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 하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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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 하루 - 술자리, 접대, 성희롱 ①
숙에게 있어서, 그날 하루는 분명 치욕적인 날이었다. 출근길의 지하철에서
겪은 당혹한 사건이야 자기 혼자만의 수치심이었다고 해도, 학생들과 교무
실에서 공개적으로 당해버린 거울사건은 거의 그녀를 만인 앞에서 발가벗긴
만큼이나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정말, 오늘 같은 날에는 당장 아무도 모
르는 곳으로 치기어린 도망이라도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날 오후의 시간을 내내 3층의 음악실에서 버텼다. 물론
수업이 연달아 있었지만, 계속 악보만 베껴 그리게 하거나 미니오디오로 클
래식 감상만 시켰다. 그리고, 절대로 분단과 책상사이를 돌아다니지 않았으
며 - 내내 학생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창밖만을 바라 보았다. 다리가 아
파 잠시 피아노 의자에 앉을 때에도, 아이들 방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꼭
한손으로 플레어스커트자락을 단단히 보듬어 쥐었다. 당연히 허벅지사이는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이 없이 단단히 무릎을 붙인 채로.
원래, 이 또래의 남학생들은 여자아이들 만큼이나 재잘거리기 마련이다. 어
쩌면, 저 아이들이 학급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미 오전의 여선생 치마속
팬티 훔쳐보기는 - 벌써 전교생의 화제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숙은 이
런 생각에 도저히 학생들 쪽을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혹시 시선을 돌
리다 아무 학생이나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치게 되면, 그 녀석은 마
치, 난 다 알아, 당신 오늘 밴드스타킹에, 검은색 레이스 팬티지? 하는 표
정처럼 보이기만 했다.
그것은 꼭 그녀가 마치 하반신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학생들의 눈앞
에 서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숙은, 그런 모욕감에 수업시간
한참 내내를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자꾸 다른 쪽으로 머리속을 바꾸려 해
도, 하루에 두 번이나 벌어진 사건들은 공공연히 창가를 바라보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자주 깨물게 했다.
그애들은, 그애들은 무얼 봤을까? 정말 오늘 나의, 이 가리고 보이지 않았
어야할 안쪽 모습을 다 관찰해 버린 걸까? 아니 아니 - 그애들은 무슨 생각
으로 내 속살을 보기 원했던 것일까? 수음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녀석들은 나를... 선생님인 나를 섹스상대로 상상하는 것일
까? 내가... 그 애들과 같이 자주기를 원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의 머리에서 빙빙거리자, 숙은 아뜩
한 전율에 몸을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복부에 놓여 맞잡은 손이 마디가
허얘지도록 꼭 쥐어지며 아랫배를 눌렀다. 뭔가, 아침의 지하철역 안에서
느꼈던 느낌 - 몸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던 - 그 야릇한 느낌이 그녀의
몸 전체를 은근히 달궈왔다. 안돼, 안돼. 그녀가 고개를 숙여 흔들며 마치
뭔가를 털어내려할 즈음에, 요란하게 벨이 울렸다. 학교 전체의 수업이자,
그녀의 오늘 마지막 수업이 끝을 알리며.
종례를 위해, 교무실로 내려왔어도, 숙은 음악실과 같은 분위기에 휩싸여
버렸다. 남자 선생들이야 이미 한선생의 입을 통하여 사건을 들었는지, 그
녀에게서 얼굴을 돌리며 킥킥대고 있었다. 그리고 애시당초 그녀에게 호의
적이지 못했던 질투의 중년 여선생들은 왠지 코가 한자는 높아진듯, 멸시의
눈초리로 그녀를 흘끔대고 있었다. 그녀들 마저도 시선 속에, 너 오늘 뭐뭐
입고 왔다며? 하며 묻는 듯한 낌새를 포함하고 있었다. 급기야는 교무실 한
쪽 구석의 임시교사석을 향해 고개를 수그린채 사무용 책상들사이를 가로지
르는 그녀 귀에 이런 나즈막한 소리마저 들렸다.
-어쩐지, 하늘하늘하게 입고 다니더라니...
-꼬리친 건가 보지 뭐....
숙은 거의 눈물이 핑 돌 지경이 되었기에, 앞쪽에서 얘기하는 교감선생의
종례훈시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종례가 끝난 듯, 동료 강사선생들이 우
르르 의자를 빼자 그제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 정신이 나간 듯, 따라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녀의 등뒤에서 목소리 하나
가 그녀를 붙잡았다.
-음악선생님, 음악선생님도 이리 와서 앉아봐요.
한선생이었다. 그는 교무실 구석의 회의용 테이블 앞에 앉아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며, 혹시 아까 그 사건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닐까, 의
아해하던 그녀는, 주변에 한선생의 호출을 받은 몇몇이 더 자리하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했다.
-선생님들, 오늘도 수고들 하셨는데... 말이죠...
그는 뜸을 들이고 있었다. 한선생은 그들 외의 다른 선생들이 모두 퇴근하
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말문을 꺼냈다.
-에... 지금 선생님들을 부른 것은...
그의 눈치가 용건을 무척 아끼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끼리 회식자리나 한번 가질까 하는데... 별다른 선약들 있으신가
숙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서로서로 얼굴을 쳐다 보았다. 이견이 없자,
한선생이 말을 이었다.
-흠... 다행히 모두 시간은 되시는 모양인데... 근데, 왜 다음 주에 교육관
님 방문예정 있잖습니까...
난데없이 왠 교육관 이야기? 예정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시범학습 학급 이외
에는 별다른 긴장을 하고 있지 않던 그들은 다시 한번 영문을 몰라 서로의
얼굴만 멀뚱하게 돌아보았다.
-아... 그래요, 그게 원래 다음 주지요? 하지만 오늘 저녁에 교육관님이 비
공식 방문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비공식 방문?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아시다시피, 그 분 방문목적이 내년도에 있을 전산화 시범학교 선정에 있
는 것 아닙니까. 해서 이번에 교장선생님의 특별요청으로 교육관님이 오늘
오시는 거거든요.
숙은 그제서야, 아하! 하며 감을 잡았다. 시범학교, 그것도 전산화라면, 최
하가 몇천만원의 지원예산이 걸린 사안일 것이다. 어차피 모두가 짐작하는
것이지만, 그런 예산의 절반이나 삼분의 일은 뚝 떼어져 교장의 주머니로
골인할 것이고, 그런 돈의 또 몇분의 일은 예산선정에 한몫한 주임급이나
관계요로(당연히 오늘의 교육관도 포함해서)의 수중으로 떨어질 것으로...
그렇다면, 오늘 회식이란 것은... 접대자리? 숙은 퍼뜩 주변의 얼굴들을 둘
러 보았다. 미처 상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자리에 모인 면면도 살피
지 못했던 것이었다. 주임인 한선생을 제외한 모습은 그녀의 예상과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여선생들이었다. 그리고 자기를 포함한 전부가 교
무실 내에서 싱싱하게 물오른 축에 속하는 임시교사, 즉 강사들이었던 것이
었다. 나이 어리고 젊은 여선생들...
은... 미술 임시교사. 크지 않은 키에도 몸매는 이 학교 안에서 제일 늘씬
했고, 얼굴에 아직도 여드름 한두개로 어려 보이는 얼굴이 빵빵한 몸매와
야릇한 조화를 이루고 - 희, 과학 강사. 아직 일년차이기는 했지만 풍만한
글래머에 뽀얀 피부로 부러움을 받으며, 눈꼬리가 웃을 때마다 감춰져 나이
에 비해 묘한 색기로 비쳐지는... 그들 둘에 숙, 탱탱한 몸매에 그런대로
예쁜 얼굴, 쉽게 얘기해서 노처녀선생들의 눈총대상이 될만한 '접대용' 여
선생들로 뽑힐만한 것이 그녀들이었던 것이다.
한선생의 얘기가 계속됐다.
-그래서 말이야... 우리쪽에서 뭔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숙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어쨌든 그녀 역시 여자였기에, 인물 좋은 여
선생들 중의 하나로 뽑혔다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오늘 같은 기분에 편
한 술자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이지, 어차피 비공식이고 한데 아무 곳이나 막 들어갈 수는 없
고 말에요... 또 그쪽 분이 워낙 그렇고 그런 분위기는 싫어하셔서...
다시 말해 여자를 사서 대접하는 대신 그들을 수고시키겠다는 터였다. 숙의
마음 속에서 박차고 일어나고픈 충동이 일었다. 다른 날이면 몰라도 오늘처
럼 당혹한 날에는 도저히...
-뭐, 선생님들, 그렇다고 멀쩡히 교장선생님과 시커먼 제가 대접할 수는 없
지 않겠어요? 다 훌륭하시고 존경받는 분들이니 점잖은 자리도 자리인 만
큼... 협조 좀 부탁 드리겠어요.
숙은 아무래도 피해야할 성 싶었다. 그녀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저어... 하
고 말을 꺼내려는데, 한선생의 음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속을 파고 들었
-왜 다음 학기에 정교사 발령도 있는 걸로 아는데...
순간 좌중이 모두 조용해지며 싸늘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렇다. 그들은 아
직 모두 임시직이라는 한계상황이 모두의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아 오늘같은 날 교장선생님도 계신 자린데... 여러분들이 고생해주시는
거, 그분이라고 몰라 주시겠어요? 따지고 보면 이게 다 여기 선생님들이 발
령받으실 이 학교 위한 거 아닙니까...?
숙 역시 한선생의 이 마지막 한마디에 들려지려던 엉덩이가 푹 주저앉히고
말았다. 여기 있는 모두에게, 아니 애초에 여기 이 학교에서 그녀들이 몸담
고 있는 이유, 그것에 대해 주임선생이 짚고 넘어간 것이다.
-자, 그럼 이의들 없으신줄 알고... 모두 일어나 교장실로 가시죠... 기다
리고 계실텐데.
어쩔 수 없었다. 이 사립중학교의 거의 전권을 지니고 있는 교장선생, 그의
인상여하에 따라 숙과 다른 두 여교사의 장래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라
는 말에... 그들 모두는 처음과 달리 결연한 의지마저 보이며 입술을 깨물
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교장실로 가면서도, 한선생은 잠시 딱딱해진
분위기를 깨려는 듯 계속 주섬거렸다.
-선생님들, 이제부터 고과점수에요, 편히들 계세요. 그냥 재밌게 놀고 많이
들 드시면 됩니다!
교장은 거의 삼분지 이나 대머리가 벗겨져 있는 50대의 남자였다. 비쩍 마
른 키에, 얼굴마저 길쭉해서, 학생들에게는 '마두'니, '말상'이니 하고 불
려졌으며 심지어는 평교사들 사이에서도 전혀 다른 성씨임에도 '마교장'이
라고 사석에서 통했다. 그런데 이 마교장은 특히 전횡이 심해서, 그런 별명
으로 일컬어지는 자리에선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적이 없었다. 대부분의 소
식이라고는, 교재비에서 얼마를 깠다, 품위유지비라고 공금 얼마가 들었다
더라, 하는 이야기가 온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정교사중 얼마 안있어
유부녀가 될, 여기 숙등을 제외한다면 정교사중에서 '접대용'은 충분히 되
고 남을 한 여선생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숙은 정교사들과는 거리가 있어 잘은 몰랐지
만, 점심시간 전에 교장실로 호출당한 그 여선생이 점심시간도 한참 지나서
야 나왔다거나, 그럴 때마다 교직원용 화장실에서 스타킹따위를 갈아 신더
라하는 말을 귓결에 들은 적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숙이 두고온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거의 퇴근시간이 한시간쯤 더되었던 어느 날 교장실
문앞에서 립스틱이 거의 지워지고 얼굴화장도 반쯤은 지워진 그 여교사가
다급히 커튼까지 쳐진 교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맞딱드리기도 했었다. 그날,
황급히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던 그 여선생의 치마가 거의 엉덩이부근까지
구겨져있던 것도 숙의 기억에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어쨌든 이 학교에 방음벽과 방음커튼이 쳐진 곳 두군데를 들라면, 그건 당
연히 시청각실 하나와 애매하달 수 밖에 없는 교장실이었다. 그러므로, 기
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는 마교장과, 호출을 받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교장실의 앞에는, 이미 '마'교장선생이 손
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서있었다. 그녀들과 한선생이 나타나자 교장은 서두르
는 듯 인사도 받지않고 앞장을 섰다.
-늦겠구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모두 승용차편으로 움직일 거니까요.
그말에 갑자기 마교장이 발걸음을 딱 멈추더니 돌아섰다. 숙들은 그가 무언
가를 잊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는 대신 그녀들 한명한명을 아래위로
훑어 보는 것이었다. 마치 무슨 몸매검사라도 하듯이.
-됐군!
마교장은 알듯 모를듯 이말을 남기고는 현관을 나가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자신의 중형승용차에 올랐다. 숙과 그녀들은 한선생을 따라 그가 모는 자가
용에 탔다. 숙은 한선생의 차안에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한선생의
옆자리에 앉으려하지 않았기에, 뒷좌석에 끼어탄 그들 여선생들은 마치 이
시간에 출근하는 여자들이고, 앞자리 한선생은 꼭 보도꾼 같은 입장으로 보
였던 것이다.
그들이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교외부근의 별장식 일식집이었다. 근사한
중형차와 외제차들이 주차장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첫눈에도 있어 보
이는, 그런 곳이었다. 그들이 한복을 곱게 입은 여종업원의 뒤를 따라 이리
저리 꼬인 복도를 지나 다다른 곳은, 긴 테이블 하나만 있는 조명이 은은한
룸이었는데, 숙과 그녀들은 약간 난감했다. 세 사람 모두 치마를 입고 있어
서, 그나마 숙은 플레어 스커트였기에 망정이지, 정장스타일의 타이트스커
트를 입고 있는 은이나, 청치마를 입은 희에겐, 이런 장소는 본의 아니게
얌전히 무릎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을 수 밖에 없는 - 구두를 벗고 앉아야하
는 방석이 깔린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따위를 개의할 필요가 없는 마교장과 한선생은 먼저 들어가 자리
에 앉으려 했다. 마교장이 안쪽에 자리를 잡자, 갑자기 한선생이 곁에 있던
미술교사인 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눈치가 빠른 그녀는 서둘러 마교장에
게로 가 등뒤에서 웃옷을 벗겨주고, 옷걸이에 걸었다. 그걸 보고 한선생이
은근히 숙에게 눈짓을 했으나, 그녀는 짐짓 무시하고 교장선생의 맞은편으
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선생은 멎쩍은 표정으로 직접 윗도리를 벗을 수
밖에 없었다.
-허허, 이 아가씨들이... 우리가 지금 미팅하는 건가요, 지금?
교장과 한선생의 건너편에 쪼르르 몰려 앉았던 그녀들은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와중에 그녀들은 방금 주임선생이 무슨무슨 선
생님 대신 아가씨라고 불렀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은이는 교장선생님 곁으로 오고, 희는 그냥 거기 앉아 있어요. 그리고...
숙, 숙이는 여기 내 옆으로 오지.
숙은 기가 막혔다. 룸안에 들어오자마자 한선생의 호칭과 말투가 싹 바뀐
것이다. 교무실에선 누구누구 선생님이란 것이 이제 아예 거의 반말로 되버
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뿔싸, 교장이 안쪽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으니 항의
할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그녀는 욕지꺼리가 목구멍 바로 아래까지 치밀어
올랐다. 숙은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참아야만 했다.
잠시 후에 웨이터의 안내로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드디어 오늘의 주객이
나타났다. 첫눈에도 고위 공무원으로 보이는, 반쯤 흰머리를 기름으로 넘긴
땅딸막한 체구의 회색양복장이 였다. 마교장보다는 두세살 어려 보였지만,
마교장을 포함해 그들 전원이 일제히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장을 제
외한 전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는 들어오자마자 마교장과 한
선생은 안중에도 없는듯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숙들을 한명씩 훑어보고 있
-아이구, 이게 다 왠 미인들이야?
-어서 오십시오. 교육관님.
-어이쿠, 교장님, 오래간만이외다!
숙은 지나친 호들갑을 부리는 그에게서 역겨움을 느꼈지만, 함부로 내색할
수 없었다. 교육관이라는 작자는, 마치 예상했었다는 듯, 희가 조심스레 겉
옷을 받아들자, 다시 한번 희의 용모를 아래위로 훑더니, 만족한듯,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자자, 앉읍시다, 다들 앉아요...!
의례적인 인삿말이 세 남자 사이에서 오갔다. 누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모님은 안녕하십니까... 등등. 그 사이에 룸의 미닫이 문이 열리더니 커
다란 회접시와 요리들이 진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주전자에 담긴 고급
술이 몇병 올려졌다. 마지막 접시가 놓이기 무섭게, 한선생의 눈이 희번득
이며, 마교장의 옆에 앉은 은과 맞은편 교육관의 팔꿈치께에 자리한 희에게
재빨리 신호를 보냈다. 눈치를 챈 은이 맞은편의 교육관치에게 술을 권했
다. 희도 그제서야 엉거주춤 마교장의 잔을 채웠다.
-자,먼저 잔이나 부딪칩시다!
숙은 한선생이 자신의 옆구리를 쿡쿡거리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지못해 주전
자를 들어 그의 잔을 채워 주었다. 그는 함께 건배를 하면서도 계속 숙의
어깨를 보이지 않게 건드렸다. 분위기를 맞추라는 사인인 것 같았다. 이미,
은과 희는 그들이 잔을 놓자 바로 안주감과 횟점들을 마교장과 교육관의 개
인접시 위에 가져다 놓고 있었다. 숙 역시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별
수 없이 한선생의 안주감을 집어 주었다. 그런 식으로 술이 몇 순배 돌고,
세 남자들은 별로 우습지도 않은 화제에 짐짓 허우대를 흔들며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들도 시덥지 않지만 함께 웃는 척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 순간, 숙은
손짓을 섞어가며 말을 마친 교육관이 옆에 앉은 희의 허벅지를 철썩치며 웃
어젖히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놀랐다. 철썩하는 맨살을 때리는 소리가 퍽
크게 났기 때문이었으나, 룸안의 모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게
다가 비록 그의 손이 테이블 아래 쪽으로 가려지긴 했으나, 그녀의 필경 드
러나있을 무릎 위에 교육관의 손은 계속 얹어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급
작스런 광경에 숙은 맞은 편 당사자인 희의 표정을 살폈으나, 뜻밖에도 그
녀의 표정은 미처 느끼지 못했는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큰 웃음
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세상에. 당황한 그녀는 한선생의 옆쪽, 마교장의 시중을 드는 은의 쪽 상황
도 곁눈질해 보았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교장의 한쪽팔도 분명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그 때, 한선생이 부족해진 술을 몇병 더 시키기 위
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문께로 갔다. 순간 숙은 방해물 없이 드러나게 된
마교장과 은의 모습을 보고 놀라 큰 숨을 들이마셨다. 짧은 타이트스커트이
기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거의 허벅지 중간이상까지 끌어당겨진 치마 아래
로, 드러난 은의 매끈한 양허벅지 사이에 - 마교장의 손이 거리낌 없이 들
어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허벅지 안쪽을 손자국이 날 정도로 손바닥에
쥐고 주물러 대고 있었다.
의외의 광경에 너무 놀란 숙은 행여 자기가 쳐다 보고 있는 것을 들킬까 서
둘러 고개를 돌렸다. 왠지 모르게 희와 은 대신 그녀의 얼굴이 귀밑까지 달
아올랐다. 그것은, 민망한 광경을 목격한 느낌외에도, 마치 그들이 자신의
허벅지를 주무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교육관과 마교장
은, 전혀 아무런 일도 않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테이블 위로는 술잔을 돌
려가며 왁자하게 떠들고 있었다.
한선생은 이런 광경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었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도 그
는 아연 모른 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나쁜... 그 때였다. 숙도 무릎
에 뭔가 감촉이 느껴졌다. 한선생의 손이다. 그도 식탁 위로는 열심히 이쪽
저쪽 귀기울이며 기분맞추기에 열을 올리면서도, 아래쪽에서는 은밀한 수작
을 벌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숙은 침착하게, 다른 사람이 눈치 못채도록 손
을 테이블아래로 가져가 그의 손을 가만히 자신의 무릎 위에서 밀쳐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한선생의 손이 그
녀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은 것이었다. 꽤 따끔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웃는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오늘 그녀들의 임무는 분명, 분위기를 깨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녀가 이런 상황이었으니, 어쩌면, 희와 은의 표정관리도 이해할 법 했다.
그러나, 그녀들 둘쪽은 조금 이상했다. 아까 은의 경우도 그랬듯이, 그 지
경에 이르러 숙이 우연치 않게 몇십초 동안이나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녀는 전혀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숙은 그 상황에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만이 떠올랐다. 어느 정도 편
안항 사이나, 또는 그녀들 각자에게 그럴만한 사이가 아닌 이상, 그녀로서
는 은이나 희의 태연한 척 하는 모습, 그리고 한선생의 은근한 수작이 도저
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녀가 잠시 이런 불쾌함에 빠져 있을 때, 다시금
그녀를 펄쩍 뛰게 만들 일이 일어났다. 한선생, 그의 한쪽 손이 어느새 그
녀의 등뒤로 돌아가 그녀의 얌전히 포개어진 엉덩이 뒤에서 슬그머니 덤벼
들고 있었던 것이다.
치마를 입은 까닭에, 다소곳이 무릎을 모으고 꿇어앉은 그녀의 엉덩이와 바
닥의 방석사이 틈으로, 한선생의 손바닥이 다가서고 있었다. 처음에는, 뒤
로 허리를 뺀 그의 자세를 지탱하기 위해 팔이 그녀의 등뒤로 온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선생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그녀의 몸 뒤쪽으
로 가려진 손길을 뻗어 그녀의 한쪽 엉덩이에 은근슬쩍 손을 올려 쥐고 있
었다. 어멋, 세상에... 숙은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게 엉덩이를 빼려고 하였
다. 그러나 갑자기 그의 어깨를 밀치거나 하는 경우엔, 이 자리 모든 이들
의 눈초리를 받을 판이었다.
숙은 알아차리지 못하게 고개를 돌려 한선생을 쏘아 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마치 탁자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일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교육관과
교장선생의 말을 열심히 듣는 척 할 뿐이었다. 게다가 그는 더욱 노골적인
행동을 벌였다. 가만히 엉덩이를 빼려던 숙의 둔부를 한손으로 끌어당겨 숫
제 그의 쪽으로 가까이 붙여지도록 했다.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선
생이란 작자는 이제 아예 자기가 그렇고 그런 여자를 대하듯 등뒤 한손으로
그녀의 둔부를 끌어 안듯이 하고 있었다.
손을 등뒤로 돌려 그의 손을 치우게 만들까도 싶었다. 그러나 지금 한선생
이 한쪽손아귀로 자신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고, 거기에 그와 그녀의 몸이
바짝 붙어있는 이상, 큰 모션을 썼다가는 남들이 모두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챌 것만 같았다. 맙소사, 급기야는 그의 손이 숙의 엉
덩이와 바닥의 방석 사이로 비집고 들어 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엉덩
이를 바닥에 붙이려고 기를 썼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겼다가는, 그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사이 아래쪽으로 밀고 들어와 방석대신 그의 손바닥을 깔고
앉을 사태였다.
숙이 엉덩이를 비비적거리며 그의 손을 막아내려고 안간힘을 쓰자, 한선생
은 은근히 팔꿈치로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마치, 엉덩이를 들어 올리
라는 투였다. 맙소사, 그는 이 상황이 장난이거나,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
만 같았다. 그녀가 다시 그를 쏘아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녀쪽을 돌아보
며 불쑥 한선생이 말을 걸어왔다.
-어이 숙이, 교육관님 잔이 비었는데...
그녀는 순간 당황하여 은과 희를 돌아 보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숙이 지명
된 이상, 당연한 일인 것처럼 아무도 술주전자를 들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
려 그녀가 빨리 교육관의 잔을 채우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숙은 어쩔 수 없
이 억지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교육관님, 잔...
-어이구, 그래 이번엔 이쪽 아가씨 잔좀 받아볼까?
그러나 그것이 한선생이 바란 결과였다. 교육관 맞은 편 끝자리에 앉은 숙
이, 술을 따르기 위해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엉덩이를 약간 떼는 순간, 그
의 손이 재빨리 그녀의 엉덩이 아래쪽으로 침투했던 것이다.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숙이, 움찔 놀란 것은 당연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하마터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다. 그러나 고작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일
은, 다시 얌전하게, 한선생의 손바닥이 정확하게 자신의 엉덩이사이 아래에
와있음을 알면서도 슬그머니 엉덩이를 내려놓는 것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한선생의 손위에 주저앉은 자세가 되었다. 마치 손이 시릴
때 엉덩이 밑에 손을 깔듯이, 엉거주춤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숙은, 당장
은이나 희의 상황을 살필 계제도 되지 않았다. 손바닥을 위로 벌린 채로,
한선생은 그녀의 엉덩이사이를 스커트 아래에서 은근히 감싸듯이 쥐고 있었
다. 그녀는 술기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덥혀지듯 불안했다. 도리어
그의 손바닥을 내리 누르기 싫어 엉덩이를 약간이라도 들어올릴라 치면, 어
김없이 그 사이를 한선생의 손이 노골적으로 파고 들어 치마밑으로 그녀의
뜨거운 부분을 더듬어 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옴쭉달싹 못한 채, 엉덩이 아래를 한선생의 손바닥에 점령당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엉덩이사이가 달아올라 젖는 것만 같
아, 숙은 더욱더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만 갔다. 얇은 베이지색 치마, 그 속
안은 자꾸만 땀이 베어나며, 행여 엉덩이사이에 플레어스커트가 끼인 듯,
무언가에 젖은 티라도 나면 큰일이었다. 움찔대며, 한선생의 손가락이 그녀
의 가리워진 음부를 밑쪽에서 자극하는 바람에, 그녀는 화끈거리는 하체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숙의 이마위로 땀방울이 송글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테이블 건너편에서 허옇게 드러난 희의 허벅지를 다시금 철썩대며
숙을 구해준 것은 바로 그 교육관나리였다.
-아니아니, 잠깐, 근데 여기 이 이쁜 아가씨들은 대체 어떤 분들이신가? 여
긴 원래 아가씨들이 나오는 곳이 아닌데...?
그제서야 꼭 자신의 더듬기가 들키기라도 한 양, 화들짝 손을 빼며 한선생
이 대답했다. 교육과이란 작자는 그녀들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지금껏 히히
덕대고 있었던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이 아가씨들은...
그 때 짐짓 자신이 생색을 내기라도 할 모양으로 마교장이 손으로 한선생을
제지하고는 그녀들을 소개시켰다.
-아, 예 교육관님, 이 분들, 아니 이 아가씨들은 전부 저희 학교의 교사 선
생님들입니다. 곁에 시중드는 아가씨가 희양, 과학을 가르치시고... 이쪽
제 옆은 은양인데, 미술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에...
교장선생이 가물거리는 듯 머뭇거리자 한선생이 재빨리 말을 받았다.
-숙이라고 합니다. 음악선생이고요.
-허, 그래요? 교장님 학교는 물도 참 좋은 학교시구만! 이런 미인 선생들도
다 두시고... 나도 소시적에는 교사생활을 했더랬는데... 이 정도면 나도
다시 선생님 소릴 듣고 싶구랴. 난 또 아가씨들을 어디서 불러 오신 줄만
알았지...
그녀들이 접대부가 아닌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란 말에도, 교육관은 전
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녀들의 신분을 밝혔음에도, 옆에 앉은 희
의 무릎위에서 손을 떼기는 커녕 학교선생들이란 말에 더욱 흥이 나는 듯,
탁자 위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그녀의 허벅지를 적나라하게 쓰다듬는
숙은 정신마저 혼미해질 정도였다. 그들은 그녀들이 교사라는 말에 콧방귀
도 뀌지 않고 있었다. 도리어 마치 닳고 닳은 여자들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정숙한 양가집 규수라는 말만에 귀가 솔깃해져 흥미를 두고 있었다. 사회에
서, 대학교 학생증 가진 호스테스가 상종가를 달리듯, 교육관은 오히려 감
탄한듯 숙과 그녀들을 잔뜩 구미가 당긴 표정으로 훑고 있었다.
-자자, 모두들 교단에서 고생들 하시는 분들인데... 그럼 내잔 한잔씩들 받
아요, 어서...
그가 손을 뻗어 술병을 쥐고 곁에 있는 희에게 술을 따르자, 희는 감개무량
하다는 듯 얼른 자세를 가다듬더니 무릎 꿇은 자세에 두 손으로 잔을 쥐고
받았다. 여전히, 교육관은 그래도 한쪽손을 그녀의 사타구니사이에서 빼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잔을 받자, 이번에는 그가 교장의 곁에 앉은 은에게도
술을 내밀었다. 은도 역시, 허둥지둥 공손하게 무릎마저 세우고 채워지는
잔을 건네 받았다. 마교장은, 마치 자기 딸이 어른에게 보이기라도 하는 듯
그녀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대견하게 바라 보았다.
이번에는 숙의 차례였다. 그녀는 의지와는 다르게 교육관이 권하는 술잔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선생이 은근히 팔꿈치로 옆구리를 찔렀다.
-가, 감사합니다.
-자, 모두들 원샷!
그녀들이 별 수 없이 독한 술로 가득 채워진 잔을 비우자,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교육관은 박수까지 쳐댔다.
-어유, 다들 잘들 마시는구만! 그럼 한잔 더...
그 때 마교장과 한선생들이 나섰다.
-아이구, 아닙니다, 여기선 그만하시고...
-예, 교육관님, 2차 가시죠!
-2차, 2차 좋지! 그럼...
마지못해 그가 일어서는 척 하자, 재빨리 숙을 포함한 그들은 우르르 자리
에서 몸을 일으켰다. 희와 은이 각자 교육관치와 마교장의 겉옷을 잡고 입
혀주자, 이번에는 숙도 어쩔 수 없이 옷걸이에 걸려있던 한선생의 윗도리를
들고 입힐 수 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2차까지 가야하다니...
일식집의 문을 나서자, 먼저 희의 어깨를 끌어안은 교육관이 기사가 대기하
고 있는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탔다. 다음으론 숫제 마교장의 팔짱까지 낀
은이 호호거리며 교장의 차에 동승했다. 숙은 난감했다. 그녀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자신은 영락없이 한선생의 차를 타야할 모양이었다. 한선
생은 뒷처리를 하고 나오는 듯, 다른 차들이 모두 출발한 다음에야 밖으로
나왔다. 숙은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그의 자가용에 올랐다.
-어이, 숙이, 내가 숙이 기사야?
-예? 무슨 말씀이죠...?
-이것 봐, 내가 모시고 가는 것도 아닌데, 앞자리로 타라구.
숙은 어처구니 없는 요구에도 꼼짝 못하고 그의 옆 조수석으로 바꿔 탈 수
밖에 없었다. 미리 얘기가 다 된듯, 한선생은 능숙하게 차를 출발시켰다.
-어이, 숙이 왜 그래?
착잡해진 기분에 기분 나쁜 표정의 숙이, 차에 올라서도 계속 창밖만 쳐다
보고있자 한선생은 운전을 하면서도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는듯 은근히 수
작을 걸어왔다. 숙은 마침내 감정을 드러냈다.
-몰라서 그러세요, 주임 선생님?
-아니 뭐가 어때서 그러나...?
짐짓 그는 딴청을 부리려 하고 있었다.
-전 이런 자리인지 몰랐구요, 그리고 어쩜 그렇게... 제가 무슨... 아니,
저를 뭘로 보시고...!
-허허... 다른 여선생들은 다들 가만히 있는데 왜 숙이만 그래? 그리고, 이
런 자리란게 다 그런 거지, 분위기 좋게 놀다보면... 다들 그런 것 아닌가,
이 사람아...!
한술 더뜨는 한선생의 말에 숙은 황당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어쨌든 저 내려 주세요!
-좋아좋아, 숙이 혼자만 빠지겠다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않는데? 그
래, 그럼 내리라구, 하지만 생각해봐, 교장 선생님 체면이 뭐가 되겠어? 그
리구, 내년 임용은 어쩔거야, 정교사 발령 때 군말 안할 자신있어?
금방이라도 내릴듯이, 문손잡이를 붙들고 있던 숙의 팔에 일순 힘이 빠졌
다. 치명적인 약점 - 결코 그녀도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여기에서 교
장에게 밉보이면, 그 다음은 손바닥 들여다보듯 뻔한 결과였다.
숙의 분위기가 갑자기 수그러들자, 한선생의 은근한 말투가 이어졌다.
-이것봐, 지금 교장선생님하고 내 사이 보면서도 모르나? 이번 시범학교선
정도 그렇구, 나 아니면 저 양반도 이빨 빠진 호랑이야. 그런 나한테도 찍
힐거야...?
그건 그랬다. 지금까지 지켜본 것만으로도, 한주임, 이 사람의 말한마디면
교장도 무시 못할 수준이 될 것이 자명했다.
-자, 숙이 조금만 참으라구, 분위기 좋은데 뭘 그래, 다 누이 좋고 매부좋
고... 그런 것 아냐...
달래는 목소리와 함께, 슬며시 한선생의 손이 그녀의 짧은 치마 아래로 드
러난 그녀의 무릎께에 놓이더니 허벅지를 더듬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왜, 왜 이러세요, 이, 이 손 치우세요...!
그녀는 엉겁결에 스커트를 끌어내려 허옇게 드러난 다리를 가리려고 했다.
-이러지 말라구, 다 알만한 나이잖아...
-그, 그래도 누, 누가 본단 말이에요...
-아니, 보긴 누가 봐? 이 차안엔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숙은 차마 그의 손길을 제지할 수 없었다. 그녀의 저항이 미미하자, 한선생
의 손은 이쪽저쪽을 번갈아가며 매끈한 스타킹만이 씌워진 숙의 허벅지사이
를 주물러대었다. 그의 손이 거의 스타킹의 끝선을 지나, 맨살까지 도달할
무렵,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차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깔끔한 와이셔
츠를 차려입은 종업원이 잽싸게 자동차키를 건네받기 위해 다가왔다. 그제
서야 숙의 치마속 허벅지사이를 헤매던 한선생의 손이 쑤욱 빠져 나갔다.
차에서 내리며, 그녀는 간신히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들이 내린 곳은 강남 한 유흥가의 최고급 룸살롱이었다. 숙의 시야에 이
미 안으로 사라지고 있는 교육관과 마교장 커플이 들어왔다. 한선생의 뒤를
따라 지하층으로 내려가자, 먼젓번과 같이 꼬불꼬불한 복도를 지나 휘황찬
란한 조명의 룸이 있었다. 벌써 이야기가 끝난듯, 룸안에는 아가씨들 대신
두어명의 밴드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앉자마자 생음악을 연주하기 시
작했다. 숙은 저으기 놀랐다. 이런 곳은 그녀도 태어나고 처음으로 와본 곳
이었다. 꽤 널찍한 이 밀실 안에는 소규모의 디스코조명에, 한쪽에 별도의
화장실까지 딸려 있었다.
이미 테이블 위에는 그냥 사려해도 수십만원 나간다는 외제양주와, 고급안
주들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었다. 아직도 눈이 휘둥그런 숙이 희와 은의 쪽
을 바라보자, 벌써 - 은은 이미 거의 마교장의 무릎위에 걸터 앉다시피 안
긴 채 은밀한 얘기에 손뼉을 치며 웃고 있었고, 희의 편은 서로 어깨를 보
듬은 채 술잔을 주고받고 있었다.
-숙이, 나도 한잔 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광경에 얼이 빠진 숙을 향해 잔을 내밀며 한선생이 말
했다. 숙은 이젠 아무 생각없이 그의 잔에 술을 따라 채웠다.
-자, 숙이도 한잔 받지, 사양하지 말고.
2차의 분위기는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완전히 쌍쌍파티 분위기처럼, 각자
커플들이 알아서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다. 한선생도 거리낌 없이 술을 쭉
들이키고 있었다.
-에이, 재미 없게... 숙이도 잔 비우라구, 마음껏 마셔!
한선생의 강권에 숙도 어쩔 수 없이 스트레이트로 잔을 비울 수 밖에 없었
다. 그렇게 서로들이 술잔을 몇순배 돌리고나자, 이번엔 알아서 조명이 어
두워지며 밴드의 음악이 끈적한 블루스로 바뀌었다. 조명이 어두워지자마
자, 은이 깡총거리며 먼저 스스로 마교장의 손을 붙잡고 룸의 중앙으로 나
-교육관님도 한곡 추시죠.
-어디 그럴까, 그럼?
희에게 연신 눈짓을 보내며 한선생이 권하자, 짐짓 딴 청을 부리던 교육관
나리도 희의 허리를 안고 몸을 일으켰다.
생소한 분위기에 낯설어하는 숙을 돌아보며, 한선생도 은근한 목소리로 물
-우리도 나갈까?
-시, 싫어요...
-왜?
-저, 저 이, 이런 데선 춤 자, 잘 못춰요.
그녀가 완강한 거부의사를 보이자, 한선생도 기실 자신이 없는듯 잠자코 양
주잔만을 거푸 비웠다. 숙은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에 룸 가운데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선 그녀도 민망한 모습들이 보이고 있었다.
마교장의 품에 파묻히다시피 한 은은 그에게 몸 전체를 바싹 붙이고 비비적
거리며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뒤에 돌려진 마교장의 손은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쥐고 주무르며 하복부를 찰싹맞
댄 채, 마치 그짓을 하듯 허리를 돌리고 있었다. 은은 고개를 그런 교장의
어깨에 기댄채, 스스럼 없이 그의 은근한 허리놀림에 맞추어 하체를 마찰시
키고 있었다.
희의 쪽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다소 키가 작은 교육관의 두손 역시 그녀의
엉덩이 뒤쪽에 있었는데, 그들이 리듬에 맞춰 껴안고 몸을 돌리자, 숙은 숨
이 멈출 정도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손은, 희의 치마를 잔뜩 끌어올
려 거의 그녀의 하반신 전체를 드러내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 숙은 어
두운 조명 속에서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녀의 허벅
지, 그 위의 흰색 팬티위로 교육관의 두손이 희의 엉덩이를 쥐고 있었다.
어스름한 불빛으로, 그녀의 팬티는 끌어 올려진 치마아래로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다행히 팬티스타킹인 관계로, 그의 손은 희의 얇은 팬티위로 주물
럭거릴 뿐이었지만, 만약, 숙처럼 밴드스타킹이었다면 교육관치의 손은 틀
림없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것이다.
숙은 그 광경을 보고 황급히 고개를 돌려 버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
움에 귀밑까지 달아 올랐지만 또한 그 반대로 야릇한 흥분이 그녀의 내부에
서 두방망이질 치듯 울렸다.
-어때, 분위기 좋지 않나?
옆자리에서 담배를 피워문 한선생이 푹신한 소파에 깊숙히 몸을 기대며 말
을 건넸다. 그의 손은 어느새 숙의 어깨를 감싸고는 천천히 그녀의 등을 어
루만지며 내려오고 있었다.
-모, 몰라요!
숙은 황급히 몸을 빼내며 룸에 연이어 있는 화장실로 도망치듯 빠져 나왔
다.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져, 볼일 보는 것도 잊은 채 화장실의 거울을 붙
잡고 흥분을 가라 앉히려 애썼다. 그녀는 그녀도 모르게 몸 전체가 후끈대
고 있었다.
순간 잠겨져 있지 않은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화들짝 놀란 숙의 눈앞에
는 요행으로 동기 여선생인 은이 서있었다. 그녀는 이미 한껏 달아오른 듯
얼굴이 상기된 채로, 구겨진 치마를 내리며 가쁜 숨마저 몰아쉬고 있었다.
-어머, 안에 있는줄 몰랐네, 다 쓰셨어요, 음악선생님?
-예, 예.
그녀를 지나쳐 좌변기로 향하는 은을, 숙이 팔을 붙잡아 멈췄다. 그리고는
화장실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얘기좀 해요, 은선생님.
-네, 뭐요?
그녀는 목소리마저 한층 달뜬 듯 했다.
-오늘, 이, 이 자리 좀 심하지 않아요?
-오늘요? 뭐가요?
숙은 한층 목소리를 깔고 은의 눈치를 살피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우, 우리는 이, 이럴려고 온게 아니잖아요...
-무슨 말이에요, 아, 숙이씨는 처음이구나... 희하고 저는 자주 이런 데 다
녀요. 술도 마시구...
-뭐라구요?
숙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정교사도 아닌 그녀들이 이런 곳에 올리가 만무
한 일이었다.
-으응, 음악선생님이 잘 모르시는구나, 우린요, 교장선생님이 접대할 자리
가 있거나... 뭐 그런거면 여러번 불려 나왔었어요.
-어머나, 세상에... 그럼 과학선생님, 희도...?
-그럼요, 저만큼은 아니지만, 희씨도 몇번 같이 다녔어요.
숙은 너무나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제외한 모두는 퍽 이런
일에 익숙해있던 것이었다. 이어지는 미술선생의 말을 더욱 가관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있다가 나온 적도 있는걸요, 뭘... 근데 오늘은 좀 특이하
네...? 보통은 한선생님이 자기 파트너는 안맞췄었는데.
이럴 수가. 그렇다면 오늘은 계회적으로 한선생이 숙 그녀를 끌어들인 셈이
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그녀에게 한선생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이었
고, 그렇다면, 숙은 몸서리를 쳤다. 틀림없이 그 이유는 오늘 오전의 수치
스러운 팬티 훔쳐보기 사건 - 그것때문일 것이다. 걸린 학생을 학생부로 끌
고 간 것도 그였고... 어쩌면 그 학생의 입을 통해 숙 자신의 치부를 낱낱
이 전해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빙빙돌려는 머리 속을 간신히 가늠하며 항의했다.
-그, 그래도 이, 이런 정도까지는 조, 조금 심하잖아요...
순간 은의 인상이 싸늘하게 변하며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뭐 어때서요? 나이 먹은 사람들 노는 게 원래 다들 그렇지! 재밌잖아요,
우리들 돈 쓰면서 노는 것도 아닌데...!
어느새 음악도 멈추고 밴드도 나가버려, 그들 밖에 없는 룸으로 숙은 휘청
거리는 발걸음을 간신히 가누며 돌아왔다. 원래 잘노는 타입인 은이야 몰라
도, 막내처럼 조용한 스타일이던 희까지도 이런 술자리가 한두번이 아니라
는 것을 알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자포자기한 심
정으로 희의 쪽을 바라보자, 그쪽은 더한 가관이었다. 교육관의 한손은 그
녀의 어깨에 돌려져 있었고, 다른 한손은 앞쪽으로 돌아와 아예 그녀의 블
라우스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희는 블라우스 단추가 거의 전부 풀어진 상
태로, 그의 손이 거리낌없이 안으로 들어와 마구 그녀의 속살과 유방을 주
무르는 데에도, 아랑곳없이 키득거리고 있었다. 브래지어마저 끌어내려졌는
지, 그녀의 풍만한 뽀얀 젖가슴이 절반이상 드러나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
로 교육관의 파렴치한 손놀림이 멀리서도 비치고 있었다.
은은, 화장실에서 나오자 곧바로 마교장의 품안으로 쪼르르 달려가 안기듯
이 했다. 그가 잔을 내려놓자, 그녀는 재빨리 안주로 놓인 과일점을 집어
직접 마교장의 입안에 넣어 주었다. 마교장은 뭐라고 귀엣말을 하며, 스스
럼없이 은의 짧은 치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는 숫제 다리를 벌려
한쪽 허벅지를 교장선생의 무릎위로 걸쳐 올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안으
로, 그의 손이 깊숙히 들이밀어져 은의 허벅지사이를 마치 자기 것인양 주
무르는 모습이, 맞은편 숙의 눈에 적나라하게 보였다.
그런 그녀의 눈앞으로 술잔이 들이밀어졌다. 옆자리의 한선생이었다. 그녀
가 잔을 비우자, 아까 일식집에서처럼, 그의 손이 어느새 그녀의 허리를 끌
어 당기며 숙의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비통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아까, 그 학생, 뭐라고 얘기하던가요?
-뭐, 누구? 아아, 아까 그 놈...
그녀는 따지듯이, 그러나 옆자리에서 들리지 않도록 계속했다.
-제... 제 얘기도 했나요...?
-푸후후, 왜, 궁금해, 숙이?
한선생은 짐짓 다정한 체, 은근히 손을 돌려 숙의 앞가슴을 블라우스위로
쥐었다. 다른 손은 아까 차안에서처럼 그녀의 짧은 플레어스커트 안으로 디
밀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수치감에 몸이 떨려 아무런 저항의 기색도 하지
-말해 주세요...!
-얘기했지, 전부 다...
-전부 다요...?
-그럼, 누구 앞인데...
순간 한선생의 손이 그녀의 치마속 허벅지사이 깊숙히 들어오더니 느닷없이
그녀의 얇은 레이스로 가려진 팬티위를 쥐듯이 눌렀다.
-흐흐... 난 다알지, 어때, 니년 이것, 검은색이라며...?
숙은 그의 손길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부위를 가린 얇은 천 바로 위에 도달
해있음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리 속은 부끄러운 부분을 들켰다는
생각만으로 가득차 온몸이 경련하듯 떨려올 뿐이었다. 순간, 취기에 거의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가 테이블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 바람에 그녀의 다리
사이를 더듬으며 가장 핵심부에 도달했던 한선생의 손도 쑥 빠져나갈 수밖
에 없었다.
-어이, 한선생, 그리고 맞아, 숙, 숙이라고 했던가? 아까 댁들은 춤 안췄지
? 그럼, 벌주, 벌주를 줘야지!
이미 한껏 취기가 올라 알딸딸한 교육관이란 작자가 큼직한 글라스에 양주
를 가득히 부어 내밀고 있었다.
-자, 원샷!
한선생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 졌다. 자기야 몰라도, 쑥맥같은 음악선생, 숙
이 그잔을 거리낌없이 받더니 단숨에 비워버린 것이었다.
-이야, 교장, 교장님 학교 선생들은 얼굴만 쌈빡한줄 알았더니 술실력도 대
단한데...!
교육관나리는 기분이 최고조에 도달한듯 잔을 들며 곁에서 자신의 가슴께를
어루만지고 있는 희를 끌어당겨 안았다.
-그러문요, 저도 교장할 맛 납니다, 허허허!
마교장도 질세라 자신의 하복부를 더듬고 있는 은의 엉덩이를 소리가 나도
록 철썩철썩 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숙은, 눈물이 핑돌아, 고개를 숙인채 코앞에서 자신의 블라우스단추를 끄르
고 있는 한선생의 손도 볼 수가 없었다.
* * *
술자리가 끝나자, 그들은 쌍쌍이 흩어지고 있었다. 먼저 은이 스스럼없이
비틀거리는 마교장의 팔을 부축하고 교장의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어이, 잘들 모셔다 드리라구...!
뒷좌석에서 은을 끌어안은 채, 마교장은 한선생을 향해 손까지 흔들어주고
있었다. 그 때, 무언가 은에게서 얘기를 들었는지 희가 잠시 교육관의 차에
서 돌아오더니 숙에게 넌지시 말했다.
-숙쌤님, 아니 언니, 우리 이러는 거 학교에서 말하시면 안돼요, 아시죠?
그녀는 눈마저 찡끗하고 교육관의 차로 갔다. 그의 차에선 잠시 가벼운 실
랑이가 있는 듯 하더니, 차안에서 팔이 나와 반 억지로 희를 끌어당겨 차에
태우고 있었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비밀... 숙은 남들의 비밀을
알게 된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 스스로가 남 부끄러운 수치스러운 사건
을 들켜버리고 있는 것이었다. 다름아닌 한선생에게.
-교육관님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잘 모셔야 돼, 희!
뻔한 다짐을 받아두며 꾸벅 절을 하고 돌아서는 한선생이, 취기가 올라 몸
을 제대로 가누는 것도 힘든 숙을 부축했다. 그는 만면에 음흉한 미소를 띄
우고 있었다.
-어떡하나, 숙이... 나도 많이 마셔서 차는 몰지 못할텐데... 우리도 저 사
람들처럼 어디에서 쉬었다 갈까...?
숙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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