은 특별히 티베트식 신선로였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약간 정신을 딴데 팔고 있었다. 양내진은 여전히 윌라 수를 설복하는데 실패한 정서 속에 빠져 있었다. 나는 뇌 속으로 한 가지 일에 대해 사색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는채 점심을 마쳤다. 양내진은 약간 피로함을 느끼는 듯 했다. 나는 그녀에게 먼저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하도록 했다. 자신은 혼자 다시 호텔 밖으로 나갔다.
부지불각중에 양 다리는 다시 앞서 그 티베트인을 보았던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하지만 그 사람과 야크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약간 자조하듯 어깨를 으쓱했다. 마음 속으로 자신이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함부로 길을 지나는 사람의 거동을 중요한 정보로 여긴 것이었다. 그냥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막 몸을 돌려 돌아가려는데 일성 아주 우렁차지는 않지만 매우 뚜렷한 휘파람 소리가 귀에 울려 퍼졌다. 나는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등 뒤 담모퉁이 쪽 수풀 속에서 갑자기 한 사람의 인영이 일어섰다. 나는 놀라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 사람은 진일보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바라보니 원래 방금 전 보았던 그 티베트인이었다.
그 티베트인은 입에 강아지풀을 물고 밀짚모자의 모자챙은 아래쪽으로 눌러 쓰고 있었다. 그의 커다란 키의 신영은 정오의 햇빛 아래 뚜렷이 더욱 웅대했다. 우리 두 사람은 조용히 몇 분을 서로 응시했다. 그 티베트인이 마침내 손을 들어 손짓을 했다. 그런 후 몸을 돌려 뒤로 걸어갔다. 나 역시 아무 말 없이 다만 묵묵히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티베트인의 뒤를 따라 걸으니 자신이 반얀트리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면 갈수록 지세가 한층 험준해졌다. 한 작은 산봉우리에 오르자 디칭 사방의 많은 설산과 비교하여 이 산의 해발은 뜻밖에 그리 높지가 않았다. 하지만 산 위에는 각종 고목들과 식생들이 밀집해 있어 일편 녹색으로 울울창창했다. 그리고 푸른 산골짜기로 둘러싸인 가운데 간혹 새 지저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어 흔히 볼 수 있는 산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산 위 길은 꽤 드넓었다. 돌을 쌓아 만든 산길은 네 사람이 나란히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티베트인은 그 큰 길로 가지 않고 전문가다운 솜씨로 숲을 뚫고 지나갔다. 나는 그가 하는대로 따라하며 뒤를 쫓아갔다. 비로서 수풀 속에 숨겨진 한 오솔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곳은 옛날 사람들이 산을 오르던 작은 길 같았다. 세월의 침식으로 인해 거의 야초에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마치 신상에 탐지기라도 지닌 모양 무슨 이정표도 없는데 아주 마음대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어 걸어 가는 것이었다. 길을 찾아가다보면 자연히 발 아래 작은 길이 있었다. 마치 그는 천생 이 황산야령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비록 이 작은 오솔길은 걷기에 좋지 않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모두 아주 민첩하기 그지 없었다. 대략 한 시간 후 일편 무성한 소나무 숲이 튀어 나왔다. 그 티베트인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나는 이제서야 자신이 이미 산 꼭대기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 앞에 흰 대리석 석재로 조성한 둥근 담이 있었다. 둥근 담 가운데에는 높이가 40 몇 미터가 넘는 황금 불탑이 있었다. 이 불탑은 넓은 어깨 둥그런 배에 몸은 크고 동그랬다. 마치 바리때를 엎어 놓은 듯 했다. 탑 꼭대기에는 도금을 한 동으로 만든 양산이 씌여져 있었고 옆쪽 가로에는 풍경을 걸어 놓아 산바람이 불어오자 상큼한 방울 소리를 발출했다. 양산 꼭대기에는 화염 보주탑이 놓여져 있는데 햇빛 아래 번쩍이며 빛나고 있어 일종의 위엄스럽고 웅장한 것이 또 청정하고 숙연한 맛이 있었다.
그 티베트인은 혼자 불탑 근처로 걸어가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어 탑신 위를 잡았다. 신체가 바로 땅에서 비약해 올랐다. 그가 무슨 도구를 장착했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양 손은 마치 빨판처럼 견고하게 탑신 위를 잡고 있었다. 그 탑신 위에는 일단의 상서로운 구름 모양의 부조가 있었다. 그의 신발을 신은 발이 부조의 돌출된 부분 위를 밟고 있었다. 발 아래 딛는 힘에 힘입어 천천히 위를 향해 기어 올라갔다. 그는 신상에 비록 넓찍한 티베트 장포를 입고 있었지만 가늘고 긴 마른 신형에 동작은 민첩했다. 마치 긴 팔 긴 다리를 가진 왕거미 같이 몇 번 기어 오르지 않아서 그 양산 아래쪽에 도달했다.
양산이 마치 커다란 우산같이 탑신에서 십몇여 미터를 뻗어 나와 있기 때문에 나는 그가 무슨 방법으로 이 장애물을 극복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깨를 수축하며 양 다리를 한데 모았다. 그런 후 바깥 쪽으로 반공중으로 뛰었다. 이어서 이 작용력으로 그의 몸이 공중에서 반쯤 숙여졌다. 그런 후 양 팔을 위쪽으로 뻗어 양산 주위 주먹 크기의 가시를 잡았다. 다만 바라보니 그의 신체가 공중에서 매달린 채 몇 번 흔들거리더니 양 팔에 힘을 주어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양 팔의 힘에 의지하여 위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그가 손을 이용해 양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봤다. 한 번 몸을 뒤집어 탑 꼭대기로 뛰어 오르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탑 꼭대기 위에서 “휙” 하며 손가락 두 개 굵기의 나일론 로프가 던져 내려왔다. 그 티베트인이 탑 정상에서 나에게 올라 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로프를 잡고 잡아당겨봤다. 느낌에 밧줄이 꽤 견고했다. 상대방에게 악의가 있음을 걱정하지 않은 채 양 손으로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비록 나는 그 사람의 왕거미와 같이 타고 오르는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팔 힘에 의지해 밧줄의 조력을 받아 아주 빠르게 그 탑 꼭대기로 기어 올랐다. 나의 몸이 전부 탑 위로 오르자 그 사람은 아주 세심하게 그 로프를 다시 위로 걷어 올렸다.
이런 종류의 불탑을 티베트어로 ‘가단췌단’ 또는 생긴 것이 병모양이라고 해서 ‘병탑’ 이라고 부른다.
또는 라마탑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티베트 불교의 각파에서 가장 좋은 영향을 받았다. 각파의 큰 덕을 쌓은 고승, 승려 대중 모두 그것을 위해 사리를 바쳤다. 육신 법체와 각종 법물의 영탑이었다. 이 불탑의 꼭대기 부분은 하나의 원뿔형이었다. 밧줄은 다른 뾰족한 황금 보주 위에 매어져 있었다. 탑 꼭대기는 20평방 정도의 크기로 우리 두 사람의 몸을 수용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 사람은 몸을 똑바로 서서 손으로 머리 위 밀짚모자를 벗었다. 아주 전형적인 티베트인의 얼굴이었다. 높이 솟은 광대뼈, 굳센 아래턱, 미골과 콧등이 독특하게 오똑했다. 피부색은 고원 민족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검은 가운데 붉은 색이 배어있는 것이었다. 굳게 다문 양 입술은 아주 과묵해 보였다. 크지 않은 양 눈은 예리한 눈빛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분명 괴이하게 느꼈었는데 일종의 사람을 엄숙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반쯤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17호. “
“6호. “
“자넨 어떻게 이 곳에 있는 건가? “
“그건 내가 당신에게 묻고 싶은 거요. “
6호는 직접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나에게 등을 보였다. 시선은 멀리 설산 위로 고정되어 있었다.
“만일 자네의 친구라면 그녀 신변의 그 티베트인을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
나는 그가 빈말로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밧줄을 타고 원래의 자리로 낙하해 내려왔다. 탑 아래는 여전히 아무도 없이 비어 있어 앞 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이 안은 조금도 일측즉발의 위기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폭풍우가 다가 오기 전의 고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밀림 속의 작은 오솔길을 뛰어 들기 앞서 나는 고개를 돌려 탑 꼭대기를 바라봤다. 푸른 창공의 하늘 아래 6호의 신영은 이미 모호하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바람 속에 휘날리는 장포 속 그는 마치 화살과 같이 매우 곧게 서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참매가 고산 봉우리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것 같이 발 아래 세계와 중생을 굽어보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 왔을 때 하늘 색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양내진 역시 일어나 화장을 마친 후 호텔 홀에 앉아 핸드폰을 갖고 놀고 있었다. 내가 부르며 다가가자 그녀는 내가 돌아온 것을 보고 문득 얼굴 가득 희색을 드러내며 반갑게 맞았다. 오후 내내 어디 간거냐고 물었다. 나는 입에서 나오는대로 이유를 찾아 숨겼다. 그녀는 조금도 내가 속이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마음 속을 약간 미안하게 만들었다. 이 꾸냥은 나에 대해 가면 갈수록 신임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어찌 이러한 달콤한 정에 대해 보답을 하겠는가? 내가 이런 그녀를 책임질 수 있을까?
시간이 늦은 것을 보고 나는 먼저 저녁을 먹으로 가자고 건의했다.
양내진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습을 보니 그녀는 아침부터 풀이 죽어 있었다.
뭐라도 위를 채우자 정신이 다소 회복되었다.
젊은 여자 아이의 생명력은 이리도 강한 것이었다.
그들은 아주 쉽게 상처를 받고 또 아주 쉽게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 이 썰의 시리즈 (총 65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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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날짜 | 제목 |
| 1 | 2026.05.30 | [번역] 천약유정(天若有情) --- 065 |
| 2 | 2026.05.30 | [번역] 천약유정(天若有情) --- 064 |
| 3 | 2026.05.30 | [번역] 천약유정(天若有情) --- 0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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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2026.05.30 | [번역] 천약유정(天若有情) --- 0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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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