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악마 11

허벅지에 찍혀있는 선명한 스타킹 자국으로 보건데 엄마는 집 밖 어디선가 분명 스타킹을 신었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그 스타킹을 벗었다
나는 엄마가 집에서 쳐자다가 나온 복장으로 스타킹을 신고 거리를 돌아다녔을 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분명 실내에서 스타킹을 신었을 것이다
나는 엄마가 집 안에서 스타킹을 신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신고 나갔더라도 집으로 돌아오면 답답한 듯 스타킹부터 벗었다
그런 엄마가 실내 어디에선가 일부러 스타킹을 신고 있었던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정장 등의 스타킹과 어울리는 옷이라도 입고 있었다면 잠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스타킹을 급히 사 신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엄마는 집에서 입고 나온 반바지와 티셔츠차림이었다
예의를 갖추기 위해 굳이 스타킹을 사 신어야 하는 복장이 아니었다
신발도 하이힐이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굳이 실내에서 스타킹을 신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나는 엄마에게 슈퍼에서 뭘 산거냐고 물어봤는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엄마는 그냥 스타킹을 샀다고 대답했다
뭔가 켕기는게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스타킹을 샀다고 그냥 말했다
그리곤 신으려고 산 게 아니고 필요한 데가 있어서 샀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엄마는 분명 스타킹을 신었기 때문이다
암튼 더 할말도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사실 그때는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데가 있어서 샀다고 하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냥 잠깐 신어보기도 했나보지 하고 말이다
그때는 그랬다
며칠 후 내 카톡에 처음 보는 아줌마의 카톡이 새롭게 떠있었다
그때 내 카톡에는 성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줌마의 프로필 사진이 유독 눈에 띄었다
박경숙이라는 이름의 상당히 야하게 생긴 아줌마였다
사진을 열어보니 얼마 전 엄마와 같이 있던 그 아줌마였다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하고 있어서 하마터면 몰라볼 뻔 했다 엄마랑 같이 있을 때는 분명 맨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아줌마는 화장을 떡칠한 상태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마도 엄마의 카톡이랑 연동이 된 듯했다
아줌마는 무슨 마사지 침대같은 곳에 엎드려서 얼굴 셀카를 찍은 걸로 보였는데 "허리 아플 때는 역시 침맞는게 최고" 라고 적혀 있는 걸로 봐서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려고 엎드려있는 상태에서 찍은 셀카임을 알 수 있었다
혹시 엄마가 이 아줌마랑 돌아다니며 도박 중독에 빠진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슬슬 들게 됐다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몰라도 아줌마의 사진을
캡쳐복사했다 아마도 그때 기준으로 그 아줌마의 얼굴에 꼴렸던 거 같다
암튼 나는 내가 학교에 가 있는 시간동안 엄마가 이 아줌마와 외출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전까지 엄마가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줄 알았다
얼마 후 주말 친구들과 피씨방에 갔는데 용돈이 다 떨어진 관계로 엄마에게 신용카드 사용 허락을 받고자 카톡을 보냈다
그리곤 그냥 게임을 했다
게임을 다 한 후 카톡을 봤는데 아직까지도 엄마가 내 카톡을 읽지 않고 있었다 전화를 두어번 했는데도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그냥 카드를 긁었다 엄마 허락없이 카드를 긁은게 께림칙해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너무나도 차분했다
마치 다른 여자라도 된 것마냥 "응~"이라고 말하며 내 전화를 받았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다행이다 싶었다
근데 몇 초 후 갑자기 목소리톤이 올라가며 나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말도 빨라졌다
엄마는 뭔가 빨리 전화를 끊어야하는 것처럼 왜 이렇게 전화를 하냐며 나에게 화를 냈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서 전화를 하는것마냥 뭔가에 쫒기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내가 카톡보내거 안 봤냐고 하자 잠시 확인을 하는듯 조용해졌다
전화기 너머로는
퍽 퍽 퍽 퍽 퍽 ~
퍽퍽퍽퍽퍽!
퍽 퍽 퍽 퍽 퍽~
퍽퍽퍽퍽퍽!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그냥 카드 써도 되니까 더 놀다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좀 바쁘니까 전화를 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말을 하는 와중에도 퍽퍽퍽하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내가 또 그 아파트에서 화투 치고 있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며 1시간만 더 있다가 갈거라고 말했다
근데 그 말을 한 후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곤 다시 퍽퍽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엄마? 왜 그렇게 숨이 차? 지금 뭐해?"라고 묻자
"잠시만..아 엄마 운동 중이야"라고 말한 후 한동안 말을 안 했다
퍽 퍽 퍽 퍽
퍽퍽 퍽퍽
퍽 퍽 퍽 퍽
퍽퍽퍽퍽퍽
엄마는 퍽퍽퍽 소리가 한참 들리고 난 뒤에야
다시 3시간 정도 걸릴 거 같다며 말을 수정했다
나는 퍽퍽퍽하는 소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그저 엄마가 돈이 어디서 생겨서 화투를 치러 다니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근데 엄마처럼 게으른 여자가 갑자기 운동을?
엄마는 3시간보다 한참 뒤 한의원 로고가 적힌 가방 하나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아는 아줌마 소개로 한의원에 다녀왔는데 간 김에 약을 사왔다며 무슨 한방 영양제같은 것들을 잔뜩 꺼내보였다
내가 아파트에 화투치러 간거 아니였냐고 묻자
화투 다 치고나서 다녀왔다고 대답했다
나는 엄마가 도박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화투 좀 그만 치라고 말했다 나한테 걸린 게 두번이지 분명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냥 아줌마들이랑 장난삼아 치는 것이라며 큰 돈은 안 오간다고 했다 그럴 돈도 없고. 그 말을 하는 엄마의 표정은 몹시도 우울했다
암튼 바로 여름방학이 되어서 오후에 잠깐 학원에 가는 시간을 빼곤 거의 내내 집에 있었다 생각해보니 뭔 돈으로 내가 학원을 다니고 있는가가 궁금해서 엄마한테 생활비 출처를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사실 옆동네 아파트에서 알바로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언제 하냐고 물어보자 오후나 저녁에 잠깐 집안일 좀 해주는 거라고 말했다 시간은 대중없다고 했다
화투는 그 아파트에서 같이 가사도우미를 하다가 알게된 아줌마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럼 그때 날 만난 날 아파트에 간 것도 가사도우미 일을 하러 간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엄마는 뭔가 내가 미안해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널 키우려고 남의 집에서 식모 노릇까지하는데 그깟
화투 좀 친다고 뭐라고 하냐하는 뉘앙스였다
그때 당시 가사도우미라는 일에 대해 크게 실감은 안 나서 엄마가 남의 집에서 개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엄마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했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대학에 못 간 것이라고 자주 말했는데 그건 순전히 구라였다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완전 개양아치였다 차마 년자는 붙일 수가 없다
눈썹은 칼 눈썹이었고 입술에는 자주색 립스틱이 발라져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그게 유행하는 화장이었다고 하는데
그걸 감안해도 집안이 가난해서 대학에 못 간거 같지는 않았다 내가 고딩때일 때는 엄마도 나이가 들어서 살도 좀 찌고 얼굴도 순해졌지만 아가씨 때는 진짜 엄청 앙칼진 느낌이었다
엄마는 아빠 욕을많이 했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비슷한 수준의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나를 낳은 것이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 시간은 진짜 대중없었다 어떤 때는 아침에 나갔고
어떤 때는 오후나 저녁에 일을 하러 나갔다 그러나 한번 나가면 최소 6시간 후에야 집으로 돌아왔고 엄청 피곤하고 우울해 보였다
내가 여러 집을 다니는 거냐고 하자 지금은 한집만 다니는데 스케줄이 오락가락이라고 했다
뭐 엄마가 날 위해 고생을 하니 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따윈 하진 않았다
아직 고1이였고 놀기 바빴다
학원을 땡땡이 치고 피씨방으로 갔다 그날도 울엄마의 안부를 묻는 놈들을 상대로 게임을 했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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