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처제-9
아내가 처제와 나 사이를 눈치챘다.
우린 숨긴다고 숨겼지만 티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어쩌다 가족 모임을 하게 되면 오랜만에 만나는 처제와 내가 별로 서먹한 것도 없었고 질문도 하지 않았고 잘 웃고 대화도 잘 하는게 자연스러울 줄 알았지만 그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었다. 처제는 아내와도 별로 만나지 않는 사이다. 서로 카톡으로 주고받지 누가 요즘 그렇게 자주 만나겠는가? 더구나 우린 수도권 외각이고 처제는 서울에서 지내는데.
표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아내는 내가 처제와 어떤 관계인지 물었다.
이건 우연한 일 때문이었다.
내가 켜놓은 노트북을 소홀히 다루는 바람에 텔레그램에 남아 있던 처제와의 대화내용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사용하고나선 반드시 폭파시켰는데 이게 오래 편안한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결국 들통이 났다.
아내는 똑똑한 여자다. 사실 그 전에도 분명히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물었다가 아니라고 확인되거나 하면 자신을 떠날 것 같아서 도저히 물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하다시피 한 증거가 나오자 나는 결국에는 털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있었던 모든 걸 다 털어놨다. 속이 시원해지도록 다 말하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 내가 떳떳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 내가 정말 눈물이 없는 사람이란 걸 아는 아내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꺽꺽거리면서 우는 나를 보더니 한동한 같이 울었다.
이게 남이 보면 정말 한심하고 우스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당시의 내 감정상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내는 내가 언제부터 처제와 그런 관계였는지 궁금했는데 고3 때부터였단 걸 알고는 많이 놀랐다.
말도 별로 없고 조용하고 공부만 열심히 하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형부와...
충격을 받은 아내는 내가 그 후에는 만나지 않았다가 서울에서 결혼 준비를 하느라 늦었던 날 처제 집에서 그렇게 한 걸 알고 또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나는 고해성사 하듯 다 털어놓았다. 아내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자신이 불임인 걸 밝힌 후에 얼마나 잘 대해줬고 노력했는지도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처제가 나를 너무 좋아하고 나와 같이 있고 싶어했지만 한달에 한번 정해진 날에 만나기로 했고 그 규칙을 깨지 않았다는 것에도 놀랐다.
특히 내가 처제와 그렇게 지내면서 자신에게 결코 소홀하지 않았던 점도 천천히 생각해봤다.
아내는 내가 정말 철저한 인간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처제에 대해서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배신감에 화가 났지만 규칙을 지켰고 자신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나는 아내에게 다 털어놓으니 시원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이 없자 아내는 한 달만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했다.
덜컥 겁이 났다. 여태까지 아내는 나와 떨어지는 걸 싫어했는데 한달씩이나 떨어져 지내자고 하는 걸 보니 정말 화가 많이 났다는 걸 알게 됐다.
반대할 근거가 없었다.
아내는 그날 저녁에 바로 짐을 싸서 따로 방을 얻어 나갔다.
모텔에서 지낸다고 했다.
처가집으로 가면 어른들이 다 알게 되고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일단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게 좋겠다며 모텔을 잡은 것이다.
어딘지도 말해주지 않고 가버렸다.
연락은 자신이 하면 받으라고 했다.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하다니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잘못한 게 있으니 군말없이 따랐다.
처제가 연락이 왔다.
내가 다 얘기했다. 언니가 전부 알게 됐다고. 처제는 굉장히 놀라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울면서 물었다.
이제 우리 관계는 여기서 끝내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처제는 동의하지 않았다.
어차피 알려진 건데 언니한테 사정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엉뚱한 소릴 했다.
그건 대놓고 우리 관계를 허락해 달라는 건데 지금 언니 상황을 보면 화약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짓이다.
연락이 안 온지 1주일이 지났다. 걱정도 되고 혹시라도 장모님이 집에 찾아올지도 몰라 조마조마했다.
변명을 할 거리도 미리 준비했고 아내가 없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빨래나 반찬 같은 것도 준비했다.
그리고 아내 속옷이나 잠옷 같은 것도 다른 종류긴 하지만 눈에 잘 띄는 곳에 뒀다.
책이나 소품 같은 것도 거실에 꺼내놓았다.
정말로 장모가 한번 집에 왔을 때 모임 갔다고 했다. 근데 왜 전화는 안 받느냐는 걸 모임 때문에 못 받을 거라고 돌아오면 연락 드리라고 하겠다고 했다.
거짓말 하느라 진땀을 쏙 뺐다. 그리고 2주가 가까워졌을 때 아내가 문자를 보내왔다.
자긴 어느 모텔에 있고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했다. 여기 왔다 갔는데 전화 왜 안받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자기가 해보겠다고 했다. 직장에 출근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몸이 안 좋다고 둘러대고 있다고 했다.
2주가 다 됐을 때 아내가 문자를 보내왔다.
자기가 있는 데로 와달라고 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빨리 갔다. 그 사이에 처제와 두 번 정도 연락을 했다.
어디에 있는지 알려줬고 혹시 모르니 연락이 오면 모르는 척하라고 했다.
모텔에 도착했다. 방으로 가니 아내가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고 2주 동안 지낸 티가 났다.
방 안에서느 익숙한 화장품 냄새가 났다. 아내의 냄새였다.
침대 옆 의자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는 아내를 보는데 가슴이 울렁거렸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너무 보고 싶었다는 걸 막상 아내 얼굴을 보니 실감하게 됐다.
나는 미친놈처럼 아내에게 달려가 껴안으려고 했다.
아내가 거부했다. 그만큼 내게 화가 난 걸 아직 못참고 있는 것 같았다.
어색해진 나는 의자 대신 침대에 걸터앉아 아내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아내가 입을 열었다.
"생각 좀 해봤어?"
"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 정리할게.."
"정말?"
"그럼. 다 정리할거야. 자기한테 너무 미안해.."
아내는 나를 바라보더니 약간 누그러진 눈빛으로 말했다.
"그럼 나랑 다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아?"
"무슨 소린지... 당연하지. 내가 다 정리하고 나면 우린 변한 거 없어."
"그렇지. 되돌리면 되는 거니까."
"그래. 맞아."
"그런데 기억이란 건 남잖아. 내 동생하고 있었던 일은 기억에 그대로 남잖아. 그건 어떻게 정리해?"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진짜 평범한 일은 아닌 것 같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2주 동안 고민했는데..."
제발 이혼이니 뭐니 하는 말은 안 하길 바랬다.
"이혼을 할까... 아니면 별거라도 할까? 아니면... 내가 어디로 사라져버릴까?... 이런 생각 많이 해봤어."
"왜 그런 생각을 해? 그냥 내가 다 정리하면 된다니까.. 자기야.."
그렇게 말하고 아내가 하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의외의 말이 나왔다.
"근데.. 그냥 이렇게 지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
"그게.. 무슨..."
"자기는 어차피 나랑 다시 지내도 걔랑 있었던 일 못잊어. 고3때부터 서울에서 그랬고 또 지난 1년 넘게 관계가 지속됐고... 그런데 그걸 잊는다고? 거기다가 집안 모임 있으면 계속 봐야 하고.. 그 기억을 가진 채 나랑 지내야 하고.. 그거 감당할 수 있을까?"
굉장히 현실적인 여자였다. 2주 동안 자기 자신만 생각한 게 아니라 나와의 관계와 동생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까지 전부 다 계산해봤던 것이다.
"그냥 이런 식으로 무마시키면서 우리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는 건 둘 다에게 가식이야. 서로 관계 좋을 땐 잊은 것처럼 가식을 떨어야 하고 혹시라도 싸움이 나면 가장 먼저 꺼내는 게 이 얘길테니까. 그건 우리 둘 다 감당 못해."
"무슨 얘긴지 알겠어. 그런데 어떻게 하자는 건지 이미 생각해 둔 게 있어?"
아내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침대로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생각해 봤는데 내가 알고 있는 거 하고 모르고 있는 거 하고 그 차인거 같았어. 모르고 있으면 배신이지만 알고 있으면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아내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차라리 자기가 모르는 채로 나와 처제 관계가 유지되게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알고 있고 그래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생각이 가능한 건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내가 자기에게 보여줬던 모습들이 있어서였다. 처제를 만나면서도 그 날이 지나고 나면 내 행동은 늘 같았다. 딱 한 달에 하루만 나는 다른 남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일본 남자들은 자기 아내에게서 화대를 받는다. 그리고 긴자를 찾아가 하루 회포를 푼다. 자기만의 판타지를 채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자기를 배려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간다. 단 하루, 아내가 아는 관계 안에서 일본 남자는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합리적인 합의다.
지금 아내는 그런 걸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나의 짧은 생각일 뿐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생각해 본 게 있어."
"그게 뭔데?"
"나 우리 아이 갖고 싶어. 근데 내가 못 가지잖아.. 그래서..."
여기까지 듣고 있던 나는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그게 말이 돼? 아빠 엄마가 아시면 어떡하려고? 안돼!"
하지만 아내는 내가 한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말을 이어갔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난자에 수정할 수도 없고 시험관은 실패율도 높고 그러느니 유전자가 같은 내 동생이 나 대신 아이를 낳아주면 좋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아니. 가만히 생각해 봐. 걔가 자기를 진짜 좋아한다면 우리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을거야."
"부모님은? 그걸 이해하실 것 같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아내는 여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내게 짐을 싸달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방에 여기저기 가방들이 있었다.
이미 결론이 난 상태에서 아내는 더 여기 머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시키는대로 짐을 싸서 모텔을 나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거기 처제가 와 있었다.
아내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처제 역시 이미 무슨 얘기가 되어 있었는지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 들어왔다.
셋이 마주앉아 얘기를 했다.
긴 얘기라서 결론적으로만 말하자면 아내는 이미 처제에게 의향을 물었다고 했다.
처제는 우리 관계가 탄로난 게 무서웠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말하는 언니 말에 그만 동의를 하고 말았다.
물론 속으로는 내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언니에게 표가 나게 할 순 없었고 그냥 동의한다고만 했다.
그건 나와의 섹스를 허락받는 것이기도 했고 언니에게 속일 필요도 없다는 것이기에 처제는 내심 반가웠다고 했다.
이렇게 서로 다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하고 나니 보통의 사회적 통념에 반대되는 일이기는 했지만 우리 사이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장인 장모를 설득하는 데에는 딱 1주일이 걸렸다. 아내가 혼자 가서 설득한 게 아니라 자매가 둘이 가서 설득했다고 한다.
어른들은 펄쩍 뛰면서 반대했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아내와 남보다는 자신의 유전자가 들어가는 게 맞지 않냐는 처제의 설득, 그리고 시험관의 실패율 마지막으로는 누군지 알 수도 없는 난자를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설득이 결국 결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건은 있었다. 아이를 낳는 것까지만이었다. 그 후로는 처제와의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조건이었다.
아내와 나는 동의했다. 이건 순전히 아내와 내가 아이를 갖기 위해 불가피하게 하는 일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그리고 아내와 처제 나의 동거가 시작됐다.
블루메딕 후기작성시 10,000포인트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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