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27장
네코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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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27章 유령동천(幽靈洞天)의 괴녀(怪女)
-북망산(北邙山)!
사자(死者)의 세계로 일컬어지는 귀역(鬼域)이다.
원래의 이름은 망산(邙山)이었으나 고도 낙양(洛陽)의 북쪽에 있다고
하여 북망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북망산은 동주(東周) 이래로 낙양성민들의 공동무덤으로 쓰이면서 사
람이 죽어가는 유부명계(幽府冥界)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북망산은 결코 볼품없는 산이 아니다.
오히려 북망산의 도처에는 기기묘묘한 절경(絶景)이 숨겨져 있어 사
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시성(詩聖) 두보(杜甫)조차도 북망산에 올랐다가 그 절경에 감탄하여
십여 군데의 바위에 명문(銘文)을 새겨놓았을 정도다.
그토록 경치가 좋았기에 낙양성민들은 북망산을 자신들이 죽어묻힐
안식처로 선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날씨만 좋다면 북망산의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는 인파
가 개미떼처럼 바글거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밝은 대낮 동안의 얘기다.
일단 해가 지고 어둠의 그늘이 드리워지면 북망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망자(亡者)의 혼백(魂魄)이 된다.
번득이는 귀화(鬼火)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귀곡성(鬼哭聲),
무덤을 파고 뼈를 갉아대는 짐승들의 소란이 살아있는 인간의 접근을
거부한다.
특히 달조차 없어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의 밤은 을씨년스러움의 극치
를 보여준다. 아무리 간담이 큰 자라도 그믐밤에 북망산을 오르는 일
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항상 있는 법이다.
"으음! 정말 고독마야의 후인이 나타났단 말인가?"
쐐애애액!
칠흑같은 이 밤에 겁에 질린 침음성과 함께 북망산 깊은 곳으로 날아
가는 인영이 하나 있었다. 대체 이 깊은 밤에 무슨 볼일이 있기에 북
망산을 오르고 있는 것일까?
그 인물은 창백한 안색의 중년장한인데 등에는 마치 박쥐날개 같은
특이한 형태의 바람막이를 두르고 있다.
쏴아아아!
펄쩍펄쩍 뛸 때마다 수십 장씩 전진하는 그자의 모습은 흡사 한 마리
거대한 박쥐가 날아가는 듯하다.
당금 무림에서 전모 냉약빙 외에 이 정도의 경신술을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한 명 뿐이다.
-유령마제(幽靈魔帝) 구양수(九陽秀)!
바로 그자다. 저 신마풍운록(神魔風雲錄)상의 서열 제오위에 올라있
는 일세 효웅인…!
유령마제의 경공비기인 유령백팔변(幽靈百八變)은 비록 전모 냉약빙
의 전궁만리비에 비해 속도는 뒤떨어지지만 그 은밀함과 변화막측함
에 있어서만큼은 달리 적수가 없는 당대 최강의 경공술이다.
헌데 유령마제 구양수 정도쯤 되는 인물이 무엇 때문에 이 야심한 시
각에 은밀하게 북망산의 깊은 곳으로 날아가고 있단 말인가?
'운학이가 전서구로 보낸 정보가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
급박하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유령마제의 안색은 침중하게 굳어
있었다.
'그 인간 같지도 않은 고독마야가 기른 후인이라면 역시 상대 못할
괴물이 아니겠는가?'
유령마제의 안면 근육이 자신도 모르게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른 무림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고독마야에 대한 유령마제 구양수의
공포심도 거의 병적에 가까운 것이다.
'하여간 유비무환이다!'
쐐애액!
그는 날아가는 속도를 배가시키며 지그시 입술을 악물었다.
'놈이 정말 고독마야의 후인이라면 머지않아 나를 죽이려고 이곳 북
망산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어느덧 유령마제는 인적이 끊긴 황량한 계곡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이 계곡에는 수많은 무덤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데 그 무덤들의 대
부분은 오랜 세월 동안 돌보지 않아 무너지고 훼손되어 있었다.
스산한 삭풍이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오랜 비바람에 무너진 무덤 사이
에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인골(人骨) 조각과 회색으로 바랜 수의
(壽衣) 자락들은 가히 공포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우우우!
계곡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마치 사자(死者)의 호곡성처럼 들
린다. 전율과 귀기가 서린 이 황량한 계곡 어디에서도 살아있는 인간
의 자취를 느낄 수 없었다.
헌데 이런 죽음의 공포지를 유령마제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치달려 나
가고 있었다.
문득 계곡이 끝이 났다.
뚝 끊어진 계곡의 끝에는 깎아지른 듯한 단애(斷崖)가 자리하고 있었
다. 얼마나 깊은지 바닥을 알 수 없는 단애다.
그 절벽의 중간쯤에는 하나의 동굴이 뚫려 있었다.
물론 그런 곳에 이런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아는 자도 없었지만, 설혹
있다손 치더라도 누가 이곳으로 들어갈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쿠오오오!
절벽 아래쪽로부터 휘몰아쳐 올라오는 차가운 냉기를 머금은 강풍은
마치 십팔층 지옥으로부터 토해지는 마귀의 숨결같다.
"차앗!"
헌데 구양수는 날아온 기세 그대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절벽으로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설마 자살하려고 투신하는 것인가?
물론 그것은 아니다.
촤아아아!
절벽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그자의 등에 달린 박쥐날개 모양의 피풍
의(避風衣)가 활짝 펴지면서 세찬 바람을 한껏 머금었다.
파라라락!
피풍의가 찢겨질 듯이 부풀어 오르면서 구양수가 추락하는 속도가 완
연하게 줄어들었다.
마치 한 마리 박쥐처럼 천천히 절벽을 날아내려가는 그자의 눈가로
예의 동굴이 들어오고 있었다.
<유령동천(幽靈洞天).>
동굴의 상단에는 그런 전자체(篆字體)의 고문자가 이끼 속에 파묻혀
희미하게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휘익!
유령마제는 사뿐히 동굴의 입구로 날아내렸다.
"형수님! 소제 구양수입니다!"
이어 그자는 동굴의 입구에 선 채 포권의 예를 취하며 공손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런 그자의 얼굴엔 은은한 두려움의 기색이 서려 있었다. 대체 동굴
안에 누가 있길래 그자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단 말인가?
"흥! 간덩이가 부었구나, 구양수! 감히 네놈 스스로 이곳 유령성지(
幽靈聖地)에 나타나다니……!"
직후 마치 지저의 유계에서 흘러나오는 듯 싸늘한 여인의 음성이 동
굴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오랫동안 격조했음을 사죄드리러 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유령마제 구양수는 동굴 안을 조심스레 살피며 연신 굽신거리고 있었
다.
"흥!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들어와도 좋다!"
여인의 싸늘한 목소리는 마치 깊은 산 속의 옥류처럼 맑고 깨끗했으
나 그 속에는 뼛골까지 삭일 듯한 무시무시한 살기가 맺혀 흐르고 있
었다.
'흐흐흐! 네년은 결코 나를 죽이지 못한다! 네년의 아들이 나 구양수
의 수중에 있는 한!'
구양수의 눈가로 은은한 조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들어가야 한다. 이 음가 계집애의 녹발수망천강
인(綠髮手網天 刃)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
해야 하니까!'
조금은 찜찜한 듯했으나 그자는 용기를 내어 천천히 동굴 안으로 걸
음을 옮겼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큰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휘우웅!
동굴 안쪽으로부터 음산한 귀곡성이 실린 음풍(陰風)이 휘몰아쳐 나
오고 있었다.
헌데 이 동굴의 사면 벽에는 투명한 몸을 지닌 뱀들이 벽면에 달라붙
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장은 물론 뼈와 흐르는 핏줄기마저 환히 비치는 괴사들!
바로 투명흡정사(透明吸情蛇)였다.
북망산을 통틀어도 한 마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투명흡정사가 이곳
유령동천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썩은 시체의 시정(屍精)을 흡취하여 살아가는 투명흡정사의 무서움은
상상을 절할 정도였다.
그런 동굴을 구양수는 조심스러우나 태연히 지나고 있었다.
쉬이익!
투명흡정사들은 긴 혓바닥만을 내밀어 겁을 줄 뿐 구양수에게 덤벼들
지는 않고 있었다.
이윽고 죽음의 동굴은 끝났다.
동굴의 안쪽에는 의외로 넓은 지하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천연의 종
유동굴에 인공을 가미한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었다.
-유령천세(幽靈千世)!
그리고 지하광장의 입구 위에는 그런 글자가 전자체로 깊숙이 음각되
어 있었다.
그런 지하광장의 끝에는 아주 기괴한 모습의 여인이 단좌해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머릿결이었다. 얼마나 긴지 여인의 긴 수발은
온통 광장의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을 정도였다.
일견하기에도 하나하나가 십 장은 됨직한 머리카락이다.
어찌 인간의 머리카락이 이토록 길게 자랄 수 있단 말인가?
더욱 기이한 것은 그 머리카락의 색깔이었다.
여인의 모발 색깔은 녹색(綠色)이었던 것이다.
마치 초춘에 파릇 솟아오르는 여리고 짙은 풀잎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두 번째로 기이한 것은 여인의 피부색이다.
머리카락은 녹색인데 비해 피부는 마치 분을 바른 듯 새하얗기 그지
없었다.
너무나 하얀 그녀의 피부는 차라리 어떤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
다.
그리고 여인의 나이 또한 어느 정도나 들었는지 추측할 수 없었다.
여인의 얼굴은 십여 세의 소녀와도 같이 청순해 보였다. 희디흰 피부
위에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오관은 마치 분을 발라놓은 인형을 보는
듯도 해보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체형으로 봐서 여인은 결코 청순한 소녀일 수 없었
다.
여인은 옷을 거의 걸치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의복대신 길고 풍성한
녹색의 머리카락으로 풍만한 육체를 가리고 있었다. 그 녹색의 머리
카락 밖으로 드러나보이는 육체의 굴곡은 완숙한 중년여인의 그것이
었다.
'이 계집이 녹발수망천강인을 벌써 십이성 극치로 연마했단 말인가?'
유령마제 구양수는 발치에 깔린 짙푸른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며 경악
하고 있었다.
"흥! 이젠 후회해도 소용없다! 네놈이 보다시피 나 음월방(陰月芳)의
녹발수망천강인은 십이성에 이르러 금강지체라도 잘라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여인은 싸늘한 냉갈을 토하며 구양수를 쏘아보았다.
촤아아!
그와 함께 녹색의 머리카락이 마치 뱀처럼 구양수의 다리를 휘감아
오는 것이 아닌가?
"진, 진정하십시요! 형수님!"
어지간한 구양수도 공포에 질리며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여인의 표정은 얼음처럼 냉혹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빠득! 날 보고 진정하라고? 네놈에게는 사형이기도 한 내 남편을 시
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하나 뿐인 아들까지 유괴한 네놈을 죽일 기회
가 왔는데?"
여인은 이를 갈며 처절한 절규를 토했다.
유령마제 구양수!
그에게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동문사형이 한 사람 있었다.
-고루천존( 天尊) 유마혼(維摩魂)!
원래대로라면 그가 유령일문을 승계해야만 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십 년 전 돌연 급사하고 말았다. 자연히 유령일문의
종사 자리는 고루천존 유마혼의 사제인 구양수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
-음월방(陰月芳)!
녹발괴여인은 바로 그 고루천존 유마혼의 아내였다.
고루천존은 무공수련에 심취해 있느라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결혼하게 되었으며 딸 같은 젊은 아내에게서 한 명의 아들까지 보았
을 때 그의 행복은 가히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그는 그 행복의 절정 속에서 돌연 급사해버렸던 것이다.
그것은 젊은 음월방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갓 태어난 어린아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유괴당하기
까지 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유마혼의 어린 종자를 찾고 싶다면 망혼애(亡魂崖)로 와라!
음월방은 어린 아들이 사라진 침상에서 그런 쪽지를 발견했을 뿐이었
다.
모정(母情)!
그것은 맹목적이다.
뭔가 함정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모정은 그런 이성적인 판단에 우선하는 것이었다.
음월방은 자식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단신으로 북망산 제일의 절지
인 망혼애로 달려갔다.
그녀가 망혼애에 달려갔을 때 그녀를 맞이한 것은 한 명의 복면인이
었다.
그자의 한 팔엔 기절한 어린 아들이 들려져 있지 않은가?
여인에게 수치심이나 명예가 있을 수 없었다.
음월방은 치욕적으로 무릎을 꿇으며 아들을 돌려달라고 울며불며 애
원하며 매달렸다.
그러자 복면인은 그런 그녀에게 교환조건을 제시했다. 자신의 욕심을
채워주면 아들을 돌려주겠다고 말이다.
당연히 음월방으로서는 질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불과 며칠 전
에 남편을 잃은 상중(喪中)의 몸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죽은 남편에 대한 정조도 중요한 것이었으나 사자에 대한 도리보다는
산자의 생명을 여인은 더욱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죽은 남편의 유일한 혈육인밖에는 더더욱 말이다.
아울러 음월방에겐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하나 뿐인 아들
의 생명이었다.
결국 그녀는 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허락해야만 했
다.
그리고 음월방은 어린 아들 곁에서 무참하게 능욕을 당하였으나 이를
악물고 참아야만 했다.
그것은 자식을 가진 여인이라면 누구라도 지닐 수밖에 없는 비애였다
.
복면인은 그녀를 세 번이나 연달아 능욕한 후 몸을 일으켰다.
당연히 음월방은 아이를 돌려줄줄 믿었다.
아니 그러길 간절히 애원했으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비릿한 조소
뿐이었다.
-흐흐! 어리석은 계집! 본좌가 네년을 살려둘 줄 알았더냐?
신비의 복면인이 비웃음을 흘리며 바지를 추스리자 음월방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살인멸구(殺人滅口)!
복면인은 그것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인은 반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사내에게 세 번이나 겁탈 당한 그녀의 몸엔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흐흐흐! 네년의 아들은 장차 본좌를 위한 충실한 살인도구가 될 것
이다!
복면인은 앙천광소를 터뜨리며 음월방을 걷어차 망혼애 아래로 추락
시키고 말았다.
망혼애로 추락하며 음월방은 비로소 복면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유령마제 구양수!
바로 그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자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것은 음월방에게 자
신의 정체를 노출시킨 것이었다.
하늘이 그녀를 가엾게 여긴 때문인지 망혼애로 추락한 음월방은 기적
같은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망혼애 아래에는 수만 년이나 긴 세월을 나뭇잎이 쌓여 푹신하기 이
를 데 없었고 음월방은 그 위에 떨어진 덕분에 죽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그곳에는 망혼동(亡魂洞)이라는 하나의 동굴이 자리해
있었는데 그 동굴 안에는 유령일문의 전설적인 여고수가 잠들어 있었
다.
-유령모모(幽靈母母)!
유령일문 사상 최강의 고수로 추앙받는 그녀의 유해와 함께 그녀가
남긴 비급도 발견한 음월방은 뛸 듯이 기뻤다.
살부와 자신의 겁탈 당함, 거기에 어린 아들의 잘못된 운명에 대한
복수를 당연히 할 수 있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월방은 이내 절망하고 말았다.
수십만 년이나 쌓인 나뭇잎은 썩을 대로 썩어 장독( 毒)을 이루었고
그것에 쐬인 음월방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유령모모가 남긴 비급을 뒤진 결과 장독을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투명흡정사를 장복하는 것이었다.
투명흡정사 일만 마리를 복용해야만 장독은 완전히 해독될 수 있었다
.
또한 비급에는 투명흡정사가 있는 곳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바로 이곳 유령동천(幽靈洞天)이었다.
이 유령동천도 사실 오래 전에 잊혀진 유령일문의 성지였다.
하여간 투명흡정사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이곳 유령동천을 발견
한 덕분에 음월방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말이 쉬웠지 실제로 행하기에 얼마나 어려운지는 여인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여인과 뱀!
그것 같은 상극이 또 있을까?
아무리 살기 위해서라지만 뱀을 생으로 먹을 여인은 있을 수 없었다.
그것도 일만 마리나 되는 징그러운 뱀을 말이다.
그러나 일부함원(一婦含怨)이면 오월비상(五月飛霜)인 법! 음월방은
사무친 원한을 갚기 위해서 그 모든 역경을 참아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투명흡정사를 생식하기 시작했으며 아울러 유령
모모가 남긴 비급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녹발수망천강인!
유령모모가 남긴 최후, 최강의 마공이 그것이다.
완성된다면 머리카락이 강철보다 더욱 단단해지고 금강석이라 할지라
도 자를 수 있었다.
헌데 음월방이 이곳에서 녹발수망천강인을 연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양수가 어찌 알았는지 그는 간간히 부하를 보내 염탐을 하고 있었
다.
물론 그 부하들은 모조리 음월방의 손에 죽어 투명흡정사의 먹이로
던져졌다.
"호호! 기뻐하세요. 상공! 드디어, 당신을 시해하고 본녀를 욕보인
이 패륜아를 징벌할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음월방은 한서린 광소를 터뜨렸으나 구양수의 신색은 두려움이 없었
다.
"흐흐! 형수는 나를 죽이지 못하오!"
그자는 오히려 비릿한 조소를 흘리는 것이 아닌가?
"헛소리 말아랏! 더러운 자식!"
음월방은 핏발을 세우며 교갈을 토했다.
"헛소리라 생각하면 날 죽여보시구려!"
오히려 구양수는 그런 음월방을 향해 빈정거리고 있었다.
"만일 내가 오늘밤이 새기 전에 부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형수님
의 그 소중한 아드님은 사지가 찢겨 처참하게 죽을 것이오!"
그자의 말이 끝난 순간 음월방의 녹발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악독한 놈!"
그녀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머리카락은 힘없이 풀어지고 말았다.
그녀의 봉목으로는 눈물방울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를 어찌했으냐? 구양수!"
"걱정마십시요. 소제가 잘 키워 지금은 늠름한 장부로 자랐으니까요!
"
그제야 구양수는 내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등줄기는 식은
땀으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좋다! 지금 네놈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네놈을 지옥 끝까지라
도 쫓아가 육시를 내버리고 말 것이다!"
음월방은 구양수를 쏘아보며 살음을 발했다.
"흐흐! 여부가 있습니까, 형수님!"
구양수는 완전히 안심하며 허리를 굽실거렸다.
"흥! 그건 그렇고, 오늘은 뭣 때문에 본녀를 찾아왔느냐?"
"부탁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부탁? 뻔뻔함의 극치를 보이는구나!"
음월방은 오히려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러나 구양수는 비굴하게 굽실거리며 입을 열었다.
"만일 이번에 소제의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아드님과 상면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정, 정말이냐?"
음월방은 떨리는 음성으로 황급히 반문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처절하면서도 가이없는 모성애의 발로!
"정말이고 말굽쇼! 아드님이 얼마나 당당하게 성장했는지를 알면 형
수님도 제게 감사할 겁니다."
"흥! 헛수작 말고 어서 부탁이란 것이 뭔지나 말해라!"
음월방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싸늘한 코방귀를 날렸다.
"저 대신 한놈을 죽여주십시요!"
"살인을 해달라고?"
음월방은 흠칫하며 반문했다.
"형수님도 고독마야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고독마야!"
음월방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렇습니다. 그 고독마야의 후인이 우리 귀왕궁을 공격하러 오는 중
입니다. 그자를 이곳으로 유인해 올 테니 형수님이 처리해주셨으면."
구양수는 비굴하게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흥! 겁쟁이가 되었구나! 네놈의 그런 모습을 유령노조(幽靈老祖) 사
부님이 아시면 지하에서 땅을 치실 것이다."
음월방은 싸늘한 냉소를 발했다.
"그놈은 제 사부 고독마야 못지 않게 고수입니다. 만일 제 능력으로
제거할 수 있을 정도라면 왜 형수님을 번거롭게 해드리겠습니까?"
구양수는 연신 고개를 굽신거리며 애원하고 있었다.
음월방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자가 네 개인의 원수가 아니고 귀왕궁의 원수라면 네놈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내가 죽였을 것이다."
그녀는 차갑게 말을 뱉고는 구양수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볼일 다 봤으면 이제 꺼져라!"
실로 치욕적인 어투였다.
그러나 구양수의 신색은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형수님만 믿겠습니다!"
그자는 깊숙이 포권한 후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휴우! 이것으로 되었다. 고독마야의 제자 놈이 아무리 강해도 녹발
수망천강인을 십이성 연성한 저 계집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유령마제 구양수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동굴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흐흐! 설사 놈이 요행히 이긴다 하더라도 두 번째의 함정이 기다리
고 있으니 결코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구양수는 사악하게 흉소를 머금은 후 둥실 허공으로 떠올라 박쥐날개
의 피풍을 한껏 펼치며 아득히 사라져 갔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한 쌍의 원독에 찬 봉목이 구양수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쏘아보고 있
었다.
'죽일 놈! 네놈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일 년 내로 내 몸 속의 장독
이 모두 해독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는 사실을!'
그 시선엔 섬뜩한 저주의 살기가 서려 있었다.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게 된다면 그때는, 그이를 시해하고 본녀를
겁간한 천인공노할 죄악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그렇게 이를 갈고 있는 여인은 바로 음월방이었다.
* * *
우르르르!
천지가 진동하는 우레성이 대기를 떨어울린다.
초겨울 북망산의 하늘엔 시커먼 먹장구름이 뒤덮혀 있었다.
"으음! 도대체 귀왕궁은 어디 처박혀 있단 말인가?"
하나의 높직한 산봉 위에 우뚝 선 채 사위를 두리번거리는 청년이 있
었다.
붉은 빛이 감도는 긴 장발을 휘날리며 짙은 흑의에 삼베로 둘둘 만
장도를 들고 있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이검한!
바로 그였다.
종남산의 혁련검호각을 떠난 이검한은 사흘 만에 이곳 북망산에 다다
를 수 있었다.
그러나 북망산을 다 뒤져보았건만 귀왕궁이 어디 있는지 도저히 알아
낼 수가 없었다.
이검한 뿐 아니라 귀왕궁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은 당금 강호에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왕궁이 북망산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들 스스로 정체
를 드러내기 전에는 누구도 귀왕궁의 위치를 파악할 순 없었다.
혹자는 귀왕궁의 위치는 북망산의 수많은 무덤의 아래에 있다고도 했
으나 그 역시 확실하지 않은 풍문일 뿐이다.
'낭패로군!'
이검한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곤 망망한 무덤들 뿐이었다.
헌데 그가 난감해할 때였다.
스스슷!
멀리 동북쪽에서 하나의 인영이 봉분들 사이를 유령같이 스쳐지나가
는 것이 이검한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혹시!'
스팟!
이검한은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신형을 튕겨올렸다. 북망산에서 경공
을 시전하는 인물이라면 귀왕궁의 제자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떠올린
때문이다.
삽시간에 이검한의 모습은 장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 *
"유령동천?"
이검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동굴의 입구에 새겨진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을씨년스러운 음풍을 내뿜는 동굴 하나가 입을 벌
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미약하나마 인간의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음을
이검한은 느낄 수 있었다.
이검한의 눈가로 이채가 피어올랐다.
'안에 누군가가 있다!'
그의 예민한 감각은 인간의 체취를 감지하고 있었다.
이검한은 긴장하며 천천히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 안쪽에는 투명흡정사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검한의 눈에 기광이 스치게 한 것은 투명흡정사가 아니었다
.
"이건 뭐지?"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동굴 바닥에는 녹색의 비단 실타래 같은 것들이 푹신하게 깔려 있었
던 것이다.
이검한은 의아해하면서도 별 의심없이 동굴의 더 깊은 안쪽으로 들어
갔다.
지금 그가 밟고 지나가고 있는 것이 인간의 머리카락이라는 사실을
그가 어찌 알겠는가?
'흐흐흐! 제대로 걸려들었구나!'
스스스!
이검한이 유령동천으로 사라진 직후 소리없이 동굴의 입구로 날아내
리는 인물이 있었다.
박쥐의 날개같은 피풍을 걸친 음침한 인상의 백면장한!
바로 유령마제 구양수였다.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골칫덩이 두 년놈들을 한꺼번에
없앨 수 있게 되었으니!'
그자는 내심으로 득의의 흉소를 흘려내고 있었다.
과연 그자는 또 어떤 독계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헉!"
유령동천의 끝에 있는 지하광장에 다다른 이검한은 자신도 모르게 경
악성을 토했다.
광장 중앙에 한 명의 여인이 봉목을 내리감은 채 조용히 가부좌를 틀
고 있음을 본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이제껏 밟고 지나온 녹색의 실타래가 바로 이 여
인의 머리카락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런 류의 여인은 음월방이란 여인 외에 또 있을 수 없다.
'저, 저렇게 긴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이 존재하다니!'
어지간한 이검한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장의 바닥 어디에도 온통 음월방의 녹색머리카락이 깔려 있었으며
이검한 자신도 그 녹색의 머리카락을 밟고 서 있는 상태였다.
그가 그렇게 경악하고 있을 때였다.
"왔… 느냐?"
쩌어어엉!
싸늘한 일갈과 함께 음월방의 눈이 번쩍 떠졌다. 열려진 그녀의 눈을
통해 녹색의 사이한 안광이 전광처럼 뻗어나왔다.
'날 기다리고 있었단 말인가?'
이검한은 흠칫하며 음월방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였다.
촤아아아!
돌연 바닥에 깔려있던 머리카락들이 맹렬히 일어나 이검한의 몸을 휘
감아 오는 것이 아닌가?
"헉!"
이검한은 헛바람을 삼키며 몸을 틀었다. 하지만 녹색의 머리카락은
사방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마땅히 피할 만한 곳이 있을 리
없었다.
이검한의 하체는 삽시에 음월방의 그 괴상한 머리카락에 휘감기고 말
았다.
"요망한 것!"
이검한은 일갈하며 맹렬히 쌍장을 내쳤다.
쩌어어엉!
후려쳐진 그의 손바닥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일어나 자신을 휘감은 음
월방의 괴상한 머리카락을 휩쓸어갔다.
화염마강(火焰魔 )!
설사 만년한철의 벽이라 할지라도 일거에 쇳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지상최강의 화공이 발휘된 것이다.
퍼억!
불꽃과 연기가 확 일었다. 돌이 타는 냄새가 순간적으로 실내를 가득
메웠다.
'이… 이럴 수가!'
그 중에서 이검한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당연히 녹아 잿가루로 변할 줄 알았건만 화염마강에 격중된 음월방의
머리카락엔 터럭만큼의 손상도 없었기 때문이다.
촤아아아! 후두두둑!
오히려 녹색의 머리카락은 이검한의 양팔마저도 휘감아버리고 말았다
.
'이… 이건 보통의 머리카락이 아니다!'
이검한은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나 이미 한걸음 늦은 후였
다.
"호호호! 산산조각 내주마! 고독문의 애송이!"
음월방은 득의의 교갈을 터뜨렸다.
파츠츠츠!
이검한의 몸을 휘감은 머리카락이 살아있는 구렁이와도 같이 무서운
힘으로 그의 몸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우욱!"
이검한은 사력을 다해 호신강기를 일으키며 저항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행동은 음월방의 조소를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호호호! 어림없다! 본녀의 녹발수망천강인은 호신강기 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음월방은 깔깔거리며 교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검한이 일으킨 막강한 호신
강기는 허무하게 외곽으로 번져가고 있을 뿐이었다.
녹발수망천강인!
그것은 너무도 가늘고 예리했다. 그렇기에 호신강기를 물처럼 흘려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이런 괴물이 있었다니!'
이검한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겐 경악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녹발수망천강인이 시시
각각 무서운 힘으로 그를 조여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으으!"
이검한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나오고 그런 그의
피부는 거미줄같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주르륵!
그리고 갈라지는 피부 틈으로 흘러나오는 붉은 핏줄기!
나한부동결이 팔성의 화후에 이르러 이검한의 몸은 금강지체(金剛之
體)가 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월방의 녹발수망천강인은 금강불괴체인 이검한
의 몸 속으로 파고들어오고 있다.
어쩌면 지상최강의 호신강기일지도 모르는 이검한의 나한부동신공이
지금 이 순간 무력하게 깨뜨려지고 있는 것이다.
놀라기는 음월방도 마찬가지였다.
무쇳덩어리라도 두부처럼 잘라버릴 수 있는 자신의 녹발수망천강이었
으나 이검한의 몸뚱이는 쉽사리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고독마야의 제자다!'
음월방도 더 이상 희희낙락할 수만은 없었다.
"죽어랏!"
촤아아앙!
음월방은 앙칼진 교갈을 터뜨리며 녹발수망천강인에 십이성의 공력을
주입시켜 이검한의 몸을 더욱 강하게 조여갔다.
"크으으으!"
푸하아악!
이검한의 악문 입술에서 신음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피
분수가 확 일었다. 드디어 녹발수망천강인의 일부가 피부의 약한 부
위를 뚫고 들어와 혈관을 베어버린 것이다.
'이대로 가면 저 괴물 같은 계집에게 죽고 만다!'
이검한은 눈을 부릅뜨며 음월방을 주시했다.
이 순간 음월방은 십이성의 내공을 전개하는 중이라 알몸을 가리고
있던 푸르른 머리카락이 전부 올올이 곤두서있는 상황이었다.
자연히 녹발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알몸뚱이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
눈같이 흰 피부에 가슴에 무겁게 매달려 흔들리고 있는 큼직한 한 쌍
의 육봉! 잘록한 허리는 그대로 실버들이었고 아주 풍만한 둔부의 곡
선은 가히 환상이라도 해도 좋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검한으로서는 그런 절염한
여체를 감상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 끔찍한 머리카락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내 몸뚱이는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이검한은 필사적으로 녹발수망천강인을 벗어날 방법을 강구했다. 그
의 뇌리로 수많은 무공구결들이 전광석화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빨리 타개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의 몸은 이제 반각을 버티지 못
하고 다져진 고깃덩이처럼 도륙당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라면 혹시……!'
어느 순간 그의 눈가에 반짝 기광이 스쳤다. 그의 뇌리 속으로 한 가
지 내공심법의 구결이 떠오른 때문이다.
-옥룡흡정도인술(玉龍吸精道引術)!
십왕(十王) 중 일 인이며 희대의 음적인 옥룡음마(玉龍淫魔)가 남긴
내공심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강력한 채음보양의 사술이다.
옥룡음마는 생전에 수만 명의 여인과 교접하면서 옥룡흡정도인술로
여인들의 음기를 자유자재로 빨아들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옥룡음마는 십왕 중에서도 최강의 내공을 소유할 수 있었
다.
옥룡흡정도인술의 요체는 흡(吸)과 인(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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