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20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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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20章 비극의 일막(一幕)
스으으!
새벽 무렵. 자욱한 아침 안개 속에 일남삼녀가 서 있었다.
부부의 가연을 맺은 이검한과 흑요설, 그리고 인간의 여자가 된 여와
음교와 백야 천사십이호였던 미소녀 두난향이었다.
"바득! 이 원한은 결코 잊지 않겠다, 지옥마교!"
흑요설은 폐허로 화한 신녀묘를 둘러보며 이를 갈았다.
이검한도 주위를 둘러보며 신음성을 발했다.
'무참하군!'
화려하던 신녀묘는 하룻밤에 완전히 초토화로 변해 있었다.
여기저기엔 타다 남은 목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그 사이
로 수많은 여인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한서린 표정으로 죽어있는 그 여인들은 바로 백야여전사들이었다. 흑
요설을 수행하여 신녀묘로 온 백야여인맹의 여인들은 모조리 도륙당
하고 말았다.
물론 그것은 지옥마교의 짓이었다.
신녀묘의 지하에서 무적구마가 흑요설을 공격하는 사이 마교백강이
전부 동원되어 신녀묘를 초토화시켜 버린 것이었다.
"고정하십시오! 수하들의 원수는 제 손으로 반드시 갚아드리겠습니다
!"
"흐윽!"
흑요설은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이검한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
며 오열을 터뜨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두난향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여제님이 오빠의 부인이 되다니……!'
그녀는 놀라움과 의아로움을 금치 못하는 눈으로 이검한과 흑요설을
주시했다.
두난향은 이검한을 도와주었다는 죄목으로 완전 밀폐된 징벌방에 갇
혔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지옥마교의 마수를 피해 살아날 수 있었다
.
하늘같이 우러러보던 천년여제가 자신의 오빠 이검한을 남편이라 부
르자 두난향은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눈이 휘둥그래진 것이었다.
이검한은 오열하는 흑요설의 어깨를 감싼 채 두 눈을 강렬하게 번득
였다.
'지옥마교! 이 가엾은 여인들에게 저지른 만행만으로도 너희들과 나
이검한은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스으으!
살벌한 인간 세상의 일과는 아랑곳 없이 태양은 서서히 동녘으로부터
솟아올라 폐허가 된 신녀묘를 비추기 시작했다.
아침이 오는 것이다.
* * *
"크으으! 그놈이 불문의 항보법보인 금강법등까지 지니고 있었을 줄
이야!"
상체를 발가벗은 채 허리에 흰 천을 둘둘 감고 있는 한 명의 청년이
안면을 이지러뜨리며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마교소종사인 운중악이었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었다. 그놈이 끼어들어 대사를 망칠 줄은 몰랐
다!"
운중악은 검미를 찌푸리며 신음했다.
그와 함께 그자의 눈가에 떠오르는 것은 두려움의 빛이었다.
이제껏 그 누구도 두려워해 본 적이 없는 운중악이었건만 자칫 자신
을 죽일 뻔했던 이검한을 떠올리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
었다.
"쯧쯧! 그게 무슨 꼴이야, 중악아!"
문득 혀차는 소리와 함께 밀실 안으로 한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 나
이는 사십대 후반 정도인데 아주 중후한 인상을 지닌 인물이다.
"아… 아버님!"
운중악은 급히 일어나 포권했다.
아버님!
그렇다면 이 중년인이 바로 지옥마교의 교주이며 천지육강의 일 인인
마교지존(魔敎至尊)이란 말인가?
마교지존은 일어서는 운중악을 향해 손을 저어보였다.
"앉아있거라. 고독일문의 절기에는 심맥을 말려버리는 무서운 파천강
살이 스며 있으니 상세가 호전되었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면목이 없습니다!"
운중악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네 사고(師姑)에게서 전후상황을 들어 알고 있다. 고독마야의 제자
가 금강법등까지 지니고 있었다고?"
마교지존의 물음에 운중악은 침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예! 만일 그 빌어먹을 금강법등만 없었다면 그놈은 물론 천년여제마
저 끝장을 낼 수 있었는데…, 분합니다."
운중악은 못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마교지존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기회는 또 있는 법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거라!"
그는 오히려 운중악을 위로했다.
"그래봐야 본교가 전무림을 제패하는 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천년
여제는 사실상 꺾인 것이나 다름없고, 이제 봉황쌍려(鳳凰雙侶)와 신
비영주(神秘令主)만 제거하면 본교 패업의 장애물은 아무 것도 없다!
"
그자는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로 말했다.
"그… 그렇기는 하지만……!"
운중악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 끝을 흐렸다.
마교지존은 그런 운중악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무적제이마(無敵第二魔)까지 네게 딸려 보낼
걸 그랬구나. 그는 도가선공을 익혀 금강법등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
았을 텐데……!"
"하지만 무적제이마는 봉황쌍려를 제거하는 데 투입되지 않았습니까?
"
마교지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운중악은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고독전신이란 놈이 소자에게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만
……!"
"이상한 소리라니?"
마교지존은 의아한 얼굴로 운중악을 주시했다.
운중악은 부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자는… 아버님의 성함이 영호진이 아니냐는 말도 안되는 말을 했
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교지존은 흠칫했다.
'그놈이 어떻게 그 사실을……!'
그자의 눈가로 빠르게 한 가닥 한광이 스쳐갔다.
그러나 그는 아주 능란하게 내심의 동요를 감추었다.
"그것참 이상한 녀석이구나. 내게는 운천손이란 이름이 있거늘 영호
진이라니……!"
"그, 그러게 말입니다!"
운중악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부친의 눈가로 스쳐지나간 순간적인 당황의 빛을 놓치지
않았다.
'무엇인가 있다!'
일순 오싹한 전율감이 운중악의 등골을 스쳤다.
그것은 거대한 파국(破局)을 예감하는 전율이었다.
과연 마교지존 운천손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단 말인가?
* * *
무성한 갈대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바람에 마른 갈대꽃이 어지럽게 흩어지고 있었다.
"크으! 무섭구나! 자전신강(紫電神 )!"
갈대밭 가운데서 괴로운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화르르르!
그와 함께 갈대밭 위로 시뻘건 불길이 확 번져갔다. 지난해 가을 새
하얀 꽃을 피웠던 흰 갈대꽃들이 그 불길에 휘말려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길 가운데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청수한 인상을 지닌 문사차림
의 사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 중년문사의 모습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슴 부분이 어떤
막강한 힘에 무참하게 으깨져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봉두난발이 된 그의 머리에는 한 쌍의 봉황(鳳凰)이 정교하게 수놓아
진 문사건(文士巾)이 둘러져 있었다.
"……!"
그리고 봉황건을 쓴 그 중년문사의 앞에 한 명의 노인이 표연한 자태
로 우뚝 서 있었다.
일신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얼굴에 검은 복면을 쓴 인물인데 이마에
는 이(二)라는 숫자가 황금색으로 수놓여져 있었다.
복면 아래로 허연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인
물은 노인임을 직잠케 했다.
무적제이마(無敵第二魔)!
흑의인의 복장과 이마에 수놓인 숫자로 미루어 그 인물은 바로 무적
구마 중 서열 제이위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츠으으!
특이하게도 무적제이마의 눈가로는 형형한 자색의 섬광이 노을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것은 무적제이마가 자전신강(紫電神 )이라는 도가의 전설적인 신
공을 연마했다는 증거였다.
봉황건을 쓴 중년문사는 통한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크으! 실수였다. 아내와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에게는 그 자신보다 오히려 더 강한 아내가 있었다. 그가 아내와
함께 있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그들 부부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후회해도 늦었다.
중년문사 혼자만의 능력도 무적제이마에 비하면 약간 뒤지는 정도였
으나 그 미세한 차이도 고수들 사이의 일전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법이다.
지금 중년문사는 무적제이마의 자전신강에 가슴이 으깨져 죽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가 그 지경이 되고도 아직 살아있는 것은 강력한
내공 덕분이었다.
"크으! 실망스럽소. 이노사(李老師)! 당신이 지옥마교의 주구가 되다
니……!"
그는 처연한 눈으로 무적제이마를 올려다보았다. 비록 만나는 것은
처음이나 그는 무적제이마가 누군지 짐작하고 있었다.
"……!"
하지만 중년문사의 말에도 무적제이마는 그저 무표정하게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도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무적제이마의 왼팔은 끔찍하게도
시커멓게 타서 뭉그러져 있었기 대문이다. 중년문사가 날린 극양강살
에 녹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무적제이마는 고통조차 못 느끼는 듯했다.
바로 그때였다.
"호호호! 드디어 쓰러지셨군! 잘난 늙은이!"
화라라락!
요사한 교소와 함께 무적제이마 옆으로 가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여인
이 날아내렸다.
흑묘묘(黑猫猫)!
바로 그녀였다. 혈황의 수하이면서 마교지존의 첩실을 자처하는 이
요부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사실 무적제이마를 조종한 것은 그녀였다. 그녀는 무적제이마가 봉황
건의 중년문사를 쓰러뜨리기를 기다렸다가 나타난 것이다.
중년문사는 고통스러운 안색으로 미간을 모으며 나타난 흑묘묘를 주
시했다.
"너… 너는 누구냐?"
"내가 누구냐고?"
퍽!
흑묘묘는 거침없이 중년문사에게로 다가서더니 그의 복부를 발로 걷
어찼다.
"크윽!"
중년문사는 피를 왈칵 토하며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다친 상태만 아
니라면 삼초지적도 되지 못할 흑묘묘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호호호! 본녀는 마교지존님의 애첩인 흑묘묘다! 너를 저 세상으로
보낸 사람이 누군지 잘 기억해 두거라! 봉황지존(鳳凰至尊)!"
흑묘묘는 쓰러진 중년문사를 내려다보며 요악한 교소를 터뜨렸다.
헌데 봉황지존이라고 했는가?
-봉황지존(鳳凰至尊)!
그렇다. 봉황건의 중년문사는 바로 저 천지육강(天地六强)의 일 인인
봉황지존이었다.
겉보기엔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지만 사실 봉황지존은 예순을 넘긴 노
인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젊어 보이는 것은 그만큼 그의 내공이 막강
하다는 반증이었다.
헌데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육 인 중 한 명이라는 그가 무적제이마
와의 싸움에서 패하는 바람에 흑묘묘 같은 천박한 탕녀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너 역시 무림인이라면… 더 이상 노부를 능멸하지 말고 한칼
에 죽여다오!"
봉황지존은 처연한 눈으로 흑묘묘를 주시하며 말했다.
흑묘묘는 요악한 눈을 번득이며 웃었다.
"호호호! 그러고는 싶지만 심통이 나서 곱게는 못 죽이겠다!"
그녀는 봉황지존의 옆에 다리를 벌리고 선 채 뇌살적인 눈웃음을 쳤
다.
순간 봉황지존은 질겁했다. 흑묘묘는 치마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었고 그 바람에 미끈한 허벅지와 그 사이의 무성한 방초로 뒤덮인
비역 일대가 그대로 눈에 들어온 때문이다.
"음… 음탕한 계집이로군!"
봉황지존은 신음하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호호호! 무엇이라고 해도 좋다, 봉황지존! 듣자하니 너는 평생 늙은
마누라 외에는 다른 여자와 재미를 본 적이 없다던데 그게 사실이냐
?"
그녀는 음탕한 목소리로 물었다.
봉황지존은 분노로 치를 떨었다.
"더 이상 노부를 능욕하지 마라!"
그는 기식이 엄엄할 정도의 중상을 입어 흑묘묘를 응징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흑묘묘는 그런 봉황지존을 내려다보며 조소를 흘렸다.
"호호호! 내가 너를 어떻게 죽이려는지 아느냐?"
그녀는 탐욕스런 눈으로 봉황지존의 하체를 주시했다.
"네게 본녀의 기막힌 맛을 보게 해주겠다. 대신 너는 네 정기를 모두
내게 주어야만 한다!"
"뭐라고?"
봉황지존은 기겁했다. 간단히 말해서 흑묘묘는 봉황지존의 양기를 모
두 빨아먹어 말려 죽이겠다는 얘기였다.
"이, 이 저주받을 계집… 헉!"
분노의 음성으로 외치던 봉황지존은 기겁하며 눈을 부릅떴다. 흑묘묘
가 대담하게도 봉황지존의 바지를 벗겨내렸기 때문이었다.
"호호호! 늠름한데!"
그녀는 까르르 웃으며 봉황지존의 실체에 손을 가져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잠시 봉황지존의 실체를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이내 그것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봉황지존은 부르르 몸을 떨며 전율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수모에 그
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하지만 흑묘묘의 기교는 실로 절묘하여 봉황지존의 실체는 그의 의지
와는 전혀 상관없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에 봉황지존은 수치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심각한 내상으로 인해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
도로 무기력해진 그인지라 어쩔 수 없이 흑묘묘에게 유린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실체는 마침내 늠름하게 용틀임을 하게 되었다.
흑묘묘는 요악하게 웃으며 봉황지존의 하체 위에 다리를 벌리고 쪼그
려 앉았다.
"호호호! 극락구경을 시켜주겠다!"
그리고는 치마를 훌렁 들추어 올려 하체를 드러내더니 주저없이 봉황
지존 위에 주저앉는 것이 아닌가?
봉황지존은 치욕으로 진저리를 쳤다.
흑묘묘는 그런 봉황지존의 반응은 아랑곳 않고 천천히 육중한 둔부를
내리눌렀다.
다음순간 흑묘묘와 봉황지존의 몸에 세찬 경련이 일었다.
서로의 육체가 일거에 한 치의 틈도 없이 결합된 것이다.
"크으윽! 이 저주받을……!"
봉황지존은 너무도 분노한 나머지 오공에서 피를 울컥 토해냈다.
흑묘묘는 그런 봉황지존의 위에 걸터앉은 채 가쁜 숨을 토해내며 말
했다.
"호호호!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마! 지금쯤 당신이 사랑하는 마님도
외간 사내의 품에 안겨 희열에 몸을 떨 것이다!"
"그… 그런……!"
봉황지존은 분노와 충격으로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흑묘묘는 그런 봉황지존을 내려다보며 요악하게 웃었다.
"호호호! 그러니 당신도 본녀와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말과 함께 그녀는 교묘하게 둔부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봉황지존의 위에서 둔부를 들썩거리는 흑묘묘의 입에서
자극적인 희열의 교성이 터져나왔다.
흑묘묘의 신음은 점점 급박하게 변해갔다. 아마도 급격히 절정으로
치닫는 듯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육시를 할 계집!"
돌연 허공에서 사나운 일갈이 들렸다.
쏴아아아아!
동시에 하나의 시커먼 그림자가 장내를 확 뒤집어씌웠다.
"학!"
위를 올려다보던 흑묘묘는 질겁하며 봉목을 치떴다.
허공으로부터 한 마리 거대한 익수룡이 산더미처럼 날아내리고 있는
데 그 익수룡의 등에서 한 명의 청년이 뛰어내려 맹렬히 자신을 덮쳐
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 고독전신!"
흑묘묘의 입에서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나왔다.
익수룡의 등에서 뛰어내린 청년은 바로 이검한이었다.
그리고 익수룡은 바로 독성부의 수호영물인 독익교였다.
독익교의 등 위에는 세 명의 여자가 타고 있었다.
흑요설과 인간이 된 여와음교, 그리고 미소녀 두난향이었다.
이검한은 자신의 아내가 된 흑요설과 여와음교, 그리고 결의남매를
맺은 두난향을 북망산 귀왕궁의 귀왕서시 음월방에게 맡기기 위해 북
쪽으로 날아가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곳 동정호변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이곳으로
날아오게 된 것이다.
파앗!
이검한을 발견한 흑묘묘는 마치 악귀를 본 듯 놀라 펄쩍 뛰어 일어나
며 무적제이마에게 외쳤다.
"막… 막아욧!"
쐐애애액!
그와 함께 그녀는 민망하게 드러난 하체를 가릴 생각도 않고 황망히
북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딜 가느냐?"
피이이잉!
이검한은 사나운 폭갈을 내지르며 허공에서 몸을 틀어 흑묘묘를 추격
해갔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쩌저저정!
돌연 그의 후면에서 날카로운 우레성과 함께 검붉은 섬광이 작렬해왔
다. 무적제이마가 유령같이 움직여 이검한의 측면에서 급습을 가한
것이다.
"조심해요!"
독익교의 등에서 흑요설의 다급한 경호성이 터져나왔다.
꽈르르릉! 콰쾅!
이검한과 무적제이마 사이에서 벼락치는 듯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크윽!"
화라라락! 스슥!
이검한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흘러나오며 양인은 사오 장을 격하고
지면에 내려섰다.
'지, 지독하군! 손이 으깨진 것 같다!'
촉망중에 무적제이마의 공세를 맞받아친 이검한의 안면은 고통으로
이지러졌다.
반면 무적제이마는 복면의 앞자락이 붉게 물들었다. 이미 봉황지존과
의 일전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터라 이검한의 파천황강살에 정면으
로 맞서 내상이 도진 것이었다.
무적제이마가 이검한을 막는 사이 흑묘묘의 모습은 이미 장내에서 사
라졌다.
삐익!
대신 아주 먼곳에서 한소리 섬뜩한 호각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
쐐애애액!
그 호각소리가 들린 순간 이검한과 일장을 교환했던 무적제이마는 즉
시 뿔피리 소리가 난 곳으로 날아갔다.
"서랏!"
이검한은 분노의 일갈을 내지르며 그 자를 저지하려 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화라라락!
그때 흑요설이 독익교의 등에서 질풍같이 날아내리며 교갈했다. 그녀
는 허공에서 몸을 날렵하게 휘돌려 무적제이마의 뒤를 따라갔다.
"저 자를 따라가면 지옥마교의 소굴이 어딘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신
첩이 미행할 테니 나중에 북망산에서 만나요!"
흑요설은 그 말과 함께 이검한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조심하십시오, 부인!"
이검한은 흑요설의 실력을 잘 아는지라 그녀를 막지는 않았지만 그래
도 근심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어서 그렇게 소리쳐 주었다.
"걱정마세요, 상공!"
달콤한 음성을 전음으로 남긴 흑요설의 모습은 이내 무적제이마의 뒤
를 따라 장내에서 사라져버렸다.
이검한은 급히 봉황지존 쪽으로 다가갔다.
하의가 벗겨진 채 누워있는 그는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이검한은 민망함으로 혀를 차며 봉황지존의 하의를 추스려 주고는 빠
르게 상세를 살펴보았다.
이내 그의 안색이 침중하게 변했다.
'틀렸다! 부러진 늑골이 폐부(肺腑)와 심장(心臟)을 찔러 회생불능이
다!'
봉황지존을 도저히 살릴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대신 몇 군데 혈도를
눌렀다. 그 혈도들은 인간의 잠재력을 격발시켜주는 곳이었다.
과연 혈도가 찍힌 봉황지존은 이내 전신을 부르르 떨며 정신을 차렸
다.
"그… 그대는?"
그는 정신이 들자마자 이검한을 발견하고 경계의 눈빛을 지었다.
이검한은 침중하게 대답했다.
"안심하십시요. 그 음탕한 탕부와 무적제이마는 소생이 쫓아보냈습니
다!"
"그… 그런가?"
허탈한 어조로 중얼거리던 봉황지존의 두 눈에 번득 신광이 떠올랐다
. 이어 그는 두 눈 가득 경이와 놀라움의 빛을 담은 채 이검한의 아
래 위를 살피는 것이 아닌가?
"으음! 천운이로다. 죽기 직전에 천양지신(天陽之身)과 지음지체(地
陰之體)를 지닌 기재들을 만나게 되다니……!"
그는 이검한과 그의 뒤에 서 있는 두난향을 바라보며 흥분의 눈빛을
지었다.
그의 말에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천양지신과 지음지체?'
그것은 약왕림의 진전을 이은 이검한으로서도 처음 들어보는 명칭인
것이다.
봉황지존은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본좌는 곧 죽네. 죽기 전에 소협에게 부탁이 있네!"
"말씀하십시요.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이검한은 공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포권했다.
"지금부터 본좌가 구술하는 한 가지 구결(口訣)을 외우게. 그런 후
이곳에서 동쪽으로 삼십 리쯤에 있는 추월도(秋月島)라는 곳으로 가
주게!"
봉황지존은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
"추월도에… 내 안사람이 있네. 그녀에게… 먼저… 저 세상으로 가게
되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해주게!"
그는 숨찬 목소리로 할딱이며 당부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검한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봉황지존은 억지로 일어나 가부좌를 틀었다.
"그럼 지금부터 심결을 구술할 테니 잘 듣게!"
이검한도 봉황지존의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그
는 봉황지존이 이마에 두르고 있는 봉황건으로 이 인물의 신분을 대
충 짐작한 상태였다.
봉황지존은 이윽고 엄숙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노부가 구술하는 구결은 사내의 양정지기를 극한까지 불러
일으키게 하는 심법이네. 이름하여 봉황조화심결(鳳凰造化心訣)이
그것일세."
그의 입에서는 지극히 난해한 구결이 흘러나왔다.
이검한은 온 정신을 집중하여 봉황지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덕분
에 그는 봉황지존이 두 번 반복해 구술해 주자 그 뜻을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구술을 마친 봉황지존은 안도의 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노부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군!"
그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는 듯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노부의 손을… 잡아주지 않겠는가?"
그는 떨리는 손을 이검한에게 내밀었다.
이검한은 말없이 봉황지존의 손을 마주 쥐었다.
쩌억!
순간 이검한과 봉황지존의 쌍장이 달아오른 쇳덩이처럼 그대로 달라
붙어 버렸다.
우르르릉!
그와 함께 정순하기 이를 데 없는 순양강기가 봉황지존의 장심에서
이검한의 장심으로 흘러들었다. 봉황지존은 죽어가며 자신이 평생 심
득으로 이룬 양강지기를 이검한에게 이전하려는 것이었다.
이검한은 방금 얻은 봉황조화심결로 그 양강지기를 모두 받아들였다.
츠츠츠!
삽시에 이검한의 전신은 마치 달군 쇳덩이처럼 백열되었다.
두 사람의 옆에 서 있던 두난향은 긴장된 표정으로 이검한의 기괴하
게 변한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느 덧 붉은 노을이 갈대밭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 * *
-추월도(秋月島)!
동정호의 동서 쪽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비록 인적이 드문 곳이지만 무성한 갈대와 울창한 송림으로 둘러싸인
경치는 세외선경을 방불케 했다.
한적하고 평화롭기 이를 데 없는 이 추월도의 가운데에는 한 채의 모
옥(茅屋)이 송림 사이에 그림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늑한 송림에
운치있게 세워진 모옥은 그림 속의 한 풍경처럼 아름답다.
일경(一更) 무렵이다.
황혼이 스러지고 막 내리기 시작한 어둠이 모옥 주위를 감싸고 있는
가운데 모옥 안으로부터는 한 줄기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슥!
문득 한 줄기 인영이 야조처럼 모옥 앞으로 날아내렸다.
"상공이세요?"
끼익!
그윽한 여인의 음성과 함께 모옥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여인이 방
밖으로 나섰다. 섬세하고 단아한 얼굴에 눈같이 흰 피부를 지닌 마흔
살 전후의 중년미부였다.
중년미부는 일신에 마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박한 차림도
그녀의 미모를 조금도 손상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더욱 청초하고 우
아한 기품을 자아낸다.
"늦었소, 부인!"
그녀가 모옥의 마당으로 나서는 순간 이마에 봉황이 새겨진 문사건을
두른 수려한 용모의 중년문사가 성큼 다가섰다.
바로 봉황지존(鳳凰至尊)이었다.
헌데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봉황지존은 분명 동정호변에서 죽
었는데 버젓이 살아 이곳에 나타나다니……!
"식사는 하셨나요?"
마의미부는 그윽한 눈빛으로 봉황지존을 바라보며 물었다.
"했소. 피곤하니 그만 잡시다!"
봉황지존은 대답과 함께 모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쪽의 침상 위로
몸을 던졌다.
그 모습에 마의미부는 내심 의아함을 느꼈다.
'무슨 일이 계신 것일까? 초조하신 표정이니……!'
하지만 하늘같은 남편이 몹시 피곤한 기색이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자세히 물어볼 수도 없었다.
팟!
그녀는 말없이 침상 모서리에 켜져 있던 황촉의 불을 껐다.
이내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물론 봉황지존 같은 고수들에게
그 정도의 어둠은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이리 오시오!"
봉황지존은 아내를 거칠게 침상으로 잡아끌었다.
"어멋!"
마의미부는 깜짝 놀라며 비명을 토했다.
봉황지존의 아내인 그녀는 남편보다 다섯 살이나 연상이다. 겉보기엔
아직 한창 아름다운 중년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녀도 오래 전에 예순
을 넘긴 나이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젊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봉황지존과 마찬가지로 막
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내공은 오히려 남편보다
도 더 막강하고 정순할 정도였다.
남편보다 자신이 연상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잠자리에서 늘 소극
적일 수밖에 없었다. 연하의 남편이 사랑해주면 그저 감격하여 받아
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평소 봉황지존은 아내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헌데 그런 봉황지존의 행위가 오늘 따라 무척 거칠었다.
그 사실이 마의미부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신을 거칠게 다루는 남편의 손길에 그녀 역시 이내 달아올
라 삽시에 전라의 몸이 되었다.
어둠 속에 하얗게 떠오르는 나신은 여전히 뇌쇄적이었다.
봉황지존은 어둠 속에 뽀얗게 떠오르는 아내의 나신을 집요하게 훑어
보며 거칠게 헐떡였다.
"싫… 싫어요! 그렇게 보시면……!"
여인은 수줍은 음성으로 말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바람에 그녀는 봉황지존의 얼굴에 스치는 비릿한 음소를 보지 못
했다.
한순간 여인의 입에서 숨가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남편의 손이 거
칠게 자신의 무릎을 쥐어 벌린 때문이다. 한껏 벌어지는 허벅지 사이
로 여인의 비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봉황지존은 아내의 탐스럽게 벌어진 부분을 뜨거운 눈으로 주시했다.
여인은 수줍어 어쩔 줄을 몰랐다. 비록 수십 년 동안 부부생활을 해
왔으나 예의 바른 연하의 남편은 그토록 그녀를 부끄럽게 한 적이 없
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봉황지존은 거칠게 숨을 몰
아쉬며 그곳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설… 설마!'
여인은 전율을 금치 못했다. 깊은 곳에 확 닿는 뜨거운 숨결에 그녀
는 차마 상상도 못한 부끄러운 행위를 예상하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
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다음순간 여인은 교구를 퍼득 경련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로서는
생전 처음으로 겪는 엄청난 자극이 가해진 것이다.
봉황지존은 집요하게 탐닉했다.
그때마다 여인은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푸들푸들 떨었
다. 하지만 하늘같은 남편이 하는 일이기에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물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그녀의 몸을 전율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 그러나 잇따라 가해지는 엄청난 자극과 강렬한 쾌감에 여인은 정신
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 순간 여인의 교구가 활처럼 휘어지며 봉목이 한껏 치떠졌다. 그녀
는 마침내 봉황지존의 교묘하고 끈질긴 공격에 함락당하여 아찔한 절
정을 경험한 것이다.
발작하듯 퍼득이던 그녀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졌다.
봉황지존은 그제야 만족한 듯 여인의 몸으로 올라갔다.
그의 몸이 거칠게 밀어붙여지자 축 늘어져 있던 여체는 세찬 경련을
일으켰다.
'아… 아니야! 틀려!'
순간 여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전율했다.
여자의 몸이란 지극히 예민한 법이다. 서로의 육체가 하나로 합쳐지
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을 정복한 사내가 남편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쾌감에 반실신한 상태로 공격당하고 있는 그녀에
게는 저항할 능력이 없었다.
사내의 하체가 세차게 일렁일 때마다 여인은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극치의 쾌감과 함께 그녀는 또
다시 죽음과도 같이 아득하고 황홀한 절정을 맛보았다.
사내는 쉴새없이 거칠고 집요하게 여인을 능욕했다.
그자는 거푸 세 차례나 여체를 능욕했고, 여인 또한 연이어 해일처럼
밀려오는 지독한 절정을 경험했다.
지금의 그녀는 이미 뜨거운 욕정의 늪에 빠져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사내는 세 번째 능욕 후 축 늘어진 여체를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는
여인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올렸다.
여인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체위에서 강렬한 쾌감을 느끼고는 반실신
상태에서도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사내는 그런 여인의 허리를 안고 세차게 하체를 일렁였다.
헌데 그자가 짐승같이 할딱이며 또 다시 절정을 향해 미친 듯이 치달
을 때였다.
"이놈! 당장 나오지 못하겠느냐?"
돌연 모옥의 문 밖에서 사나운 폭갈이 터져나왔다.
"헉!"
여체를 능욕하던 사내는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반실신한 채 쾌락의 늪을 헤매던 여인도 움찔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언제였을까? 활짝 열려진 모옥의 문 밖에는 한 명의 청년이 타는 듯
이글거리는 눈으로 우뚝 서 있었다.
사내는 급히 여체에서 떨어졌다.
"웬놈이냐?"
그자는 의복을 추스르며 버럭 대갈을 내질렀다.
상대가 아직 새파란 애송이라는 사실에 그자는 방심하고 있었다. 모
옥의 문 밖에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우뚝 서 있는 청년이 지옥마
교의 최대 천적임을 그자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나타난 청년은 바로 이검한이었다.
그는 봉황지존으로부터 봉황조화심결과 양강지정을 전수받고 추월도
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 걸음 늦어 비극은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방안의 사내는 물론 봉황지존이 아니라 단지 절묘한 역용술로 봉황지
존으로 위장한 자일 뿐이었다.
-백면음마(百面淫魔)!
이것이 그자의 이름이었다.
백면음마는 바로 지옥마교 마교백강의 일 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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