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엄마 명숙이(외전 그녀의 이야기3)
Mgoon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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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023.04.26 18:57
“이조시대때는 말이여. 저기가 다 우리땅이었어”
가끔 멍한눈으로 과수원집 땅을 바라보며 명숙의 아버지가 한탄하듯 내뱉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역사의 풍파속에서 자유롭지 못한법.
일제강점기와 분단, 전쟁이 남긴 상처에서 명숙의 아버지와 조부는
좌절했고,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남의 땅이나 빌어먹는 신세’가 되었다.
명숙의 가문이 몰락하는 사이. 과수원집은 그야말로 역사의 풍파를
견디며 승승장구를 했다.
명숙의 조부와 어릴적 친구사이었던 과수원집 조부는 이재에 밝은 사람이었다.
명숙의 조부가 전문학교를 다니는동안 시를 읊으며 고담준론을 하던때에
과수원집의 조부는 착실히 방직공장의 견습공을 하며 돈을 모아 해방직전에는
어엿한 사업장을 거느린 사장님이 되었다.
그리고 고향에 땅을 사들이며 리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 시절 명숙은 체념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은 그 지긋지긋하고
어릴적 씻지못할 상처를 주었던 그 마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자기의 어머니와 언니들의 삶과 다를게 없으리라는 것은 명숙을 좌절케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한껏 꾸미고 다니지 않아도 읍내에 나가면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줄을 섰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 남자들중 자신을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해방시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지만..
명숙의 아버지에게 전해지는 그 수많은 혼담중에 과수원집은 없었다.
명숙의 아버지가 저녁 밥상에 앉아 명숙에게 “저기 읍사무소에서 일하는 그 이씨가 말이여..”
라고 운을 땔때 명숙은 가끔 그 혼담의 상대가 과수원집의 잘생긴 오빠가 언급되는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명숙은 새침하게 마지못해 받아들인다는듯
“한번 만나나 보지뭐” 라고 말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일은 없었고, 명숙도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과수원집은 이제 명숙의 집안에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부자집이었고
그중에서도 막내아들은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한 마을의 최고 자랑거리이자
사윗감 1순위였기 때문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내린 어떠한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나이다.
명숙은 그 때 일생일대의 큰 모험을 하기로 결심한다.
몇달전 명숙은 군에서 휴가를 나와 고향에 잠시 내려왔던 과수원집 오빠를 우연히 마주쳤다.
“어 명숙이구나! 와~~ 이제는 진짜 처녀가 다 되었네”
농담으로라도 다른 오빠들처럼 “나중에 오빠한테 시집와”
라고 말해주길 바랬으나
과수원집 오빠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오빠! 자대가 어디라구요? 강원도 어디라고 듣기는 했는데…”
“인제”
“주소 적어주시면 편지보낼께요”
오빠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주면 고맙고”
오빠가 대충휘갈겨 써준 그 종이를 조심조심 들고 명숙은 집으로 들어왔다.
이후 한두번 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명숙은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했다.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심정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를 벗어나는 모험을 떠나기로 한것이다.
명숙은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갔다.
읍내로 시집을 간 언니의 집에 들려 가장 예뻐보이는 옷을 골라입고,
일년에 한번 바를까말까한 언니의 화장품을 서툴게 발랐다.
무뚝뚝한 형부에게 애교를 부리며 용돈을 뜯어내고
마침내 시외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를 떠났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과수원집 오빠의 부대앞이었다.
“뭐야? 명숙이였어?” 오빠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면회소로 들어와 명숙의 앞에 앉았다.
“이쁜 서울 언니야가 아니어서 실망했어요?”
약간은 뽀루퉁한 표정으로 명숙이 말하자 오빠는 크게 껄껄 웃어댔다.
오빠의 선임으로 보이는 군바리들이 명숙과 과수원집 오빠를 둘러싸고
휘파람을 불어댔다.
“애인이야? 와 이쁘다. 뭐야 이 새끼? 여자친구 없다매?”
침을 질질흘릴 기세로 명숙을 쳐다보던 그 군바리가 말하자
명숙은 다소 안도감을 느꼈다.
“아닙니다. 고향 후배지 말입니다”
“무슨 고향후배가 여기까지 면회를 와. 니 고향 cc라매.
야 아무튼 오늘 외박하고 내일 들어와. 그냥 들어오면 죽여버린다“
오빠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명숙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키기 싫어 고개를 푹숙였다.
부대앞 식당에서 소주를 털어넣던 오빠가 한숨을 내뱉듯 씩 웃자
명숙은 다시 고개를 푹 숙일수밖에 없었다.
몇년을 묵혀왔기에 무거운 말이었지만 의외로 가볍게 툭 내뱉듯이 말했다.
“나 오늘 여기 오빠 고향후배로 온거 아니에요”
“그럼 뭔데?” 오빠가 웃으며 물었다.
“나 오늘… 그냥 여자로 여기 왔어요. 오늘은 그냥 오빠한테..
여자이고 싶어요”
그날밤 강원도의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명숙은 처음으로…
여자가 되었다.
[출처] 친구엄마 명숙이(외전 그녀의 이야기3) (야설 | 은꼴사 | 썰 게시판 - 핫썰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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