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13
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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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전
그 후로도 한참이나 순실이 누나는 흐느끼며 엉덩이를 떨었다.
발개진 볼을 혀끝으로 살살 핥으며, 귓불에 대고 속삭였다.
“순실누나, 좋았어?”
“이젠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남자는 두렵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야. 알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귓불과 목덜미 그리고 달디단 입술을 찾았다.
내 샘물을 모두 다 순실누나의 몸속으로 한껏 쏟아 넣었다.
순실누나는 내가 준 샘물을 달게 마셨다.
격정의 순간이 흐르고, 한참이나 지나서 순실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왜 그렇게 두려워했지?”
달덩이 같은 허연 엉덩이를 쓸었다.
가슴을 가만히 주무르며 다시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여간해서는 말을 하지 않을 낌새였다.
다시 끈질기게 애무하며, 남자란 이렇게 여자를 즐겁게 해주기도 하고 보호해 주기도하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계속해서 속삭였다.
서서히 마음의 문이 열린 순실누나는,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여중 3학년 때,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몇 년에 걸쳐서, 그 남자로부터 계속 강요를 당해 왔는데, 지금도 그 무서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매일, 그 악몽에 시달렸고 그 남자가 사라져버리자, 이제야 조금이나마 평온을 찾았다고 했다.
가끔씩 몸서리치는 악몽에 지금도 두려움에 떨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여자의 문을 열어준 그 남자에게서 조금씩 조금씩 여자로서의 기쁨을 배워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시집도 안가고 이렇게 노처녀로 남아 있다는 이유였다.
말이 없었던 새침데기로 변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었다.
“누나, 무서워하지 말아. 내가 지켜줄게..”
가여운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순실누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순실누나의 아픈 기억을 알고 난 후로는, 순실누나에 대한 나의 연민은 끔찍할 정도였다.
될 수 있으면, 순실누나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도록 해서 따스하게 감쌌고, 남자란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나를 보듯이 그녀에게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에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거의 매일 순실누나의 곁에 머무르며, 틈만 나면 순실누나를 애무해주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순실누나를 사랑해 주었다.
조금씩 순실누나의 두려움이 엷어져 가고 있었다.
순실누나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일 집에서 책을 보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가끔씩은, 밤이긴 했지만 순실누나와 밀회를 즐기곤 했었다.
밤이면, 순실누나가 나를 기다리는 일도 많아졌었다.
그날도 순실누나의 보던 책 속에 쪽지를 간단히 적어 놓았다.
~~~~~~ 순실누나,순진누나 서울가는데 바래다주러 역에 갔다가 올게. 이따 밤중에 갈 테니까, 문 잠그지 말고, 열어 놔.우영이가. ------ 집에서 역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큼직한 가방은 내 차지였다.
시글적한 딸들 사이로 내가 나서며, 가방을 빼앗다시피 잡아채고는 순미어머니에게 말했다.
“제가 역까지 바래다줄게요. 가방이 꽤 무거워서 제가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찔끔찔끔 눈물을 짜며 집을 나섰던 순진누나는, 내가 전송을 간다고 하자 얼굴이 활짝 펴지며, 생글거렸다.
호들갑스런 여자들의 전송 속에서 한참이나 얼떨떨해 있다가, 가방을 챙겨들고 순진누나하고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얼마간, 서로 말이 없었다.
사실 요근래에는, 순진누나 뿐만이 아니라 순옥누나(연희엄마)에게도 다소 소홀했었다.
순실누나에게만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그렇게 되고 말았지만...순진누나가 먼저 말을 걸었다.
“흥, 인제 맘놓고 언니랑 하겠네?”
빈정거리는 말투로 시비를 걸어왔다.
“흥, 요즘엔 바쁜 몸이셨던 모양이지...”
왜, 자기를 찾지 않았냐는 말이었다.
“으응, 숙제 때문에 그랬어. 미안해 누나.”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 흥.”
“순옥누나도 요즘은 만나지 않았어. 정말이야.”
변명하기 바빴다.
기차시간은 넉넉하게 있었다.
반시간도 더 남아 있었다.
역으로 가는 길에는 철도림이 있었다.
철도청에서 조림해 놓았던 나무들이 촘촘히 심어져 있었고, 제법 자라면 이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지곤 했었다.
그렇기는 했지만, 어느 곳보다도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졌던 호젓한 곳임에는 틀림없었다.
일반인의 출입은 통제했지만, 친구 놈들과는 무시로 드나드는 데에는 이미 이력이 나 있었던 참이었다.
탱자나무로 빼곡이 둘러싸인, 그 속에는 플라타너스가 양쪽으로 쭈욱 늘어섰던 '하얀 길'이 운치있게 이어져 있었다.
철도관사의 '탱자나무 집 아주머니'가 가끔씩 질렀던 고함소리도 여기 까진 미치지 못했다.
아는 사람들만이 알고 있었던, 호젓한 길이 곱게 숨겨져 있었다.
간혹, 지나가는 기차의 요란했던 바퀴소리와 '꽥'하는 기적소리에 가슴을 쓸어 내리곤 했었던 그런 곳이었다.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해 있었던 곳이기도 했었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주욱 따라가다가, 나는 얼른 순진누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순진누나는 의아한 듯 나를 봤지만,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휘둘러보고는 금방 이끌려왔다.
빽빽한 탱자 울타리 사이로, 개구멍이 빼곡이 나 있었다.
허리를 낮추고 순진누나를 끌었다.
머뭇거리던 순진누나는 빨리듯 구멍 속으로 따라 들어왔다.
'지지배배' 하며 재잘거리던 참새들이 놀란 듯 푸르릉 날아갔다.
'찌르르르' 하고 팔자가 늘어졌던 여치도 사뭇 긴장했다.
매미들의 시원스런 중창도 요란스러웠다.
싱그런 8월의 내음이 짙게 녹아있었다.
“어마나! 이런 곳이 있었네?”
나와 눈이 마주치며 순진누나가, 그녀의 이름처럼 순진하게 살짝 웃어주었다.
“으응, 몰랐어?”
“어머, 여기 참 좋다!”
허리를 슬며시 두르는 내 손길을 모른 체 하며 딴청을 부렸다.
탱탱한 젖가슴이 내게 부딪혔다.
허리를 틀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나는 더 세게 당겨 안았다.
달콤한 입술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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